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텔레그램·디스코드 같은 온라인 대화방을 통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하 아청물)이 유포되는 사건이 늘면서, 그 대화방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 조사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 공범으로 지목되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이런 일로 상담을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나는 그냥 대화방에 있었을 뿐이다”, “파일을 직접 올리거나 내려받은 적은 없다”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정작 수사기관이 대화방 참여 이력만으로 공동정범이나 방조범 혐의를 적용하려 하면 당황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사건에서 단순한 대화방 참여와 실질적인 가담행위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화방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가 공범 성립 여부를 가릅니다.
아래에서는 대화방 참여가 어떤 경우에 공동정범·방조범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공범으로 지목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대화방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책임은 대화방 참여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실제로 한 행위로 결정됩니다.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배포부터 소지·시청까지 가담 형태를 폭넓게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사 실무에서는 대화방 서버나 계정을 압수수색해 참여자 명단을 확보하면, 그 안에서 각자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구분하기 전에 일단 참여자 전원을 조사 대상에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기서 "공범"으로 지목된다는 것은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 또는 제32조의 방조범(종범)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두 경우 모두 "그 사람이 대화방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각각 별도의 성립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화방을 실제로 운영하거나 파일을 직접 올린 사람과, 초대돼 들어가 있었을 뿐인 사람을 법원이 점점 더 엄격하게 구분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참여자 명단에 이름이 있다는 사정 자체는 수사의 단서일 뿐, 유죄의 근거가 아닙니다.
대화방에 있었다는 사실은 수사의 출발점일 뿐, 형사책임의 결론이 아닙니다.
2.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범죄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어야 합니다
공모가 있었다는 정황만으로는 부족하고, 범죄 완성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공동정범입니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두 사람 이상이 범죄를 함께 하겠다는 공동가공의 의사와, 실제로 그 범죄 실현에 기능적으로 행위를 분담했다는 사실, 이른바 기능적 행위지배가 모두 인정돼야 합니다.
대화방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다른 참여자가 올린 파일을 지켜보기만 하고 아무런 발언도, 요청도 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이 범죄 실현에 어떤 역할을 분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대화방 안에서 특정 파일을 요청하거나, 다른 참여자에게 파일을 전달·재배포하거나, 참여자 모집이나 대화방 운영을 도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행위가 확인되면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 모두가 인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대화방 참여를 넘어, 범죄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합니다.
3. 방조범이나 소지죄도 대화방 참여상태 유지만으로는 곧바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실제 지배·전달이 없는 단순 접속 유지를 소지로, 밀접한 기여가 없는 참여를 방조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32조의 방조범(종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가능하게 하거나 촉진·용이하게 하는 지원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대화방에서 아무 반응 없이 대화를 지켜본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최근 이 기준을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사건에 구체적으로 적용했습니다. 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3도5757 판결은 텔레그램 채널을 직접 운영하며 다른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게시한 행위는 성착취물 ‘배포’로 인정하면서도, 타인이 개설한 채널에 접속해 참여 상태만 유지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 등에 전달하거나 자신의 저장매체에 다운로드하는 등 실제로 지배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지는 않았다면, 이를 소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3도5757 판결).
또 다른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3. 10. 18. 선고 2022도15537 판결)도,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행위를 도와준 데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방조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실질적 기여가 확인되지 않은 참여자에 대해 방조 성립을 부정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판례들이 “대화방에 있으면 무조건 무죄”라는 뜻은 아닙니다. 파일을 내려받아 저장했거나, 자신의 기기나 채널로 전달했다면 소지·배포로 평가될 여지가 여전히 큽니다.
대화방 참여상태를 유지한 사실만으로는 소지·방조 어느 쪽도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다운로드·전달·요청 등 구체적 행위가 확인되면 결론은 달라집니다.
4. 정범인지 종범인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공범’이라도 공동정범이면 정범과 같은 형, 방조범이면 감경된 형을 받습니다.
