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된 전자정보 삭제 청구, 혐의와 무관한 파일은 이렇게 지운다
압수된 전자정보 삭제 청구, 혐의와 무관한 파일은 이렇게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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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된 전자정보 삭제 청구, 혐의와 무관한 파일은 이렇게 지운다 

강대현 변호사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압수하면 그 안에는 혐의사실과 아무 관계 없는 사진, 메신저 대화, 금융 내역까지 통째로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수사가 특정 혐의를 중심으로 진행되더라도, 이미 통째로 복제된 전자정보가 사건이 종결된 뒤에도 수사기관 서버에 그대로 남아 있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점입니다.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에 적힌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에만 그 효력이 미치도록 설계돼 있는데도, 실제로는 이 관련성 범위를 넘어선 사본이 폐기되지 않은 채 방치되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압수된 전자정보 가운데 혐의와 무관한 파일이 수사기관에 남아 있을 때, 이를 삭제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실제 절차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전자정보 압수의 적법 범위 — 관련성 원칙이란 무엇인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다른 저장매체에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장매체 자체를 통째로 가져가는 방식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데,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그렇게 해서는 압수 목적을 달성하기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합니다. 이 조항은 수사기관에 대해서도 제219조에 따라 그대로 준용되므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진행하는 압수·수색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 관련성 원칙을 처음 명확히 정립한 것이 대법원 2011. 5. 26.자 2009모1190 결정입니다. 이 결정은 수사기관의 전자정보 압수·수색이 원칙적으로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저장매체 자체나 그 이미징을 통째로 반출하는 것은 위 원칙적인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즉 수사기관이 저장매체 전체를 넘겨받았다고 해서 그 안의 모든 파일이 자동으로 적법하게 압수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 판례의 핵심입니다.

압수·수색의 효력은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에만 미친다 — 저장매체 전체가 수사기관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그 안의 모든 파일에 대한 적법한 압수를 뜻하지는 않는다.

무관한 파일이 남는 구조적 이유 — 이미징과 선별의 간극

실무에서 디지털 압수수색은 대개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현장에서 범위를 정해 선별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저장매체 전체를 이미징해 수사기관 사무실이나 디지털포렌식센터로 반출하고, 그곳에서 키워드 검색과 확인 절차를 거쳐 혐의사실과 관련된 파일만 출력하거나 별도 매체에 복제하는 방식으로 압수를 완료합니다. 이 선별 절차가 끝나면 관련성 없는 나머지 전자정보는 삭제·폐기하는 것이 원칙인데, 문제는 선별에 사용된 이미징 원본 자체가 이 단계에서 함께 지워지지 않고 서버나 별도 저장장치에 그대로 남는 경우가 실무에서 종종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나중에 다른 혐의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에 대비해 원본 이미지를 보관해 두려는 관행이 있고, 삭제·폐기 절차 자체가 별도의 내부 확인을 거쳐야 해 선별 직후 곧바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피압수자 입장에서 무엇이 남아 있고 무엇이 지워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데 있습니다. 압수가 끝났다는 통지만 받았을 뿐, 이미징 원본의 삭제 여부까지 통지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 혐의와 무관한 개인 사진·동영상 전체

  • 가족·지인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역

  • 업무나 사업과 무관한 재무·거래 자료

  • 삭제했던 파일이 포렌식 복구로 되살아난 사본

이렇게 남은 사본은 단순히 서버 용량을 차지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애초 영장이 허용하지 않은 개인정보가 언제까지고 수사기관 손에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이고, 훗날 전혀 다른 사건에서 그 사본이 단서로 활용될 여지도 남습니다. 관련성 없는 정보를 근거로 새로운 혐의를 포착하는 것을 이른바 별건 수사라 하는데, 이 경우에도 그 정보를 곧바로 증거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하지만, 애초에 사본이 삭제됐다면 그런 단서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삭제 청구의 실익은 분명합니다.

