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조사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면?
“○○경찰서입니다. 고소장이 접수돼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경찰 연락을 받으면 어떤 내용으로 고소당했는지 몰라 전화상으로 급하게 해명하거나, 경찰이 제시한 날짜부터 잡기 쉽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첫 연락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보다 더 주의해야 할 것은 사실관계와 자료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최초 진술입니다. 첫 통화에서는 사건을 설명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지위와 혐의를 확인하고, 출석 전까지 진술과 증거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1. 어떤 지위로 연락받았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경찰 연락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피의자인 것은 아닙니다. 먼저 다음과 같이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참고인, 피해자, 피의자 중 어떤 지위로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인가요?”
참고인은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 피해자는 범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 피의자는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입니다. 조사 목적과 준비할 내용이 달라지므로 자신의 지위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2. 담당자와 사건의 기본정보를 확인합니다
첫 통화에서 적어둘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담당 경찰관의 소속 경찰서와 부서
담당 경찰관의 성명과 연락처
사건번호
적용 혐의 또는 문제 되는 행위
고소 사건인지 경찰이 직접 인지한 사건인지
언제, 어디서 있었던 어떤 일에 관한 것인지
경찰이 수사 내용을 모두 알려주지는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이 어떤 사건으로 조사를 받는지는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물어봐야 합니다. 통화 후에는 경찰서의 공식 연락처 등을 통해 실제 담당 부서와 담당자가 맞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3. 첫 통화에서 사건을 장황하게 해명하지 않습니다
당황한 상태에서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 “상대방이 먼저 했다”면서 사건 전체를 설명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화 단계에서는 상대방이 무엇을 주장했는지, 경찰이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해 단정적으로 말하면 정식 조사에서 진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통화 중에는 출석 목적과 기본정보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자료를 살펴본 뒤 조사에서 설명하겠다고 답해도 됩니다. 모르는 사실을 추측하거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확정적으로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4. 제시받은 첫 날짜에 무조건 출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이 특정 날짜를 제시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날 바로 출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상 곤란하거나 사실관계와 자료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담당 경찰관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합리적인 범위에서 일정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락을 피하거나 정당한 설명 없이 계속 출석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담당자와 연락을 유지하면서 가능한 날짜를 제안하고, 확보한 준비시간을 실제 자료 검토와 진술 정리에 사용해야 합니다.
5. 관련 자료는 삭제하거나 편집하지 말고 보존합니다
출석 전에는 다음 자료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대화
통화녹음과 통화내역
계좌이체 및 카드사용 내역
사진·영상과 SNS 게시물
계약서·영수증·전자우편
CCTV 위치와 촬영 가능 시간
사건을 목격하거나 전후 사정을 아는 사람
불리해 보이는 자료라고 임의로 삭제해서는 안 됩니다. 유리한 부분만 잘라낸 캡처도 전체 맥락을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원본은 그대로 보존하고, 제출용 자료가 필요하면 별도의 사본을 만들어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존 기간이 짧은 CCTV는 관리 주체와 보존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6. 사건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사건 발생 전부터 경찰 연락을 받은 때까지를 시간순으로 작성해 봅니다.
상대방과 어떤 관계였는지
사건 전 어떤 대화나 갈등이 있었는지
당일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사건 직후 어떤 대화와 행동이 있었는지
이후 사과·합의·변제·추가 연락이 있었는지
각 내용을 뒷받침할 자료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억지로 채우지 말고 ‘기억이 불분명함’이라고 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억한 사실, 자료로 확인되는 사실, 상대방에게 들은 내용을 서로 구분해야 조사에서 진술이 흔들리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출석 전 체크리스트
참고인·피해자·피의자 중 조사받는 지위를 확인했는가
담당자의 소속·성명·연락처와 사건번호를 기록했는가
적용 혐의와 문제 되는 상황을 확인했는가
전화상으로 추측이나 확정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는가
필요한 준비시간을 고려해 출석 일정을 조율했는가
대화·녹음·계좌·사진·CCTV 등 원본 자료를 보존했는가
사건 전후 경위를 시간순으로 작성했는가
인정할 사실과 다툴 사실,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을 구분했는가
조사 전에 변호사 상담이 특히 필요한 경우
모든 경찰 연락에 변호사 선임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혐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상대방과 진술이 크게 엇갈리는 사건, 쌍방폭행이나 맞고소 가능성이 있는 사건, 휴대전화·계좌·CCTV 등 여러 증거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사건이라면 첫 조사 전에 대응 방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에게 먼저 연락하거나 합의를 시도해도 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이미 전화상으로 불리한 말을 한 경우, 직업·자격·학교생활에 미칠 영향이 큰 경우에도 사전 검토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남앤김 법률사무소 김도훈 변호사는 경찰 연락 내용과 사건 경위, 현재 보유한 자료를 검토해 조사에서 무엇을 사실대로 설명하고 어떤 부분은 자료를 확인한 뒤 답해야 하는지, 추가로 확보할 자료는 무엇인지 함께 정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막연히 부인하거나 서둘러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첫 정식 진술 전에 사실과 자료를 정확하게 맞춰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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