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치료프로그램, 대충 들으면 재범평가에 불리한가요
사건 개요
성폭력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집행유예나 벌금형과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병과받은 분들이 상담을 청해 오실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대개 두 가지입니다. "그 프로그램이라는 게 도대체 뭘 하는 것이냐"는 것과, "정해진 시간만 채우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뒤의 질문에는 은연중에 '어차피 형식적인 절차 아니냐'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관과 이후 절차를 다뤄 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 전제는 위험합니다. 이수명령은 단순히 앉아서 시간을 채우는 절차가 아니라, 회기마다 참여 태도와 내용이 기록으로 남는 절차이고, 그 기록은 이수명령 이행 여부를 넘어 이후 전자장치 부착 여부, 신상정보 공개·고지 여부를 가리는 재판에서까지 재범위험성 판단 자료로 흘러 들어갑니다.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소극적으로 임했다가, 정작 뒤에 오는 재판에서 그 소극적 태도가 불리한 정황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를 실무에서 적지 않게 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수명령의 실제 내용을 정확히 알고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참여하는 것과, 막연히 시간만 채우는 것은 이후 절차에서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차이는 프로그램 자체의 난이도가 아니라, 참여 과정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준비했는가에서 갈립니다.
핵심 쟁점
이 사안에서 실제로 따져야 할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수명령이 어떤 법적 근거로, 몇 시간, 누가 집행하는지입니다. 법원은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할 때 성폭력처벌법 제16조에 따라 500시간의 범위에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재범예방을 위해 병과하며, 집행유예나 벌금형과 함께 부과된 경우에는 보호관찰소가, 징역형 실형과 함께 부과된 경우에는 교정시설이 각각 집행을 맡습니다.
둘째, 프로그램의 실제 구성이 무엇인지입니다. 막연히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인지행동치료에 기반해 범행 당시의 왜곡된 인지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절차, 같은 상황이 재현될 때 대처 방식을 미리 설계하는 재발방지모형(relapse prevention) 절차, 피해자 공감과 자기 삶의 재구성을 다루는 좋은 삶 모형(Good Lives Model) 절차가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오가며 진행됩니다. 매 회기 참여자의 발언·과제 수행·태도가 진행자에 의해 관찰되고 기록됩니다.
셋째, 그 기록이 어디에 다시 쓰이는지입니다. 이수명령 자체는 불이행 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별도로 다뤄지지만, 그와는 별개로 참여 태도와 치료 의지는 이후 전자장치 부착명령 재판에서 법원이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이고,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재판에서도 재판부가 비공개 사유로 "신상정보등록과 치료프로그램 수강이수만으로 재범방지 효과가 충분하다"는 취지를 드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앉아만 있었다는 인상을 남기면, 정반대의 결론에 힘을 실어 주게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이수 과정을 '기록으로 남는 절차'로 관리하기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은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태도 자체입니다. 이수명령 집행기관은 통상 회기별 출석과 참여 내용을 관리하고, 전 과정을 마치면 이수확인서를 발급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준비합니다.
1) 회기별 참여 내용을 스스로도 정리해 둡니다.
과제 수행물, 상담 중 작성한 자기분석 자료, 재발방지계획서 등은 진행기관이 보관하지만, 당사자가 그 사본이나 요약을 별도로 남겨 두지 않으면 이후 다른 절차에서 구체적으로 소명하기 어렵습니다. 회기가 끝날 때마다 그날 다룬 내용과 본인이 정리한 대응 방안을 메모 형태로 남겨, 이수확인서 한 장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과정의 실질을 확보해 둡니다.
2) 평가 항목이 무엇인지 미리 파악합니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범행에 대한 인식 정도, 피해자 공감 여부, 재범방지계획의 구체성, 참여 적극성 등을 항목별로 관찰합니다. 이 항목을 사전에 파악해 두면, 회기마다 무엇을 준비해 가야 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특히 초반 회기에서 형성된 인상이 이후 평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어, 프로그램 시작 전 상담을 통해 첫 회기부터 방향을 잡아 둡니다.
3) 소극적 태도가 남긴 기록을 방치하지 않습니다.
이미 몇 회기를 형식적으로 흘려보냈더라도, 남은 회기에서 태도를 분명히 바꾸고 그 변화를 상담자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최종 평가에 반영될 여지가 있습니다. 뒤늦게라도 자기 범행에 대한 인식과 재범방지계획을 구체적인 언어로 정리해 상담 과정에 반영시키는 것이, 이수확인서 발급 이후에는 되돌릴 수 없는 소극적 인상을 막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이수 태도를 이후 재판의 소명자료로 연결하기
이수명령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같은 사건에서 함께 다뤄지거나 뒤이어 진행되는 전자장치 부착명령·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 재판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전자장치 부착명령 재판의 소명자료로 준비합니다.
법원은 부착명령의 요건인 재범의 위험성을 범행의 동기와 수법, 반복성, 피해자와의 관계, 반성과 치료 의지, 재범을 억제할 수 있는 생활환경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수확인서와 함께 상담자의 소견, 회기별로 정리해 둔 재발방지계획서를 소명자료로 제출하면, "치료 의지"라는 추상적 요건을 구체적 기록으로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2)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재판에서 비공개 주장의 근거로 씁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은 별도 조회 기간의 재범 여부, 범행 후 정황 등과 함께 재범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심리해 결정됩니다. 재판부가 비공개 사유로 신상정보등록과 치료프로그램 이수만으로 재범방지 효과가 충분하다는 취지를 드는 사례가 있는 만큼, 이수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참여 기록과 상담자 소견을 제출해 그 판단의 근거를 채워 줍니다.
3) 보호관찰 심사 등 이후 절차를 위해 기록을 계속 관리합니다.
보호관찰소는 재범위험성 평가도구를 참고 자료로 활용해 대상자를 관리하는데, 이수 과정에서의 태도와 이후 준수사항 이행 실태가 함께 쌓여 이 평가에 영향을 줍니다. 이수명령이 끝났다고 관련 자료를 흩어지게 두지 말고, 이수확인서·상담 소견·자기 정리 메모를 한데 모아 두면 이후 어떤 절차에서든 곧바로 소명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결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은 정해진 시간을 채우면 끝나는 형식적 절차가 아닙니다. 그 안에서 남는 참여 기록과 태도는 이수명령 자체의 이행 여부를 넘어, 전자장치 부착 여부와 신상정보 공개·고지 여부를 가리는 이후 재판에서까지 재범위험성 판단의 자료로 쓰입니다.
지금 이수명령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몇 회기를 형식적으로 흘려보냈다면, 남은 회기를 어떻게 채우고 어떤 기록을 남겨야 하는지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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