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준강간, 항거불능 아닌 항거곤란만으로 성립하는 이유
장애인 준강간, 항거불능 아닌 항거곤란만으로 성립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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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장애인 준강간, 항거불능 아닌 항거곤란만으로 성립하는 이유 

강대현 변호사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한 준강간 사건에서 피고인 측이 자주 내세우는 방어논리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완전히 의식을 잃거나 반항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형법상 일반 준강간죄의 논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장애인을 피해자로 하는 사건에는 그대로 들어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장애인에 대해서는 항거불능뿐 아니라 항거곤란 상태만으로도 준강간죄가 성립하도록 별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형법 준강간과 장애인 준강간이 조문상 어떻게 갈리는지, 법원이 항거곤란 여부를 실제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형법 제299조 준강간 — '항거불능'이라는 문턱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고 규정합니다. 조문 자체에 명시된 요건은 심신상실 아니면 항거불능, 이 두 가지뿐입니다. 심신상실은 술이나 약물, 수면 등으로 의식이 없거나 사물을 변별할 능력을 잃은 상태를 말하고, 항거불능은 의식은 있지만 심리적·물리적으로 저항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그에 준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은 이 항거불능의 의미를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풀이했습니다. 문언만 보면 현저히 곤란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강간죄·강제추행죄와의 형량 균형을 고려해 심신상실에 준할 정도로 저항 능력 자체가 크게 무너진 상태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만취해 혼미한 상태이거나 수면제 약효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상태 등이 대표적으로 인정되는 사례입니다.

문제는 지적장애나 정신장애가 있는 피해자입니다. 의식이 또렷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어 위 기준으로는 항거불능이라고 단정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저항할 힘이 실제로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형법 제299조만 놓고 보면 이런 사례는 처벌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별도로 마련된 조항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 — 장애인에게는 '항거곤란'도 포함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형법 제299조와 비교하면 요건에 항거곤란이라는 단어가 하나 더 들어가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는 입법자가 실수로 넣은 표현이 아니라, 장애인 피해자를 형법상 항거불능 기준으로만 보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의도적으로 추가한 요건입니다.

처벌 수위도 형법상 준강간보다 무겁습니다. 이 조항에 해당하면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형이 그대로 적용되어, 간음이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폭행·협박을 수반한 특정 유사강간 행위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추행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형법상 일반 준강간죄의 법정형보다 하한이 훨씬 높게 설정되어 있는 셈입니다.

항거곤란이라는 문언이 갖는 실무적 의미는 분명합니다. 피해자가 완전히 저항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도, 장애로 인해 저항이 상당히 어려운 상태였다면 그 자체로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항거불능이 저항할 힘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묻는 기준이라면, 항거곤란은 그보다 완화된 정도의 무력화로도 성립 여지를 열어둔 기준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항거불능과 항거곤란, 법원은 실제로 어떻게 구별하나

그렇다면 법원은 항거곤란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요. 실무에서 자주 인용되는 판단은, 피해자의 장애 정도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아예 행사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지 여부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장애의 등급이나 의사소통 능력만으로 기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두 사람 사이의 권력관계나 의존관계, 피해자가 실제로 보인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는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며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나타냈는데도 명확히 거부하지 못한 경우, 가해자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무서워서 반항하지 못한 경우, 사건 이후 경찰에 신고가 이뤄진 뒤에도 가해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경우와 같은 사정들이 항거곤란 상태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들은 신체적으로 저항이 불가능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장애로 인한 인지·판단·의사표현 능력의 제약 때문에 심리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보여주는 요소들입니다.

  • 항거불능(형법 제299조) — 심신상실에 준할 정도로 저항 능력 자체가 붕괴된 상태.

  • 항거곤란(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 — 완전한 불능까지는 아니어도 장애로 인해 저항이 현저히 어려운 상태.

  • 판단 요소 — 장애 등급 자체가 아니라 범행 당시 정황(관계, 반응, 거부 의사 표현 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인지 여부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며, 범행 당시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거곤란 여부를 판단한다.

피고인의 '인식' 여부라는 또 다른 관문

항거곤란 상태가 인정된다고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준강간죄는 고의범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가 장애로 인해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그 상태를 이용해 간음이나 추행에 나아갔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거나, 장애는 알았지만 그로 인해 저항이 어려운 상태였다는 것까지는 인식하지 못했다고 다투는 것이 실무에서 흔한 방어 논리입니다.

서울고등법원 2019. 7. 11. 선고 2019노590 판결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신장애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도 그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장애인준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피고인이 통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범위 안에서 피해자를 대했고 장애로 인한 저항 곤란 상태를 알아차릴 만한 사정이 없었다면, 같은 행위라도 고의가 부정될 여지가 남습니다.

