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에 무고로 고소 안 한다는 조항 넣어도 되나요
합의서에 무고로 고소 안 한다는 조항 넣어도 되나요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고소/소송절차

합의서에 무고로 고소 안 한다는 조항 넣어도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형사사건 합의서를 주고받는 자리에서, “앞으로 무고로 고소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합의서에 넣어도 되는지 묻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조항 하나만 넣으면 나중에 무고로 되치기당할 일은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합의서 문구에만 신경을 씁니다. 그런데 막상 합의가 틀어지고 상대방이 실제로 고소장을 접수하면, “분명 합의서에 안 하기로 써놨는데 왜 수사가 진행되느냐”며 당황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법원과 수사 실무의 태도를 보면, 무고죄는 사인 간 합의로 처분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라는 원칙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합의서에 어떤 표현을 쓰든, 국가의 형사소추권 자체는 그 문구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아래에서는 합의서에 무고 불고소 조항을 넣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지, 그 효력은 어디까지 미치는지, 그리고 조항을 쓸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합의서에 무고로 고소하지 않는다는 조항, 넣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당사자는 합의서에 원하는 조항을 자유롭게 넣을 수 있습니다.

형사사건이 합의로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합의서에는 손해배상액이나 처벌불원 의사뿐 아니라 여러 부수 조항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 사건과 관련하여 향후 무고로 고소하지 않는다”는 조항입니다.

이런 조항이 등장하는 배경은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합의금을 지급하고 처벌불원서까지 받았는데도, 이후 수사나 재판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으면 “애초에 허위 신고였다”며 상대방을 무고로 맞고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소인 측에서는 이런 상황을 미리 막고 싶어 하고, 그 결과 합의서에 무고 불고소 조항을 넣자는 요구가 나옵니다.

민법상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들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합의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특정 사안에 관하여 상대방을 무고로 고소하지 않겠다”는 약정 자체는 문언만 놓고 보면 당사자 사이의 부작위 의무를 정한 것에 불과해, 원칙적으로 합의서에 담는 것 자체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합의서에 무고 불고소 조항을 넣는 것 자체는 계약자유의 원칙상 가능합니다.


2. 다만 그 조항이 국가의 수사와 기소까지 막지는 못합니다

무고죄는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보호하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156조는 무고죄를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처벌하는 범죄로 규정합니다. 겉보기에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무고죄가 보호하는 것은 무고를 당한 사람의 이익뿐 아니라 국가의 형사사법권이 허위 신고로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는 공익입니다.

이 때문에 무고죄는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닙니다. 무고를 당한 사람이 직접 고소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이 다른 경로로 허위 신고 정황을 인지하면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고, 합의서에 어떤 문구가 있는지는 그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156조).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정해 국가소추주의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공소제기와 수사개시 여부는 검사와 수사기관의 권한이지 사인이 처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합의서에 “무고로 고소하지 않는다”고 적어 두어도 그 문구가 수사기관의 수사권이나 검사의 기소권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습니다.

무고죄는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보호하는 범죄여서, 합의서 문구만으로 수사와 기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3. ‘처벌불원’ 조항과 ‘무고 불고소’ 조항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처벌불원은 이 사건 자체의 소송조건에 영향을 주지만, 무고 불고소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별개의 범죄에 대한 사전 약정입니다.

형사합의서에서 자주 함께 쓰이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무고로 고소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 성격이 다릅니다.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반의사불벌죄에서는 소추 자체를 막는 소송조건이 되고, 친고죄에서는 고소 취소와 같은 효력을 가져 사건 진행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반면 무고 불고소 조항은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이 아니라, 상대방이 장래에 저지를 수도 있는 별개의 범죄, 즉 무고죄에 대해 미리 “고소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아직 성립 여부조차 정해지지 않은 범죄에 대한 사전 포기 약정이라는 점에서,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표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민법 제103조).

조항 문구가 “이 사건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이유로도 일체의 형사적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면, 정당한 권리행사인 고소·고발 자체를 봉쇄하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위 조항에 따라 그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이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에 기한 고소는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상을 특정하면 다툼의 여지가 줄어듭니다.

처벌불원과 무고 불고소는 법적 효과가 다르고, 무고 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면 그 자체가 무효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4. 실제로 허위 신고였다면, 조항이 있어도 무고죄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무고죄는 신고 내용의 허위성과 고의가 인정되면 조항의 존재와 무관하게 성립합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이어야 하고, 신고자가 그 허위성을 인식하면서도 상대방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했어야 합니다. 신고자가 신고 당시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다면, 나중에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밝혀지더라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요건이 갖춰지면 무고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무거운 범죄입니다. 합의서에 불고소 조항이 있었다는 사정은 형사처벌 여부를 좌우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합의를 어겼다는 정황으로만 참작될 뿐입니다.

