모임에서 술 취한 지인을 부축했다가 강제추행 고소를 당했어요
사건 개요
동창 모임, 회식, 동호회 뒤풀이 자리에서 유독 술을 많이 마신 지인이 있다면 대개는 걱정이 앞섭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지인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팔을 붙잡고, 어깨를 감싸고, 넘어지지 않도록 허리를 받쳐 택시에 태우거나 숙소까지 데려다주는 일이 흔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도와준 다음 날, 혹은 며칠이 지난 뒤에 벌어집니다. 그 지인으로부터 "그날 몸을 함부로 만졌다"는 연락을 받거나, 경찰서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는 것입니다.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은 한결같이 "도와준 죄밖에 없는데 왜 성범죄 피의자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부축 과정에서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접촉이 불가피하고, 취한 사람은 몸이 기울고 흔들리기 때문에 손이 닿는 위치도 순간순간 바뀝니다. 반면 부축을 당한 쪽은 만취 상태였던 탓에 그 접촉을 실제보다 훨씬 위협적이거나 부적절한 것으로 기억하거나, 아예 다음 날 낯선 손자국이나 불쾌감만 남은 채 정확한 경위를 모르는 상태에서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축 과정에서 있었던 신체접촉이라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접촉이 통상적인 부축의 범위 안에 있었는지, 아니면 그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 경위를 어떤 증거로 재구성해 낼 수 있는지에 따라 결론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된 접촉이 형법 제298조가 정한 '폭행'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대법원은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기준을 바꾸어, 더 이상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한 유형력을 요구하지 않고 상대방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만 있으면 된다고 봅니다. 다만 어떤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당시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상대방에게 준 고통의 유무와 정도를 종합해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이 기준 변경으로 접촉의 강도만으로 무죄를 주장하기는 더 어려워졌지만, 동시에 '목적과 경위'가 판단의 정식 요소로 들어왔다는 점은 부축처럼 목적이 뚜렷한 사안에서는 오히려 방어에 쓸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둘째, 그 접촉이 '추행'으로 평가될 만한 것인지입니다. 팔이나 어깨, 등을 잡아 몸을 지탱해 주는 것과, 가슴이나 둔부·허벅지 안쪽처럼 통상적인 부축 범위를 벗어난 부위를 만지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사건의 향방은 결국 손이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닿았는지를 객관적으로 밝힐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셋째, 지인이 부축이 필요할 만큼 취해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죄명을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으로 바꾸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준강제추행은 상대방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는지를 문제 삼기 때문에, 폭행·협박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수사기관이 "만취해 반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해 신체를 만졌다"는 구성으로 접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동시에 지인이 실제로 법이 말하는 심신상실·항거불능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취해서 다음 날 일부 기억이 흐릿한 정도였는지를 구분해 다툴 여지도 함께 생깁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접촉을 '부축'으로 객관적으로 재구성하기
이런 사건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그건 부축이었다"는 자기 진술뿐인 방어입니다. 진술만으로는 대법원이 요구하는 종합판단기준의 다섯 요소 중 어느 것도 객관적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그날의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접촉의 부위와 방식을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손이 닿은 위치가 팔·어깨·등·허리처럼 사람을 지탱할 때 통상적으로 접촉하는 부위였는지, 아니면 그 범위를 벗어난 부위였는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함께 있던 다른 참석자들의 진술, 술집·모임 장소·엘리베이터·주차장 등의 CCTV, 택시 승하차 당시의 상황을 확보해 접촉의 지속시간과 형태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 남깁니다. 순간적으로 몸이 기울어 손의 위치가 바뀌었다면, 그 인과관계—왜 그 순간 그 부위에 손이 갔는지—를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진술의 신빙성이 살아납니다.
2) 부축이 필요했던 경위와 당시 정황을 시간순으로 복원합니다.
지인이 스스로 걷지 못해 비틀거렸는지, 넘어지려 했는지, 주변 사람이 "좀 데려다줘"라고 요청했는지 등 부축이 시작된 계기를 재구성합니다. 모임 참석자들과 나눈 문자·메신저 대화, 당시 상황을 목격한 사람의 진술, 술집 직원의 진술 등은 접촉이 우발적이거나 목적 없는 것이 아니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되었음을 뒷받침합니다. 대법원이 폭행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의 목적과 의도, 경위와 정황'을 명시적으로 고려하도록 한 만큼, 이 재구성이 사건의 성격을 가르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3) 접촉 직후의 반응과 평소 관계를 함께 정리합니다.
부축 당시 또는 직후 지인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거나 스스로 몸을 기대는 등 저항이나 거부의 기색이 없었는지, 반대로 즉시 항의하거나 손을 뿌리치는 등의 반응이 있었는지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입니다. 평소 두 사람의 친분, 부축 이전까지의 대화 내용도 함께 정리해 두면 접촉이 성적 의도와 무관한 통상적 도움이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재구성된 사실관계가 통상적 부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형법 제20조가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애초에 벌할 수 없는 행위였다는 주장도 함께 세울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죄명 구성 다투기
지인이 만취해 있었다는 사실은 방어에 불리하게도, 유리하게도 작용할 수 있는 양날의 지점입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검토합니다.
1) 지인의 음주 정도와 기억의 정확성을 검토합니다.
대법원은 음주 후 성범죄 피해를 호소하는 사건에서, 술을 마시는 동안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알코올 블랙아웃'과 실제로 의식을 잃거나 판단·조절 능력을 상실한 '패싱아웃·심신상실'은 전혀 다른 상태라고 구분합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단편적으로 기억이 끊긴 것과, 실제로 항거가 불가능할 정도로 의식·판단능력이 저하된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지인의 음주량과 속도, 경과 시간, 평소 주량, 평소 음주 후 기억장애를 겪은 적이 있는지, 당시 대화가 가능했는지 등을 CCTV·목격자 진술로 확인해, 지인이 실제로는 대화하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었던 상태였는지, 아니면 정말 판단·저항 능력이 없는 상태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다툽니다.
2) 수사기관의 준강제추행 프레임 전환에 대비합니다.
지인의 만취 정도가 부각되면 수사기관이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대신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으로 구성을 바꿀 수 있습니다. 준강제추행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는지가 핵심이므로, 폭행·협박의 존부와 무관하게 다투어야 할 지점이 달라집니다. 이때는 ①지인이 실제로 법이 말하는 심신상실·항거불능 수준이었는지, ②설령 그런 상태였더라도 접촉이 그 상태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는지를 별도로 소명해야 합니다. 준강제추행도 강제추행과 같은 형량(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되는 만큼, 초기부터 어느 구성으로 다투어야 할지 방향을 잡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접촉 자체가 없었거나 통상 범위 내였음이 밝혀질 경우를 대비해 절차를 함께 관리합니다.
수사 결과 통상적인 부축의 범위를 벗어난 접촉이 없었음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혐의없음(불송치) 처분을 받을 수 있고, 고소의 경위가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졌거나 다른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라면 이후 무고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절차를 관리합니다. 다만 무고는 그 자체로 별도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섣불리 맞고소부터 하기보다는 본인 사건의 불송치·무혐의를 먼저 확정 짓는 순서로 접근합니다.
결론
순수한 호의로 취한 지인을 부축했을 뿐인데 강제추행 고소로 돌아오는 상황은, 당사자에게는 억울함을 넘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조차 막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일수록 "부축이었다"는 진술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접촉의 부위·경위·직후 반응을 객관적 자료로 재구성해 두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특히 경찰 출석 요구를 받기 전, 사건 초기에 CCTV나 목격자 진술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증거부터 확보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떤 자료를 먼저 확보하고 어떤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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