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비밀유지명령 — 소송에 낸 기술자료 유출을 막고 위반 시 처벌까지
영업비밀 비밀유지명령 — 소송에 낸 기술자료 유출을 막고 위반 시 처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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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비밀유지명령 — 소송에 낸 기술자료 유출을 막고 위반 시 처벌까지 

강대현 변호사

거래처와의 기술유출 분쟁이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는 회사가 지켜온 핵심 기술자료를 준비서면이나 증거로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생깁니다. 문제는 그렇게 제출한 자료를 소송 상대방과 그 소송대리인도 함께 열람하게 된다는 점이고, 소송이 끝난 뒤 그 정보가 경쟁사의 제품 개발이나 영업 전략에 흘러 들어갈 위험은 그대로 남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법원이 소송 중 드러난 영업비밀을 소송 목적 외로 쓰지 못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비밀유지명령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비밀유지명령을 언제, 어떤 요건으로 신청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명령을 어기면 실제로 어떤 처벌을 받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영업비밀 소송에 낸 자료, 왜 새어나갈 위험이 있나

민사소송은 당사자 쌍방이 서로의 증거와 주장을 확인할 수 있어야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하거나 반대로 방어하려면 결국 문제가 된 기술자료·설계도면·생산공정 매뉴얼 같은 영업비밀 자체를 준비서면에 담거나 증거로 제출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가 제출한 자료를 피고와 그 소송대리인이, 반대로 피고가 제출한 자료를 원고 측이 그대로 열람하게 됩니다. 소송 당사자가 곧 같은 업종의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인 경우가 흔하다는 점에서, 이 열람 자체가 새로운 유출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소송이 끝난 뒤입니다. 소송 중 알게 된 정보를 상대방이 소송 목적과 무관하게 자사 제품 개발이나 영업 전략에 활용해도, 별도의 장치가 없다면 이를 사후에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보증금이나 손해배상처럼 사후에 금전으로 회복할 수 있는 손해가 아니라, 한번 퍼지면 기술 자체의 가치가 사라지는 특성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소송을 통해 권리를 지키려다가 오히려 소송 절차 자체가 유출 경로가 되는 역설이 생기는 셈이고, 이 역설을 줄이기 위해 부정경쟁방지법은 소송 중 제출되는 영업비밀을 별도로 보호하는 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영업비밀 소송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주장을 증명할 수 없고, 제출하면 상대방에게 그대로 노출된다 — 이 딜레마를 줄이기 위한 장치가 비밀유지명령이다.

비밀유지명령이란 — 어떤 소송에서 신청할 수 있나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4 제1항은 법원이 일정한 소송에서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비밀유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신청 대상이 되는 소송은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소송, 지리적 표시 부정사용행위(제3조의2 제1항·제2항)에 관한 소송, 그리고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한 영업상 이익의 침해에 관한 소송 세 가지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활용되는 것은 세 번째, 즉 기술유출이나 영업비밀 침해를 다투는 소송입니다.

비밀유지명령은 소송이 이미 계속 중임을 전제로 합니다. 아직 소를 제기하기 전이거나,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 없는 단계에서는 신청할 수 없습니다. 실무상으로는 준비서면에 영업비밀을 기재하기 직전, 또는 감정·검증 등 증거조사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드러날 것이 예상되는 시점에 맞춰 미리 신청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료를 이미 제출한 뒤에 신청해도 명령 자체는 유효하지만, 그 사이 상대방이 이미 열람해 버린 부분까지 소급해서 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비밀유지명령은 소를 제기하기 전이 아니라 소송이 진행 중일 때, 영업비밀이 준비서면이나 증거로 이미 제출됐거나 제출될 예정인 상황에서 신청하는 절차다.

비밀유지명령 신청 요건 — 무엇을 소명해야 하나

제14조의4 제1항은 신청인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소명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이미 제출했거나 앞으로 제출해야 할 준비서면, 또는 이미 조사했거나 조사해야 할 증거에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둘째, 그 영업비밀이 해당 소송을 수행하는 목적 외로 사용되거나 공개될 경우 당사자의 영업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야 합니다. 두 요건 모두 '소명'으로 충분해 증명까지는 필요 없지만, 법원이 수긍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자료를 갖추어야 합니다.

