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CCTV에 걸어 들어가는 모습 있으면 준강간 무혐의 되나요
모텔 CCTV에 걸어 들어가는 모습 있으면 준강간 무혐의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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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모텔 CCTV에 걸어 들어가는 모습 있으면 준강간 무혐의 되나요 

김강희 변호사


모텔 CCTV에 걸어 들어가는 모습 있으면 준강간 무혐의 되나요


사건 개요


술자리에서 만난 상대, 혹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와 함께 모텔에 들어갔다가 며칠 뒤 준강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상담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이 상담 초반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확신에 차서 꺼내는 말은 비슷합니다. "모텔 입구 CCTV를 보면 그 사람이 제 손을 잡고 자기 발로 멀쩡하게 걸어 들어왔습니다. 부축한 적도, 업고 들어간 적도 없어요. 그런데 왜 준강간이라는 겁니까."

실제로 이런 사건에서 CCTV 영상은 존재합니다. 상대방이 비틀거리지 않고, 넘어지지도 않고, 스스로 걸음을 옮겨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이 영상 한 장이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바로 증명될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조사 일정을 앞두고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고 "CCTV만 제출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외관상 정상적으로 걸어 들어가는 CCTV 영상 하나만으로 준강간 혐의에서 무혐의가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심신상실·항거불능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걸을 수 있었는가"보다 훨씬 세밀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을 모른 채 CCTV 한 장만 믿고 조사에 임하면, 정작 방어에 필요한 다른 자료들을 준비하지 못한 채 조사를 마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 쟁점


준강간죄(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경우 성립하며, 강간죄(제297조)의 예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추행에 그쳤다면 준강제추행으로 강제추행죄(제298조)의 예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 이 죄의 성립 여부는 결국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은 이 판단 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이 판결은 술에 취한 상태를 두 갈래로 나눕니다. 하나는 의식 자체가 소실되는 '패싱아웃'이고, 다른 하나는 의식은 있었지만 나중에 그 시간대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는 '블랙아웃'입니다. 대법원은 블랙아웃 상태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을 부정할 수 없고,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법리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걸을 수 있었는지,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갔는지는 판단 요소 중 하나일 뿐, 결정적 기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오히려 음주량과 음주 속도, 경과 시간, 평소 주량, CCTV·목격자로 확인되는 피해자의 상태와 언동, 만나게 된 경위, 성적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와 방식, 사건 이후의 반응까지 제반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CCTV 속 보행 장면 하나만 떼어 놓고 "정상이었다"고 주장하는 방어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을 잃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CCTV 한 장이면 끝'이라는 착각부터 깨고 시작합니다


의뢰인이 CCTV 영상만 믿고 안심한 채 조사에 들어가면, 수사기관이 대법원 기준에 따라 음주량·경과시간·사후 정황을 하나씩 물어올 때 아무런 준비 없이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래서 김강희 변호사는 상담 초기에 이 착각부터 정정하고, 실제 판단 기준에 맞춰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1) CCTV 영상을 '캡처 한 장'이 아니라 전체 구간으로 다시 봅니다.

의뢰인이 근거로 삼는 것은 대개 방으로 들어가는 짧은 장면 하나입니다. 하지만 방어에 필요한 것은 그 순간이 아니라 모텔 진입 전후의 전체 동선입니다. 엘리베이터·복도·카운터 등 다른 구간의 영상을 확보해 걸음걸이의 변화, 반응 속도, 말을 걸었을 때의 대응, 방향감각 등을 프레임 단위로 살핍니다. 짧은 순간 멀쩡해 보이는 것과, 전체 동선에서 판단력이 온전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 음주량과 음주 속도를 객관적 자료로 재구성합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요소 중 상당수가 음주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함께 있었던 술자리의 카드 결제 내역(주종·수량·결제 시각)으로 실제 음주량과 음주 속도를 역산하고, 동석자의 진술로 평소 주량 대비 이례적인 음주였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자료는 상대방이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주장할 때, 그 주장이 실제 음주량에 비추어 타당한지를 검증하는 근거가 됩니다.

3) 판단 기준 자체를 조사 단계에서부터 제시합니다.

수사기관이 "걸어 들어간 CCTV가 있으니 무혐의"라고 자동으로 판단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오히려 의뢰인 측에서 먼저 인지하고 조사에 임해야 합니다. 진술 과정에서 상대방의 상태에 대한 기억, 대화가 오간 내용, 사건이 이루어진 경위를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정리해 둡니다. 준비 없이 진술하다 앞뒤가 어긋나면, 그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쌓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무혐의로 이어지는 실질적 방어 자료를 세웁니다


판단 기준을 파악했다면, 다음은 그 기준에 맞춰 실제로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정황을 촘촘하게 채워 넣는 작업입니다. CCTV는 그 정황 중 하나일 뿐, 이 단계에서는 CCTV 밖의 자료가 오히려 더 큰 역할을 합니다.

1)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모읍니다.

모텔에 들어가기 전후로 주고받은 문자·메신저 대화, 함께 찍은 사진, 자발적인 스킨십 정황 등은 상대방이 상황을 인지하고 자기 의사에 따라 행동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특히 사건 당일 또는 직후 상대방이 먼저 연락하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간 내용이 있다면, 이는 판단능력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을 다각도로 검토합니다.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진술이 수사 단계마다 조금씩 바뀌거나, CCTV·문자 등 객관적 자료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를 대조합니다. "그날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과, 실제로는 조리 있게 대화하고 스스로 이동한 정황이 여러 자료에서 확인된다면, 그 간극 자체가 신빙성을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3) 불송치·불기소 의견서에 판단 기준을 명시적으로 반영합니다.

단순히 "CCTV상 정상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의견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단 기준(음주량·속도·경과시간·사후 반응 등)을 하나하나 짚어 각 요소별로 항거불능이 아니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대응시켜 제출합니다. 판단 기준에 맞춰 정리된 의견서라야 수사기관을 실제로 설득할 수 있습니다.


결론


모텔 CCTV에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분명 의미 있는 정황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준강간 혐의에서 무혐의가 저절로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을 구분하면서,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것과 실제 판단·대응 능력이 온전했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못 박았습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CCTV 한 장이 아니라, 음주량과 경과시간, 사건 전후의 대화와 행동, 진술의 일관성까지 제반 사정을 얼마나 촘촘하게 준비해 조사에 임하는가입니다. 지금 준강간·준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CCTV 영상 하나만 붙들고 있지 마시고 어떤 자료를 더 갖추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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