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종중,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처럼 법인 등기를 하지 않은 단체가 땅이나 건물을 두고 소송을 벌이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법인사단이 대표자 명의로 소송을 냈다가 상대방 답변서 한 번 받아보지도 못한 채 소송요건 흠결로 각하당하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원인은 대개 하나입니다. 재산에 관한 소송을 내기 전에 사원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것입니다. 심지어 상대방이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아도 법원이 스스로 확인해 각하해 버리는 경우가 많아, 정작 사실관계는 유리한데도 본안 판단조차 받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비법인사단의 재산에 관한 소송에 왜 사원총회 결의가 필수인지, 이를 빠뜨리면 왜 각하로 끝나는지, 이미 낸 소송이라면 되돌릴 방법이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총유재산 — 비법인사단 재산이 공유·합유와 다른 이유
민법 제275조 제1항은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에는 총유로 한다"고 정합니다. 종중, 교회·사찰의 신도단체, 동창회, 아파트 부녀회, 설립등기 전 재건축·재개발조합처럼 대표자와 정관, 총회 같은 사단으로서의 실체는 갖췄지만 법인 등기를 마치지 않은 단체가 여기 해당합니다. 이런 단체가 보유한 임야·건물·예금 같은 재산은 특정 구성원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단 전체에 총유의 형태로 귀속됩니다.
총유가 공유·합유와 다른 결정적 지점은 지분권의 존재 여부입니다. 공유는 각 공유자가 자신의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 합유(조합재산 등)도 지분은 있되 조합관계가 존속하는 동안 처분이 제한될 뿐입니다. 반면 총유에는 애초에 구성원 개인에게 인정되는 지분권 자체가 없습니다. 구성원은 정관이나 규약이 정한 바에 따라 총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을 뿐, 자신의 몫을 떼어 팔거나 상속시킬 수 없습니다. 이 단체성의 강도 차이가 뒤에서 볼 소송 방식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총유는 사단 구성원 개인에게 지분권이 인정되지 않는 소유형태다 — 이 점이 총유재산의 처분·소송 방식을 공유·합유와 다르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총유물의 관리·처분 — 민법 제276조가 사원총회 결의를 요구하는 이유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각 사원이 정관 기타 규약에 좇아 총유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공유에 관한 민법 제265조 단서나 조합재산(합유)에 관한 규정과 달리, 제276조에는 "보존행위는 각자 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공유물은 다른 공유자 동의 없이도 각자 보존행위(제3자의 침해를 막는 소극적 방어행위)를 할 수 있지만, 총유물에는 이런 개별 행동의 근거가 애초에 법 조문에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소송 실무에서 "관리·처분"에 해당해 사원총회 결의가 필요한 소송의 범위는 넓습니다. 총유재산의 소유권 확인청구,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원인무효 등기의 말소청구, 건물철거·토지인도청구, 총유재산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까지 사단의 재산적 권리를 실현하거나 지키려는 소송이라면 대부분 여기 포함됩니다. 단순히 재산을 파는 처분행위만이 아니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소송 자체도 총유물에 관한 법률행위로 취급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반면 정관이 정한 용도 안에서 총유물을 일상적으로 사용·수익하는 행위(회관을 정기모임 장소로 쓰거나 임야를 관행대로 벌초·관리하는 정도)는 민법 제276조 제2항이 다루는 영역으로, 이 경우까지 매번 총회 결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소송인데, 소송은 그 결과로 재산의 귀속이나 현상 자체가 달라지므로 사용·수익의 연장이 아니라 처분·관리 행위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대표자가 "관행적으로 해오던 방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결의를 생략한 채 소를 내는 경우가 실무에서 흔한 착오 지점입니다.
판례 변경의 핵심 — 보존행위조차 결의가 필요해진 이유
과거에는 총유재산에 대한 제3자의 침해를 막는 보존행위 정도는 공유물 보존행위처럼 대표자나 일부 구성원이 결의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이 흐름을 정면으로 정리한 것이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4다44971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사건은 종중 소유이던 토지에 국가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자 종중이 그 말소를 구하는 소를 낸 사안이었는데, 대법원은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은 그것이 보존행위인 경우에도 법인 아닌 사단이 사원총회 결의를 거쳐 사단 명의로 하거나, 구성원 전원이 당사자가 되는 필수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종전 실무의 폭넓은 예외 인정을 좁혔습니다.
