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포통장 추적을 피해 직접 만나서 현금을 받는 대면편취형 범행으로 수법을 바꾸면서, 단순 심부름인 줄 알았다며 뒤늦게 경찰 조사를 받는 인출책·수거책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돈만 인출해서 전달했을 뿐이다”, “수거책은 인출책보다 형이 가볍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조사에 응했다가, 막상 검찰 조사나 재판 단계에서 두 역할 모두 사기죄의 공범으로 기소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대법원은 인출책이든 수거책이든 역할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로 인식하고 가담한 정도를 기준으로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구분하고 있어, “나는 수거책이니까 형이 가볍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서는 인출책과 수거책이 형사법상 어떻게 다르게 취급되는지, 형량을 가르는 실제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조사 통보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인출책과 수거책은 모두 사기 범행의 마지막 단계를 담당하는 공범입니다
역할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로 담당한 행위와 인식한 내용이 형사책임의 범위를 정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 관리책, 콜센터 상담원(유인책), 현금인출책, 현금수거책, 전달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됩니다. 검거 시 조직 전체가 한꺼번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조입니다.
인출책은 피해자가 사기이용계좌로 송금한 돈을 ATM이나 은행 창구에서 현금으로 인출하는 역할을, 수거책은 피해자를 직접 만나 봉투에 담긴 현금을 건네받거나 특정 장소에 놓인 현금을 수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최근에는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대면 편취 방식으로 설계된 범행이 많아, 수거책의 비중이 오히려 커지는 추세입니다.
두 역할 모두 피해자가 속아서 내놓은 돈을 실제로 확보하는, 사기 범행의 마지막이자 가장 결정적인 단계를 담당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이 정하는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인출책과 수거책의 행위는 바로 이 재물의 교부·취득 단계 그 자체입니다.
인출책이든 수거책이든, 사기 범행이 완성되는 단계에 관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형사책임의 출발점이 됩니다.
2. 형량은 역할 이름이 아니라 공동정범인지 방조범인지로 갈립니다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몰랐어도 범죄 실현 의사가 결합돼 있었다면 공동정범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기죄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공동정범(형법 제30조)으로 인정되면 이 법정형 전체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방조범(종범, 형법 제32조)으로 인정되면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됩니다. 실무에서 인출책·수거책 사건의 결과가 크게 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하급심에서는 구체적인 지시만 따랐을 뿐 범행 전체 계획을 몰랐고 가담 횟수도 한두 차례에 그친 가담자에 대해 방조범으로 판단해 형을 감경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인출·수거에 관여하고, 신분증 위조나 타인 명의 사용 등 범행에 필요한 준비 행위까지 함께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뜻이 통해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전체 범행 방법이나 조직 구성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이 판결은 “구체적인 방법을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는 취지여서, 인출책·수거책 모두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법리입니다. 다만 인출책의 경우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045 판결에서 확인되듯, 사기방조범이 사기이용계좌에서 돈을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고 사기범행 실행행위의 일부로 평가됩니다. 즉 인출 행위 자체가 새로운 범죄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담한 사기범행의 연장선으로 취급된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시키는 대로 돈만 옮겼을 뿐”이라는 항변은, 인식과 반복 가담의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 인정을 막지 못할 수 있습니다.
3. 수거책은 피해자와 직접 대면한다는 점에서 더 무겁게 평가되곤 합니다
대면 접촉과 반복 가담 정도가 클수록 공동정범·특경법 적용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인출책은 통상 ATM이나 은행 창구에서 CCTV에 노출될 뿐 피해자와 직접 마주치지 않는 반면, 수거책은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건네받습니다. 법원은 이 대면 접촉을 가담 정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사정 중 하나로 봅니다. 피해자에게 “은행 직원입니다”, “검찰 수사관입니다” 등으로 신분을 속이거나 가짜 공문서·신분증을 제시했다면 기망행위 자체에 관여한 것으로 평가돼 공동정범 인정 가능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실제로 수거책이 피해자에게 위조된 공문서나 사문서를 제시한 사건에서는 사기죄 외에도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 또는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죄가 함께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수거·인출 과정에서 타인 명의의 계좌나 카드, 즉 접근매체를 넘겨받아 사용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49조 제4항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별도로 병과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도8600 판결은 총책을 정점으로 간부급 조직원, 상담원, 현금인출책 등이 위계질서를 갖추고 역할을 분담해 움직이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 법리에 따르면 조직의 일원으로 가입해 활동한 인출책·수거책은 사기죄와는 별도로 범죄단체가입죄·범죄단체활동죄로도 처벌될 수 있고, 그 형은 목적한 죄, 즉 사기죄에 정한 형(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그대로 적용받습니다.
