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음주 상태에서 벌어진 성범죄 사건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피고인이나 그 가족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 중 하나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 여부입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에는 “취해서 저지른 일이니 심신미약으로 형이 줄어들지 않겠느냐”, “필름이 끊겼다는 걸 인정받으면 감경된다”는 기대를 갖고 오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 이런 기대와 달리 감경은커녕 심신장애 주장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대법원과 하급심은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주장을 성범죄에서 특히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형법의 일반 원칙에 더해, 성범죄에는 감경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별도의 특별규정까지 마련돼 있어 다른 범죄보다 문턱이 훨씬 높습니다.
아래에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성범죄가 어떤 경우에 심신미약 감경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실무에서 이 주장이 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지 관련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다소 취한 정도로는 심신미약 요건조차 인정되지 않습니다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는 진술만으로는 사물변별·의사결정 능력의 저하가 증명되지 않습니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경우를 심신상실로 보아 벌하지 않고(제1항), 그 능력이 미약한 경우를 심신미약으로 보아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제2항) 정하고 있습니다. 2018년 개정으로 심신미약 감경은 법원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요적 감경이 아니라, 인정 여부와 감경 여부를 법원이 재량으로 판단하는 임의적 감경으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여기서 다루는 것은 가해자 본인이 스스로 술에 취해 있었던 경우의 책임 감면 문제라는 점입니다. 이와 혼동하기 쉬운 것이 준강간·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인데, 이는 반대로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음을 가해자가 이용한 경우를 처벌하는 별개의 죄명으로, 가해자 자신의 음주 여부와는 무관하게 성립합니다.
실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사건 당시 술을 마신 사실”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음주량과 음주 후 경과 시간, 사건 당시의 행동 양태(대화가 가능했는지, 이동 경로를 기억하는지, 상황에 맞는 판단을 했는지), 진술의 일관성 등을 종합해 실제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거나 미약한 상태였는지를 엄격하게 따집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 당시 다소 술에 취하기는 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 피고인들의 심신장애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0120 판결).
즉 “술을 마셨다”, “많이 취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법원이 요구하는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실제로 사물변별·의사결정 능력이 상실되거나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음을 객관적 정황으로 뒷받침해야 비로소 심신미약 여부를 다투는 출발선에 설 수 있습니다.
다소 취한 정도로는 심신미약 요건 자체가 인정되지 않고, 이는 감경 이전의 문제입니다.
2. 스스로 술을 마신 경우에는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법리가 적용됩니다
위험을 예견하고도 자의로 취한 상태를 만들었다면 형법상 감경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설령 사건 당시 사물변별·의사결정 능력이 실제로 저하된 상태였다고 인정되더라도, 그것으로 곧바로 감경받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법리입니다.
스스로 술자리에 나가 자발적으로 술을 마신 경우, 평소 음주 시 통제력을 잃고 돌발 행동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면 “취하면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타인이 강제로 술을 먹였다거나, 약물이 몰래 섞인 음료를 마신 것처럼 음주 자체에 자기 의사가 개입하지 않은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자발적 음주는 대부분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결국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되는 단계를 통과하더라도, 그 원인이 자기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음주였다면 형법 제10조 제1항·제2항이 애초에 적용되지 않아 무죄도, 감경도 받을 수 없는 구조입니다.
스스로 마신 술로 인한 심신장애는,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감경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3. 성범죄에는 감경 자체를 막는 별도의 특별규정이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0조는 형법의 일반 원칙보다 앞서 적용돼 음주로 인한 감경의 문을 닫습니다.
일반 범죄라면 형법 제10조 제3항의 요건, 즉 위험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을 검사가 증명해야 감경이 배제됩니다. 그런데 성범죄에는 이 증명 없이도 감경을 막을 수 있는 훨씬 강력한 특례가 따로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는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형법」 제10조제1항ㆍ제2항 및 제11조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음행매개·음화반포 등 성풍속에 관한 일부 경미한 죄만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뿐, 강간(제297조)·유사강간(제297조의2)·강제추행(제298조)·준강간·준강제추행(제299조)처럼 실무에서 문제 되는 핵심 성범죄에는 모두 적용됩니다. 법원 재량으로 적용 여부를 정하는 “할 수 있다” 규정이지만, 자발적 음주 사안에서는 이 특례가 실제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성범죄에서는 심신장애 상태였음이 인정되고, 그 원인에 대한 예견 가능성까지 다투기 이전 단계에서, 음주 상태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법원이 형법 제10조 제1항·제2항의 적용을 통째로 배제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에서는 형법의 일반 원칙보다 강한 별도의 배제 특례가 우선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4. 죄명별로 형량 구간이 다르고, 감경돼도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설령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유기징역은 형기의 2분의 1로 줄어드는 수준에 그칩니다.
