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나 공매도 물량 급증으로 주가가 급락할 때, 회사가 직접 자기 주식을 사들여 방어에 나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사회 결의를 거쳐 공시까지 마쳤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매입 시점과 방식에 따라 이 행위가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시세고정·안정조작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안정조작이라는 예외가 법에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왜 회사의 통상적인 자사주 매입에는 적용되지 않는지, 그리고 처벌을 피하려면 어떤 절차를 갖춰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할 이유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시세조종의 경계, 안정조작 예외의 실제 적용 범위, 적법한 매입을 위한 구체적 요건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자사주 매입, 원칙은 자유이지만 시세조종 금지선이 있다
상장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 자체는 자본시장법 제165조의3과 상법 제341조 제1항에 근거해 명시적으로 허용된 제도입니다. 주주가치 제고, 재무구조 개선, 임직원 보상 재원 마련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주가 급락 국면에서 시장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도 자주 쓰입니다. 문제는 이 매입이 단순한 재무적 판단을 넘어 "회사가 자기 주가를 인위적으로 떠받친다"는 모양새를 띨 때 벌어집니다. 이 지점에서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이 정한 시세고정·안정목적 매매금지 규정과 정면으로 맞닿게 됩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두고, 자유로운 유가증권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법이 정한 안정조작과 시장조성만을 엄격한 조건 아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구조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도3131 판결).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시세를 고정하거나 안정시킬 목적의 매매는 원칙적으로 전부 금지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더 주의해야 할 부분은 목적성의 인정 범위입니다. 같은 판결은 시세를 고정·안정시킬 목적이 현재의 시장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우뿐 아니라, 행위자가 일정한 가격을 새로 형성한 뒤 그 가격을 고정·안정시키려는 경우에도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그러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매매라면 일정 기간 반복될 필요 없이 단 한 번의 매매거래로도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보았습니다. "몇 번 사지 않았다", "소량만 매입했다"는 항변만으로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시세를 고정·안정시킬 목적은 반복적 매매를 요구하지 않는다 — 단 한 번의 매수로도 구성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2002도3131 판결의 결론이다.
예외로 허용되는 안정조작·시장조성 — 그러나 자사주 매입은 대상이 아니다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은 원칙적 금지에 단서를 달아 여섯 가지 경우를 예외로 열거합니다. 투자매매업자가 정해진 방법과 기간에 따라 증권의 모집·매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하는 안정조작,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수요·공급을 조성하는 시장조성, 그리고 이 두 행위를 발행인의 임원 등이 위탁하거나 투자매매업자가 위탁받아 수행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시행령 제203조는 이 예외를 수행할 수 있는 주체를 매우 좁게 한정합니다. "모집 또는 매출되는 증권의 발행인 또는 소유자와 인수계약을 체결한 투자매매업자"만이 안정조작·시장조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여기서 말하는 주체는 사실상 공모·상장 주관 증권사입니다. 상장법인이 자기 명의로 직접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통상의 자사주 매입은 이 정의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습니다.
발행인의 임원 등이 투자매매업자에게 안정조작을 위탁하는 경우도 예외 목록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모집 또는 매출되는 증권"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즉 신규 상장이나 유상증자처럼 자금을 새로 조달하는 국면에서 청약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제도이지, 이미 시장에서 유통 중인 주식의 통상적인 주가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는 애초에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안정조작 기간 — 청약기간 종료일 전 20일이 되는 날부터 청약기간 종료일까지(시행령 제204조 제7항)
안정조작 가격 상한 — 직전 거래가격과 안정조작기간 초일 전 20일간 평균거래가격 중 낮은 가격을 초과해 매수 금지(시행령 제204조 제4항)
신고·보고 의무 — 최초 안정조작 시 안정조작신고서, 매매 다음 날까지 안정조작보고서를 금융위원회·거래소에 제출(시행령 제204조 제3항·제5항)
수행 주체 — 발행인 또는 소유자와 인수계약을 체결한 투자매매업자로 한정(시행령 제203조)
안정조작·시장조성 예외는 신규 모집·매출 증권의 가격을 정해진 기간·가격 상한 안에서 증권사가 안정시키는 제도로 한정된다 — 상장법인이 유통주식 방어를 위해 직접 벌이는 자사주 매입은 이 예외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자사주 매입 자체의 적법 근거 — 제165조의3과 이사회 결의
그렇다면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는 어떤 근거로 합법성을 갖출까요. 자본시장법 제165조의3은 안정조작 예외와는 완전히 별개로,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취득·처분에 관한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상법 제341조 제1항이 정한 방법이나, 신탁계약을 맺은 신탁업자로부터 계약 해지·종료 시 반환받는 방법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고, 취득가액 총액은 상법 제462조 제1항의 이익배당 가능 한도 이내여야 합니다.
