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같은 부대 안에서 서로 합의해 성적 접촉을 했는데도 군형법 위반으로 입건되는 사례를 두고, “합의했으면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장병분들 중에는 “둘 다 원해서 한 일인데 무슨 문제냐”, “합의했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는 생각으로 넘어갔다가, 뒤늦게 헌병대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막상 조사가 시작되면 “합의였다”는 주장만으로는 넘어가지지 않고, 장소가 영내였는지 영외였는지, 정말 자발적이었는지가 하나하나 다퉈집니다.
최근 대법원은 군형법 추행죄의 보호법익을 다시 정리하면서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는 범위를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열어두었습니다. 요건을 하나라도 벗어나면 합의를 주장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고, 오히려 더 무거운 죄로 재구성될 위험도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군형법 추행죄가 합의 여부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예외가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 오히려 형이 무거워지는지 최근 판례와 개정 절차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군형법 추행죄는 폭행이나 협박 없이도 성립할 수 있는 별도의 처벌 규정입니다
제92조의6 추행죄는 강제추행과 달리 폭행·협박이라는 수단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적용대상은 현역으로 복무 중인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입니다(전환복무 중인 병은 제외).
폭행·협박으로 추행이 이뤄지면 별도로 군형법 제92조의3 강제추행이 적용되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훨씬 무거운 형이 예정돼 있습니다. 반면 제92조의6은 그런 강제적 수단이 없어도, 즉 겉보기에 서로 응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성립하도록 설계된 조항이라는 점에서 출발선이 다릅니다.
이 조항이 2013년 신설될 당시 보호하려 한 것은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의 건전한 병영생활, 즉 군기였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서로 원해서 한 것”이라는 사정은 성립 여부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석돼 왔습니다.
제92조의6 추행죄는 강제성이 없어도 성립을 예정한 조항이라는 점에서, 일반 형법상 추행죄와는 출발선이 다릅니다.
2.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처벌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보호법익이 군기인 이상, 당사자의 동의는 오랫동안 처벌을 막는 사유가 되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제92조의6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응했는지, 심지어 먼저 요청했는지를 별도로 따지지 않았습니다. 조항의 문언 자체가 폭행·협박 등 강제적 요소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조항의 위헌성이 다퉈질 때마다 군이라는 특수한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을 위해 필요한 규율이라는 취지로 합헌 판단을 반복해 왔습니다.
그 결과 실무에서는 “둘 다 원해서 한 것이니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넘어갔던 사안이 뒤늦게 문제 삼아지면,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유죄로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합의했다”는 사정은 제92조의6 추행죄의 성립을 막는 방어논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3.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영외 사적 공간의 자발적 합의를 예외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합의는 애초에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전 판례를 바꿔, 제92조의6 추행죄의 보호법익에는 군기뿐 아니라 군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조항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공익뿐 아니라 군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되므로, 개인의 성적 자유가 침해되지 않는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이뤄진 행위는 이 사건 조항이 처벌하는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도 2023. 10. 26. 2017헌가16 등 결정에서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을 전제로, 제92조의6 중 “그 밖의 추행”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두되, 대법원이 제시한 예외를 통해 적용 범위를 좁힌 셈입니다.
다만 이 예외는 영외, 사적 공간, 자발적 합의라는 세 요건이 모두 인정될 때만 적용됩니다. 세 요건 중 하나라도 부정되면 예외는 적용되지 않고, 원래대로 제92조의6 위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 변경으로 영외 사적 공간에서의 자발적 합의는 예외적으로 처벌 대상에서 빠지게 됐지만, 이는 조항 자체가 폐지된 것이 아니라 좁게 인정된 예외일 뿐입니다.
4. 예외 요건을 벗어나면 오히려 강제추행으로 형량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영내였는지, 진짜 자발적이었는지가 다퉈지면 사건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흘러갑니다.
제92조의6 위반만 인정되면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상대방이 “사실은 계급 차이 때문에 거절하지 못했다”거나 “위력에 눌려 응한 것”이라고 진술을 바꾸면, 사건은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제92조의3 강제추행으로 재구성될 수 있고, 이 경우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하한 자체가 크게 올라갑니다.
