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수십명 전원합의 못하면 형사공탁해야하나요
사건 개요
투자리딩방이나 유사수신, 다단계 방식으로 돈을 모은 사건의 피고인들은 대개 재판을 앞두고 같은 고민에 부딪힙니다. "합의를 해야 형이 줄어든다는데, 피해자가 수십 명이라 전원과 합의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연락이 닿는 피해자도 있지만, 번호를 바꿔 잠적한 피해자, 합의 자체를 거부하며 "끝까지 처벌받으라"는 피해자,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부르는 피해자가 뒤섞여 있습니다. 변제할 돈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 해도, 그 돈을 누구에게 얼마씩 나눠야 할지조차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상담을 청하는 분들은 대부분 "전원 합의가 안 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실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전원 합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건이라면, 합의 가능한 피해자와의 실제 합의, 그리고 나머지 피해자를 향한 형사공탁을 조합해 회복 노력을 증명 가능한 형태로 남기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 전략입니다. 다만 2023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기준을 개정한 뒤로는 공탁의 효과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을 함께 알아야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피고인이 얻은 이득액의 규모입니다. 형법상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형법 제347조 제1항),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 자체가 뛰어오릅니다. 둘째, 수십 명의 피해자를 합의 가능군과 불가능군으로 어떻게 나누어 대응할 것인가입니다. 셋째, 2023년 7월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되는 새 양형기준에서 형사공탁이 어느 정도까지 피해회복으로 인정받는가입니다. 넷째, 피해자가 여러 명일 때 공탁금을 어떻게 특정해야 유효한 공탁이 되는가입니다.
이 네 가지가 서로 맞물려 있어, 이득액 산정을 소홀히 하면 애초에 다투는 법정형 자체가 달라지고, 공탁을 아무렇게나 하면 피해회복으로 평가받지도 못한 채 돈만 묶여 버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피해자를 합의 가능군과 불가능군으로 나누어 회복 노력을 구조화하기
수십 명의 피해자를 한꺼번에 상대하려 하면 어느 쪽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재판일이 다가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먼저 피해자 전체를 성격이 다른 그룹으로 나누어 접근합니다.
1) 피해자를 연락 가능성과 태도에 따라 분류합니다.
즉시 합의가 가능한 피해자, 협상 중이지만 금액 차이로 진행이 더딘 피해자, 연락이 두절되었거나 합의 자체를 거부하는 피해자로 나눕니다. 이 분류는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한정된 변제 재원을 어디에 먼저 투입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피해액이 크고 합의 의사가 뚜렷한 피해자부터 우선 접촉해 실제 합의서와 영수증을 확보하면,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는 '실질적 피해회복'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2) 합의가 불가능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노력'의 기록을 남깁니다.
연락이 닿지 않거나 거부하는 피해자라도 손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내용증명을 통한 변제 의사 통지, 통화·문자 시도 기록, 계좌이체 시도 내역을 남겨 사건 경위와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객관적으로 구성합니다. 2023년 개정된 양형기준 아래에서는 공탁만으로 자동으로 감경받던 예전과 달리, 이런 경위 자료가 있어야 재판부가 공탁의 진정성을 인정할 근거로 삼습니다.
3) 합의가 안 되는 피해자마다 피해액을 특정해 개별 형사공탁을 진행합니다.
공탁법 제5조의2의 형사공탁 특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사건번호만으로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 공탁소에 공탁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2022년 12월 9일 시행). 다만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는 이유로 총액을 한 번에 뭉뚱그려 공탁하면, 어느 피해자를 위한 얼마의 변제인지 특정되지 않아 유효한 공탁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공탁원인사실에 피해 발생 시점과 채무의 성질을 피해자별로 특정해, 각 피해자에게 귀속되는 금액을 개별적으로 나누어 공탁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회복률을 재판부가 납득할 수치로 만들고 이득액 산정을 다투기
합의와 공탁을 병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재판부를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그 노력이 전체 피해 규모 대비 어느 정도인지를 숫자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1) 전체 피해액 대비 회복 비율을 산정해 자료로 제출합니다.
합의금과 공탁금을 합산해 전체 피해액 대비 몇 퍼센트가 회복되었는지를 표로 정리합니다. 일부 피해자만 합의했더라도, 전체 피해자 대비 회복 비율이 높을수록 재판부가 이를 상당한 피해회복의 정황으로 참작할 여지가 커집니다. 특히 피해액이 큰 피해자부터 우선 회복시켰다는 사실은 단순히 인원수보다 금액 기준의 회복 노력을 보여주는 데 유리합니다.
2) 이득액 산정 근거를 다투어 적용 법조의 문턱을 검토합니다.
다수 피해자 사건에서는 공범 간 분배, 유통 경로, 이중 계산된 피해 신고 등으로 인해 검찰이 산정한 이득액이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득액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5억원 또는 50억원의 경계에 걸쳐 있다면, 이 산정 근거를 면밀히 다투어 적용되는 법정형 구간 자체를 낮출 여지가 있는지 검토합니다. 법정형 구간이 달라지면 이후의 합의·공탁 전략이 갖는 무게도 함께 달라집니다.
3) 공탁 후 피해자의 수령 여부를 계속 관리합니다.
2023년 7월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는,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경우 합의와 같은 수준의 피해회복으로 평가받기 어려워졌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공탁 자체가 양형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사건 경위와 공탁액, 회복을 위한 노력을 종합해 참작됩니다. 그래서 공탁만 해 두고 손을 놓지 않고, 수령을 독려하는 안내와 후속 연락 기록을 계속 남겨 재판부에 제출할 자료로 축적해 둡니다.
결론
피해자가 수십 명에 이르는 경제범죄에서 전원 합의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으면 재판부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피고인'뿐입니다.
합의 가능한 피해자와의 실질적 합의, 합의가 안 되는 피해자를 향한 특정된 형사공탁, 그리고 그 전체를 수치화한 회복률 자료가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재판부는 피고인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득액 산정 단계부터 공탁 이후 수령 관리까지, 지금 진행 중인 대응이 이 흐름에 맞게 짜여 있는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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