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면서 근저당을 설정해두면 채무액이 늘었다 줄었다 해도 담보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담보는 영원히 유동적인 상태로 남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는 반드시 하나의 금액으로 굳어지는 '확정'이라는 절차를 거칩니다. 확정이 언제 일어나는지에 따라 그 이후에 발생한 채권이 담보 범위에 들어가는지,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무에서는 계약서에 존속기간이나 결산기를 적어두었는지, 적어두지 않았다면 해지 의사표시를 했는지에 따라 확정 시점이 갈리는데, 이 차이를 모르고 넘어갔다가 뒤늦게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근저당 피담보채무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로, 어느 시점에 확정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근저당이란 무엇인가 — 확정을 유보한 채무의 담보
근저당권은 민법 제357조에 따라 저당권이 담보하는 채무의 최고액만을 미리 정해두고, 실제 채무액이 얼마인지의 확정은 장래로 미뤄둔 채 설정하는 담보물권입니다. 통상적인 저당권은 특정 금액의 채권 하나를 담보하도록 설정되어 그 채권이 소멸하면 저당권도 함께 소멸하는 부종성을 갖지만, 근저당권은 설정 당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장래의 불특정 채권들을 예정하고 있어 이러한 부종성이 일시적으로 완화됩니다. 그래서 계속적인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대여금, 물품대금, 당좌대출금처럼 잔액이 수시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 채무를 담보할 때 근저당권이 널리 쓰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채무자는 매번 새로운 담보를 설정할 필요 없이 채권최고액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돈을 빌리고 갚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유동적인 상태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그때까지 발생한 채무액이 하나의 구체적인 금액으로 고정되는데, 이를 '피담보채무의 확정'이라고 합니다. 확정이 이루어지면 근저당권은 그 확정된 금액을 한도로 하는 통상의 저당권과 사실상 같은 성질을 갖게 되어, 그 이후에 새로 발생하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더 이상 그 근저당권으로 담보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확정 전에 이미 발생했던 채무는 그 후 일부 변제나 상계로 줄어들더라도 최고액 범위 안에서는 근저당권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확정 시점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근저당권은 최고액만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로 미뤄둔 담보물권이며, 확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통상의 저당권과 같은 성질을 갖게 된다 — 민법 제357조.
존속기간을 정했다면 — 기간 만료로 자동 확정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면서 '존속기간을 3년으로 한다'는 식으로 기간을 명시해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존속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별도의 통지나 절차 없이도 그 기간이 만료하는 시점에 피담보채무가 자동으로 확정됩니다. 당사자가 확정 시점을 계약서에 미리 못박아 둔 셈이므로, 기간 만료 이후에 새로 실행된 대출금이나 새로 발생한 채무는 그 근저당권으로 담보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존속기간을 정해두는 방식은 확정 시점을 둘러싼 다툼을 미리 차단할 수 있어 실무에서 선호되는 방식입니다.
다만 존속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당사자들이 계속 거래를 이어가면서 근저당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때는 기존 근저당권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거래를 위해 별도의 근저당권을 추가로 설정하거나, 당사자 간 합의로 존속기간을 갱신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이후 발생하는 채무까지 안전하게 담보받을 수 있습니다. 존속기간이 지났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돈을 빌려준다면, 만료 이후 발생분은 무담보 채권으로 남을 위험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결산기를 정했다면 — 계속적 거래관계의 결산일이 곧 확정일
당좌대출계약이나 물품공급계약처럼 계속적인 거래관계를 기본계약으로 하는 근저당권에서는 존속기간 대신 '매년 12월 31일을 결산기로 한다'는 식으로 결산기를 정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산기란 그때까지 거래관계에서 발생한 채권·채무를 한 번 정산하기로 약정한 시점을 말합니다. 근저당권설정계약이나 기본계약에서 결산기를 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결산기가 도래한 때에 피담보채무가 확정됩니다.
결산기를 정하는 방식은 존속기간을 정하는 것과 법적 효과 면에서는 유사하지만, 실무상으로는 여신거래약정서나 물품공급계약서처럼 반복적으로 채권·채무가 발생하는 계약에서 더 자주 활용됩니다. 결산기가 지나면 그 시점까지의 잔액이 확정 채무액이 되고, 이후 거래를 계속하려면 새로운 여신 한도나 근저당권 설정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산기를 계약서 어디에 어떻게 적어두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확정 시점을 가리는 출발점입니다.
