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 확정판결을 받아두면 그걸로 채권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확정판결로 확인된 채권도 시간이 지나면 소멸시효에 걸리고, 그 기간은 10년에 불과합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숨긴 채 시간을 끌거나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미루는 사이 이 10년이 다가오면, 어렵게 받아둔 집행권원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위험에 놓입니다. 이 글에서는 확정판결의 소멸시효가 임박했을 때 재소를 통해 집행권원을 되살리는 절차와, 이행소송·확인소송 중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확정판결도 소멸시효에 걸린다 — 민법 제165조가 정한 10년
민법 제165조 제1항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원래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하는 것이었더라도 그 소멸시효 기간을 10년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이나 재판상 화해·조정 등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으로 확정된 채권도 마찬가지로 10년의 시효를 적용한다고 규정합니다. 가령 회사 간 물품대금이나 대여금 채권처럼 상법 제64조에 따라 원래 5년의 단기 상사시효가 적용되던 채권이었더라도, 일단 소송을 거쳐 확정판결을 받고 나면 시효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납니다. 시효 기간이 이렇게 연장되는 이유는 확정판결이라는 법원의 최종 판단을 거친 이상 채권의 존재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크게 줄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10년이 무한정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민법 제157조의 초일불산입 원칙에 따라 판결이 확정된 날의 다음날 0시부터 10년의 시효기간이 새로 진행되기 시작하고, 그 기간 안에 채권자가 시효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채권 자체가 시효로 소멸합니다. 실무에서 흔히 벌어지는 착각은 "판결을 받아뒀으니 평생 유효하다"는 생각입니다. 승소판결을 받은 뒤 채무자가 별다른 재산이 없어 강제집행을 미루다가, 정작 1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야 뒤늦게 상황을 깨닫는 채권자가 적지 않습니다. 확정판결이라는 결과물 자체는 영구적인 권리가 아니라, 시효라는 시한이 걸린 권리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확정판결로 확인된 채권도 판결 확정일부터 다시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므로, 집행권원을 받아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
시효 완성이 다가올 때 채권자가 쓸 수 있는 세 갈래
민법 제168조는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로 재판상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그리고 채무자의 승인을 들고 있습니다. 확정판결로 받은 채권도 이 세 가지 사유 중 하나가 시효 완성 전에 발생하면 시효가 새로 진행되므로, 10년이 다가온다고 해서 곧바로 채권이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 가지 방법이 실제로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이나 예금 등 집행 가능한 재산이 파악되어 있다면 압류나 강제경매 신청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순순히 채무 존재를 인정하는 각서나 일부 변제를 해준다면 승인으로도 시효가 중단됩니다. 그러나 채무자가 재산을 숨기거나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는 경우, 또는 채무자가 시효완성만 기다리며 협조를 거부하는 경우라면 압류도 승인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채권자가 단독으로, 채무자의 협조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재판상 청구, 즉 다시 소를 제기하는 재소입니다.
압류·가압류 — 집행 가능한 재산이 파악되어 있을 때 가장 직접적이지만, 재산이 없으면 실행 자체가 불가능.
채무 승인 — 채무자가 각서·일부변제로 스스로 채무를 인정할 때만 성립,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음.
재판상 청구(재소) — 채무자의 협조 없이 채권자 단독으로 진행 가능, 시효 완성이 임박했을 때 사실상 마지막 수단.
재소(이행소송)로 다시 승소판결 받기 — 요건과 실익
재소는 전소에서 확정된 채권과 동일한 채권에 대해 다시 이행을 구하는 소송입니다. 겉모습은 처음 소송을 제기했을 때와 같은 이행소송이지만, 실질은 전혀 다릅니다. 전소 확정판결이 이미 존재하므로 채권의 발생 원인이나 금액 등 실체적 쟁점을 처음부터 다시 다툴 필요가 없고, 전소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실과 그 채권의 시효를 중단하기 위해 다시 소를 제기했다는 점만 주장·증명하면 됩니다. 채무자가 특별히 다툴 사유(변제·상계 등)를 내세우지 않는 한 심리는 전소보다 훨씬 간명하게 진행됩니다.