  • 요건① — 준비서면·증거·조사기록에 영업비밀이 실제로 포함되어 있을 것(아직 제출 전이라도 제출 예정이면 인정)

  • 요건② — 그 영업비밀이 소송 목적 외로 쓰이거나 공개되면 당사자의 영업에 지장이 생길 우려가 있을 것

  • 소명자료 예시 — 해당 정보를 영업비밀로 관리해 온 내부 규정·접근권한 기록, 경쟁사에 넘어갈 경우 예상되는 구체적 피해

여기서 실무상 놓치기 쉬운 함정이 있습니다. 대법원 2015. 1. 16.자 2014마1688 결정은, 상대방이 신청 시점에 이미 준비서면 열람이나 증거조사가 아닌 다른 경로로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고 있었다면 비밀유지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소송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는 정보가 아니라면, 비밀유지명령으로 통제할 실익 자체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신청 전에 상대방이 문제된 정보를 이미 다른 경로로 알고 있었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비밀유지명령을 받는 사람과 그 효력 — 무엇을 금지하나

비밀유지명령은 신청인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 쪽 관계자를 대상으로 발령됩니다. 대상은 다른 당사자(법인이면 그 대표자), 당사자를 위해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 그 밖에 그 소송으로 인해 영업비밀을 알게 된 사람입니다. 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이면 결정으로 명령을 내리고, 그 결정서를 명령을 받는 사람에게 송달합니다. 명령의 효력은 결정서가 상대방에게 송달된 시점부터 발생합니다.

명령의 내용 자체는 단순합니다. 명령을 받은 사람은 그 영업비밀을 해당 소송을 계속 수행하는 목적 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명령을 받지 않은 제3자에게 공개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소송에서 반박이나 상소를 준비하는 데 쓰는 것은 허용되지만, 같은 정보를 자사 제품 개발에 참고하거나 영업 자료로 돌리는 것은 명령 위반이 됩니다. 명령은 그 소송이 끝난 뒤에도 별도로 취소되지 않는 한 계속 유지됩니다.

비밀유지명령이 금지하는 것은 '그 소송을 벗어난 사용과 공개'다 — 소송 수행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자료를 열람하고 활용하는 것 자체를 막는 제도가 아니다.

비밀유지명령 위반 시 처벌 — 5년 이하 징역, 친고죄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의4는 정당한 사유 없이 비밀유지명령을 위반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형량은 국내에서 위반한 경우뿐 아니라 국외에서 위반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이 죄는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한 사람의 고소가 없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친고죄입니다. 신청인이 위반 사실을 알고도 고소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위반이 확인되면 형사처벌과 별도로 민사상 대응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명령을 어기고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개한 행위가 영업비밀 침해행위 자체에도 해당한다면, 침해금지청구나 손해배상청구를 추가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형사 절차는 고소가 전제이므로, 위반 정황을 포착한 즉시 사용·공개 정황을 보여주는 이메일이나 거래내역, 제품 자료 등을 확보해 두는 것이 이후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모두에 필요합니다.

  • 처벌 —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의4)

  • 소추조건 —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한 사람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 가능(친고죄)

  • 병행 가능한 조치 —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하면 침해금지청구·손해배상청구를 별도로 제기

비밀유지명령의 취소 — 요건이 사라지면 신청할 수 있다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한 사람이나 명령을 받은 사람 모두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14조의4 제1항이 정한 요건, 즉 영업비밀이 준비서면·증거에 포함되어 있다는 요건이나 소송 목적 외 사용·공개 시 영업에 지장을 줄 우려라는 요건을 애초에 갖추지 못했거나, 나중에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가 취소 신청의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소송이 진행되며 그 정보가 더 이상 영업비밀로서 가치를 갖지 않게 되었다면 취소 신청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취소 신청은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에, 그 법원이 없으면 애초에 비밀유지명령을 내린 법원에 합니다.

