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으로 불렀는데 조사 중에 피의자로 바뀔 수 있나요
사건 개요
수사기관에서 "아는 것만 확인하겠다"며 참고인으로 출석을 요청받고 별생각 없이 조사실에 들어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동료의 횡령 의혹, 지인의 사기 사건, 거래처의 자금 흐름 등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협조하려는 마음으로 응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조사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이 그때 뭐라고 했느냐"는 질문이 오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 계좌로 입금된 돈은 당신이 받은 것 아니냐", "그날 당신은 어디 있었느냐"는 식으로 질문의 주어가 제3자에서 본인으로 옮겨 갑니다.
당황한 상태에서 계속 답변을 이어가다 보면, 조사가 끝날 무렵 "오늘 조사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나와 달라"는 통보를 받거나, 심한 경우 그 자리에서 조서의 제목이 진술조서에서 피의자신문조서로 바뀌어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합니다. 참고인으로 알고 순순히 응한 진술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쓰이는 상황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참고인으로 소환됐더라도 조사 도중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고, 실제로 자주 일어납니다. 문제는 이 전환이 조사실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신분이 바뀌는 순간을 조사받는 사람 스스로 알아채고 그 시점부터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는지가, 이후 수사와 재판에서 그 진술이 불리하게 쓰이는지를 가르는 갈림길이 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안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참고인과 피의자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지위라는 점입니다. 참고인 조사는 임의수사여서 출석·진술 의무가 없고 언제든 조사를 중단하고 나올 수 있는 반면(형사소송법 제221조), 피의자 신문은 출석요구 절차를 거쳐(같은 법 제200조) 이루어지고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이 법으로 보장됩니다(같은 법 제244조의3, 제243조의2).
둘째, 수사기관이 명목상 참고인 조사를 유지하더라도 실질이 피의자 신문이라면, 그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진술거부권 고지 대상이 되는 피의자의 지위는 수사기관이 범죄인지서를 작성하는 등 형식적인 사건수리 절차를 거치기 전이라도, 조사대상자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아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때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진술 내용이 단순히 제3자의 범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조사대상자 자신과 제3자가 공동으로 관련된 범죄에 관한 것이어서 실질이 피의자신문조서의 성격을 갖는다면, 그 진술을 듣기 전에 미리 진술거부권을 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2도8698 판결).
셋째, 이 고지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채 받아낸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 효과를 실제로 누리려면, 신분이 바뀐 시점과 그 정황을 조사받은 본인이 구체적으로 짚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조사가 다 끝난 뒤 "억울하다"는 감상만으로는 그 시점을 되살리기 어렵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조사실 안에서 전환의 신호를 즉시 포착하고 멈춰 세우기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조사가 끝난 뒤가 아니라 조사가 진행되는 바로 그 자리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의뢰인이 조사에 응하기 전, 혹은 이미 조사를 받은 뒤 상담을 온 경우라도 다음 기준으로 그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재구성합니다.
1) 질문의 주어가 바뀌는 지점을 짚어냅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했느냐"는 제3자에 관한 질문에서 "당신 계좌로 왜 그 돈이 들어왔느냐", "그날 당신의 행적은 어땠느냐"처럼 질문의 대상이 본인으로 옮겨 가는 순간이 첫 번째 신호입니다. 이때부터는 자신과 제3자가 공동으로 관련된 범죄를 캐묻는 것이어서, 앞서 본 판례 기준으로 실질이 피의자 신문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조사받는 사람이 이 전환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면, 조서에는 여전히 '참고인 진술'로만 남습니다.
2) 그 자리에서 신분을 직접 확인하도록 안내합니다.
질문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느껴지면 "저는 지금 참고인 신분입니까, 피의자 신분입니까"를 조사관에게 직접 묻고, 그 답변을 조서에 기재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인 조사는 임의수사이므로 이 질문에 답을 주저하거나 얼버무린다면, 그 자체가 실질적 전환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됩니다. 이 시점에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을 고지받지 못했다면, 그 사실 역시 그 자리에서 확인해 두어야 나중에 다툴 수 있는 근거가 남습니다.
3) 답변을 멈추고 조사실을 나올 권리를 실제로 행사하게 합니다.
참고인 조사는 출석·진술 의무가 없는 임의수사입니다. 전환의 신호가 뚜렷한데도 조사관이 신분 고지 없이 질문을 이어간다면, 그 순간 답변을 중단하고 "변호인과 상의한 뒤 다시 조사에 응하겠다"며 조사실을 나오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합니다. 여기서 더 진술을 이어가는 것과 멈추는 것의 차이가, 이후 그 진술이 증거로 쓰이는지 여부를 가르는 실질적인 분기점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전환 이후 절차에서 불리한 진술의 효력을 끊어 내기
이미 신분이 바뀐 줄 모른 채 조사를 다 받아 버린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는 지나간 조사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조사에서 나온 진술이 이후 절차에서 갖는 힘을 줄이는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1) 조서를 확보해 전환 시점과 고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기록합니다.
조서 열람·정정권(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을 활용해 조서를 받아, 질문이 제3자에서 본인으로 옮겨 간 지점, 조서 제목이나 서식이 바뀐 지점, 진술거부권이 고지된 시점(또는 고지되지 않은 사실)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이 기록이 있어야 앞서 본 2012도8698 판결의 기준—혐의를 인식하고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했음에도 고지 없이 진술을 받았는지—을 이후 절차에서 구체적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2) 위법수집증거 배제를 다음 조사 이전에 준비합니다.
전환 시점 이후의 진술에 고지 흠결이 확인되면, 정식으로 피의자 출석요구를 받는 다음 조사부터는 그 부분을 변호인 의견서나 변호인 조력을 통해 명확히 짚어,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을 다투겠다는 입장을 초기부터 기록에 남겨 둡니다. 조사 막바지에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보다, 다음 출석 단계에서부터 일관되게 다투는 편이 이후 재판에서 신빙성을 인정받기에 유리합니다.
3) 이후 출석요구부터는 변호인 참여로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피의자 신분이 명확해진 이후의 출석요구(형사소송법 제200조)에는 변호인 참여권(같은 법 제243조의2)을 실제로 행사해, 질문의 방향이 다시 애매하게 흘러가더라도 그 자리에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첫 조사에서 신분 전환을 놓쳤더라도, 이후 절차부터 변호인이 동석하면 같은 방식으로 불리한 진술이 추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참고인으로 불려 갔다고 해서 끝까지 참고인으로 남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질문의 주어가 남에서 나로 옮겨 가는 순간, 이미 실질은 피의자 신문에 가까워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전환을 조사실 안에서 알아채고 신분을 직접 확인하며 필요하면 진술을 멈추는 것, 그리고 이미 지나간 조사라면 그 흠결을 기록으로 남겨 이후 절차에서 다투는 것—이 두 가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참고인으로 조사 출석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조사를 받고 나와 께름칙함이 남아 있다면, 지금 상황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