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조상 대대로 내려온 종중 땅을 종중원 개인 명의로 등기해 관리해오다가, 그 명의수탁자가 종중 몰래 땅을 팔아 넘겨 형사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종중 관계자분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등기가 내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내 땅이나 마찬가지다”, “종중 어른들이 알아서 하겠지, 나중에 정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명의수탁자가 땅을 처분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종중이 문제를 제기하면, 명의수탁자는 “내 이름의 땅을 내가 판 것뿐이다”, “급전이 필요해 잠깐 담보로 잡은 것뿐이다”라며 방어하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종중처럼 법이 예외적으로 유효성을 인정하는 명의신탁에서는,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을 엄격하게 횡령죄로 처벌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등기명의자라는 사정만으로는 처분 권한이 생기지 않으며,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다시 매도하는 식으로 처분을 반복하면 그때마다 별도의 횡령죄가 추가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종중 땅의 명의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했을 때 어떤 죄가 되는지, 그리고 종중이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종중원 명의로 등기되어 있어도 소유권은 여전히 종중에 있습니다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형식일 뿐, 실질 소유자는 언제나 종중입니다.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종중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자연발생적 관습법상 단체입니다. 예전부터 종중 소유 임야나 농지는 종중 명의로 직접 등기하기보다, 종회장이나 총무 등 특정 종중원의 개인 명의로 등기해 관리해 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을 종중 아닌 사람 명의로 등기하는 것이 바로 명의신탁입니다. 원칙적으로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를 무효로 보지만, 조세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법령상 제한 회피 목적이 없다면 종중 명의신탁만큼은 예외적으로 유효로 인정합니다(부동산실명법 제8조 제1호).
따라서 종중 땅이 종중원 개인 이름으로 등기되어 있더라도, 그 등기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형식일 뿐입니다. 종중재산은 민법상 종중원 전원에게 귀속되는 총유이고, 총유물의 관리·처분은 종중총회의 결의에 의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민법 제275조, 제276조 제1항). 등기명의자인 명의수탁자 개인에게 임의로 처분할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종중원 개인 명의로 등기되어 있어도, 그 땅의 실질 소유권과 처분권은 여전히 종중과 종중총회에 있습니다.
2. 명의수탁자가 마음대로 팔면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부동산실명법이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인정하는 신탁관계이기 때문에, 임의처분은 보호받는 위탁관계를 깨는 횡령입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그 전제로 형법이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위탁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무효인 일반적인 2자간 명의신탁, 즉 형제나 지인 사이의 불법적인 명의신탁에서는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그 위탁관계 자체가 법을 위반한 불법적인 관계라 형법상 보호가치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종중 명의신탁은 이 판례가 말하는 ‘불법적인 신탁관계’가 아닙니다. 부동산실명법 제8조가 조세포탈 등 목적이 없는 종중 명의신탁을 처음부터 유효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이상, 종중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위탁관계는 오히려 법이 승인한,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전형적인 신임관계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종중 땅을 명의수탁자가 종중 몰래 팔면 그 즉시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임의처분’에 해당하게 됩니다.
후행 처분행위가 선행 처분행위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종중으로부터 토지를 명의신탁받아 보관하던 피고인이 개인 채무 변제를 위해 먼저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그 뒤 이 토지를 제3자에게 매도해 기소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근저당권 설정 시점에 이미 횡령죄가 완성되었더라도, 이후 매도행위가 그와 다른 새로운 법익 침해를 일으켰다면 별도의 횡령죄가 추가로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명의수탁자가 처분을 반복할수록 책임이 그만큼 누적된다는 뜻입니다.
종중 땅처럼 법이 예외적으로 유효성을 인정하는 명의신탁에서는,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이 곧바로 횡령죄로 이어집니다.
3. ‘등기가 내 이름이니 내 땅’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등기명의자라는 사정만으로는 처분 권한이 생기지 않습니다.
명의수탁자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항변이 “어차피 등기가 내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 내 마음대로 처분해도 문제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종중재산은 총유이고, 그 관리·처분은 종중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종중총회의 처분 결의 없이 명의수탁자 개인이 독단적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매도했다면, 그 자체로 종중과의 위탁관계를 벗어난 임의처분에 해당합니다.
