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인터넷 구직사이트나 문자로 온 “고액 알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 몰려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수거책분들 중 상당수는 “저는 시키는 대로 돈만 받아서 전달했을 뿐이다”, “수수료 몇십만 원 받은 게 전부인데 그게 무슨 큰 죄가 되겠나”라는 생각으로 조사에 응했다가, 막상 검찰이 피해금 전액에 대한 추징을 구형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현금수거책의 형사책임이 인정되는 기준과, 추징금이 실제로 누구에게 얼마나 부과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실제로 자신에게 귀속된 이익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수거책도 사기죄의 공범이 되는 이유, 추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수수료만 받은 경우와 전액을 추징당하는 경우가 어떻게 갈리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수거책도 미필적 고의만 있으면 사기죄의 공범이 됩니다
‘심부름만 했을 뿐’이라는 인식만으로는 형사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은 통상 콜센터 조직원, 현금수거책, 계좌관리책 등이 역할을 나누어 하나의 사기 범행을 완성하는 구조인데, 판례는 이런 역할분담형 범행을 공모공동정범으로 구성합니다.
대법원은 공모가 사전에 치밀한 모의를 거쳐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가 상통하기만 해도 성립한다고 봅니다. 특히 현금수거책의 경우, 전체 범행의 구체적 방법이나 조직 구조를 몰랐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하는 일’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만 있으면 고의가 인정됩니다.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고,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채용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근로관계라고 볼 수 있는지,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가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현금수거 횟수와 규모, 수거한 현금을 다시 넘길 때 제3자 명의를 사용했는지, 보수의 정도와 지급방식 등을 종합해 고의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당 받고 심부름했을 뿐”이라는 주장은 이런 정황과 배치되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시키는 대로 심부름했을 뿐’이라는 인식은, 미필적 고의를 부정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2. 추징은 원칙적으로 자신이 실제로 얻은 이익 범위에서만 이뤄집니다
전체 피해금이 아니라 본인이 실질적으로 챙긴 몫만 개별적으로 추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기죄는 법정형이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중대범죄’에 해당합니다. 이 법에 따르면 그 범죄행위로 생긴 재산이나 범행의 보수로 얻은 재산은 ‘범죄수익’으로서 몰수할 수 있고, 몰수가 곤란하면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조직원이 여럿일 때 이 추징을 누구에게, 얼마나 부과하느냐입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몰수·추징의 개별귀속 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추징의 범위는 범인이 실제로 취득한 이익에 한정된다. 수인이 공동하여 행위를 하였을 경우 그 범죄로 얻은 금품 그 밖의 재산을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공범자 각자가 실제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개별적으로 추징하여야 한다. 개별적 이득액을 알 수 없다면 전체 이득액을 평등하게 분할하여 추징하여야 하고, 공범자 전원으로부터 이득액 전부를 공동으로 연대하여 추징할 수 없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8도8657 판결).
이 판례는 성매매알선 사건에서 나온 것이지만, 몰수·추징이 부정한 이익을 박탈하는 제도라는 본질에서 나온 원칙이라 보이스피싱을 포함한 다른 조직적 재산범죄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즉 수거책이 손으로 거쳐 넘긴 피해금 총액이 아니라, 본인이 실제로 자기 몫으로 받은 수수료·일당 상당액이 원칙적인 추징 대상입니다.
전체 피해금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얻은 이익만 추징된다는 것이 대법원이 밝힌 원칙입니다.
3. 피해자에게서 받은 돈 자체는 추징이 아니라 피해환급 절차로 돌아갑니다
범죄피해재산은 국고로 몰수·추징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재산에 관한 죄로 피해자로부터 직접 취득한 재산, 즉 ‘범죄피해재산’은 애초에 몰수·추징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그 돈을 몰수해 국고에 귀속시키기보다,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런 돈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채권소멸절차, 피해환급이라는 별도 절차로 처리됩니다. 수거책이 넘긴 돈 자체는 이 절차를 거쳐 피해자에게 돌아갈 몫이지, 형사판결에서 수거책 본인에게 그대로 추징될 몫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는 ‘형사 추징을 면한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피해자는 사기 범행에 가담한 조직원과 수거책 전원을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손해 전액에 대해 연대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 추징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형사 추징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4. 그럼에도 수수료 이상으로 추징되거나 형이 무거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명목상 수수료라고 주장해도, 실제 자금 흐름과 보관 정황이 다르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개별귀속 원칙은 본인이 ‘실제로 얻은 이익’에 추징을 한정한다는 것이지, 스스로 “수수료였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그대로 인정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로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고단4232 판결에서는 같은 조직에 가담한 피고인들 중, 거액의 현금을 직접 보관·관리하며 실질적인 처분 권한을 행사한 피고인에게만 2억원의 추징이 선고되고, 단순 전달 역할에 그친 다른 피고인들에게는 별도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았습니다. 명목상 직책이나 스스로의 진술이 아니라, 실제로 돈을 얼마나 손에 쥐고 있었는지가 기준이 된 것입니다.
