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손 잡고 블루스 춘 게 강제추행이 되나요
사건 개요
회식이나 동창 모임이 노래방으로 이어지면,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누군가 블루스 곡을 틀고 짝을 지어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자리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그 자리에서는 다들 웃으며 넘어갔는데, 며칠 혹은 몇 주가 지난 뒤 함께 춤을 췄던 상대방으로부터 "그때 손을 잡고 몸을 밀착시킨 것이 불쾌했다"는 이유로 강제추행 고소장이 날아오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은 한결같이 "춤을 추자고 먼저 권한 것도, 손을 내민 것도 상대방이었다"거나 "그 자리 전체가 왁자지껄한 분위기였고 나만 특별히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는 그런 정황을 스스로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그 순간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당사자의 기억이 아니라 남아 있는 객관적 자료와 진술의 신빙성으로 재구성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손을 잡고 블루스를 춘 행위가 자동으로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졌는지, 신체 접촉의 부위와 방식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났는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경계가 어디인지, 그리고 그 경계를 다투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핵심 쟁점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이 실제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폭행'의 정도입니다.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이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필요는 없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손을 잡아끄는 것과 같은 가벼운 접촉이라도, 그것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면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아가 판례는 이른바 '기습추행' 법리로, 추행행위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접촉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일 필요조차 없이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만 있으면 힘의 세고 약함을 불문한다고 봅니다.
둘째, '추행'에 해당하는지입니다. 판례는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나이, 행위자와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종합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기준입니다. 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도3061 판결도,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고 그 경위와 정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한 바 있습니다. 즉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유죄가 결정되지 않습니다.
셋째, '의사에 반했는지'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입니다. 춤을 추자고 먼저 권한 쪽이 누구였는지, 손을 맞잡는 것에 상대방이 응했는지, 그 후 신체 밀착이 통상적인 블루스 동작의 범위를 넘었는지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기억과 진술로만 재구성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건의 승패가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의사에 반한 접촉'이 아니었음을 정황으로 재구성하기
강제추행 혐의를 받은 분들이 가장 먼저 놓치는 것이 "억울하다"는 감정만 앞세우고 그 감정을 뒷받침할 정황을 놓치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1) 춤을 추게 된 경위와 그 자리의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누가 먼저 블루스 곡을 틀었는지, 누가 먼저 손을 내밀거나 춤을 권했는지, 그 자리에 다른 일행이 몇 명 있었고 그들도 함께 춤을 췄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판례가 추행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주위의 객관적 상황'을 핵심 요소로 삼는 만큼, 이 경위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함께 있던 동석자의 진술을 조기에 확보해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남겨 두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2) 신체 접촉의 부위와 방식을 통상적인 블루스 동작의 범위와 대조합니다.
손을 맞잡고 허리에 손을 얹는 정도는 사교춤의 통상적인 동작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특정 신체 부위를 밀착하거나 반복적으로 만졌다면 평가는 달라집니다. 피고소인 스스로의 기억뿐 아니라, 그 순간을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 노래방 CCTV(있는 경우), 자리 배치와 인원수 같은 객관적 정황을 통해 접촉의 구체적인 태양을 재구성합니다. '느낌'이 아니라 '동작'으로 다투어야 신빙성을 갖습니다.
3) 고소에 이르게 된 시점과 경위를 검토합니다.
그 자리에서 즉시 항의나 거부 의사가 없었는지, 이후 다른 갈등(금전 문제, 인사상 다툼, 관계 정리 등)이 먼저 있었는지를 살핍니다. 사건 직후의 태도와 시간이 지난 뒤 진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진술의 신빙성을 다툴 때 핵심 자료가 되며, 이 부분은 수사 초기에 확보해 두지 않으면 재구성이 어려워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수사·재판 단계별로 방어의 축을 설계하기
정황을 모아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것을 수사와 재판의 각 단계에 맞게 어떤 순서로, 어떤 방식으로 제시할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1) 조사 단계의 진술을 '고의 부인'과 '경위 소명'으로 구조화합니다.
대법원이 접촉 사실 하나만으로 추행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조사에서는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무리하게 부인하기보다, 그 접촉이 통상적인 사교춤의 범위였고 상대방도 응했다는 경위를 일관되게 소명하는 쪽이 신빙성을 얻습니다. 진술이 조사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면 그 자체가 불리한 정황으로 쓰이므로, 첫 진술부터 정리된 사실관계로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고소인 진술의 일관성과 변화를 짚어 신빙성을 다툽니다.
고소 시점, 최초 신고 경위, 동석자에게 그 자리에서 밝힌 반응과 이후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서로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비교합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재구성되면서 세부 사항이 바뀌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고, 이 어긋남은 법정에서 유죄 인정을 위한 증명력을 흔드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3) 불송치·불기소 가능성부터 검토하되, 기소 이후를 함께 대비합니다.
정황과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자료가 충분히 갖추어졌다면 수사 단계에서 혐의없음이나 불송치로 종결될 여지를 먼저 모색합니다. 다만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재판에서 제출할 증인·증거를 미리 정리해 두어야 절차가 길어져도 방어의 일관성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 같은 부수처분까지 걸린 사안인 만큼, 단계마다 최선의 결과를 노리는 동시에 다음 단계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결론
노래방에서 손을 잡고 블루스를 춘 것 자체가 곧바로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접촉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했는지, 통상적인 사교춤의 범위를 벗어났는지는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그 자리의 경위와 정황, 진술의 신빙성을 종합해 가려집니다.
고소장을 받았거나 그런 상황이 될 조짐이 보인다면,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앞서 그날의 경위와 동석자, 접촉의 구체적인 태양을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떤 정황을 어떤 순서로 남기고 다투어야 할지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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