아청법 제11조는 가담 형태에 따라 형량 구간을 촘촘하게 나누고 있습니다. 제작·수입·수출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영리를 목적으로 한 판매·대여·배포·제공 등은 5년 이상의 징역, 배포·제공이나 그 목적의 광고·소개·전시·상영은 3년 이상의 징역, 단순 구입·소지·시청은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화방 참여자가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형법 제30조에 따라 실제 파일을 올린 사람과 “같은 죄의 정범”으로 처벌됩니다. 반면 방조범(종범)으로만 인정되면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됩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에 “공범”으로 지목됐을 때, 그것이 공동정범을 염두에 둔 것인지 방조범을 염두에 둔 것인지, 그리고 소지·배포·제작 중 어느 항을 적용하려는 것인지에 따라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처벌 수위가 전혀 다른 구간에 놓이게 됩니다.
‘공범’이라는 말 하나로 뭉뚱그려지지만, 정범인지 종범인지에 따라 실제 형량은 전혀 다른 구간에 놓입니다.
5. 대화방 기록부터 정리해야 조사 단계에서 불리해지지 않습니다
압수수색 이후 절차를 이해하고 자신의 참여 내역부터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대화방을 통한 아청물 사건은 통상 ①대화방 서버·계정 압수수색 및 참여자 특정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참고인 또는 피의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혐의가 소지·시청 수준을 넘어 배포·제작으로 확대되면 구속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공범으로 지목돼 조사를 받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부인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신의 참여 내역부터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방 참여 시점·기간,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실제로 올리거나 내려받거나 전달한 파일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대화방에서 오간 대화 내용 중 자신이 작성한 메시지(요청·응답·반응 등)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휴대폰·PC 등 자신이 관리하는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이 실제로 저장돼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경위로 들어왔는지 확인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사건 방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공동정범인지 방조범인지, 나아가 애초에 소지·배포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가 있었는지부터 짚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대화방 하나 때문에 인생이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작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유포·소지한 쪽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위가 정확히 어느 조항, 어느 형량 구간에 해당하는지부터 냉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반대로 단지 대화방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으로 지목된 쪽 입장에서도, 감정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자신의 참여 내역과 실제 행위를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 공동정범·방조범의 성립요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조목조목 밝히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저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사건에서 실제로 파일을 유포·소지한 쪽과, 대화방 참여만으로 공범으로 지목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공범’이라는 딱지 안에서도 결론이 전혀 다르게 갈리는 사례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공범으로 지목돼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화방에 있었을 뿐인데 경찰에서 출석 요구가 왔습니다. 바로 공범으로 기소되나요?
A. 출석 요구는 조사의 시작일 뿐 기소나 유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화방 참여 사실만으로는 공동정범·방조범 어느 쪽 요건도 자동으로 충족되지 않으므로, 조사 전에 자신의 실제 행위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파일을 내려받지 않고 화면으로 보기만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아청법 제11조 제5항은 시청 자체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다만 대법원은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지 않은 단순 접속 유지는 소지로 보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어, 실제로 시청했는지·저장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Q. 다른 사람이 대화방에 파일을 올렸는데 저는 아무 반응도 안 했습니다. 그래도 방조가 되나요?
A. 방조가 성립하려면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실적 기여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런 반응·요청 없이 지켜보기만 한 경우라면 방조 성립 가능성은 낮아지지만, 사안마다 구체적 정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공동정범과 방조범, 어느 쪽으로 기소되느냐에 따라 형량이 얼마나 달라지나요?
A. 공동정범이면 형법 제30조에 따라 실제 행위자와 같은 죄의 정범으로 처벌되지만, 방조범이면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느 쪽으로 인정되느냐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Q. 대화방에서 파일을 요청만 하고 실제로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되나요?
A. 요청 행위 자체가 공동가공의 의사나 방조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파일을 받았는지와 별개로, 요청 사실 자체가 수사기관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닙니다.
Q. 조사를 앞두고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대화방 참여 경위와 실제 행위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이후 공동정범·방조범 판단 방향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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