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유출 고소당했는데 자료를 안 썼어도 처벌되나요
사건 개요
이직을 준비하던 직장인들이 비슷한 사정으로 상담을 청해 옵니다. 퇴사 전 업무용 노트북에 있던 고객 리스트나 원가 자료, 설계 도면 같은 파일을 개인 이메일이나 외장하드로 옮겨 두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직장으로부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정작 새 직장에서는 그 자료를 열어 본 적도, 업무에 쓴 적도 없다는 점이 억울함의 핵심입니다.
이런 분들이 공통으로 묻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옮겨 놓기만 했지 실제로 쓰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처벌을 받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법이 문제 삼는 행위는 '사용'만이 아니라 '취득'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처벌 여부와 수위는 자료의 성격, 반출 경위, 그리고 그 이후의 행적을 어떻게 소명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는 지점은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옮겨진 자료가 법이 말하는 '영업비밀'의 요건—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경제적 유용성), 상당한 노력으로 비밀로 관리되었을 것(비밀관리성)—을 실제로 갖추었는지입니다(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둘째,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2항이 취득·사용·누설을 각각 별개의 처벌 대상 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사용'까지 나아가지 않고 '취득'한 것만으로도 이미 범죄가 완성되는지입니다. 셋째, 이 죄가 성립하려면 고의 외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이라는 목적범 요건이 별도로 필요한데, 이 목적이 실제로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입니다. 넷째, 함께 문제 되는 업무상배임죄(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가 언제 기수에 이르는지, 즉 실제 사용 시점이 아니라 반출 시점에 이미 죄가 완성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취득만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첫 번째·두 번째 쟁점이 원칙이라면, "안 썼다"는 사정은 그 원칙을 뒤집는 사유가 아니라 세 번째 쟁점인 '목적'의 존부를 다투는 정황증거로 활용해야 실질적인 방어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취득'만으로 이미 성립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목적' 요건을 정면으로 다투기
먼저 정확히 짚어야 할 것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2항은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해 취득·사용·누설을 나란히 놓은 대체적 구성요건으로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판례 역시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의사로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경우 업무상배임죄의 기수 시기를 유출 또는 반출 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808 판결). 즉 "아직 안 썼다"는 사정이 자동으로 무죄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받아들이고 방어를 설계해야 합니다. 그래서 김강희 변호사는 '취득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취득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가할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구체적 정황으로 채우는 데 집중합니다.
1) 반출 경위와 시점을 재구성합니다.
업무상 필요(재택근무, 인수인계 준비, 개인 포트폴리오 정리 등)로 옮긴 것인지, 이직할 회사에서 쓰려고 옮긴 것인지에 따라 목적 인정 여부가 크게 갈립니다. 반출 시점이 이직처 확정 이전인지 이후인지, 반출한 파일의 범위가 실제 담당 업무와 일치하는지, 사내 규정상 재택·외부 작업이 허용되어 있었는지를 이메일·메신저·근태기록으로 재구성해, 반출이 이직 준비를 위한 의도적 수집이 아니라 통상적 업무 처리의 연장선이었음을 뒷받침합니다.
2) 실사용 흔적의 부존재를 포렌식으로 확정합니다.
"안 썼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개인 이메일·외장하드·클라우드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감정을 통해 해당 파일이 이직 후 열람·복사·편집·전송된 이력이 있는지를 메타데이터(최종 접근일시, 접근 기기)로 확인합니다. 접근 이력이 없다는 포렌식 결과는 목적 요건을 다투는 데 가장 강력한 객관적 자료가 되며, 수사기관의 임의제출·압수 요청에 앞서 스스로 감정을 확보해 두면 조사 단계에서부터 방어의 주도권을 쥘 수 있습니다.
3) 자료의 처리 경위를 증거로 남깁니다.
고소 사실을 알기 전부터 해당 파일을 삭제했거나 회사에 반환한 정황이 있다면, 그 삭제·반환 시점과 방법(삭제 로그, 반환 확인 메일 등)을 확보해 둡니다. 다만 고소나 조사가 시작된 뒤에 파일을 지우면 증거인멸로 별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이 단계에서는 임의로 삭제하지 말고 포렌식 이미징으로 현재 상태를 먼저 고정한 뒤 절차를 진행하도록 안내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영업비밀' 성립요건과 처벌 범위를 함께 다투기
목적 요건을 다투는 것과 별개로, 애초에 그 자료가 법이 보호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자체를 검토하는 것도 중요한 방어선입니다. 회사가 '영업비밀'이라 주장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그 지위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1) 비밀관리성을 검증합니다.
회사가 실제로 해당 자료에 접근권한을 제한했는지, 비밀유지서약서를 받았는지, 파일에 대외비 표시나 접근 로그 관리를 해 왔는지를 확인합니다. 담당자 대부분이 별다른 제한 없이 열람할 수 있었거나 사내 공유 폴더에 상시 게시돼 있던 자료라면, 상당한 노력으로 비밀로 유지되었다는 요건이 흠결되어 영업비밀 자체가 아니라는 주장이 가능해집니다. 이 경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는 성립하지 않고, 별도 계약 위반이나 배임 성립 여부만 남는 방향으로 사건의 무게가 옮겨 갑니다.
2) 이득액 산정 근거를 다툽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2항 위반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되, 위반행위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의 10배가 5억 원을 넘으면 그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됩니다. 실제 사용이 없어 회사에 발생한 손해나 본인이 얻은 이득이 사실상 없거나 극히 미미하다면, 이 이득액 산정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자료로 정리해 벌금 가중을 막고 양형에도 반영되도록 합니다.
3) 초기 대응 단계에서 처분 방향을 관리합니다.
수사 초기에 위 포렌식 결과와 반출 경위 소명자료를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필요하면 참고인 진술을 통해 업무상 반출 관행을 뒷받침합니다. 실사용이 없었다는 점, 자진 반환·삭제에 협조했다는 점, 회사에 실질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초기 조사 단계부터 일관되게 제시하면 기소유예나 불기소, 또는 약식 처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론
"안 써서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대응 시점을 미루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사용뿐 아니라 취득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고, 업무상배임죄도 반출 시점에 기수가 될 수 있어 실사용 여부가 무죄를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그 취득에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가할 목적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자료를 열어 보거나 쓰지 않았다는 점은 포렌식과 경위 소명으로 얼마든지 다툴 수 있는 영역입니다. 고소를 당했거나 조사 통지를 받은 상황이라면, 지금 가진 자료와 정황으로 어떤 방어가 가능한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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