삭제 청구의 법적 근거 — 형사소송법 제417조 준항고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가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을 때 이를 다투는 정식 절차가 형사소송법 제417조가 정한 준항고입니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압수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그 처분을 한 수사기관에 대응하는 법원에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준항고가 인용되면 법원은 관련성 범위를 넘어선 부분에 대한 압수 처분을 취소할 수 있고, 이는 곧 해당 부분 전자정보를 더 이상 보관할 근거가 없어진다는 뜻이므로 삭제·폐기를 구하는 실질적 수단이 됩니다.

이 법리를 구체화한 것이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입니다. 이 결정은 수사기관이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선별해 출력하거나 복제한 다음에는 나머지 정보, 즉 관련 없는 전자정보에 대해서는 삭제·폐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피압수자나 그 변호인에게 압수·수색 전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재복제·출력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최초 선별 이후 참여권 보장 없이 이루어진 재복제·출력 처분이 영장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집행으로 인정됐습니다.

선별 압수가 끝난 뒤에도 관련 없는 전자정보가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그 자체가 준항고로 다툴 수 있는 위법한 압수 상태다.

청구를 준비하는 법 — 압수목록 확보와 무관 파일 특정

준항고를 제기하려면 먼저 무엇이 압수됐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29조는 압수한 때에는 목록을 작성해 소유자·소지자·보관자 등에게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규정 역시 제219조에 따라 수사기관의 압수에 준용됩니다. 전자정보의 경우 파일명·확인일시 등을 담은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교부받을 수 있는데, 이 목록이 청구를 준비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목록을 받지 못했거나 부실하게 받았다면 그 자체가 절차상 문제로 함께 지적할 대상이 됩니다.

목록을 확보했다면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대조해 어떤 항목이 그 범위를 벗어나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막연히 "무관한 파일이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법원이 판단하기 어렵고, 파일 종류·개수·성격을 유형별로 정리해 제시할수록 인용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단계에서는 원 사건 기록에 대한 이해와 전자정보 압수·수색 절차에 대한 실무 경험이 함께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 압수·수색영장 사본 — 혐의사실과 압수 범위 확인

  • 전자정보 상세목록 — 무엇이 압수됐는지 확인

  • 무관 파일 특정 자료 — 유형·개수별로 정리

  • 준항고장 — 취소를 구하는 처분과 근거를 명시

이 단계에서 자주 혼동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혐의와 완전히 무관해 삭제를 구할 수 있는 정보와, 지금 수사 중인 혐의와는 다르지만 별도의 범죄 혐의를 시사하는 이른바 별건 관련 정보는 성격이 다릅니다. 후자는 삭제를 구하기보다 수사기관이 별도 영장 없이 그 정보를 그대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우선인 경우가 많으므로, 준항고장을 작성할 때는 두 유형을 구분해 어떤 파일에 대해 무엇을 청구하는지 명확히 나눠 적어야 법원이 판단하기 쉽습니다.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 절차 전체를 다툴 수 있는 이유

2011모1839 결정에서 특히 강조된 부분이 참여권입니다. 저장매체나 이미징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해 탐색·복제·출력하는 전 과정에서, 피압수자 또는 변호인에게 참여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이 판례의 요지입니다. 참여 기회 없이 진행된 탐색이나 재복제는 설령 최종적으로 관련성 있는 파일만 골라냈다고 하더라도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무관 파일 삭제 청구와는 별개로, 압수·수색 처분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데 쓰일 수 있는 독립된 사유입니다. 대법원은 준항고를 판단할 때 압수·수색의 전체 과정을 하나의 절차로 보아, 그 절차에서 나타난 위법이 압수·수색 전체를 위법하게 할 정도로 중대한지를 살펴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정황이 있다면, 무관 파일 삭제만이 아니라 절차 전체의 적법성까지 함께 다투는 방향으로 청구 범위를 넓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준항고가 인용된 뒤 — 실제 삭제·폐기를 확인하는 절차

법원이 준항고를 인용해 압수 처분을 취소하면, 수사기관은 관련성 범위를 넘어선 전자정보를 더 이상 보관할 법적 근거를 잃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결정을 근거로 수사기관에 삭제·폐기 이행을 요청하고, 디지털포렌식 부서가 작성하는 사본 폐기확인서나 이행결과 통보 등을 통해 실제로 지워졌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정문만 받고 끝내지 않고 이행 여부까지 확인해야 실질적인 구제가 됩니다.