반대로 조항을 넣으면서 “이 조항이 있으니 상대방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무고로 고소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강하게 표현하거나, 합의금 지급의 조건으로 이를 강하게 압박하듯 요구하면 오히려 강요나 공갈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 조항 문구의 수위는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5. 조항을 넣기 전, 이런 순서로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합의서 문구를 정하기 전에 실제 분쟁이 벌어졌을 때의 절차부터 그려봐야 합니다.

합의서에 무고 불고소 조항을 넣었는데도 상대방이 실제로 고소장을 접수하면,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수사 개시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되는 경우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항의 존재는 이 절차 자체를 막지 못하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참작되는 여러 정황 중 하나로만 작용합니다.

그렇다고 조항을 넣는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위반 시 손해배상 책임을 명확히 해두면 실제 분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조항 문구가 구체적일수록 나중에 합의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자료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 이런 조항을 넣을지 고민 중이라면 아래 순서로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조항이 다루는 대상이 ‘이 사건 자체의 처벌불원’인지 ‘상대방의 장래 무고 행위에 대한 불고소’인지부터 구분합니다.

  2. 조항을 위반했을 때 손해배상 등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 구체적인 문구로 명시합니다.

  3. 실제로 허위 신고에 해당할 만한 정황과 증거가 있는지를 별도로 정리해 둡니다.

이 세 가지를 먼저 정리한 뒤 변호사의 검토를 거쳐 문구를 확정하면, 합의서가 실제 분쟁에서도 제 역할을 하도록 합의의 실효성과 향후 분쟁 대응력을 함께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합의서에 무고 불고소 조항을 넣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은, 대개 이미 한 차례 갈등을 겪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닥난 뒤입니다. 그래서 문구 하나만 넣으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정작 그 조항이 어디까지 효력이 있는지는 따져보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조항을 요구하는 고소인 입장에서는, 합의 이후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무고 맞고소를 반복하는 상황을 막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조항만 믿고 이후 증거 정리를 소홀히 하면, 실제로 무고 고소를 당했을 때 대응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항에 서명해야 하는 피고소인 입장에서도, 이 조항이 있다고 무고죄로 고소할 권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허위 신고 정황이 뚜렷하다면, 조항과 무관하게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형사합의서 작성 실무와 무고 사건 대응을 함께 다뤄온 변호사로서, 조항 문구 하나의 차이가 실제 분쟁에서 결과를 좌우하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해 왔습니다.

합의서에 넣는 문구가 실제로 어떤 효력을 갖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서명 전에 반드시 검토받으시기 바랍니다. 그 판단이 필요한 순간,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합의서에 무고 조항을 넣으면 상대방은 절대 저를 고소할 수 없나요?

A. 아니요. 조항은 당사자 사이의 부작위 약정에 불과해 위반 시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 실제로 허위 사실 신고가 있었다면 수사기관은 조항과 무관하게 수사·기소할 수 있습니다.

Q. 합의서에 서명했는데 상대방이 실제로 무고로 고소했습니다. 조항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나요?

A. 조항 위반 자체가 형사처벌 사유는 아니고, 합의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합의금 반환 특약이 있다면 그 이행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고소가 허위 사실에 기초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아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조항 문구는 어떻게 써야 실효성이 있나요?

A. “이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에 기한 고소 등 부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처럼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위반 시 손해배상 예정액을 명시하는 것이 실무상 도움이 됩니다.

Q. 처벌불원 조항과 무고 불고소 조항은 같은 건가요?

A. 다릅니다. 처벌불원은 이 사건 자체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로 소송조건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무고 불고소 조항은 상대방이 저지를 수도 있는 별개의 범죄에 대한 사전 약정이라 국가의 소추권을 구속하지 못합니다.

Q. 이런 조항을 요구하면 오히려 제가 불리해질 수 있나요?

A. 조항 문구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정당한 신고까지 막으려는 취지로 읽히면, 선량한 풍속에 반해 무효로 다투어지거나 합의의 진정성·강요 여부를 둘러싼 다툼의 빌미가 될 수 있어 문구 설계에 신중해야 합니다.

Q.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A.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이어야 하고, 신고자가 그 허위성을 인식하면서도 상대방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했어야 합니다.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믿었다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르더라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Q. 변호사 없이 이런 조항을 넣은 합의서를 써도 되나요?

A. 가능은 하지만, 조항의 효력 범위와 위반 시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분쟁이 재발할 수 있어 합의서 작성 단계부터 변호사 검토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