형량 측면에서도 유용한 이득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형이 무거워지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함께 병과될 수 있습니다.
수거 행위가 반복되면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번 소액을 수거했더라도 횟수가 쌓이면 특가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5. 검거부터 재판까지, 초기 대응 방식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수사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가 고의 인정과 추징 범위를 가릅니다.
현금수거책 사건은 통상 ①계좌추적이나 피해 신고를 계기로 수사기관이 인지해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고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로 송치되어 기소 여부가 결정되며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에서 고의 인정 여부와 추징 범위가 함께 심리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거나 이미 조사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채용 경위를 보여주는 구인 광고, 문자·통화 기록,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자신이 실제로 수거·전달한 금액과 횟수, 그리고 본인 몫으로 받은 수수료·일당 내역을 통장·메신저 기록으로 정리합니다.
수거한 현금을 상선에게 넘긴 시점과 방법(무통장입금 영수증, 이체내역 등)을 확보해 자신이 실질적으로 보유·처분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뒷받침할 자료를 준비합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사기죄 공모·고의 인정 여부와 추징 범위를 함께 다투는 전략을 세워야, 실질적인 방어가 가능합니다.
마치며
현금수거책 사건은 “나는 심부름만 했다”는 억울함과, 돈을 뜯긴 피해자의 절박함이 동시에 부딪히는 사건이라 초기 대응이 늦어지기 쉽습니다.
자금을 뜯긴 피해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신청과 피해환급 절차를 서두르는 것이 먼저입니다. 신고와 지급정지 요청이 빠를수록 회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수수료만 받고 가담한 쪽 입장에서도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경위로 일을 시작했는지, 자신이 얼마를 실질적으로 받았는지에 따라 고의 인정 여부와 추징 범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가담자의 형사 방어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추징액과 형량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수료 30만원만 받았는데 피해금 전액을 추징당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대법원은 추징의 범위를 범인이 실제로 얻은 이익에 한정하고 있어, 손을 거쳐간 피해금 전체가 아니라 본인이 실질적으로 챙긴 수수료 상당액이 추징 대상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실제 보관·처분 정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몰랐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쉽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현금수거책의 경우 전체 범행 내용을 몰랐더라도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에 대한 미필적 인식만 있으면 고의를 인정합니다. 채용 경위, 근로계약서 존재 여부, 보수 지급방식 등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피해자에게서 받은 돈은 왜 저한테 추징이 안 되나요?
A. 피해자로부터 직접 취득한 재산은 범죄피해재산으로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몰수·추징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신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지급정지·채권소멸 절차를 통해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Q. 그럼 저는 아무 책임도 없는 건가요?
A. 아닙니다. 형사 추징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사기죄 공범으로서의 형사처벌 자체는 별개이고, 민사적으로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해자에게 손해 전액에 대한 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통장에 남아 있는 수수료도 다 몰수되나요?
A. 본인이 보수로 실제 지급받아 보관 중인 금액은 범행의 보수로 얻은 재산에 해당해 몰수·추징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실제 수령액을 초과해 산정되지는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Q. 이미 조사를 받았는데 지금이라도 변호사를 선임하는 게 의미가 있나요?
A. 의미가 있습니다. 공모·고의 인정 여부와 추징 범위는 이후 수사·재판 단계에서도 다퉈볼 여지가 있고, 실제 수취 금액을 특정하는 자료를 정리해 제출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이득액이 크면 구속되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복된 수거 행위는 포괄일죄로 합산돼 이득액이 커질 수 있고,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