존속기간·결산기가 없다면 — 해지 의사표시로 확정
계약서에 존속기간도 결산기도 정해두지 않은 근저당권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확정 시점을 어떻게 정할지에 관해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7다카545 판결은, 근저당권설정자가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언제든지 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피담보채무를 확정시킬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존속기간의 정함이 없다는 이유로 근저당권설정자가 무기한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이 해지권이라는 형태로 확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입니다.
여기서 해지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근저당권설정자입니다. 채무자 본인이 근저당권설정자인 경우도 있지만, 타인의 채무를 위해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물상보증인이 근저당권설정자인 경우도 있어, 이때는 물상보증인 스스로 해지 의사표시를 해서 확정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해지의 의사표시가 근저당권자에게 도달한 시점에 그때까지 발생한 채무액으로 피담보채무가 확정되며, 그 이후 채무자가 계속 돈을 빌리더라도 그 근저당권으로는 담보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의 사업자금 대출을 위해 자신의 부동산에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경우, 자녀의 사업이 위태로워져 대출 잔액이 계속 불어나는 것을 막고 싶다면 물상보증인인 부모가 금융기관에 해지 의사표시를 하여 그 시점까지의 채무액으로 확정시킬 수 있습니다. 이후 자녀가 추가로 대출을 받더라도 그 추가분은 이미 확정된 근저당권의 담보 범위 밖에 있게 됩니다.
해지권자 — 근저당권설정자(채무자 본인 또는 물상보증인). 근저당권자 쪽에서는 이 방식으로 확정을 강제할 수 없음.
효과 발생 시점 — 해지 의사표시가 근저당권자에게 도달한 때.
실무상 방법 — 도달 시점을 증명할 수 있도록 내용증명우편 등으로 통지.
존속기간이나 결산기의 정함이 없는 근저당권은, 근저당권설정자가 언제든지 해지의 의사표시로 피담보채무를 확정시킬 수 있다 —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7다카545 판결.
채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하면 — 신청 시점에 확정
근저당권자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스스로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도 대표적인 확정사유입니다. 근저당권자가 임의경매를 신청한 때에는 그때까지 기본계약에 의하여 발생되어 있는 채권으로 피담보채권이 확정된다는 것이 대법원 1993. 3. 12. 선고 92다48567 판결을 비롯한 확립된 판례의 태도입니다. 경매를 신청한다는 것 자체가 더 이상 거래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고 지금까지의 채권을 회수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드러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확정 이후에는 근저당권이 부종성을 취득해 통상의 저당권과 같이 취급되므로, 경매신청 이후에 채무자에게 추가로 대출을 실행하더라도 그 추가분은 이 근저당권의 담보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경매를 신청했다가 사정이 생겨 나중에 그 신청을 취하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확정의 효과 자체는 번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단 경매신청으로 채무액이 확정된 이상, 신청을 취하했다고 해서 다시 유동적인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제3자·후순위권자가 경매를 신청하면 — 매각대금 완납 시 확정
근저당권자 자신이 아니라 다른 채권자, 특히 후순위 근저당권자나 일반 채권자가 그 부동산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선순위 근저당권자는 스스로 경매를 신청한 것이 아니므로 신청 시점을 확정 시점으로 볼 수는 없는데, 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26085 판결은 이 경우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완납한 때에 확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의 논리는, 후순위권자가 경매를 신청했다는 사정만으로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곧바로 거래를 끊고 싶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매각절차가 끝까지 진행되어 매수인이 대금을 완납하면 그 부동산의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기존 거래관계를 계속할 물적 기반 자체가 사라진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선순위 근저당권자 입장에서는 매각대금이 완납되기 전까지는 계속 추가로 채권을 발생시켜도 그 근저당권의 담보를 받을 수 있고, 완납 시점의 잔액을 기준으로 배당에 참가하게 됩니다. 자신이 신청인이 아닌 경매절차에서는 확정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청 채권자가 누구인지에 따른 확정 시점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그 밖의 확정사유와 확정 이후 달라지는 것들
지금까지 살펴본 사유 외에도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다50637 판결은, 결산기나 존속기간의 도래, 해지 의사표시, 경매신청 등 별도의 확정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확정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채무자나 물상보증인에 대해 파산이 선고되는 것도 그러한 확정사유 중 하나로 들고 있습니다. 또한 존속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저당권이 계속적 거래계약에 기한 채무를 담보하는 경우, 그 거래관계 자체가 해지나 종료로 끝나 더 이상 새로운 원본채무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지면, 그때까지 남은 잔존 채무로 피담보채무가 확정됩니다.
