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판결]10년 전 납품한 교량받침, 갑자기 날아온 하자보수금 청구
제척기간과 입증책임으로 방어한 사례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 전문 임영근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최근 수원지방법원에서 전부 승소로 마무리된 하자보수금 청구 사건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의뢰인 회사가 소장을 받았을 때부터 "이건 무리한 청구"라는 판단이 들었던 사건인데, 실제로 재판부도 같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끝까지 서면 공방을 이어간 만큼, 저희도 방심하지 않고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했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사건의 배경
의뢰인 회사(피고)는 교량 용품, 그중에서도 철도레일을 받치는 스페리컬베어링(교량받침) 제조업체입니다. 원고 회사는 발주처로부터 어느 철도 복선화 건설공사 중 교량받침 자재 및 설치공사를 하도급받았고, 이를 다시 재하도급업체에 재하도급했습니다. 의뢰인 회사는 이 재하도급업체에 약 10여 년 전부터 수년간 교량받침 자재를 납품했습니다.
문제는 그로부터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시점에 발생했습니다. 발주처가 교좌장치의 녹, 페인트·도장 불량 등 하자를 발견해 원고 회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했고, 원고 회사는 이 하자가 납품 당시 도장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긴 것이라며 의뢰인 회사에 하자보수를 요구했습니다. 의뢰인 회사가 이를 거부하자, 원고 회사는 직접 3,800만 원가량을 들여 보수한 뒤 그 비용을 의뢰인 회사에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장을 받고 든 첫 판단
소장과 첨부 증거를 검토하면서 크게 두 가지 지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첫째, 하자의 원인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의뢰인 회사는 어디까지나 베어링 자체의 제작·생산을 담당했을 뿐, 현장에서의 설치공사와 용접 작업은 원고 회사와 재하도급업체가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하자가 자재 자체의 결함 때문인지, 설치 과정의 용접열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10년 넘게 사용하면서 생긴 자연 마모 때문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감정 결과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이에 대한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 되었습니다. 원고 회사는 정황만으로 자재 자체의 하자라고 단정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하자담보책임의 제척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점입니다. 의뢰인 회사가 작성한 품질보증각서에는 "하자기간 동안 품질을 보증한다"는 취지의 문구는 있었지만, 정작 그 하자기간이나 보증기간이 며칠, 몇 개월인지는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원고 회사는 자신들이 발주처와 약정한 장기간의 하자보수 기간이 의뢰인 회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명시적인 서면 합의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민법 제670조 제1항에 따라 도급인의 하자담보책임 존속기간은 원칙적으로 목적물 인도일로부터 1년으로 봐야 합니다.
재판 과정 – 끈질긴 서면 공방
승소를 예상했던 사건이었지만, 상대방 대리인은 변론 종결 시점까지 여러 차례 준비서면을 통해 증거를 재해석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주장을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하자보증각서에 피고가 '제조원' 내지 '생산자'로 기재되어 있다는 점, 현장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정황 등을 근거로 확대해석을 시도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시도들에 대해서는 매 서면마다 사실관계와 법리를 짚어가며 대응했습니다. 문서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을 정황만으로 확장 해석할 수 없다는 점, 하자 원인에 대한 객관적 감정이 없는 이상 불완전이행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승소가 유력하다고 방심하지 않고 상대방의 각 주장에 대해 근거를 갖춰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 결국 재판부의 판단에도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수원지방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주장(하자보수금 청구)과 예비적 주장(구상금 청구)을 모두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주위적 주장에 대해서는, 하자가 의뢰인 회사의 도장 작업 불량으로 발생했다고 인정할 객관적 감정 결과가 없고, 오히려 용접열의 영향이나 장기간 사용에 따른 자연 마모 등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설령 하자가 자재 자체의 문제라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장기간의 하자보수 기간을 합의했다고 볼 만한 처분문서가 없는 이상 민법 제670조 제1항에 따라 인도일로부터 1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어야 하고, 이는 이미 도과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비적 구상금 주장에 대해서도, 하자가 자재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것인지 입증되지 않았고, 피고가 발주처에 대하여 원고와 동일한 경제적 목적의 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이 남기는 시사점
이 사건은 건설·제조업 관계자분들께 몇 가지 실무적인 시사점을 드립니다.
품질보증각서나 협약서에 서명할 때는 하자담보책임의 기간을 명확히 특정해두어야 합니다. "하자기간 동안 품질을 보증한다"는 식의 막연한 문구만으로는, 상대방이 자신들과 발주처 사이의 장기 하자보수 기간을 그대로 끌어와 주장할 여지를 남깁니다. 반대로 이번 사건처럼 기간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민법의 원칙 규정으로 돌아가 제척기간을 다툴 여지가 생긴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하자의 발생 원인에 대한 입증책임은 어디까지나 하자를 주장하는 쪽에 있습니다. 여러 업체가 얽힌 하도급·재하도급 구조에서는 설치, 용접, 사용 기간에 따른 마모 등 다양한 원인이 개입될 수 있는 만큼, 자재 제조사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전가받지 않도록 계약관계와 증거를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설 자재 납품이나 하도급 관계에서 이와 유사한 하자보수 분쟁을 겪고 계신다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부법인(유)라움 임영근 변호사 010-4511-9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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