준항고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그 기각 결정에 대해 재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준항고 자체는 통상의 즉시항고와 달리 제기기간에 별도의 제한이 없고, 항고로 다툴 실익이 남아 있는 한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만큼 수사 진행 중이든 이후 단계든 무관한 전자정보가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시점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청구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인용 결정이 났는데도 수사기관이 삭제·폐기를 미루거나 이행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또 다른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위법하게 보관된 개인정보로 인해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사정이 있다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단계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개는 준항고 인용 결정문을 근거로 수사기관에 이행을 촉구하는 절차에서 마무리됩니다.

기소 이후에도 청구할 수 있을까 — 이익 요건과 그 한계

대법원 2022. 7. 14.자 2019모2584 결정은 압수물에 관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도 항고소송의 일종이므로 통상의 항고와 마찬가지로 다툴 실익, 즉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더라도, 문제 된 전자정보 사본이 여전히 수사기관에 보관돼 있다면 삭제를 구할 이익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건이 종결됐다는 사정만으로 청구가 곧바로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재판 단계에서는 무관 전자정보를 근거로 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투는 절차, 즉 위법수집증거 배제 주장과 준항고를 통한 삭제 청구가 함께 검토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관련 사본이 폐기됐거나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된 부분이라면 준항고로 다툴 실익 자체가 소멸했다고 판단될 수 있으므로, 청구에 앞서 현재 그 전자정보가 실제로 어떤 상태로 보관돼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압수된 휴대전화 전체가 이미 통째로 복제됐다면, 그것만으로 위법한가요?

A. 저장매체 전체를 이미징하는 것 자체는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 허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확보한 이미징 원본 중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부분은 선별 절차를 거친 뒤 삭제·폐기돼야 하므로, 이 후속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Q. 수사기관에 삭제를 요청하는 공문만 보내도 되나요?

A. 임의로 삭제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수사기관이 응하지 않으면 그대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질적인 구제를 받으려면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로 관할법원에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하나요?

A. 압수목록 교부는 형사소송법 제129조와 제219조에 따른 수사기관의 의무이므로, 받지 못했다면 이를 먼저 요청해야 합니다. 목록 없이는 무관 파일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우므로, 목록 미교부 자체도 준항고에서 함께 지적할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Q.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전자정보는 자동으로 삭제되나요?

A. 무죄가 확정됐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보관 중인 전자정보 사본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 종결 이후에도 별도로 삭제·폐기를 요청하거나 준항고 등 절차를 통해 다투지 않으면 사본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Q. 참여 기회 없이 파일이 선별됐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하나요?

A. 압수·수색 참여 통지를 받은 기록이 있는지, 실제 탐색·복제 일시에 참여가 이루어졌는지를 압수조서와 참여인 서명 여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지나 참여 절차가 빠진 정황이 있다면 이를 준항고에서 구체적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Q. 준항고가 받아들여지면 형사재판에도 영향이 있나요?

A. 준항고로 압수 처분이 취소되면 그 부분 전자정보는 위법수집증거로 평가될 여지가 커져, 재판에서 별도로 증거능력을 다투는 데 유리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준항고 인용과 증거능력 판단은 별개 절차이므로 재판부의 최종 판단은 따로 이루어집니다.

맺음말

압수·수색은 영장에 적힌 혐의사실 범위 안에서만 효력이 미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무에서는 이미징과 선별 과정의 간극 때문에 관련 없는 전자정보가 삭제되지 않고 남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두면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가 언제까지고 수사기관 서버에 남아 있게 되므로, 압수목록을 확보해 무관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로 삭제·폐기를 구하는 절차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여권 보장 여부, 목록 교부 여부, 선별 이후 삭제 이행 여부처럼 절차 곳곳에 놓인 지점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작업이 실제 결과를 좌우합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 압수수색을 겪은 뒤 무관한 전자정보가 여전히 남아 있는지 걱정된다면, 압수목록부터 다시 점검해 보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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