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침대로 작업 중 화재, 구상금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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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지침대로 작업 중 화재, 구상금 책임은? 

강병권 변호사

승소

회사 지침대로 작업했는데 화재가 났다면, 작업자가 보험사 구상금까지 책임져야 할까요?

공장이나 산업현장에서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하면 큰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후 보험회사가 피해 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하고, 사고 당시 작업을 담당했던 사람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 중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작업자에게 곧바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험회사는 화재 당시 세척작업을 담당했던 피고의 과실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보험회사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1. 세척작업 중 발생한 화재, 보험회사는 피고의 책임을 주장했습니다

피고는 공장 도장동에서 크레인 부품 표면에 남아 있는 유분 등을 제거하기 위한 세척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는 신너와 고압분사용 세척기가 사용됐고, 작업 도중 화재가 발생해 공장 건물과 기계 등이 손상됐습니다.

피해 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회사는 이후 피고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보험회사는 피고가 세척작업을 하던 중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고, 따라서 피고가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했으므로 회사가 피고에게 갖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해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2. 피고는 회사가 정한 작업지침에 따라 작업했습니다

피고 측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피고의 과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사고 당시 피고가 임의로 세척방법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공장에는 회사가 작성한 도장작업지침이 비치돼 있었고, 그 지침에는 세척제로 신너를 사용하고 고압분사용 세척기를 이용하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회사가 작업에 필요한 설비와 재료를 제공했고 피고는 현장에 마련된 작업방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피고 측에서는 피고 개인이 위험한 방법을 임의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작업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3. 화재의 원인과 사고 이후 변경된 작업방법도 중요했습니다

화재 원인에 관한 조사자료에서는 고압분사용 세척기에서 세척액이 분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전기 방전 불꽃이나 이물질에 의한 기계적 마찰 불꽃 등이 점화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검토됐습니다.

또한 피고 측이 주목한 부분은 화재 이후 회사의 작업방법이 변경됐다는 점입니다.

사고 전에는 신너를 사용하면서 고압분사용 세척기를 이용하는 방식이 작업지침에 포함돼 있었지만, 사고 이후 작성된 운용방안에서는 신너를 이용한 세척 과정에서 고압 세척기 사용을 배제하고 신너 사용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변경됐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사고 당시 사용하던 작업방식 자체에 화재 위험성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됐습니다.

4. 보험자대위가 인정되려면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먼저 존재해야 합니다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사고와 관련된 사람에게 언제나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자대위가 인정되려면 먼저 보험금을 지급받은 회사가 제3자인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은 결국 ‘회사가 피고에게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회사의 작업지침에 따라 세척 신너를 고압분사용 세척기로 분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피고가 이와 같은 작업을 할 경우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작업지침을 따랐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화재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피고에게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5. 보험회사의 구상금 청구는 전부 기각됐습니다

결국 법원은 회사가 피고에게 화재사고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를 전제로 보험회사가 대위하여 행사할 권리 역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이에 법원은 보험회사의 구상금 청구를 전부 기각했고, 소송비용도 원고인 보험회사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당시 작업을 수행했던 사람에게 곧바로 모든 책임이 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회사가 작업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해 두었고 작업자가 그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면, 사고 당시의 작업지침과 장비 관리 상태, 안전설비의 설치 여부, 사고의 기술적인 원인, 작업자가 위험성을 실제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회사로부터 구상금 청구를 받은 경우에도 청구가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보험회사가 대위하려는 손해배상청구권이 처음부터 성립하는 사건인지부터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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