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도로 곳곳에서 음주단속이 다시 강화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보호조치와 호흡측정, 때로는 채혈까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자신이 겪은 절차가 정상적이었는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조사를 마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숫자가 이미 나왔으니 어차피 빼도 박도 못하는 거 아니냐”, “순순히 응했으니 이제 와서 절차를 따지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으로 별다른 이의 없이 조사를 마칩니다. 그런데 나중에 변호인이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면, 애초에 그 수치를 얻어낸 과정 자체에 절차적 흠이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미 조서에 서명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되짚기 어려워지고, 다툴 수 있었던 부분조차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혈중알코올농도라는 결과값보다, 그 값을 얻어낸 체포·측정요구·채혈 절차 하나하나의 적법성을 먼저 심사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이고 있습니다. 절차가 무너지면 아무리 정확한 수치라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아래에서는 음주단속 절차의 어떤 지점이 위법 판단의 기준이 되는지, 그리고 그 절차가 무너졌을 때 수치가 실제로 증거에서 빠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음주단속에서는 수치의 정확성보다 그 수치를 얻은 절차의 적법성이 먼저 심사됩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그 자체로 완결된 사실이 아니라 절차의 산물이며, 절차가 무너지면 결과도 함께 무너집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라 하는데, 음주운전 사건에서는 이 원칙이 특히 자주 문제됩니다. 호흡측정기 수치나 혈액감정 결과가 아무리 정밀하게 나왔다 하더라도, 그 수치를 얻어낸 체포·연행·측정요구·채혈 과정 중 어느 하나라도 적법한 절차를 어겼다면 그 결과 자체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게 됩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는 경찰공무원이 교통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운전자에게 호흡조사를 요구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그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게는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로 다시 측정할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제3항). 이 요구·동의·재측정의 흐름 중 어느 한 단계라도 강제성이 개입되거나 절차가 생략되면, 뒤에 나오는 수치 전체의 증거능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수치 자체의 오차나 기계 정확성만 다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원이 실제로 먼저 살펴보는 것은 그 수치가 적법하게 수집됐는지입니다. 정확성 다툼은 그 다음 단계의 문제입니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그 자체로 완결된 사실이 아니라, 체포·측정요구·채혈이라는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2. 보호조치를 가장한 강제연행 뒤의 음주측정요구는 위법할 수 있습니다
적법한 요건 없이 강제로 데려가 이루어진 음주측정요구는, 그에 불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음주단속 현장에서 운전자가 저항하거나 도주하면, 경찰관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보호조치 명목으로 지구대나 파출소로 데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호조치는 술에 만취해 정상적인 판단능력이나 의사능력을 상실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즉시강제일 뿐이고, 그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범죄수사를 위한 강제연행의 수단으로 보호조치의 외형을 빌려서는 안 됩니다.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 목적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음주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 목적으로 운전자를 강제로 연행해 음주측정을 요구하려면, 형사소송법상 체포·구속에 관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이 절차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연행은 그 자체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합니다.
교통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한 필요가 없음에도 주취운전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는 음주측정은 이미 행하여진 주취운전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한 수사절차로서 의미를 가지는데, 도로교통법상 규정들이 음주측정을 위한 강제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음주측정을 위하여 운전자를 강제로 연행하기 위해서는 수사상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 절차에 따라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강제연행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도11162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처럼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논리는 실제로 측정에 응해 수치가 나온 경우에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애초에 측정요구 자체가 위법했다면, 그에 따라 얻어진 수치 역시 위법수집증거로 다툴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보호조치의 외형을 갖췄더라도 실질이 범죄수사를 위한 강제연행이었다면, 그 뒤의 음주측정요구와 결과 모두 위법 판단의 대상이 됩니다.
3. 동의 없이 영장 없는 채혈로 얻은 혈중알코올농도 감정결과는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채혈은 신체에 대한 강제처분이므로, 영장 없이 이루어졌다면 동의가 있어도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혈액을 채취해 알코올농도를 감정하는 방법은 신체에 대한 침습을 수반하는 강제처분으로, 압수·수색이나 감정에 필요한 처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법원의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음주운전 중 사고를 내고 의식을 잃어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경우처럼, 호흡측정도 동의를 받은 채혈도 불가능하고 영장을 미리 받을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긴급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예외적인 경우에는 의료인이 의학적 방법으로 혈액을 채취한 뒤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그 경우에도 사후에 지체 없이 압수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피의자의 동의 없이 피의자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고 사후에도 지체 없이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혈액 중 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을 의뢰하였다면,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은 감정의뢰회보 등은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증거로서, 원칙적으로 절차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실무에서는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대신해 가족이 채혈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문제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의 동의가 아닌 이상 영장주의의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응급 상황이라 영장 없이 채혈했더라도 사후 압수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채 감정을 의뢰했다면, 그 감정 결과 역시 마찬가지로 증거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동의 없는 무영장 채혈, 그리고 응급 채혈 후 사후영장 누락은 혈중알코올농도 감정결과 자체의 증거능력을 무너뜨리는 대표적인 흠입니다.
