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합의하에 찍은 영상을 이별 후 안 지웠으면 소지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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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연인과 합의하에 찍은 영상을 이별 후 안 지웠으면 소지죄인가요 

김강희 변호사


연인과 합의하에 찍은 영상을 이별 후 안 지웠으면 소지죄인가요


사건 개요


김모씨(가명, 30대)는 3년 가까이 만난 연인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곤혹스러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교제 당시 서로 합의하에 촬영했던 영상을 아직도 휴대전화에 갖고 있느냐는 물음이었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헤어지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 정신없이 정리하다 보니 미처 지우지 못했고, "언젠가는 지워야지" 생각만 하며 며칠을 미뤄 둔 상태였습니다.

상대방은 "삭제하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왜 아직도 갖고 있느냐"며 성폭력처벌법상 소지죄로 고소하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김씨는 그 영상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거나 전송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휴대전화 갤러리 한 폴더에 남아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지우지 않고 갖고만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김씨는 두려움에 상담을 청해 왔습니다.

이런 상담은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촬영 당시에는 두 사람 모두 동의했던 영상이라도, 이별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문제로 번집니다. 그리고 그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 대부분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불안에 시달립니다.


핵심 쟁점


이 물음에 답하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구조부터 정확히 봐야 합니다. 제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를 촬영한 행위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제2항은 애초 동의 하에 촬영했더라도 사후에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행위를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된 제4항은 바로 이 두 조항, 즉 "제1항 또는 제2항"에 해당하는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여기서 실무상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제4항이 처벌하는 소지는 "아무 촬영물의 소지"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제1항(비동의 촬영물) 또는 제2항(사후 의사에 반해 반포된 촬영물)의 요건을 충족한 촬영물의 소지라는 점입니다. 김씨의 사례처럼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고, 이별 이후에도 그 영상을 누구에게도 전송·게시·전시하지 않았다면, 그 영상은 조문이 정한 제1항에도, 제2항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문언 그대로 보면 단순히 지우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는 상태 자체는 소지죄의 구성요건이 예정한 대상물에 해당하지 않아, 그것만으로 곧바로 소지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 실무 해석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건은 이렇게 깔끔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고소가 접수되면 수사기관은 우선 휴대전화를 포렌식하여 그 영상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전송되거나, 클라우드에 자동 백업되거나, 다른 저장매체로 옮겨진 이력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조금이라도 제3자에게 넘어간 흔적이 나오면 그 순간 사안은 제2항의 반포 문제로 성격이 바뀌고, 그 뒤의 소지는 제4항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또한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삭제를 요구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방치했다는 사정은, 그 자체가 소지죄의 성립 요건은 아니더라도 "정말 반포할 의사가 없었는지"를 수사기관이 의심하게 만드는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이 사안의 결과는 법 조문의 추상적 해석이 아니라, 반포 흔적이 없다는 사실과 삭제가 늦어진 경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소명하느냐에서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반포 흔적이 없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소명하기


소지죄가 성립하려면 문제의 촬영물이 제1항 또는 제2항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따라서 방어의 출발점은 "이 영상이 애초에 그 대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구체적 증거로 세우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1)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확보합니다.

제1항 해당 여부를 처음부터 차단하려면 촬영 당시 상대방이 동의했다는 정황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촬영 전후에 오간 대화 내용, 함께 촬영을 준비하거나 확인하는 모습이 담긴 메시지, 이후 두 사람이 그 영상을 함께 보며 나눈 대화 등을 찾아 정리합니다. 시간이 지나 대화방이 삭제됐다면 통신사나 메신저 사업자에게 로그 보존을 요청하는 절차부터 챙겨야, 뒤늦게 자료가 사라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전송·업로드 이력이 없다는 것을 포렌식으로 입증합니다.

제2항 해당 여부를 가르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넘어갔는가"입니다. 휴대전화의 전송 기록, 클라우드 동기화 설정과 백업 로그, 메신저의 파일 전송 내역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확인해, 해당 영상이 촬영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저장 기기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객관적 자료로 남깁니다. 만약 클라우드 자동 백업이 걸려 있었다면, 그 백업이 비공개 개인 계정으로만 이뤄졌고 제3자 접근이 불가능했다는 점까지 함께 확인해 반포의 고의 자체가 없었음을 뒷받침합니다.

3) 상대방 주장의 시점과 정황을 대조해 신빙성을 검토합니다.

고소인이 "삭제를 요구했는데 안 지웠다"고 주장하는 시점, 방식, 표현을 실제 메시지 기록과 대조합니다. 요구가 모호했거나, 이별 직후 감정적으로 오간 말 한마디에 불과했던 경우와 명확하고 반복적인 삭제 요구가 있었던 경우는 정황상 무게가 다릅니다. 이 대조 작업은 고의 여부를 다투는 데뿐 아니라, 이어지는 수사·조사 단계에서 진술 방향을 일관되게 세우는 토대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즉시 삭제·폐기로 형사 리스크 자체를 차단하기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다 해도, 영상을 계속 갖고 있는 상태 자체가 분쟁의 불씨입니다. 방어 논리를 세우는 것과 별개로,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조치를 병행해야 합니다.

1) 완전 삭제와 그 이력을 객관적으로 남깁니다.

단순히 휴지통에서 지우는 것으로는 복구 가능성이 남습니다. 전문 삭제 프로그램으로 기기 내 원본과 캐시, 클라우드 백업본, 다른 기기와 연동된 사본까지 전수 확인해 완전히 삭제합니다. 삭제 과정을 화면 녹화나 캡처로 남기거나, 필요하면 디지털포렌식 전문업체를 통해 삭제확인서를 발급받아 두면, 나중에 수사기관에 "더 이상 소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즉시 소명할 수 있습니다.

2) 일부 전송 이력이 확인되더라도 반포의 고의를 개별적으로 다툽니다.

포렌식 결과 예상과 달리 클라우드 자동 동기화나 기기 교체 과정에서의 데이터 이전 이력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그 전송이 촬영대상자 본인의 계정·기기로 이뤄졌는지, 제3자에게 실제로 열람 가능한 형태로 전달됐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집니다. 촬영대상자 본인만 접근 가능한 저장소로의 이동은 반포로 평가되기 어렵다는 점을 구체적 접근 경로와 함께 소명해, 사안이 제2항 반포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막습니다.

3) 조사 단계부터 진술 방향을 일관되게 준비합니다.

고소가 접수되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데, 이 초기 진술이 이후 불송치·불기소 판단에 큰 영향을 줍니다. 촬영 경위, 보관 목적, 삭제가 늦어진 구체적 이유, 삭제 완료 시점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자료를 미리 준비해 조사에 임하고, 필요하면 변호인과 함께 출석해 진술이 사실관계와 어긋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결론


합의 하에 촬영한 영상을 이별 후 곧바로 지우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소지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지죄는 어디까지나 비동의 촬영물이거나 의사에 반해 반포된 촬영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판단은 결국 반포 흔적의 유무와 삭제 경위에 대한 소명에 달려 있고, 그 소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고소를 통보받았거나, 상대방이 삭제를 요구해 왔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지금 시점에 남아 있는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어떤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남기고, 어떤 절차로 삭제를 진행해야 안전한지 지금 상황을 점검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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