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과 탈색을 자주 했는데 모발검사 양성을 뒤집을 수 있나요
사건 개요
마약 수사 과정에서 모발을 채취당한 의뢰인들 중에는 "저는 원래 미용 목적으로 두세 달에 한 번씩 탈색과 염색을 반복해 왔다"고 말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직업상 헤어스타일을 자주 바꿔야 하거나, 새치를 가리려 정기적으로 염색을 해 온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발감정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그렇게 자주 화학 처리를 했는데도 성분이 남아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오히려 그 반복된 손상 때문에 결과 자체를 믿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고 상담을 청해 옵니다.
실제로 탈색·염색은 모발의 큐티클(모표피)을 화학적으로 손상시켜 그 안에 붙어 있던 약물 성분 일부를 씻겨 나가게 만드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 손상이 한 번의 시술로는 미미하지만, 여러 차례 반복되면 누적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1회성 염색과 달리 '자주' 반복한 이력은 검출 농도 자체를 의미 있게 떨어뜨렸을 가능성을 실제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정이 됩니다.
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복 탈색·염색 이력만으로 양성 감정 결과가 자동으로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감정 결과의 신뢰성 판단 틀 안에서, 그 반복 이력을 구체적인 흠결 사유로 얼마나 정교하게 구성해 내느냐가 관건입니다.
핵심 쟁점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937 판결은 모발감정의 증명력에 관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모발에서 메스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회보가 있는 경우 "실험물인 모발이 바뀌었다거나 착오나 오류가 있었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그 검출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즉 단순히 "나는 염색을 자주 했다"는 진술만으로는 이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같은 판결은 반대로 감정 결과의 신뢰성을 다툴 수 있는 다섯 갈래 기준도 함께 제시합니다. ①감정인이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②감정자료의 관리·보존상태가 적절했는지, ③검사방법이 적절했는지, ④결론 도출과정이 합리적이었는지, ⑤감정 결과 자체에 모순점이 있는지입니다. 법원은 이런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으면 유죄를 인정하기 전에 반드시 이 부분을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반복적인 탈색·염색 이력이 실제로 다툼의 재료가 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 ③검사방법의 적절성과 ⑤결과 자체의 모순 여부입니다. 화학적 손상이 누적된 모발에서 나온 정량 수치가 감정기관이 통상 적용하는 시험법의 전제(손상되지 않은 모발을 기준으로 한 농도-투약량 상관관계)와 어긋나는데도 그 차이를 감정서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 도출과정의 합리성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감정서의 수치와 반복 시술 이력을 정면으로 대조하기
양성 결과를 막연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서 자체가 갖고 있는 빈틈을 수치로 짚어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감정 결과를 검증합니다.
1) 감정서의 원자료를 사실조회·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합니다.
수사기관이 제출한 감정회보에는 대개 양성·음성 결론만 담겨 있고, 실제 검출 농도(ng/mg)와 분절(구간)별 결과, 사용한 시험법(LC-MS/MS 등)과 정량한계(LOQ)는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을 실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실조회 또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이 원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원자료 없이는 반복 탈색이 결과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다툴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2) 탈색·염색 시점과 모발 구간별 결과를 시간순으로 대조합니다.
모발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약 1cm씩 자라므로, 채취한 모발 길이에 따라 대략적인 투약 추정 시기를 역산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이 인정한 계산 방식입니다. 이 방식을 반대로 활용해, 미용실 결제내역·예약 앱 기록·시술 사진 등으로 확보한 탈색·염색 시점을 모발의 각 구간(뿌리 쪽부터 끝쪽까지)에 대입합니다. 특정 구간에서 유독 낮은 농도나 불검출이 나온 지점이 실제 시술 시점과 겹친다면, 그 결과가 실제 투약 패턴이 아니라 화학적 손상을 반영한 것일 가능성을 구체적인 시점 대조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3) 법독성학 전문가 의견서로 '적절성'과 '모순'을 뒷받침합니다.
변호인의 주장만으로는 감정 결과의 신뢰성을 흔들기 어렵습니다. 반복적인 산화·탈색 처리가 모표피의 케라틴 구조를 손상시켜 그 안에 결합된 약물 성분의 용탈(leaching)을 촉진한다는 점, 그리고 그 정도가 시술 횟수와 강도에 비례해 누적된다는 점은 법독성학 분야에서 이미 인정된 소견입니다. 이를 전문가 의견서로 정리해, 감정서상 수치가 통상적인 투약-농도 상관관계에서 벗어난 지점을 '검사방법의 전제가 이 시료에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형태로 구성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정황증거 전체를 함께 흔들어 유죄 심증을 낮추기
모발감정 하나만으로는 유죄가 자동으로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활용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자백의 보강증거 법리를 정확히 짚습니다.
같은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0조에 따라 피고인의 자백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고 보강증거가 있어야 하며, 여러 범죄사실이 실체적 경합 관계라면 각 범죄사실마다 별도의 보강증거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밝히고 있습니다. 모발감정 양성 결과가 특정 시기·특정 횟수의 투약을 자백 없이 곧바로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므로, 공소사실이 구체적인 투약 일시·횟수까지 특정하고 있다면 그 부분과 감정 결과가 실제로 대응하는지도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2) 반복 시술이 '은폐 의도'로 오해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소명합니다.
탈색·염색이 수사 개시 이후 갑자기 시작된 것이라면, 오히려 증거를 없애려는 정황으로 불리하게 읽힐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반복 시술이 수사와 무관하게 평소부터 이어져 온 습관·직업상 필요였음을 결제내역, 예약 기록, 시술 전후 사진 등으로 시간순으로 정리해 소명합니다. 이 자료는 앞서 구간별 대조에 쓰는 자료와 겹치므로, 초기부터 함께 확보해 두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3) 소변검사 등 다른 검사 결과와의 정합성을 검토합니다.
같은 시기에 소변검사를 함께 받았다면 그 결과와 모발감정 결과가 서로 모순되지 않는지도 살핍니다. 소변검사는 최근 며칠 사이의 투약 여부만 확인하므로 시기가 다르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수사기관이 특정 시점의 투약을 함께 주장하는 경우라면 그 시점과 소변검사 시점이 근접한지, 결과가 상충하지는 않는지가 방어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
반복적인 탈색·염색 이력이 있다고 해서 모발검사 양성이 저절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실험물 동일성에 문제가 없는 한 검출 사실 자체는 원칙적으로 인정하되, 감정인의 자격·시료 관리·검사방법의 적절성·결론 도출과정의 합리성·결과 자체의 모순이라는 다섯 갈래 안에서 신뢰성을 다시 심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복 시술 이력은 이 다섯 갈래 중 검사방법의 전제와 결과의 모순을 파고드는 재료이지, 그 자체로 결론을 뒤집는 사유가 아닙니다.
감정서의 원자료를 확보해 구간별 수치와 시술 시점을 대조하고, 전문가 의견으로 그 괴리를 설명해 내는 작업이 뒷받침될 때에만 실제로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모발검사 결과를 통보받았고 탈색·염색을 반복해 온 이력이 있다면, 감정서 원자료 확보부터 시작해 대응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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