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보증이행금을 받으면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았으니 임차권등기는 필요 없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러나 보증기관의 지급과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은 법률상 같은 행위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2025년 결정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계약에 따라 임차인에게 보증금 상당액을 지급했더라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한 것은 아니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실제 등기 유지·말소와 채권 회수는 보증약관과 공사의 안내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 보증기관 지급과 임대인 반환은 다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은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임차인이 돈을 받았는지가 아니라 누가 어떤 법률관계에 따라 지급했는지입니다.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에 따른 반환채무를 이행하면 보증금반환채권은 그 범위에서 소멸합니다.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임차인과 맺은 반환보증계약에 따라 보증이행금을 지급하는 것은 공사가 자신의 보증의무를 이행하는 것입니다. 임대인의 반환채무를 임대인이 직접 이행한 것과는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대법원 2025. 4. 15. 자 2024마8598 결정은 바로 이 차이를 확인했습니다. 공사가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 상당액을 지급했어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한 것은 아니므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요건인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대법원 결정은 무엇을 인정했을까요
해당 사건의 임차인은 임대차 종료 후 임차권등기를 마치고 퇴거한 뒤 공사로부터 보증금 상당액을 지급받았습니다. 이후 기존 임차권등기의 집행 해제를 신청해 등기가 말소되었고, 다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습니다. 원심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 주택 점유를 잃었더라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이상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여기에 공사의 보증이행은 임대인을 대신한 보증금 반환이 아니라 보증계약에 따른 의무 이행이라는 점을 더했습니다.
따라서 ‘HUG에서 돈을 받았으니 임차권등기 신청은 언제나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결정은 구체적인 사건의 신청요건을 판단한 것이므로, 모든 보증상품과 모든 절차에서 임차인이 등기를 마음대로 유지하거나 말소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 지급 뒤에는 권리관계가 바뀔 수 있습니다
보증기관이 보증이행금을 지급하면 약관과 법률에 따라 임대인에 대한 반환채권을 대위 행사하거나 채권 관련 서류를 넘겨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임대인에게 돈을 청구하고 경매·배당 절차를 진행하는 주체와 범위가 지급 전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임차인은 보증이행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인에게 같은 원금 전액을 다시 청구할 수 없습니다. 실제 미지급 항목이 보증 대상 원금인지, 보증에서 제외된 금액인지, 지연손해금이나 비용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공사가 지급한 범위와 임차인에게 남은 권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청구하면 중복 청구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증이행 시 작성한 대위변제증서, 채권양도 관련 서류, 공사의 안내문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임대인이 일부를 직접 지급했다면 그 시점과 금액도 공사에 알려 정확한 채권 범위를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 임차권등기를 임의로 말소하지 마세요
보증이행금을 받기 전후에 임대인이 “이미 돈을 받았으니 임차권등기를 지워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차권등기는 보증기관이 임대인에게 구상하거나 경매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공사의 동의 없이 말소하면 보증약관상 협력의무나 권리보전 요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이행 안내도 임차권등기를 마친 뒤 임의로 말소하지 말고 공사의 확인을 받도록 주의를 줍니다. 보증상품마다 청구요건과 제출서류, 지급 후 절차가 다를 수 있으므로 기존 등기의 말소, 집행 해제 또는 재신청을 하기 전에 담당 부서의 서면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말소서류를 임대인에게 먼저 교부하거나 단순한 구두 약속만 믿고 신청을 취하하는 것도 신중해야 합니다. 등기부상 권리보전 상태가 실제로 바뀌면 이후 회수절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보증이행 전후로 확인할 항목입니다
먼저 보증서에서 상품명, 보증기간, 보증금액과 주채무자를 확인합니다. 다음으로 임대차 종료 통지가 적법하게 도달했는지, 보증사고 요건이 성립했는지, 전입과 점유 및 확정일자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는지 확인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다면 신청서나 결정문만으로 등기가 완료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등기사항증명서에서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기재된 것을 확인하고, 공사가 요구하는 서류와 시점을 맞춰야 합니다. 전출이나 주택 인도 시점도 보증이행 담당자의 확인 없이 앞당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증이행금을 받은 뒤에는 지급결정서와 입금내역, 대위변제 관련 서류를 보관합니다. 임대인에게 남아 있는 채권을 누가 어떤 범위에서 행사하는지, 배당요구나 경매 대응을 누가 담당하는지, 임차권등기를 언제 말소할 수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 판례와 보증절차를 함께 봐야 합니다
대법원 결정은 보증기관의 지급이 곧바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과 같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HUG 보증이행 후에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요건이 남을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등기가 말소된 뒤 재신청이 문제되거나, 퇴거 후 권리보전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러나 판례상 신청 가능성과 보증약관상 협력의무는 별개의 층위입니다. 신청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등기의 유지·말소 시점을 독자적으로 정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사가 대위 취득한 권리를 해치면 보증이행이나 사후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증이행 전에는 임차권등기 완료와 대항력·우선변제권 유지 여부를 확인하고, 지급 후에는 채권이전 범위와 등기 처리 지시를 확인해야 합니다. ‘돈을 받았으니 모두 끝났다’고 보기보다 임대인의 미이행, 보증기관의 지급, 대위권 행사와 등기 유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순서대로 점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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