또한 대법원이 인정한 예외는 어디까지나 영외의 사적 공간을 전제로 합니다. 생활관, 위병소, 부대 내 시설 등 영내에서 있었던 일이라면, 설령 서로 응했다는 사정이 있어도 예외의 적용을 받기 어렵습니다.
계급이나 기수 차이가 큰 관계에서는 표면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자발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두 사람 사이의 위계 관계, 평소 언동, 사건 전후 정황을 종합해 진짜 자발적 합의였는지를 가립니다.
예외 요건이 흔들리는 순간, 형량은 2년 이하의 징역에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구간으로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5. 혐의를 받았다면 수사 개시부터 재판까지 절차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2022년 이후 군 성범죄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민간 수사기관·법원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2021년 개정되어 2022. 7. 1.부터 시행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평시 군인 등이 범한 성폭력범죄는 군사법원이 아니라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도록 바뀌었습니다. 절차는 통상 ①군사경찰(헌병)이 최초 인지·초동수사를 개시 → ②사건이 관할 지역의 민간 경찰서(부대 소재지가 수원 인근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로 이첩 → ③수원지방검찰청 등 관할 검찰의 수사·기소 여부 판단 → ④기소되면 수원지방법원 등 일반 법원의 재판 순서로 진행됩니다.
초동 단계에서 헌병대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한 내용은 이첩 이후에도 그대로 수사기록에 남아 이후 절차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합의였다”는 주장을 하려면, 그 합의가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를 초기부터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사후에 진술을 번복하거나 계급관계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주장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므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와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된 행위가 있었던 장소가 영내인지 영외인지, 부대 시설과의 거리·성격을 구체적으로 확인합니다.
당시 상대방과 주고받은 연락 내용, 전후 정황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문자, 메신저 대화 등)를 확보합니다.
계급·기수 차이, 지휘관계 여부 등 자발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상의 사정을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군형법 추행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예외 요건 충족 여부를 다투거나 혐의 자체를 방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군형법 추행 사건은 “같은 부대에서 있었던 일인데”, “서로 좋아서 한 것이니 별일 아니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혐의를 받는 쪽 입장에서는 그 합의가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를 놓치면, 대법원이 인정한 예외 자체를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쪽 입장에서도, 표면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도록 위계·강제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군형법 추행·강제추행 사건에서 혐의를 받는 쪽과 문제를 제기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영외·사적 공간·자발성이라는 세 요건이 실제 사건에서는 얼마나 미묘하게 갈리는지를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합의였는지 아닌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사안인 만큼, 판단이 애매하다면 그 시점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로 원해서 한 행위인데도 군형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자발적 합의에 한해서만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을 뿐, 영내에서 있었던 일이거나 자발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여전히 제92조의6 위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부대 생활관 안에서 있었던 일도 합의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대법원 판례가 인정한 예외는 영외의 사적 공간을 전제로 하므로, 생활관 등 영내 시설에서 있었던 일은 원칙적으로 이 예외의 적용을 받기 어렵습니다.
Q. 계급 차이가 있는 상대와의 관계였는데, 그래도 자발적 합의로 볼 수 있나요?
A. 계급·기수 차이가 크면 표면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자발성이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두 사람의 지휘관계, 평소 언동, 사건 전후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 나중에 상대방이 강제로 당했다고 진술을 바꾸면 어떻게 되나요?
A. 사건이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하는 강제추행(제92조의3)으로 재구성될 수 있고, 이 경우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크게 무거워집니다. 초기부터 합의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런 사건도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나요?
A. 아닙니다.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평시 군인 등이 범한 성폭력범죄는 군사법원이 아니라 일반 경찰·검찰·법원이 수사와 재판을 담당합니다.
Q. 헌병대(군사경찰) 조사부터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초동조사 단계의 진술이 이후 민간 수사기관 이첩과 재판까지 그대로 이어지므로, 첫 조사 전에 조력을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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