이 때문에 수사·재판 단계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평소 어떤 관계였는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를 알게 된 경위와 시점, 범행 당시 피해자의 언행이나 상태를 피고인이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보여주는 정황증거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뿐 아니라, 피고인의 인식을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주변 정황이 사건의 향방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와 준강간의 차이

성폭력처벌법 제6조는 항거불능·항거곤란을 이용하는 준강간·준강제추행 외에도, 위계 또는 위력으로 장애인을 간음하거나 추행하는 행위를 별도의 항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위계는 상대방을 속이거나 오인하게 해 성적 행위에 이르는 것을 말하고, 위력은 폭행·협박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세력으로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것을 말합니다. 두 조항은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규율하는 상황이 다릅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제6조 제4항)은 피해자가 이미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가해자가 이용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은 피해자가 그런 상태에 있지 않더라도, 가해자가 기망이나 세력을 동원해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시설 종사자나 활동지원사처럼 장애인의 일상을 관리·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지위를 이용해 성적 행위를 요구하는 경우가 위계·위력 조항으로 다뤄지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무에서는 하나의 사건에 두 조항이 함께 검토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처음에는 준강간으로 입건했다가,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보다 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압박한 정황이 드러나면 위계·위력 조항으로 공소사실이 정리되기도 합니다. 어느 조항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요건사실과 방어전략이 달라지므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 구별을 염두에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 사례로 보는 적용

예를 들어 경도 지적장애가 있는 성인이 지인의 자취방에서 술을 마신 뒤 성관계에 이른 사건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피해자는 의식을 잃지는 않았고 이동도 가능했지만, 평소 상대방의 요구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었고 사건 당시에도 싫다는 말을 하면서도 몸으로는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형법상 일반 준강간 기준으로 보면 항거불능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은 사안입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평소에도 피해자가 자신의 요구를 잘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완전히 무력화되지 않았더라도, 장애로 인한 판단·거부 능력의 제약 때문에 저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평가될 수 있고, 피고인이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의 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고인이 피해자와 처음 만난 자리였고 외견상 장애를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피해자도 대화나 행동에서 특별히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면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같은 결과라도 피고인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피해자의 상태가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이 유형 사건의 특징입니다.

처벌 수위와 절차상 유의점

장애인 준강간죄는 법정형 자체가 무겁습니다. 간음에 이르렀다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 적용되어, 실형이 선고될 경우 형량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정해집니다. 여기에 신상정보 등록, 공개·고지명령, 취업제한 등 부수처분이 함께 검토되는 경우가 많아 형사처벌 이외의 불이익도 크게 작용합니다.

다만 성폭력처벌법 위반죄라고 해서 모두 특정강력범죄로 취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본 서울고등법원 2019노590 판결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죄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누범 가중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는 누범가중이라는 개별 쟁점에 대한 판단일 뿐, 그 자체로 처벌 수위가 가볍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다른 가중·감경 사유는 사건마다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피해자 측이라면 사건 초기에 진단서·복지카드 등 장애를 뒷받침하는 자료와 함께, 피고인이 그 장애를 인식할 수 있었던 정황(대화 내용, 관계 형성 경위, 주변인의 증언 등)을 정리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피고인 측이라면 반대로 장애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정과 피해자 상태에 대한 객관적 정황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항거불능과 항거곤란의 조문상 차이, 그리고 인식이라는 별도의 요건을 함께 이해하고 있어야 사건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항거불능과 항거곤란은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가요?

A. 항거불능은 심신상실에 준할 정도로 저항할 힘 자체가 크게 무너진 상태를 뜻하고, 항거곤란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장애로 인해 저항이 상당히 어려운 상태를 뜻합니다. 형법 제299조 준강간은 항거불능만을 요건으로 하지만,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은 장애인 피해자에 한해 항거곤란까지 포함시켜 처벌 범위를 넓혀 두었습니다.

Q.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준강간죄는 고의범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와 그로 인한 항거불능·항거곤란 상태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관계 형성 경위나 평소 언행 등 객관적 정황을 통해 실제로 인식하지 못했음이 소명되어야 합니다.

Q.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아도 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법원은 장애의 등급이나 심각성 자체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고 보고, 범행 당시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피해자의 반응, 거부 의사 표현 가능성 등을 종합해 항거곤란 여부를 판단합니다. 경도 장애라도 구체적 정황에 따라 항거곤란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위계나 위력을 쓰지 않고 그냥 관계를 가졌다면 처벌 대상이 아닌가요?

A. 아닙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은 위계·위력을 별도로 쓰지 않아도, 피해자가 이미 장애로 인해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다는 사정 자체를 이용했다면 성립합니다. 위계·위력 조항은 그런 상태가 없는 경우에도 가해자가 기망이나 세력으로 저항을 제압했을 때 적용되는 별도의 규정입니다.

Q. 장애인 준강간죄로 기소되면 특정강력범죄로 가중처벌되나요?

A. 판례상 성폭력처벌법 위반(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죄는 특정강력범죄에는 해당하지 않아 누범가중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는 누범가중이라는 개별 쟁점에 대한 판단이며, 법정형 자체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매우 무거우므로 별도로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닙니다.

Q. 이런 사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A. 피해자의 장애 정도와 그 장애가 저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자료, 그리고 피고인이 그 상태를 인식했는지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하는 정황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항거불능·항거곤란이라는 상태 요건과 피고인의 인식이라는 고의 요건은 서로 다른 문제이므로 둘을 분리해서 검토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맺음말

장애인을 상대로 한 준강간 사건은 형법상 일반 준강간과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조문의 구조와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형법 제299조가 항거불능만을 요건으로 삼는 것과 달리, 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4항은 항거곤란까지 포함시켜 장애인 피해자를 더 두텁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사건의 쟁점을 엉뚱한 곳에서 찾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했는지 여부라는 별도의 요건까지 함께 작동하기 때문에, 실제 사건에서는 상태 요건과 고의 요건을 나누어 각각의 증거를 살펴야 합니다. 장애 등급표 하나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범행 전후의 구체적인 정황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방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피해자든 피고인이든 쟁점을 정확히 가려줄 조력을 사건 초기에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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