대면 접촉, 위조 서류 제시, 접근매체 취급 여부가 늘어날수록 단순 가담이 아니라 조직적 사기범행의 일부로 평가됩니다.
4. 이득액과 조직 가담 정도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편취 금액이 누적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구간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반복해서 인출·수거에 관여한 경우, 개별 피해금액이 합쳐져 이득액으로 계산됩니다. 사기죄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인출책·수거책은 “며칠, 몇 차례만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은 통상 짧은 기간에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반복 범행하기 때문에, 가담 기간이 며칠에 불과하더라도 합산 피해액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반대로 가담 횟수가 한두 차례에 그치고 이득액이 크지 않으며, 조직의 구체적인 실체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방조범 인정이나 집행유예 선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초범인지, 가담 경위, 반환·합의 여부 등은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인출책이든 수거책이든 수사부터 재판까지 예외 없이 진행됩니다
조사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진술 방향이 사건 전체 결과를 좌우합니다.
보이스피싱 인출책·수거책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출석 요구 및 조사 → ②여죄·공범 관계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해당하거나 조직적 가담 정황이 뚜렷하면 구속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경찰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신의 가담 경위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 누구의 연락을 받고 어떤 방식으로 인출·수거 업무를 소개받았는지 관련 문자·메신저 대화를 확보합니다.
실제로 인출·수거한 금액과 횟수, 전달한 상대방과 방법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대가로 받은 보수의 액수와 지급 방식(일당·건당·비율 등)을 확인해, 단순 아르바이트로 오인했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읍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공범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공동정범과 방조범 중 어느 쪽으로 다퉈야 하는지, 초기 진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이스피싱 인출책·수거책 사건은 “나는 몰랐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억울함과, 실제로 조직적 사기범행에 가담했다는 법적 평가 사이의 간극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뜯긴 피해자 입장에서는 인출책·수거책이 붙잡히더라도 실제 편취금을 돌려받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반대로 인출·수거만 담당했던 가담자 입장에서도 “역할이 가벼웠으니 형도 가볍겠지”라는 기대와 달리 인식 정도와 반복 가담 여부에 따라 무거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저는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에서 피해자의 편취금 회수를 돕는 사건과, 인출책·수거책으로 조사받는 가담자를 변호하는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가 사건의 결론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를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공동정범과 방조범, 그 경계에서 결론이 갈릴 수 있는 사건일수록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는 하루만 인출책으로 일했는데도 처벌받나요?
A. 가담 기간이 짧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범행 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어도 범죄에 공동가공하려는 의사가 인식되면 고의를 인정하고 있어, 단 하루의 가담이라도 인식 정도에 따라 공동정범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수거책이 인출책보다 형량이 더 무거운가요?
A. 일률적으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수거책은 피해자와 직접 대면하고 위조 서류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실무상 공동정범으로 인정되거나 형이 무겁게 선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최종 형량은 가담 횟수·이득액·인식 정도를 종합해 사건별로 판단됩니다.
Q.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방조범이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나요?
A. 방조범으로 인정되더라도 형법 제32조에 따라 형이 필요적으로 감경될 뿐, 처벌 자체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식 정도가 낮고 가담 횟수가 적었다는 사정은 방조범 인정이나 양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접근매체(계좌·카드)를 넘겨준 적도 있는데 별도로 처벌받나요?
A. 예. 사기죄와 별도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적용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병과될 수 있습니다. 두 죄는 실체적 경합 관계로 함께 기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받은 돈이 얼마 안 되는데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반복된 인출·수거 행위가 포괄일죄로 묶이면 개별 회차의 금액이 아니라 합산된 이득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여러 차례 관여했다면 합산액이 5억원을 넘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Q. 조직의 실체를 전혀 몰랐다면 무죄가 될 수도 있나요?
A. 이론상 가능합니다. 다만 실제로는 보수의 지급 방식, 업무 지시 경위, 신분증 요구 여부 등 여러 간접사실을 종합해 인식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무죄를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공동정범과 방조범 중 어느 쪽으로 평가될지는 초기 진술 내용에 크게 좌우되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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