취소 여부를 정하는 재판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취소재판은 확정되어야 비로소 효력이 생깁니다. 취소 결정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명령의 구속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항고기간이 지나거나 항고심 결과까지 나와 확정된 뒤에야 비밀유지명령의 효력이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그 전까지는 여전히 명령을 지켜야 하므로, 취소가 확정됐는지를 반드시 확인한 뒤에 자료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소송기록 열람과의 관계 — 비밀유지명령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비밀유지명령은 소송관계인 각자의 사용·공개를 금지하는 장치이지, 법원이 보관하는 기록 자체에 대한 제3자의 열람을 막는 장치는 아닙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6은 이 공백을 보완합니다. 비밀유지명령이 내려진 소송에서 비밀보호를 위한 열람 등 제한 결정이 함께 있었던 경우, 그 소송에서 비밀유지명령을 받지 않은 사람이 비밀이 기재된 부분의 열람을 신청하면 법원사무관 등은 그 사실을 열람제한을 신청한 당사자에게 즉시 알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비밀유지명령 신청과 함께, 소송기록 중 영업비밀이 담긴 부분에 대해 별도로 열람·복사를 제한해 달라는 신청을 함께 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밀유지명령만 받아두고 기록 열람제한을 따로 신청하지 않으면, 그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법원에 기록 열람을 청구했을 때 영업비밀이 담긴 부분까지 노출될 위험이 남기 때문입니다. 두 절차를 함께 챙겨야 비로소 소송 중 제출한 영업비밀이 실질적으로 보호됩니다.

비밀유지명령은 '이미 열람한 사람'의 이후 사용을 막는 장치이고, 기록 열람제한은 '앞으로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 자체를 좁히는 장치다 — 두 제도는 서로 다른 위험을 막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밀유지명령은 소를 제기하기 전에도 신청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비밀유지명령은 이미 진행 중인 소송에서 준비서면이나 증거에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거나 포함될 예정임을 전제로 하므로, 소 제기 전 단계에서는 신청할 수 없습니다. 소를 제기한 뒤 자료를 제출하기 전에 미리 신청해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상대방이 이미 그 기술을 알고 있었다면 비밀유지명령을 받을 수 없나요?

A. 그렇습니다. 상대방이 신청 시점에 준비서면 열람이나 증거조사가 아닌 다른 경로로 이미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고 있었다면, 그 소송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는 정보가 아니므로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비밀유지명령을 위반했는데 신청인이 고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비밀유지명령 위반죄는 친고죄이므로 신청인의 고소가 없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위반행위가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한다면 침해금지청구나 손해배상청구는 고소와 무관하게 별도로 제기할 수 있습니다.

Q. 소송이 끝나면 비밀유지명령도 자동으로 없어지나요?

A. 아닙니다. 비밀유지명령은 소송 종료와 별도로 취소 결정이 확정되어야 효력을 잃습니다. 소송이 끝났더라도 취소를 신청해 확정받기 전까지는 여전히 사용·공개 제한을 지켜야 합니다.

Q. 비밀유지명령만 받아두면 제3자가 소송기록을 열람할 위험도 막을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비밀유지명령은 소송관계인의 이후 사용·공개를 금지할 뿐 법원 기록에 대한 제3자의 열람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기록 중 영업비밀이 담긴 부분의 열람·복사를 제한해 달라는 신청을 별도로 함께 해두어야 합니다.

Q. 비밀유지명령 신청은 누가 할 수 있나요?

A. 영업비밀을 보유한 당사자, 즉 소송에서 그 정보를 제출해야 하는 쪽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원고든 피고든 자신이 보유한 영업비밀이 준비서면이나 증거에 포함될 상황이라면 신청 자격을 가집니다.

맺음말

영업비밀 침해나 기술유출을 다투는 소송에서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주장을 증명할 수 없고, 제출하면 상대방에게 그 내용이 노출된다는 딜레마가 항상 따라붙습니다. 비밀유지명령은 이 딜레마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적어도 상대방이 그 소송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다른 목적에 쓰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못박아 두는 장치입니다. 신청 요건 소명과 신청 시점, 그리고 기록 열람제한까지 함께 챙겨야 실질적인 보호로 이어집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제조업체 간 기술유출이나 협력업체와의 계약분쟁이 소송으로 번지면서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습니다. 소송에 낼 자료 중 어디까지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신청 요건을 어떻게 소명할지는 사안마다 달라 미리 점검이 필요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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