다만 재소는 형식이 정식 이행소송이기 때문에, 청구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인지대·송달료 등 소송비용을 전소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한때는 이런 재소가 이미 확정판결로 해결된 사안을 다시 법원에 가져오는 것이어서 소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다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은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 그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해 동일한 소송물에 관하여 다시 소를 제기하는 이른바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에는 소의 이익이 있다고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이로써 재소 자체의 적법성 논란은 해소되었고, 채권자는 시효 완성이 다가오면 주저 없이 재소를 검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행소송 대신 확인소송도 가능 —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재소가 반드시 이행소송의 형태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은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외에, '재판상의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이른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확인소송은 청구취지 자체가 전소 판결금 채권에 관하여 시효중단을 위해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형태여서, 채권의 존부나 금액을 다시 심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방식의 실익은 비용과 절차의 간명함에 있습니다. 확인소송은 이행소송처럼 청구금액 전액을 기준으로 소가가 산정되지 않아 인지대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실체적 내용을 다시 주장·증명할 필요가 없어 심리도 짧게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채권자가 이행소송과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중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것을 선택하여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했으므로, 두 가지 방법 모두 재소를 준비하는 채권자에게 열려 있는 선택지입니다.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이행소송뿐 아니라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점'만 확인받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도 가능하며, 채권자는 두 방식 중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이행소송이냐 확인소송이냐 — 실무 판단 기준
두 방식 중 무엇을 고를지는 지금 당장 강제집행에 나설 계획이 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채무자에게 압류할 만한 재산이 이미 파악되어 있고 재소 판결을 받는 즉시 강제집행에 착수할 예정이라면, 새 집행권원이 필요하므로 이행소송을 선택하는 편이 맞습니다. 반대로 지금 당장 집행할 재산은 없고 우선 시효만 끊어 채권을 살려두려는 목적이라면, 비용과 시간이 덜 드는 확인소송이 유리합니다.
다만 확인소송으로 받은 판결 자체는 집행권원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둬야 합니다. 나중에 채무자의 재산이 새로 발견되어 강제집행에 나서려면, 그 확인판결을 근거로 다시 별도의 이행소송이나 지급명령 등을 통해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절차가 한 번 더 필요합니다. 채무자의 주소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에는 공시송달 절차를 함께 진행해야 하는데, 첫 공시송달은 법원 게시 후 2주가 지나야 비로소 효력이 생긴다는 점(민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까지 감안해 재소를 계획한다면 시효 완성일보다 넉넉히 앞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즉시 집행할 재산이 파악되어 있는 경우 — 이행소송으로 새 집행권원 확보.
당장 집행할 재산은 없고 시효만 끊어두려는 경우 —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비용·시간 면에서 유리.
채무자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 — 공시송달을 함께 준비해 지연에 대비.
가상 사례로 보는 재소 타이밍 판단
가정을 하나 세워보겠습니다. 甲이 乙을 상대로 대여금 1억원 반환청구소송에서 승소해 그 판결이 2017년 3월에 확정되었다고 합시다. 乙은 판결 확정 이후 별다른 재산을 보유하지 않은 채 지내왔고, 甲도 당장 집행할 재산이 없어 강제집행을 미뤄왔습니다. 이 경우 판결 확정일로부터 10년이 되는 2027년 3월이 다가올수록, 甲의 채권은 소멸시효 완성이라는 위험에 점점 가까워집니다.
甲이 2026년 하반기에 乙의 재산관계를 다시 조사했더니 乙 명의의 부동산이 새로 확인되었다면, 지체 없이 이행소송 형태의 재소를 제기해 새 집행권원을 확보하고 곧바로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여전히 乙 명의로 집행할 재산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청구금액 전액을 기준으로 인지대를 부담하는 이행소송 대신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 우선 시효만 끊어두고, 이후 乙의 재산이 새로 파악될 때 별도로 집행권원을 갖추는 방향이 합리적입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2027년 3월이 오기 전에 재소를 마쳐야 한다는 결론은 같습니다.
재소 시기를 놓쳐 시효가 완성되면 벌어지는 일
시효 완성 전에 재소 등 중단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그 이후 채무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항변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채권자가 확정판결이라는 승소 기록을 갖고 있더라도, 채무자가 이 항변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채권 자체가 소멸한 것으로 취급되어 더 이상 집행할 수 없게 됩니다. 애써 받아둔 확정판결이 결국 종이 위의 기록으로만 남는 것입니다.
