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입건되면 형량을 좌우하는 것은 압수량만이 아니라 그 마약의 '가액'입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11조는 가액이 500만원 이상이냐 5천만원 이상이냐에 따라 형량 구간 자체가 달라지도록 규정하고 있어, 가액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무기징역이 걸린 구간에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액은 실제로 얼마를 주고 샀는지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국내도매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왜 실제 구입가가 아니라 도매가격을 쓰는지, 그 도매가격은 어떻게 계산되는지 모르면 수사기관이 제시한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기 쉽습니다. 이 글에서는 특가법상 마약 가액 산정의 원칙과 그 근거, 그리고 실무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다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특가법 제11조 — 마약 가액이 형량 구간을 가르는 기준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하면 원칙적으로 마약류관리법 자체의 처벌조항이 적용되지만, 관련된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의 가액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11조가 적용되어 형량이 대폭 올라갑니다. 특가법 제11조 제2항은 마약류관리법이 정한 마약·향정신성의약품 관련 죄를 범한 경우, 그 마약의 가액에 따라 처벌 구간을 나눕니다. 가액이 5천만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가액이 500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이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두 구간 모두 하한이 무기징역과 나란히 규정돼 있어, 마약류관리법 자체의 처벌조항보다 형량 폭이 훨씬 넓고 무겁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압수된 마약의 양이나 순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확정되는 반면, 그 '가액'을 얼마로 볼 것인가는 계산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압수량이 같더라도 가액을 4,800만원으로 보느냐 5,200만원으로 보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처벌 구간의 하한이 3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뛰어오릅니다. 그래서 마약 사건에서 변호인의 방어는 압수량 자체를 다투기보다, 그 압수량에 어떤 가액을 매길 것인가를 다투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액이 문턱값 근처에 있는 사건일수록 이 다툼의 실익이 커집니다.
특가법 제11조 제2항은 마약 가액 5천만원과 500만원을 기준으로 처벌 구간을 나눈다 — 같은 압수량이라도 가액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형량의 하한이 달라진다.
가액은 왜 '실제 산 값'이 아닌가 — 대법원이 도매가격을 택한 이유
실제로 얼마를 주고 마약을 샀는지가 곧바로 가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도352 판결은 특가법 제11조 제2항의 '가액'을 산정할 때, 국내에 객관적인 암거래 시세가 형성돼 있지 않고 실제 구매가격도 국제시세 등 가변적 요소에 따라 변동이 심한 경우에는 정상적인 유통과정에 의하여 형성된 국내도매가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실제 구입가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그 값이 지나치게 우연적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종류, 같은 양의 마약이라도 판매자와의 관계, 구매 시점의 물량, 협상력, 밀수 경로에 따라 실제 지불한 금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실제 구입가를 그대로 가액으로 인정한다면, 저렴하게 구입한 사람은 낮은 형량 구간을 적용받고 비싸게 구입한 사람은 높은 형량 구간을 적용받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깁니다. 특가법이 가액을 기준으로 형량을 가중하는 취지는 그 마약이 유통될 경우 사회에 미치는 위해성, 즉 순도와 양에 비례하는 확산 가능성을 형벌에 반영하려는 것이지, 개별 거래에서 우연히 형성된 가격을 반영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판례는 실제 거래가격이 아니라 그 마약류가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거래되는 가격, 즉 국내도매가격을 원칙적인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 원칙은 이후 여러 마약 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마약 가액을 실제 구입가가 아니라 정상적인 유통과정에서 형성된 국내도매가격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우연한 거래가격이 아니라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이 기준이다.
국내도매가격은 어떻게 계산되나 — 감정과 시가표
실무에서 국내도매가격은 임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절차를 거쳐 산출됩니다. 먼저 압수된 마약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감정을 거쳐 종류, 순도, 중량이 확인됩니다. 수사기관은 이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이 보유한 마약류별 시가표(g당 도매가격 기준표)를 적용해 가액을 산출하고, 이 금액이 공소장과 판결문의 '가액'으로 기재됩니다. 시가표는 마약류 종류별로 다르게 형성돼 있어, 같은 무게라도 필로폰과 코카인, 대마의 g당 가액은 서로 다릅니다.