성범죄의 법정형은 죄명마다 다릅니다. 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유사강간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은 형법 제299조에 따라 위 각 조문의 예에 따라 처벌되므로 형량 구간이 동일하고, 상해나 치상의 결과가 발생하면 형법 제301조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올라갑니다.
형법 제55조는 법률상 감경의 방법을 정하고 있는데,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강간죄가 감경되더라도 여전히 1년 6개월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10년 이하의 징역인 강제추행이 감경돼도 5년 이하 징역이라는 상한이 남습니다.
다시 말해 심신미약이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해도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법정형의 하한이나 상한이 절반으로 조정되는 수준이며, 성범죄에서는 그 전 단계인 성폭력처벌법 제20조에 막혀 이 조정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5. 조사 단계부터 준비가 필요하고,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 접수 전 확보해 둔 자료가 이후 심신미약 주장의 성패를 가릅니다.
음주 상태에서 벌어진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및 입건 → ②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안이 무겁거나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면 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사 초기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만 진술하면 오히려 사실관계 확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건 당시의 음주량, 음주 시작·종료 시각, 경과 시간을 뒷받침할 자료(CCTV, 결제 내역, 목격자 진술 등)를 확보합니다.
평소 음주 시 본인의 행동 통제력이 어느 정도였는지(과거 음주운전 이력, 반복적인 만취 후 돌발 행동 등)를 점검해 자의성 판단에 대비합니다.
심신미약 주장과는 별개로 폭행·협박이나 항거불능 상태 이용 등 범죄 성립요건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는지 사실관계를 재검토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범죄 사건 대응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면, 심신미약 주장의 실익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성립요건 자체를 다투는 방향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음주 상태에서 벌어진 사건은 “취해서 그런 것이니 정상참작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이 진술과 증거가 불리하게 굳어지면 돌이키기 어려워집니다.
음주 상태에서 사건에 연루돼 억울함을 느끼는 피고인 측 입장에서는 감경 가능성에만 기대기보다, 애초에 폭행·협박이나 항거불능 상태 이용 등 성립요건 자체를 다툴 수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살펴야 합니다. 반대로 가해자가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느끼는 피해자 측 입장에서는, 음주 사실이 감경 사유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 사건 진행의 기준이 됩니다.
저는 음주 상태에서 벌어진 성범죄 사건에서 방어를 맡은 쪽과 처벌을 구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와 법리 구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음주가 얽힌 성범죄 사건일수록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건 당시 술을 마신 사실이 확인되면 그 자체로 심신미약 감경을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법원은 음주 사실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고, 실제로 사물변별·의사결정 능력이 없었거나 미약했는지를 음주량·행동 양태·진술 일관성 등으로 따집니다. 그 문턱을 넘어도 자발적 음주라면 형법 제10조 제3항에 막힐 수 있습니다.
Q. 필름이 끊겨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정과 사물변별·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기억 소실만으로는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Q. 다른 범죄에서 음주 감경이 인정되는 경우, 성범죄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다른 범죄는 형법 제10조 제3항의 예견 가능성 요건을 검사가 증명해야 감경이 배제되지만, 성범죄는 성폭력처벌법 제20조에 따라 음주 상태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법원이 재량으로 감경 규정 적용을 배제할 수 있어 문턱이 더 낮습니다.
Q.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있었던 경우도 심신미약 감경 문제인가요?
A. 아닙니다. 그 경우는 피해자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는지가 문제 되는 준강간·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의 성립 여부이며, 가해자 본인의 책임 감면 문제와는 다른 차원입니다.
Q. 준강간과 강제추행은 형량이 어떻게 다른가요?
A. 준강간·준강제추행은 형법 제299조에 따라 강간(3년 이상 유기징역)·유사강간(2년 이상 유기징역)·강제추행(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중 실제 행위 태양에 해당하는 조문의 예에 따라 처벌되므로, 행위 내용에 따라 형량 구간이 갈립니다.
Q. 초범이라는 사정은 심신미약과 별개로 형을 줄여주나요?
A. 초범 여부는 심신미약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될 수 있는 별개의 사정입니다.
Q. 경찰 조사에서 음주 사실을 그대로 진술해도 되나요?
A. 음주 사실 자체를 숨기기보다, 음주량과 경과 시간, 당시 행동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를 변호인과 함께 정리한 뒤 진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사 초반의 진술이 이후 심신미약 주장이나 성립요건 다툼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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