이 판결이 강조한 것은 총유가 공유·합유보다 단체성이 훨씬 강하다는 점입니다. 공유·합유에는 보존행위를 각자 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이 있지만 총유에는 그런 규정 자체가 없으므로, 보존행위라는 이유만으로 사원총회 결의를 생략할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종중이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등기 말소를 구하는 소송이든, 재건축조합 설립 전 추진위원회가 조합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내는 소송이든, 성격이 방어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결의를 건너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은 보존행위라 하더라도 사원총회 결의를 거쳐 사단 명의로 하거나 구성원 전원이 필수적 공동소송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4다44971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이다.
결의 없이 낸 소송이 '패소'가 아니라 '각하'로 끝나는 이유
사원총회 결의 없이 낸 소송은 청구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 따져보기도 전에 문턱에서 끝납니다.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97044 판결은 비법인사단이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에는 사원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고, 이러한 결의 없이 그 명의로 제기한 소송은 소송요건이 흠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소송요건은 법원이 청구의 당부(본안)를 판단하기 전에 먼저 갖춰져 있어야 하는 절차적 전제조건이고, 결의 여부는 당사자가 다투지 않아도 법원이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직권조사사항으로 다뤄집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결의 흠결을 지적하지 않았다 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법원이 심리 과정에서 결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본안 판단으로 나아간 원심판결을, 소송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도 있을 만큼 법원 스스로 이 요건을 챙기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다만 소송요건 흠결에 의한 각하판결은 청구가 이유 있는지를 판단한 것이 아니므로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결의를 제대로 갖춰 다시 소를 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시간과 비용 손실은 고스란히 사단의 몫입니다.
결의 없는 소는 청구가 옳은지조차 따져보지 못하고 문턱에서 끝난다 — 소송요건 흠결은 상대방이 다투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확인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 — 정관·소집통지·정족수
사원총회 결의를 챙겼다고 생각했는데도 나중에 흠결로 지적받는 경우 대부분은 결의를 아예 안 받은 것이 아니라 결의 절차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경우입니다. 정관이나 규약에 소송 제기를 이사회 결의나 대표자 단독 결정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별도 규정이 있다면 그에 따르면 되지만, 그런 규정이 없는데도 이사회 결의만으로 총회 결의를 대신했다면 여전히 흠결입니다. 소집통지가 일부 구성원에게 누락되었거나 정관이 정한 통지기간을 지키지 않은 채 열린 총회의 결의, 정족수에 미달한 상태에서 이뤄진 표결도 나중에 무효로 다퉈질 수 있습니다.
정관·규약에 소송 제기를 총회 결의가 아닌 다른 절차로 갈음할 수 있는 별도 규정이 있는지 먼저 확인.
소집통지는 정관이 정한 방법·기간을 지켜 전 구성원에게 보내고 발송·도달 증빙을 남길 것.
정관상 의결정족수를 충족했는지, 서면결의·위임장 처리 방식이 정관에 부합하는지 확인.
결의 안건에는 소송의 목적물, 상대방, 청구취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기재.
결의는 형식적으로 한 번 받아두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회의록, 참석자 서명부, 표결 결과를 문서로 남겨 두어야 나중에 상대방이나 법원이 결의의 존재와 적법성을 문제 삼았을 때 곧바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소장을 제출할 때 이 회의록과 대표자 선임·소송위임 관련 자료를 함께 첨부해 두는 것이 각하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상대방이 결의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소집통지나 정족수의 하자를 들어 결의무효를 다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소송요건 흠결 여부를 가리기 위해 법원이 결의 절차의 적법성을 별도로 심리하게 되어,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도 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결국 결의를 갖췄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 결의가 정관이 정한 절차를 그대로 따랐다는 점까지 증명할 수 있어야 소송요건 다툼에서 자유로워집니다.
결의 없이 이미 낸 소송 — 각하 전에 되돌릴 방법
이미 결의 없이 소를 낸 상태라도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8다10135 판결은 대표권 없는 자가 한 소송행위라도 이후 적법한 대표자나 사원총회 결의를 갖춘 사단이 그 소송행위를 추인하면 행위 시로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추인은 사실심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상고심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이 사원총회 결의 없이 제기된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어, 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뒤늦게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총회 결의를 받고 이를 추인하면 처음부터 하자가 없었던 것처럼 다뤄질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 구제책은 법원이 흠결을 지적하고 각하판결이 선고·확정되기 전에 서둘러야 실익이 있습니다. 각하판결이 확정된 뒤에는 추인으로 그 소송 자체를 되살릴 방법이 없고, 결의를 갖춰 새로 소를 제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처음 소를 냈던 시점과 다시 소를 내는 시점 사이에 소멸시효나 제척기간이 이미 지나 있지는 않은지 별도로 점검해야 합니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결의 흠결을 법원이 지적하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총회를 소집해 소송 수행에 관한 결의와 추인 의결을 받아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소를 내기 전 준비해야 할 서류와 절차
비법인사단이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면, 소장을 작성하기 전에 절차적 흠결부터 차단해 두는 것이 순서입니다. 아래 항목을 사전에 갖춰두면 각하는 물론 이후 상대방의 소송요건 다툼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정관·규약 전문을 확인해 소송 제기에 관한 결의 요건(총회 결의 필요 여부, 정족수, 대체 절차)을 정확히 파악.