주목할 부분은 절차의 간소화입니다. 상법 제341조 제2항은 원칙적으로 자기주식 취득에 주주총회 결의를 요구하지만, 자본시장법 제165조의3 제3항은 상장법인에 한해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었습니다. 급락하는 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하되, 그만큼 절차적 통제는 시행령에서 촘촘히 보완하는 구조입니다.
적법한 자사주 매입의 절차 요건 — 공시·취득기간·블랙아웃
시행령 제176조의2는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는 상장법인이 이사회에서 목적·금액·방법, 주식의 종류 및 수 등을 구체적으로 결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결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의 사실이 공시된 날의 다음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금융위원회가 고시한 방법에 따라 증권시장에서 취득을 마쳐야 합니다. 취득 시점과 방법을 이렇게 제한하는 이유는 결국 회사가 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하려는 데 있습니다.
시행령은 또한 자기주식을 취득하거나 처분할 수 없는 기간, 이른바 블랙아웃 기간을 구체적으로 열거합니다. 이 기간 중에 매입이 이루어지면 그 자체로 절차 위반이 되고, 목적성 판단에서도 불리한 정황이 됩니다.
다른 법인과의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부터 과거 1개월간
유상증자 신주배정 기준일(일반공모증자는 청약일) 1개월 전부터 청약일까지
준비금의 자본전입에 관한 이사회 결의일부터 신주배정기준일까지
투자매매업자가 시장조성을 하는 기간
미공개중요정보가 있는 경우 그 정보가 공개되기 전까지
처분 후 3개월간 또는 취득 후 6개월간(일부 예외 사유 제외)
여기에 더해 상장법인은 사업연도 개시일부터 6개월이 되는 날과 사업연도 말일을 기준으로 자기주식 보유 현황, 보유 목적, 취득·소각·처분 계획을 담은 자기주식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사회 결의·공시·정해진 취득기간·블랙아웃 기간 준수라는 이 일련의 절차를 지켰다는 기록 자체가, 나중에 목적성을 다툴 때 "시세조종이 아니었다"는 정황증거의 핵심을 이룹니다.
절차를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무죄가 보장되지는 않지만, 절차를 지키지 않은 매입은 목적성 판단에서 가장 먼저 불리하게 작용한다.
시세조종으로 성격이 바뀌는 지점 — 목적성은 어떻게 판단되나
이사회 결의와 공시 등 절차를 모두 지켰더라도, 매입의 실제 목적이 시세를 인위적으로 고정·안정시키는 데 있었다고 인정되면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 위반 문제가 남습니다. 실무에서 문제 삼는 정황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주가가 급락하는 특정 시점에 매수가 집중됐는지, 장 마감 직전 종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간대에 고가 매수 주문을 반복했는지, 평소 거래량 대비 이례적으로 큰 비중을 한 번에 매입했는지, 그리고 매입 당시 회사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악재성 정보가 있었는지가 대표적으로 검토되는 요소입니다.
다른 유형의 시세조종 사건에서 법원이 반복해 강조하는 기준은 "행위의 주된 목적이 무엇이었는가"입니다.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자금 마련처럼 정당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고 투자자를 속여 매매를 유인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무죄로 판단된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이 기준을 자사주 매입에 그대로 가져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매매유인목적을 요구하는 제176조 제2항과 달리, 시세고정목적을 다루는 제176조 제3항은 앞서 본 대로 다른 목적과 병존해도, 반복성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자사주 매입이 "회사를 위한 선의의 결정"이었다는 항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두 가지 경계 사례
이해를 돕기 위해 대비되는 두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급락하자, 이사회 결의나 공시 없이 재무담당 임원의 지시만으로 특정 거래일 장 마감 직전 시간대에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기주식을 집중 매수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 이사회 결의 자체가 없어 절차 위반이 명백하고, 매수 시점과 가격대가 종가 형성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일 소지가 커 시세고정목적이 인정되기 쉬운 사례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는 사전에 이사회 결의와 공시를 마치고 신탁업자와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한 뒤, 시행령이 정한 취득기간 3개월 안에서 매일 소액씩 분할 매수를 이어간 경우입니다. 매입 규모와 시점이 시장 상황에 비해 특별히 이례적이지 않고, 미공개중요정보와도 무관하게 진행됐다면, 절차와 실질 양면에서 적법한 자기주식 취득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사례의 차이는 결국 "얼마나 절차를 지켰는가"와 "매수가 시세 형성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개입했는가"에 있습니다.
