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군인 유족 위자료, 이중배상금지에도 국가배상법 개정으로 청구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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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군인 유족 위자료, 이중배상금지에도 국가배상법 개정으로 청구 가능해졌다 

강대현 변호사

훈련이나 전투 중 순직한 군인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려 하면, 십중팔구 "이중배상금지 때문에 안 된다"는 답을 듣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순직 군인 본인이 다른 법령에 따라 유족연금이나 재해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정작 그 돈을 받는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 자체가 원천 봉쇄되어 온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배상법에 새 조항이 신설되면서 이 구도가 바뀌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중배상금지 원칙이 원래 무엇을 막기 위한 것이었는지, 왜 유족의 위자료까지 막혀 있었는지, 그리고 신설된 조항이 정확히 무엇을 언제부터 허용하는지를 순서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이중배상금지란 — 헌법 제29조 제2항과 국가배상법 제2조 단서

이중배상금지의 뿌리는 헌법 제29조 제2항입니다.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해서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나 공공단체를 상대로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을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국가 재정으로 이미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을 지급하는 대상에게 국가배상까지 중복으로 지급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1972년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조항입니다.

이 헌법 조항을 구체화한 것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입니다.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 본인이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요건을 나누면 ①대상자가 군인 등 네 신분 중 하나이고 ②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해 사고가 났으며 ③군인연금법·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령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이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단서가 적용됩니다.

이중배상금지는 국가가 이미 재해보상금·유족연금 등으로 보상하는 대상에게 국가배상까지 중복 지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지, 애초에 보상 자체를 막기 위한 조항이 아니다.

유족의 위자료까지 막혔던 이유 — 판례가 넓혀온 적용범위

조문만 보면 이중배상금지가 막는 것은 순직한 군인 본인의 손해배상청구권처럼 읽힙니다. 그러나 실무와 판례는 이 단서를 유족에게도 확장 적용해 왔습니다. 순직한 군인 본인이 재해보상금 등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면, 설령 그 위자료를 실제로 청구하는 사람이 본인이 아니라 유족이라 해도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까지 함께 막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던 것입니다. 유족연금과 위자료는 성격이 전혀 다른 항목인데도, 이중배상금지의 '이중'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여 처리되어 온 셈입니다.

이 해석이 문제로 지적된 이유는 명확합니다. 유족연금이나 재해보상금은 순직 군인의 사망이라는 사실 자체에 대한 사회보장적 성격의 보상인 반면, 위자료는 가족을 잃은 유족 자신이 겪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입니다. 법무부는 이 문제를 두고 "당사자가 아닌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순직 군인 본인은 이중배상금지의 직접 적용대상이라 하더라도, 유족은 애초에 그 규정이 상정한 '이중으로 보상받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종전 실무에서 벌어진 상황을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훈련 중 순직한 부사관의 배우자가 군인연금법에 따른 유족연금을 받게 되면, 그 사실만으로 배우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법원 문턱에서부터 막혔습니다. 유족연금이 남편을 잃은 슬픔을 보상하기 위한 돈이 아니라 유가족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보장급여인데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위자료 청구권 자체가 함께 소멸된 것으로 취급된 셈입니다.

합헌 결정에도 입법으로 해결한 이유

이중배상금지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시도됐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헌법재판소 2001. 2. 22. 선고 2000헌바38 결정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헌법 제29조 제2항에 직접 근거하고 실질적으로 그 내용을 같이 하는 조항이어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 조항 자체는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헌법 제29조 제2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각하되었고, 이를 구체화한 국가배상법 조항도 합헌으로 결론났습니다. 이중배상금지의 근거가 헌법 조문 그 자체인 이상, 위헌소송으로 이 문제를 뒤집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았던 셈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가 택한 방법은 단서 조항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옆에 예외를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중배상금지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두고,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만 별도로 인정하는 근거 조항을 새로 넣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2024년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헌법에 근거한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원칙이 애초에 겨냥하지 않았던 유족의 정신적 손해 부분만 콕 집어 구제하는 절충안인 셈입니다.