여기서 다툴 수 있는 지점 하나는 순도입니다. 압수된 마약이 순도 100%가 아니라 희석되거나 다른 물질과 섞여 있는 경우, 실제 유효성분의 양은 압수된 전체 중량보다 적습니다. 감정서에 순도가 명시되어 있다면, 전체 중량이 아니라 실제 유효성분 함량을 기준으로 가액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는지는 감정서의 구체적 기재와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감정서 원본을 확보해 순도와 중량이 어떻게 기재됐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감정 절차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종류·순도·중량을 확인.
시가표 적용 — 검찰이 보유한 마약류별 g당 도매가격 기준표로 가액 산출.
순도 반영 — 희석·혼합된 경우 유효성분 함량을 기준으로 가액을 다툴 여지.
기재 확인 — 공소장·판결문의 가액이 감정서 수치와 일치하는지 대조.
국내도매가격은 감정으로 확인된 종류·순도·중량에 시가표를 적용해 산출된다 — 순도가 낮으면 가액도 그만큼 낮아질 여지가 있다.
해외에서 산 마약도 국내 시세로 계산되는 이유 — 2022도8341 판결
해외 직구나 다크웹을 통해 마약을 구입하는 경우, 실제 지불한 금액이 국내 시세보다 훨씬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내가 실제로 지불한 돈은 이만큼밖에 안 되는데 왜 국내 시세로 가액을 매기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도8341 판결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가액 산정의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가액은 원칙적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거래가액이 확인되는 경우 그에 따르고, 이러한 소매가격이 확인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유통과정에서 형성된 국내도매가격에 의하며, 이마저 알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실제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이 순서가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해외에서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사정은 원칙적으로 가액 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그 마약류가 통상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이 확인되는 한, 실제 지불금액이 얼마였든 그 국내 가격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국내 유통량이 극히 적어 시세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은 특수한 마약류라면, 예외적으로 실제 거래가격이 참고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결국 해외 구입가를 근거로 가액을 다투려면 그 마약류가 국내에서 통상적인 거래가격이나 도매가격조차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입증해야 하는데, 실무상 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액 산정은 국내 통상 거래가액 → 국내도매가격 → 예외적으로 실제 거래가격 순으로 적용된다 — 해외 구입가가 낮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원칙적으로 가액이 낮아지지 않는다.
여러 차례 나눠 판매했다면 — 가액은 합산될 수 있다
동일한 범의로 마약을 여러 차례에 걸쳐 매매하거나 투약한 경우, 개별 거래 각각의 가액이 아니라 전체 거래분의 가액이 합산되어 판단될 수 있습니다. 반복된 범행이 포괄일죄로 평가되면 그 기간 전체의 매매량이 하나의 범죄로 묶이고, 그 전체 물량을 기준으로 가액이 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한 번 한 번의 거래는 소액이었더라도 누적된 가액이 500만원이나 5천만원의 문턱을 넘어 특가법 가중처벌 구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 단계에서 혐의를 다투는 실익은 단순히 개별 거래의 사실관계를 부인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여러 건의 거래가 실제로 동일한 범의에 따른 연속된 행위인지, 아니면 별개의 독립된 범행으로 봐야 하는지에 따라 합산되는 가액의 범위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압수물과 진술, 계좌 거래내역 등 증거관계를 통해 매매 횟수와 수량이 어떻게 특정되는지를 초기에 확인해두는 것이 가액 산정 다툼의 출발점이 됩니다.
가액 다툼이 실제로 형량에 영향을 미치는 지점
가액을 둘러싼 다툼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결국 그 결과가 처벌 구간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검찰이 산정한 가액이 5,200만원인 사건에서, 감정서상 순도를 근거로 유효성분 기준 가액을 다시 계산해 4,800만원대로 낮출 수 있다면, 적용 구간이 '가액 5천만원 이상, 무기 또는 7년 이상'에서 '가액 500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 무기 또는 3년 이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하한이 7년에서 3년으로 내려가는 것은 실제 선고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차이입니다.