확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여러 실무적 변화가 뒤따릅니다. 확정된 채무액을 넘는 부분은 채권최고액 안에 있더라도 더 이상 근저당권의 담보를 받지 못하고, 반대로 확정된 채무 중 일부를 변제해 잔액이 줄어들면 그 감소한 채무액만큼만 근저당권이 담보하게 됩니다. 확정 이후의 근저당권은 통상의 저당권과 마찬가지로 확정된 채권과 분리해서 근저당권만 따로 양도할 수 없고, 채권양도가 있으면 근저당권도 함께 이전됩니다. 근저당권설정자나 물상보증인의 입장에서는 확정 시점 이후 확정된 금액만 변제하면 근저당권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확정 시점의 확인이 실익이 큽니다.
존속기간·결산기 도래 — 계약서에 정한 시점에 자동 확정.
해지 의사표시 — 정함이 없을 때 근저당권설정자가 언제든지 확정 가능.
근저당권자의 경매신청 — 신청 시점에 확정.
제3자·후순위권자의 경매신청 — 매수인의 매각대금 완납 시 확정.
기본계약의 종료, 채무자·물상보증인에 대한 파산선고 — 그 사유 발생 시 확정.
자주 묻는 질문
Q. 채권최고액과 확정된 피담보채무액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채권최고액은 근저당권이 담보할 수 있는 한도액일 뿐이고, 실제로 확정되는 피담보채무액은 그 한도 안에서 확정 시점까지 실제 발생한 채무의 합계입니다. 확정된 채무액이 채권최고액보다 적다면 그 확정된 금액만 변제하면 근저당권 말소를 청구할 수 있고, 반대로 확정 시점의 채무액이 채권최고액을 초과하더라도 근저당권은 최고액까지만 담보합니다.
Q. 존속기간이나 결산기를 정하지 않았다면 채무가 무한정 늘어날 수 있나요?
A. 이론상으로는 채권최고액 범위 안에서 계속 늘어날 수 있지만, 근저당권설정자는 언제든지 해지의 의사표시를 해서 그 시점까지의 채무로 확정시킬 수 있습니다. 무기한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지 않도록 법원이 인정한 권리이므로, 채무 증가를 멈추고 싶다면 이 해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 됩니다.
Q. 해지 의사표시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요?
A. 법이 정한 특별한 서식은 없지만, 나중에 도달 시점과 내용을 증명할 수 있도록 내용증명우편 등으로 근저당권자에게 계약 해지의 뜻을 통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해지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시점에 확정의 효과가 발생하므로 도달 여부와 시점을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Q. 후순위 근저당권자가 경매를 신청하면 선순위 근저당권자에게 불리한가요?
A. 반드시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선순위 근저당권자의 채권은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완납하는 시점까지는 계속 발생·확대될 수 있어, 오히려 완납 전까지 담보 범위가 유지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완납 시점을 놓쳐 그 이후 발생한 채권까지 배당받을 수 있다고 오해하면 배당에서 제외될 수 있으므로 절차 진행 상황을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Q. 확정된 이후에 채무자에게 새로 빌려준 돈도 그 근저당권으로 담보되나요?
A. 원칙적으로 담보되지 않습니다. 확정 이후 근저당권은 확정된 채무액을 한도로 하는 통상의 저당권과 같은 성질을 가지므로, 확정 이후 새로 발생한 채권을 담보하려면 별도의 근저당권을 새로 설정하거나 기존 근저당권을 갱신하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Q. 경매신청을 취하하면 이미 확정된 채무액이 다시 유동적인 상태로 돌아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한 시점에 이미 피담보채무 확정의 효과가 발생했으므로, 이후 경매신청을 취하하더라도 그 확정의 효과 자체는 번복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확정 이후에는 다시 유동적인 근저당권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맺음말
근저당은 채무 확정을 미뤄둔다는 편의성 때문에 널리 쓰이지만, 그 확정이 정확히 언제 일어나는지를 모르고 있으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담보 범위를 오판하게 됩니다. 계약서에 존속기간이나 결산기가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없다면 해지 의사표시라는 수단이 있다는 것을, 경매절차가 시작됐다면 누가 신청했는지에 따라 확정 시점이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광교를 비롯한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계속 거래를 이어가는 경우라면, 계약 초기에 존속기간이나 결산기를 명확히 정해두는 것이 나중의 분쟁을 크게 줄여줍니다. 확정 시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일은 계약서와 등기부, 경매기록을 함께 검토해야 결론을 낼 수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근저당 관계에서 분쟁 소지가 보인다면 이른 시점에 권리관계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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