이중배상금지 자체는 합헌으로 반복 확인돼 온 헌법상 원칙이라, 문제 해결은 위헌소송이 아니라 단서 옆에 예외를 신설하는 입법으로 이뤄졌다.

신설된 국가배상법 제2조제3항 — 정확히 무엇을 허용하나

이렇게 신설된 조항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3항입니다. 조문은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전사하거나 순직한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의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핵심은 이 위자료 청구권이 순직 당사자 본인의 청구권과는 별개로 유족에게 고유하게 인정되는 독립적 권리라는 점을 법문으로 명확히 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제는 본인이 재해보상금 등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까지 봉쇄되지 않습니다.

다만 적용범위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설 조항이 다루는 것은 유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뿐이고, 순직 군인 본인 몫으로 계산되는 일실수입 등 재산적 손해 부분은 여전히 제2조 제1항 단서의 적용을 받아 국가배상으로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또한 조문이 명시한 대상은 '전사하거나 순직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어, 살아서 부상(공상)만 입은 군인 본인이나 그 가족에게는 이 신설 조항이 아니라 기존의 이중배상금지 단서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 적용대상 신분 —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예비군대원(헌법 제29조 제2항과 동일한 범위).

  • 적용범위 — 전사 또는 순직한 경우의 유족 위자료에 한정, 생존 공상자 본인은 대상 아님.

  • 청구권자 — 배우자·직계존속·직계비속 등 유족 개개인의 고유한 권리.

  • 막지 못하던 것 — 종전에는 본인의 보상수급 자격만으로 유족 위자료까지 자동 차단됐음.

신설 조항이 여는 것은 유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뿐이다. 순직 군인 본인 몫의 재산적 손해는 여전히 이중배상금지 단서의 적용을 받는다.

위자료는 어떻게 산정되나 — 국가배상법 제3조제5항의 고려요소

신설 조항이 만든 것은 청구권의 근거일 뿐, 위자료 액수를 계산하는 기준은 기존 규정을 그대로 따릅니다. 국가배상법 제3조 제5항은 사망하거나 신체의 해를 입은 피해자의 직계존속·직계비속 및 배우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내에서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 과실의 정도, 생계 상태, 손해배상액 등을 고려하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순직 군인 유족의 위자료도 이 조항이 정한 고려요소를 기준으로 사안별로 산정됩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점은 위자료가 정액으로 일괄 지급되는 항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순직 당시 계급과 복무기간, 유족의 생계 의존도, 이미 지급받은 유족연금·재해보상금의 규모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사건마다 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받은 보상금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보상금은 유족연금이라는 별개 항목이고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라는 또 다른 항목이라는 점에서, 신설 조항 이전처럼 위자료 청구 자체가 통째로 막히는 결과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시행일과 적용범위 — 이미 진행 중인 사건도 포함되나

개정 국가배상법은 법률 제20635호로 2025년 1월 7일 시행됐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시행일 이후 직무집행과 관련한 전사·순직이 인정되는 경우부터 신설 조항이 적용됩니다. 다만 법무부는 이 개정안을 준비하면서 부칙을 통해 시행일 당시 국가배상심의회나 법원에 이미 계속 중이던 사건에도 개정법이 적용되도록 했습니다. 시행 전에 발생한 순직이라도 그에 관한 배상신청이나 소송이 시행일 당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유족은 그 절차 안에서 신설된 위자료 청구권을 추가로 주장할 여지가 열려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시행일 이전에 이미 판결이 확정되었거나 화해·합의로 사건이 종국적으로 마무리된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런 경우까지 신설 조항을 근거로 다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는 개별 사건의 확정 경위와 화해 조항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순직 시점과 사건 진행 단계가 애매하다면, 시행일 전후로 자신의 사건이 어느 단계에 있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신설 조항은 시행일(2025년 1월 7일) 이후 순직뿐 아니라, 그 시점에 배상심의회나 법원에 계속 중이던 기존 사건에도 부칙에 따라 적용된다.

