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부탁으로 카지노 대리 배팅해준 게 처벌되나요
사건 개요
의뢰인 A씨는 친한 친구 B씨와 함께 동남아 여행 중이었습니다. 카지노에 들렀는데 B씨가 갑자기 급한 전화를 받고 자리를 비워야 했습니다. B씨는 A씨에게 자신의 칩을 건네며 "룰렛 숫자 하나만 불러줄 테니 그대로 걸어 달라"고 부탁했고, A씨는 별생각 없이 B씨가 문자로 알려주는 금액과 번호대로 몇 차례 배팅을 대신 눌러 주었습니다. 결과는 B씨에게 그대로 전달했고, 딴 돈도 잃은 돈도 전부 B씨 몫이었습니다. A씨는 수고비 한 푼 받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귀국하고 반년쯤 지나 B씨와 다른 일로 사이가 틀어지면서 불거졌습니다. B씨가 지인들에게 "그때 A가 내 대신 도박을 해줬다"는 말을 흘렸고, 이 말이 A씨 귀에까지 들어온 것입니다. A씨는 "내 돈이 아니었고, 나는 시키는 대로 버튼만 눌렀을 뿐인데 그것도 도박죄가 되느냐"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상담을 청해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내 돈을 걸지 않았다는 사정,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도박죄 성립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가담한 경위와 정도, 반복 여부에 따라 죄책의 무게와 대응 전략은 크게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안에서 실제로 승패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해외에서 벌어진 도박에도 우리 형법이 적용되는지입니다(형법 제3조 내국인의 국외범). 둘째, 남의 돈으로, 남을 대신해 배팅을 했다는 사정이 도박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지입니다 — 즉 A씨가 스스로 '도박을 한 자'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셋째, 단 한 차례, 대가 없이 부탁을 들어준 정황이 형법 제246조 단서의 '일시오락' 예외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는지입니다. 넷째, A씨의 가담 형태를 정범과 방조 중 어느 쪽으로 볼지, 그리고 실제 지시자였던 B씨와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서, 첫 단계에서 "해외니까 상관없다"는 전제가 무너지면 나머지 쟁점은 형량과 대응 수위를 정하는 문제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상담의 출발점은 항상 정확한 법적 지위부터 확인하는 것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해외라서 괜찮다"는 전제부터 정확히 짚기
상담을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카지노가 합법인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니 문제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우리 형법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 다음 순서로 법적 틀을 먼저 세웁니다.
1) 형법 제3조에 따라 해외 도박도 국내법 처벌 대상입니다.
형법 제3조는 "본법은 대한민국영역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절대적 속인주의라 부르는데, 내국인이 해외에서 저지른 행위는 그 나라에서 합법이든 불법이든 관계없이 우리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미국 네바다주의 합법 호텔 카지노에서 상습으로 도박을 한 내국인 사건에서, 그 카지노가 현지법상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형법 제3조에 따른 처벌 대상임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2도2518 판결).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내국인 출입이 예외적으로 허용된 강원랜드처럼 법령이 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해외 카지노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 확립된 태도입니다.
2) 도박죄의 정의상 '누구 돈이었는지'는 성립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도박이란 2인 이상이 서로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 그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를 말합니다(형법 제246조). 이 정의는 배팅한 재물이 '자기 소유'일 것을 요건으로 삼지 않습니다. 스스로 게임 테이블에 참여해 우연에 재물의 득실을 맡기는 행위를 한 이상, 그 돈이 누구 지갑에서 나왔고 결과가 누구 몫으로 돌아갔는지는 도박죄의 성립 자체를 막지 못합니다. A씨가 "내 돈이 아니었다"고 항변해도, 실제로 테이블에서 배팅 행위를 직접 실행한 이상 정범으로 평가될 위험이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 '일시오락' 예외는 카지노 배팅에는 사실상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형법 제246조 제1항 단서는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도박은 처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예외는 친분관계에서 소액으로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오락성 놀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돈 규모와 게임 방식이 이미 상업적으로 설계된 카지노 테이블 배팅에는 좀처럼 인정되지 않습니다. 배팅 횟수가 한두 차례였다거나 액수가 크지 않았다는 사정은 기소 여부나 벌금 액수를 정할 때 참작될 여지는 있지만, 애초에 도박죄 구성요건 자체를 벗어나게 해 주는 사유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지점을 처음부터 냉정하게 짚어야, 이후 대응 전략을 헛짚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가담 형태를 정확히 나눠 책임 범위를 좁히기
법적 지위를 정확히 세운 다음에는, A씨가 실제로 어떤 형태로 가담했는지를 촘촘히 나누어 책임의 크기를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다음을 살핍니다.
1) 직접 배팅을 실행했는지, 단순히 말만 전했는지를 구분합니다.
A씨처럼 테이블에서 칩을 직접 올리고 버튼을 누른 경우와, 딜러나 다른 사람에게 배팅 내용을 전달만 한 경우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자는 우연한 승부에 스스로 뛰어든 행위로서 도박죄의 정범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후자처럼 실행 행위 자체를 하지 않고 연락책 역할만 했다면, 정범이 아니라 도박 방조로 평가될 여지를 다퉈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었는지를 문자 기록, 동행자 진술, 카지노 CCTV 등 객관적 정황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입니다.
2) 반복성과 대가성을 분리해 상습성 판단을 방어합니다.
형법 제246조 제2항은 상습으로 도박을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합니다. 상습성은 도박의 성질·방법·횟수·기간·수수료 수수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되는데, 단 1회의 부탁에 응해 대가 없이 대신 배팅해 준 것과,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대리 배팅을 해 주거나 수고비를 받아 온 것은 전혀 다른 사안입니다. A씨의 경우처럼 횟수가 제한적이고 대가 수수가 없었다는 사정은 상습성 배제와 양형 단계 모두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할 근거가 됩니다. 반대로 이런 부탁을 여러 번 들어주었거나 수고비를 받아 왔다면, 상습도박으로 죄질이 크게 무거워질 수 있어 초기 진술 단계부터 이 부분을 정확히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3) 지시자와의 책임 분배, 그리고 진술 대응 전략을 함께 세웁니다.
배팅을 지시한 B씨는 스스로 도박을 한 자로서 정범이 되고, 상황에 따라 A씨와 공동정범 관계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 A씨가 누구의 지시로, 어떤 경위로, 몇 차례나 관여했는지를 스스로 먼저 정리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B씨의 일방적 진술에 끌려다니며 실제보다 무거운 가담자로 비칠 위험이 있습니다. 수사기관 조사 이전에 시점별 사실관계와 관여 정도를 정리한 진술 초안을 준비해 두는 것이, 실제 가담 정도에 맞는 책임만 지도록 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어입니다.
결론
"내 돈이 아니었다", "부탁이라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사정은 사람의 마음은 움직여도 도박죄의 구성요건을 비켜 가게 해 주지는 않습니다. 해외 카지노라는 장소도, 대가 없이 한 번 들어준 호의라는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 안에서도 실행 행위를 직접 했는지, 몇 차례였는지, 대가를 받았는지에 따라 죄책의 무게는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부탁을 받아 이미 대리 배팅을 해 준 적이 있거나, 지인이 이 일을 문제 삼으려는 조짐이 보인다면, 사실관계를 스스로 정리해 두고 자신의 가담 정도에 맞는 대응 방향을 미리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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