다만 이런 다툼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 결과가 이미 순도를 반영해 산출된 경우도 있고, 시가표 자체가 도매가 기준으로 이미 낮게 형성돼 있어 추가로 낮출 여지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감정서와 시가표 산출 근거를 먼저 확인해, 실제로 다툴 만한 오차나 이견이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무작정 가액을 다투기보다, 근거자료를 하나하나 대조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감정서 순도·중량 재확인 — 압수 전체량이 아니라 유효성분 기준 재계산 여지 검토.
시가표 산출 근거 확인 — 적용된 g당 단가가 어느 자료에 근거했는지 확인.
매매 목적물과 자가소비분 구분 — 판매 목적 수량과 개인 사용 목적 수량이 혼재됐는지 확인.
포괄일죄 해당 여부 — 여러 거래가 하나로 묶여 가액이 합산됐는지 확인.
가액이 문턱값 근처일수록 감정서·시가표 산출 근거를 다투는 실익이 커진다 — 하한이 3년에서 7년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특가법상 마약 가액은 누가, 어떻게 산정하나요?
A. 수사기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감정을 거쳐 마약류의 종류·순도·중량을 확인한 뒤, 검찰이 보유한 마약류별 시가표를 적용해 가액을 산출합니다. 이렇게 산출된 금액이 공소장과 판결문에 '가액'으로 기재됩니다.
Q. 해외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마약도 국내 시세로 계산되나요?
A. 네,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대법원 판례상 가액은 국내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거래가액이 확인되면 그에 따르고, 확인되지 않을 때만 국내도매가격, 그마저 알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실제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해외 구매가가 낮았다는 사정만으로 가액이 낮아지지는 않습니다.
Q. 순도가 낮은 마약도 압수량 전체로 가액을 계산하나요?
A. 감정을 통해 확인된 순도와 유효성분 함량이 가액 산정에 반영될 여지가 있어, 희석되거나 순도가 낮은 경우 감정 결과를 근거로 가액을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최종 판단은 사건마다 감정서 기재와 법원의 심리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Q. 여러 번 나눠 판매한 마약은 가액을 어떻게 합산하나요?
A. 동일한 범의로 반복된 매매가 포괄일죄로 판단되면 전체 거래분의 가액이 합산되어 산정될 수 있습니다. 개별 거래액이 작더라도 합산 결과 특가법 가중처벌 구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가액이 500만원이나 5천만원에 근접한 경우 다툴 실익이 있나요?
A. 있습니다. 500만원과 5천만원은 법정형 구간 자체를 가르는 문턱이므로, 감정 순도나 시가표 적용 근거를 다퉈 가액을 낮추면 적용 조항과 형량의 하한이 달라질 수 있어 다툴 실익이 큽니다.
Q. 가액을 다투려면 어떤 자료를 확보해야 하나요?
A. 감정서 원본, 적용된 시가표의 산출 근거, 압수량과 기소된 매매 수량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사기록이 핵심 자료입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열람·등사를 통해 이 자료들을 먼저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특가법상 마약 가액은 압수량이나 순도처럼 처음부터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감정 결과에 시가표를 적용해 산출되는 계산값입니다. 그 계산 방식의 원칙은 실제 구입가가 아니라 국내도매가격이며, 해외에서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원칙이 쉽게 뒤집히지 않습니다. 다만 가액이 문턱값에 가까운 사건일수록, 감정서의 순도·중량 기재와 시가표 산출 근거를 대조하는 작업이 처벌 구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실익을 가집니다.
수원지검이나 안산지청 관할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가액 산정 근거는 같은 원칙으로 다투게 되므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 감정서와 관련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액 산정 방식에 의문이 있다면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해 근거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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