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와 오래 대화하다 만나자고 한 게 그루밍 처벌 대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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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와 오래 대화하다 만나자고 한 게 그루밍 처벌 대상인가요 

김강희 변호사


미성년자와 오래 대화하다 만나자고 한 게 그루밍 처벌 대상인가요


사건 개요


채팅 앱이나 SNS에서 알게 된 상대와 몇 주, 몇 달에 걸쳐 대화를 이어오다가 "한번 만나자"는 말을 건넨 뒤에야 상대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상담을 청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거나, 만나기로 한 날짜가 오기도 전에 신고를 당하거나 수사 대상이 된 경우 "말만 꺼냈을 뿐 실제로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것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 공통된 질문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들여다보는 지점은 "만나기로 했는가"라는 결과가 아닙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는 실제 만남이나 성적 접촉이 이루어지기 이전, 대화와 유인·권유 단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도록 설계된 조항이기 때문입니다. 소위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이라 불리는 이 조항은 상대를 실제로 만나거나 신체 접촉이 있었는지를 따지지 않고도 성립할 수 있어, "말만 하고 안 만났으니 괜찮다"는 생각과는 결이 다르게 작동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래 대화를 나눈 뒤 만나자고 제안한 사실 자체가 그루밍 처벌 대상이 되는지는 그 제안 한마디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관건은 그 이전 대화가 어떤 성격이었는지, 그리고 '만나자'는 말이 무엇을 위한 만남이었는지입니다. 이 두 갈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혐의의 성립 여부와 방어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판단을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오래 이어진 대화가 제15조의2 제1항 제1호가 정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나눈 것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둘째, "만나자"는 제안이 단순한 만남 제의를 넘어 같은 조 제1항 제2호가 정한 성교·유사성교 행위, 신체의 접촉·노출, 자위 등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셋째, 이 모든 행위에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했다는 점이 인정되는지입니다. 넷째, 상대방이 16세 미만인지 여부입니다.

넷째 쟁점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제15조의2 제2항이 상대가 16세 미만인 경우에는 제1항과 달리 '성적 착취 목적'이라는 요건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고 같은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네 쟁점 중 어느 하나가 인정되면, 실제로 만남이 성사됐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혐의는 이미 완성된 상태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방어는 "안 만났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서 시작할 수 없고, 대화와 제안 그 자체의 성격을 먼저 가려내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오래 나눈 대화"를 1호 요건에 비추어 다시 읽어내기


많은 분들이 "대화가 길었다"는 사실 자체를 불리한 증거로 여기지만, 대화의 길이나 횟수만으로 제1호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그 대화가 실제로 성적인 욕망·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었는지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대화 전체를 다음 순서로 재구성합니다.

1) 대화 전체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성적 표현의 존부와 빈도를 특정합니다.

몇 달에 걸친 대화라도 그중 실제로 성적인 표현이 담긴 구간은 일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부, 일상, 고민 상담으로 채워진 구간과 성적인 언급이 등장한 구간을 분리해 시간순으로 캡처를 재배열하고, 성적 표현이 등장한 시점과 빈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두어야 "대화 전체가 곧 성착취 목적 대화"라는 식의 막연한 평가를 막을 수 있습니다.

2) 성적인 방향으로 대화를 먼저 이끈 주체를 대화록에서 가려냅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는 성적 표현이 누구로부터 먼저 나왔는지가 진술만으로는 뒤섞이기 쉽습니다. 상대가 먼저 신체나 성적인 화제를 꺼낸 정황이 있다면 그 발화 시점과 문구를 캡처에서 그대로 특정해, 초기 조사 단계부터 일방적 유도가 아니었다는 사정을 제시해 둡니다.

3) 대화가 반복·지속됐는지, 아니면 산발적이었는지를 구간별로 나눕니다.

제1호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라는 표현을 명시하고 있어, 성적 표현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한두 차례의 산발적 언급에 그쳤는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됐는지가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칩니다. 대화 전체를 구간별로 나누어 성적 표현의 반복 빈도를 정리해 두는 작업이 사실관계 다툼의 출발점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만나자고 한 말"이 유인·권유에 해당하는지 가려내기


대화 자체가 제1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만나자"는 말 한마디가 제2호의 유인·권유로 평가될 수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에서 다음을 확인합니다.

1) 만남 제안의 정확한 문구와 그 전후 맥락을 대조합니다.

제2호는 성교·유사성교 행위,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 자위 행위 등 구체적인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습니다. 순수하게 "얼굴 한번 보자",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취지의 제안과, 만남을 매개로 성적 행위를 암시하거나 요구하는 제안은 법적 평가가 다릅니다. 만남을 제안한 메시지 앞뒤로 오간 대화를 함께 대조해, 그 제안이 무엇을 위한 만남이었는지를 문구 그대로 특정해 둡니다.

2) 상대 연령에 따라 '성적 착취 목적' 입증의 필요 여부를 나눠 대응합니다.

상대가 16세 이상 19세 미만이라면 제1항이 적용되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했다는 점까지 검사가 증명해야 하지만, 16세 미만이라면 제2항에 따라 이 목적 요건 없이도 제1항 각 호의 행위만 있으면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그래서 상대의 실제 연령을 먼저 확정하고, 16세 이상 구간이라면 목적의 부존재를, 16세 미만 구간이라면 애초에 유인·권유 행위 자체의 존부를 다투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나누어 설계합니다.

3)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사정이 무죄를 뜻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방어 논리를 세웁니다.

제15조의2는 실제 만남이나 신체 접촉을 요건으로 두지 않고, 유인·권유 행위 자체로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만나기로 한 날 전에 신고당해 실제로는 안 만났다"는 사정만으로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방어는 만남의 불성립을 강조하는 대신, 애초에 그 제안이 성적 행위를 향한 유인·권유였는지, 성적 착취 목적이 있었는지라는 구성요건 자체를 대화 기록에 근거해 정면으로 다투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결론


"만나자고 말만 했을 뿐 실제로 만나지는 않았다"는 사정은, 이런 사건에서 생각만큼 방어에 힘을 싣지 못합니다. 온라인 그루밍 처벌 조항은 만남이나 접촉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이전의 대화와 유인·권유라는 과정 자체를 규율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건은 오래 이어진 대화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으로 반복됐는지, 그리고 만남 제안이 순수한 만남을 넘어 성적 행위를 향한 유인·권유였는지, 이 두 갈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두었는가입니다. 지금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면, 대화 전체 기록을 가지고 그 성격부터 정확히 짚어보는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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