청구 절차와 여전히 남는 함정 — 국가배상책임은 별도로 성립해야 한다

신설 조항을 접하고 흔히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이 조항이 열어준 것은 '이중배상금지라는 장벽'을 없앤 것일 뿐, 국가배상책임 자체를 자동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국가배상이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혔다는 사실과, 그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별도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통상적인 안전수칙을 다 지킨 훈련 중 예측 불가능한 사고로 순직했다면, 이중배상금지 단서와 무관하게 애초에 국가배상책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절차 면에서는 국가배상법 제9조에 따라 국가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먼저 거치지 않고도 곧바로 법원에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임의적 전치주의). 다만 배상심의회를 거치면 소송보다 비교적 신속하게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 사안의 다툼 정도에 따라 절차를 선택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경로를 택하든 순직 경위를 뒷받침하는 사고조사 결과서, 복무기록, 지휘계통의 안전조치 이행 여부, 유족관계증명서 등 자료를 미리 갖추는 쪽이 절차를 앞당깁니다.

  • 사고경위서·부대(기관) 조사결과 — 위법행위와 인과관계를 입증할 핵심 자료.

  • 복무기록·계급·복무기간 확인서 — 위자료 산정의 고려요소.

  • 유족연금·재해보상금 등 기지급 내역 — 이미 받은 보상과 위자료의 관계 정리.

  • 가족관계증명서 등 유족관계 증빙 — 청구권자 특정.

소멸시효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국가배상청구권에는 국가배상법 제8조에 따라 민법 제766조가 준용되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청구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신설 조항으로 위자료 청구의 근거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이 기간이 모든 사안에서 자동으로 새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므로, 순직 사실을 인지한 시점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 사안이라면 소멸시효 완성 여부부터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족연금이나 재해보상금을 이미 받았는데도 위자료를 또 청구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신설된 국가배상법 제2조제3항은 본인이 다른 법령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어도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은 별개로 인정한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미 받은 보상 내역은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고려요소 중 하나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Q. 개정법 시행 전인 2025년 1월 7일 이전에 순직한 경우에도 적용되나요?

A. 시행일 당시 배상심의회나 법원에 사건이 계속 중이었다면 부칙에 따라 개정법이 적용됩니다. 다만 시행 전에 이미 판결이 확정되거나 화해로 종결된 사건은 개별적으로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순직이 아니라 부상(공상)을 입고 생존한 군인 본인도 이 조항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신설 조항은 전사하거나 순직한 경우의 '유족' 위자료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생존한 공상자 본인은 여전히 기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적용을 받아 다른 법령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국가배상을 별도로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Q. 유족 위자료는 반드시 소송을 해야만 받을 수 있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가배상법은 임의적 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국가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거나, 이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모두 가능합니다. 사안의 다툼 정도와 신속성을 고려해 경로를 선택하면 됩니다.

Q.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순직과 직무집행 사이의 인과관계까지 유족이 입증해야 하나요?

A. 네,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려면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입증자료를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중배상금지 예외가 생겼다고 해서 국가배상책임 자체의 성립요건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Q. 이 개정 내용은 군인에게만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신설 조항은 군인뿐 아니라 군무원, 경찰공무원, 예비군대원의 전사·순직 유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헌법 제29조 제2항이 정한 이중배상금지 적용대상과 같은 범위입니다.

맺음말

순직 군인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은 오랫동안 이중배상금지라는 큰 원칙 아래 함께 묶여 봉쇄되어 왔습니다. 2025년 1월 7일 시행된 국가배상법 제2조제3항 신설로 이 구도가 바뀌어, 유족은 본인이 다른 법령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위였다는 사정과 무관하게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이 조항이 여는 것은 위자료 청구의 '길'이지, 국가배상책임 자체의 성립을 자동으로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시행일 전후로 사건이 어느 단계에 있었는지, 순직과 직무집행 사이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자료가 무엇인지에 따라 실제 결과는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족연금 등 기존 보상만 받고 넘어가기보다는, 자신의 사건이 신설 조항의 적용범위에 들어가는지부터 확인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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