4. 절차상 문제없이 확정된 수치라면, 그 구간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갈립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적법하게 확정됐다면, 이제는 그 수치가 어느 구간에 속하는지가 처벌을 좌우합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은 혈중알코올농도 구간별로 처벌 수위를 나누고 있습니다.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0.2퍼센트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뒤 10년 안에 다시 적발되면, 초범보다 훨씬 무거운 1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구간까지 올라갑니다(제148조의2 제1항). 절차의 적법성을 다투는 실익이 재범 사건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한편 사고 직후 곧바로 측정하지 못해 시간이 지난 뒤에야 수치를 확인한 경우, 수사기관은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역산 방식은 평소 음주 습관, 체질, 음주 속도 등 개인차를 객관적으로 확정해야 하고 피고인을 쉽게 평균인으로 단정해 평균적인 감소치를 적용해서는 안 되므로, 계산 과정 자체의 신빙성을 다툴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5. 단속 현장의 매 순간을 기록해두는 것이 이후 절차위법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체포·측정요구·채혈의 시간과 경위를 구체적으로 남겨두어야, 나중에 절차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음주단속 이후 절차는 통상 ①현장에서의 보호조치·호흡측정 또는 채혈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수치가 높거나 재범인 경우 구속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단속 당시 상황이 석연치 않았다면, 감정적으로 억울함만 호소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구대·파출소로 옮겨진 경위와 그 시점에 보호조치 요건, 즉 만취로 정상적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호흡측정 요구 시각과 동의 여부, 재측정을 요구했는지와 그에 대한 응답 내용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채혈이 있었다면 영장 발부 여부와 사후 압수영장 청구 시점을 확인합니다.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절차위법을 다투는 데 능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수치 자체의 정확성과 별개로 절차적 하자를 통한 증거배제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음주단속 현장은 짧고 긴박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그 순간 겪은 절차가 정상적이었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고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속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호소하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기록해둘수록 절차위법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반대로 실제 위험한 음주운전이 절차상의 사소한 흠결로 무마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에서도, 법원은 절차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을 침해했는지를 엄격히 따지므로 형식적인 하자만으로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저는 음주운전 사건에서 절차상 하자를 근거로 증거배제를 다퉈온 쪽과, 반대로 교통사고 피해자 편에서 가해자의 음주 사실을 입증해야 했던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수치라도 그것을 얻어낸 절차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겪은 절차가 정상적이었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호흡측정 수치가 나온 자리에서 별다른 이의를 안 했는데, 나중에 절차를 다툴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이의 여부와 무관하게 절차 자체가 위법했다면 재판 과정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당시 재측정 요구 여부, 동의 여부 등 구체적인 상황을 기억·기록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Q. 경찰이 강제로 지구대에 데려가 측정을 요구했는데, 거부하면 오히려 불리한가요?
A. 보호조치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데려간 것이라면 위법한 체포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상태에서 이루어진 측정요구에 불응해도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2도11162 판결).
Q.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채혈당했는데 가족이 동의서에 서명했습니다. 문제없나요?
A. 본인의 동의가 아닌 가족의 동의만으로는 영장주의 원칙의 예외가 되지 않으며, 사후에 지체 없이 압수영장을 받지 않았다면 그 감정결과는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Q. 위드마크 공식으로 계산한 수치도 다툴 수 있나요?
A. 위드마크 역추산은 평균적인 감소치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고 개인차를 엄격히 따져야 하므로, 계산 과정 자체의 신빙성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채취 절차의 위법과는 별개의 쟁점입니다.
Q. 절차 위반을 주장하면 음주운전 자체가 무죄가 되나요?
A. 그 수치 증거가 배제되더라도 현장 목격 진술, 영상, 보행 상태 등 다른 증거로 유죄가 인정될 수 있어, 절차위반 주장은 유죄 여부 전체가 아니라 특정 증거의 채택 여부를 다투는 것입니다.
Q. 재측정을 요구했는데 거부당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은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게 혈액 채취로 다시 측정할 기회를 주도록 정하고 있어, 정당한 재측정 요구가 거부됐다면 절차적 하자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조사받을 때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단속 현장에서의 진술과 조서 내용이 이후 절차위법 주장의 핵심 근거가 되므로, 가능한 한 초기 조사 단계부터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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