사원총회 소집통지를 정관이 정한 방법으로 발송하고 발송·도달 증빙(등기우편, 공고 등)을 보관.
총회 회의록에 소송의 목적물·상대방·청구취지를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참석자 서명부·표결 결과를 첨부.
대표자 선임 및 소송위임에 관한 결의를 함께 받아 소송위임장과 결의서 원본을 소장 제출 시 첨부.
정관에 이사회 결의 등 대체 절차 규정이 있다면 그 규정에 따른 근거자료도 별도로 준비.
자주 묻는 질문
Q. 비법인사단이 정확히 어떤 단체를 말하나요?
A. 종중, 교회·사찰의 신도단체, 동창회, 아파트 부녀회, 설립등기 전 재건축·재개발조합처럼 대표자와 정관, 총회 같은 사단으로서의 조직은 갖췄지만 법인 등기를 마치지 않은 단체를 말합니다. 이런 단체의 재산은 민법상 총유로 귀속되어 개인 소유·공유와는 다른 규율을 받습니다.
Q. 대표자가 결의 없이 소송을 냈는데 사단이 몰랐다면 사단이 책임지나요?
A. 결의 없이 낸 소송은 부적법 각하되어 본안에 대한 책임까지는 발생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대표자가 정관상 권한 없이 소송을 진행하며 비용을 지출했다면, 그 대표자 개인의 권한유월에 따른 내부 책임 문제가 별도로 불거질 수 있습니다.
Q. 이미 사원총회 결의 흠결로 각하판결을 받았는데 다시 소송할 수 있나요?
A. 소송요건 흠결에 의한 각하판결은 청구의 당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어서 기판력이 없으므로, 결의를 적법하게 갖춰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처음 소를 낸 시점과 재소 시점 사이에 소멸시효나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Q. 결의 없이 낸 소송,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결의를 받으면 구제되나요?
A. 판례상 적법한 사원총회 결의를 갖춰 종전 소송행위를 추인하면 그 행위 시로 소급하여 효력이 생기고, 이러한 추인은 상고심에서도 가능합니다. 다만 각하판결이 이미 확정된 뒤에는 추인으로 되살릴 수 없으므로 법원이 지적하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Q. 종중도 총유재산 소송에 종중총회 결의가 반드시 필요한가요?
A. 종중도 법인 아닌 사단에 해당하므로 동일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한 등기 말소 청구처럼 성격상 방어적인 보존행위라 하더라도 판례상 종중총회 결의를 거치거나 종중원 전원이 당사자가 되는 필수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소를 내야 합니다.
Q. 정관에 다른 규정이 있으면 사원총회 결의 없이도 소송할 수 있나요?
A. 네, 판례도 정관에 다른 정함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를 인정합니다. 이사회 결의로 소송 제기를 갈음할 수 있다는 규정 등이 있는지 소를 내기 전에 정관과 규약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맺음말
비법인사단의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은 사실관계나 법리 다툼 이전에, 사원총회 결의라는 절차적 관문을 넘는 것이 먼저입니다. 결의가 없으면 그것이 적극적인 처분을 다투는 소송이든 침해를 막는 보존행위 성격의 소송이든 가리지 않고 소송요건 흠결로 각하될 수 있고, 이는 상대방이 다투지 않아도 법원이 스스로 확인하는 사항입니다. 이미 소송을 낸 상태라면 각하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결의를 갖추고 추인 절차를 밟는 것이 가장 빠른 대응이고, 아직 소를 내기 전이라면 정관 확인부터 소집통지, 결의서 작성까지 절차를 먼저 갖추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절차적 흠결은 사후에 드러나면 되돌리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특히 수원지방법원 관할 지역에서 종중·동창회·재건축조합 관련 분쟁이 진행 중이라면, 소장을 내기 전 결의 절차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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