다만 형사책임과 별개로, 이미 등기가 제3자에게 넘어간 경우 그 매매의 대외적 효력은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제3자가 그 땅이 종중 소유의 명의신탁 부동산이라는 사정을 몰랐고 그렇게 믿은 데 과실이 없었다면, 종중이 곧바로 소유권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3자가 그 사정을 알면서도 매수에 나섰다면 명의수탁자와 함께 횡령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여지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형사고소와 함께, 등기부등본과 종중 규약·총회 회의록을 근거로 처분금지가처분이나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 같은 민사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형사 절차에서 확보되는 진술과 자료가 민사상 소유권 회복 청구의 입증자료로도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기명의자라는 사실만으로는 처분 권한이 생기지 않고, 종중총회의 결의 없는 처분은 그 자체로 횡령입니다.
4. 처분한 땅의 가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명의수탁자가 종중의 총무나 회장 등으로서 종중재산 관리를 업무로 맡아온 경우라면,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이 적용되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종중 소유의 임야나 농지는 면적이 넓어 시가가 상당한 경우가 많아, 처분으로 인한 이득액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다시 매도하는 식으로 처분을 반복했다면, 앞서 본 판례처럼 각 처분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로 인정될 수 있어 처벌 대상이 되는 이득액과 범죄 개수 모두 늘어날 수 있습니다. 종중 땅의 처분을 막연히 미루기보다는 처분 정황이 드러난 시점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처분 정황과 종중 자료부터 정리해야 사건 전체의 방향이 잡힙니다.
종중 땅 횡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종중 소재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종중 대표자)·피고소인(명의수탁자)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구간에 이른다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을 의심하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종중 규약과 총회 소집통지·회의록을 확인해, 처분에 관한 종중총회 결의가 실제로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처분 시점·등기원인·매수인(또는 근저당권자)을 정리합니다.
매도대금이나 대출금이 실제로 종중에 귀속되었는지, 명의수탁자 개인 계좌로 흘러갔는지 계좌 내역으로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종중 재산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소유권 회복을 위한 민사 조치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토지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종중 땅 문제는 “그래도 오랫동안 종중 땅을 관리해 온 어른인데”라는 생각과, 종중총회 소집에 시간이 걸린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땅을 빼앗긴 종중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종중총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과 처분 경위를 뒷받침하는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종중 규약, 총회 회의록, 등기부등본이 쌓일수록 형사고소와 민사상 소유권 회복 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처분 경위를 의심받는 명의수탁자 입장에서도 “종중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실제 종중총회의 위임이나 결의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종중 재산을 둘러싼 분쟁에서 소유권을 되찾으려는 종중 쪽과, 처분 경위를 소명해야 하는 명의수탁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자료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종중 땅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 확보와 소유권 회복이 어려워집니다.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종중이 아니라 문중이나 화수회인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나요?
A. 명칭이 문중이나 화수회라도 공동선조의 후손들로 구성되어 분묘수호·제사·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관습법상 단체로서 실질이 종중과 같다면, 부동산실명법 제8조의 특례와 임의처분 시 횡령죄 성립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조세포탈 목적이 있었는지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A. 명의신탁 당시 실제로 세금 부과를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단순히 관습적으로 종중원 개인 명의로 등기해 관리해 온 사정만으로는 조세포탈 목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명의수탁자로부터 땅을 사들인 제3자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그 땅이 종중 소유의 명의신탁 부동산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매수에 가담했다면 횡령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고 등기부만 믿고 매수한 경우는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Q. 이미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 넘어갔는데 땅을 되찾을 수 있나요?
A. 형사처벌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3자가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검토할 수 있지만, 선의의 제3자에게 유효하게 넘어갔다면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 청구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Q. 종중총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입증하나요?
A. 종중 규약과 총회 소집통지, 회의록, 결의서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처분에 관한 결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사실만으로 명의수탁자의 처분이 종중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임의처분임이 뒷받침됩니다.
Q. 아직 팔지 않고 근저당권만 설정한 상태라면 어떻게 되나요?
A. 근저당권을 설정한 시점에 이미 횡령죄가 완성됩니다. 이후 매도까지 이루어지면 앞서 본 판례처럼 매도행위가 별도의 횡령죄로 추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근저당권 설정 단계에서부터 신속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