형사처벌 수위와 방어의 방향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을 위반하면 같은 법 제443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4배 이상 6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익이나 회피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그 6배 금액이 5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 상한을 5억원으로 봅니다. 나아가 이익 또는 회피 손실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되고, 징역형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가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방어의 출발점은 결국 기록입니다. 이사회 결의서와 공시 자료, 신탁계약서, 취득 방법이 시행령이 정한 기준에 맞았는지에 대한 소명자료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매입의 목적이 시세 방어 자체가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이나 주주환원, 임직원 보상 재원 확보 등 통상적 경영판단에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이사회 의사록과 내부 검토 문건도 중요한 방어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블랙아웃 기간 위반이나 미공개중요정보 존재가 확인되면 방어가 급격히 어려워지므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 부분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가 자기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떠받치면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인가요?
A. 아닙니다. 자기주식 취득은 자본시장법 제165조의3에 근거한 적법한 제도이며, 이사회 결의와 공시, 시행령이 정한 취득기간·방법을 지켰다면 원칙적으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매입의 실제 목적이 시세를 인위적으로 고정·안정시키는 데 있었다고 인정되면 별도로 제176조 제3항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자사주 매입도 안정조작이나 시장조성의 예외에 해당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시행령 제203조는 안정조작·시장조성을 할 수 있는 주체를 모집·매출 증권의 인수계약을 체결한 투자매매업자로 한정하고 있어, 상장법인이 직접 하는 통상의 자기주식 취득은 이 예외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Q. 시세고정 목적이 인정되려면 반복적으로 매수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 2002도3131 판결은 시세를 고정·안정시킬 목적이 있는 매매라면 반복될 필요 없이 단 한 번의 거래로도 구성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매입 횟수가 적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Q. 이사회 결의와 공시를 거쳤다면 시세조종 혐의에서 안전한가요?
A. 절차를 지킨 사실은 중요한 방어자료가 되지만 그 자체로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매수 시점, 가격대, 물량, 미공개중요정보 존재 여부 등 실질적 요소가 함께 검토되어 목적성이 인정되면 절차를 지켰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블랙아웃 기간을 어기고 자사주를 매입하면 바로 형사처벌인가요?
A. 블랙아웃 기간 위반은 시행령상 취득·처분 기준을 어긴 것으로 그 자체가 시세조종죄를 구성하지는 않지만, 목적성을 다투는 단계에서 회사에 불리한 핵심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위반 경위와 실제 매입 목적을 함께 소명해야 합니다.
Q. 처벌 수위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요?
A. 자본시장법 제443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이익·회피 손실액의 4배 이상 6배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 이익·회피 손실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맺음말
자사주 매입은 그 자체로 회사의 정당한 재무적 판단일 수 있지만, 안정조작이라는 예외가 법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곧 자사주 매입도 그 예외에 포함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안정조작·시장조성은 신규 모집·매출 증권의 가격을 정해진 기간과 가격 상한 안에서 증권사가 관리하는 제도이고, 상장법인의 통상적인 주가 방어용 자사주 매입과는 적용 국면 자체가 다릅니다. 결국 관건은 이사회 결의, 공시, 취득기간, 블랙아웃 기간 준수라는 절차와, 매입 시점·방식이 실제로 시세 형성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라는 실질을 함께 갖췄는지입니다.
주가 방어 목적의 자사주 매입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진행한 매입이 시세조종 혐의로 조사받는 상황이라면 절차 준수 여부와 매입 당시의 정황을 함께 점검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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