물론 시효가 완성된 뒤에도 채무자가 스스로 시효이익을 포기하고 임의로 변제하면 그 변제는 유효합니다. 그러나 채무자가 시효완성을 알고 다투기로 마음먹은 이상, 채권자로서는 별다른 대응 수단이 남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채권자들이 이 시점을 놓치는 이유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확정판결을 받아둔 뒤 안심하고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지 않다가, 판결일로부터 10년이 임박한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소를 준비할 때 실제로 챙겨야 할 자료
재소를 진행하기로 했다면 소장 작성 단계에서 전소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준비해야 심리가 지체되지 않습니다. 전소 확정판결의 존재와 확정 여부, 그 판결의 내용을 그대로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핵심이고, 여기에 채무자의 현재 주소와 파악된 재산관계 자료를 더해두면 이후 강제집행 단계로 넘어가기도 수월해집니다.
전소 확정판결문 정본 또는 사본.
판결확정증명원 — 확정일자를 증명해 시효 기산점을 특정.
송달증명원 — 판결이 채무자에게 적법하게 송달되었음을 뒷받침.
채무자의 최신 주소·재산관계 자료 — 소재불명 시 공시송달 신청에 필요.
확인소송을 택할 경우 청구취지 문안 — 채권의 존부가 아니라 재판상 청구가 있었다는 사실 확인을 구하는 형태로 구성.
확정판결문 정본을 분실했다면 재판을 진행했던 법원에 판결서 등본·정본 재발급을 신청해 미리 확보해두어야 소장 접수가 지연되지 않습니다. 또한 시효 완성일이 임박한 상태에서 채무자의 주소보정이나 공시송달 결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감안하면, 실제 소장은 시효 완성 예정일보다 최소 수개월 전에 접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확정판결을 받은 지 벌써 9년이 넘었는데 아직 재소할 수 있나요?
A. 판결 확정일부터 10년이 되는 시점 전에 재판상 청구 등 시효중단 조치를 마치면 되므로, 아직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재소가 가능합니다. 다만 남은 기간이 촉박할수록 서류 준비와 송달 지연 가능성까지 고려해 서둘러야 합니다. 정확한 시효 완성 예정일은 판결확정증명원에 적힌 확정일을 기준으로 직접 계산해두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Q. 재소를 하면 소송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A. 이행소송을 선택하면 청구금액을 기준으로 인지대·송달료가 산정되어 전소 때와 비슷한 부담이 다시 발생합니다. 반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소가 산정 방식이 달라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방식이든 실체적 쟁점을 다시 다투지 않는 만큼 변론 횟수가 줄어 전체 소송 기간도 전소보다 짧게 끝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Q. 채무자가 이미 재산을 다 처분한 것 같은데도 재소가 의미가 있나요?
A. 재소의 목적은 당장의 집행이 아니라 시효를 끊어 채권 자체를 살려두는 데 있습니다. 지금은 집행할 재산이 없어도 나중에 채무자에게 재산이 생기면 그때 곧바로 집행에 나설 수 있도록 미리 조치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지급명령으로도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나요?
A. 지급명령 신청도 재판상 청구에 준하는 시효중단 효력이 인정됩니다. 다만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통상의 소송절차로 이행되므로, 확정까지 걸리는 시간과 채무자의 이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선택해야 합니다. 채무자가 이미 한 차례 다퉜던 채권이라면 다시 이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처음부터 이행소송이나 확인소송을 택하는 편이 더 확실할 수 있습니다.
Q. 재소로 새 확정판결을 받으면 시효가 또 10년 늘어나나요?
A. 그렇습니다. 민법 제165조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를 10년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재소로 받은 새 확정판결도 그 확정일부터 다시 10년의 소멸시효가 새로 진행됩니다.
Q. 확인소송으로 시효를 끊었는데 나중에 재산이 발견되면 바로 강제집행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받은 판결 자체는 집행권원이 아닙니다. 재산이 발견되면 그 확인판결을 근거로 다시 이행소송이나 지급명령 등을 통해 별도의 집행권원을 확보해야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 다만 확인판결로 시효 자체는 이미 새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이 단계에서는 시효 걱정 없이 집행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채권이 영구히 보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결 확정일부터 10년이라는 시효가 다시 진행되고, 그 기간이 다가오는데도 압류할 재산이 없고 채무자의 협조도 기대하기 어렵다면 남는 방법은 재판상 청구, 즉 재소뿐입니다. 이행소송으로 새 집행권원을 받을지, 비용이 덜 드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으로 시효만 우선 끊어둘지는 채무자의 재산 상황과 집행 계획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입니다.
수원지방법원 관할 사건을 다루다 보면 확정판결을 받아두고도 10년이 다 되어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뒤늦게 문의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시효 완성이 임박했다면 남은 기간과 준비 서류를 먼저 점검하고, 이행소송과 확인소송 중 어느 쪽이 상황에 맞는지 서둘러 판단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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