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 게임 채팅 한 줄이 성범죄 수사로 이어진 이유
저를 찾아온 의뢰인은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준비하던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습니다. 경찰서 문턱을 넘어본 적도 없는 청년이었는데, 어느 날 자신이 '성폭력범죄'로 입건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작은 온라인 팀 대전 게임이었습니다. 무작위로 배정된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한 판을 치르게 되었는데, 그중 한 명이 팀원들의 후퇴 신호를 계속 무시하고 혼자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 팀원이 반복해서 쓰러지는 사이 전세가 기울었고, 결국 그 판은 패배로 끝났습니다. 게임을 해보신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채팅창이 어떤 분위기가 되는지요. 그날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게임이 끝날 무렵 의뢰인은 그 팀원에게 친구 추가를 요청했고, 상대가 이를 수락하자 곧바로 1:1 채팅으로 메시지를 한 통 보냈습니다. 상대방의 부모를 끌어들인, 이른바 '패드립'이었습니다. 그 안에 성적인 비속어가 섞여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몇 살인지조차 몰랐습니다. 그저 판을 망친 사람에게 최대한 기분 나쁜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도착한 것은 모욕죄 고소장이 아니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이른바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피의자 조사 출석요구서였습니다.
의뢰인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벌금이 아니었습니다. 이 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일정 기간 취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제 막 사회에 나가려는 청년에게는 앞으로의 인생 전체가 걸린 문제였습니다.
2. 황윤경 변호사의 조력 – 초기 수사단계에서 다툰 지점
첫 상담에서 저는 "무슨 말을 했느냐"보다 "왜, 언제, 어떤 상태에서 보냈느냐"를 훨씬 오래 물었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성적인 표현을 썼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 네 가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첫째,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준비한 문구가 있었는지. 둘째, 게임이 끝난 시각과 메시지를 보낸 시각의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 셋째, 상대방의 성별·나이 등 인적사항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는지. 넷째, 그 이후 상대방에게 다시 연락하거나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
확인 결과는 일관됐습니다. 미리 준비한 문구는 없었고, 패배 직후 감정이 가라앉기도 전에 즉각적으로 전송된 메시지였습니다.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은 게임 닉네임뿐이었고, 그 뒤로 다시 접촉한 사실도 없었습니다.
저는 여기에 맞춰 채팅 로그 전체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문제된 한 문장만 떼어놓고 보면 성적인 표현으로만 읽히지만, 게임 중 오갔던 대화까지 함께 놓고 보면 그 흐름이 '게임 운영에 대한 불만 → 다툼 → 화풀이'라는 점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해당 판의 전적 기록, 팀원들 사이의 다툼 정황, 사건 이후 접촉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제출했습니다.
법리적으로는 조문의 구조를 정면에서 짚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①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을 것, ②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이 통신매체를 통해 상대방에게 도달할 것, 이 두 가지를 모두 요구합니다. 둘 중 하나라도 증명되지 않으면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다툴 지점은 ①, 즉 '성적 목적'이었습니다.
저는 온라인 게임 중 상대방의 플레이에 화가 나 성적 비속어가 포함된 욕설을 보낸 사안에서, 법원이 "심리적 만족은 성(性)과 관련된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판단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모욕하고 조롱함으로써 느끼는 통쾌함까지 성적 욕망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욕설과 비속어에는 원래 성기·성관계 관련 표현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런 단어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성적 목적을 추단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상대방 측이 강조한 부분, 즉 '친구 추가까지 하고 굳이 1:1로 보냈다'는 점에 대해서도 답했습니다. 이는 특정인을 물색해 접근한 과정이 아니라, 공개 채팅에서 다투다가 화가 풀리지 않아 직접 대고 화풀이할 창구를 만든 것에 가깝다는 점을 사실관계 순서대로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저는 의뢰인에게 '하지 않은 일까지 부인하는 태도'는 절대 취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메시지를 보낸 사실 자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정하되, 그것이 성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만 다투도록 진술 방향을 정리했습니다. 부모를 소재로 한 심한 욕설을 한 잘못에 대해서는 변명하지 않고 반성하는 자료를 함께 제출했습니다.
3. 사건의 해결 – 불송치(혐의없음) 결정
경찰은 수사 결과 피의자의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지 않고 경찰 단계에서 종결됐습니다.
혐의없음 결정은 증거가 부족하거나 법률상 범죄가 성립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내려지는 결정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 자체가 다투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성폭력처벌법 제13조가 요구하는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즉 구성요건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수사기관이 중요하게 본 지점은 결국 행위의 맥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준비한 표현이 아니라 패배 직후의 즉흥적 반응이었다는 점, 상대방이 누구인지조차 몰랐다는 점, 이후 반복이나 재접근이 없었다는 점이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됐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에게 이 결정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벌금을 면했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성폭력범죄로 처벌받았다면 따라왔을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이라는 부담을 지지 않게 된 것입니다. 결정문을 전달받던 날, 의뢰인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4. 이 사건의 핵심 쟁점 –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성적 목적'이란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성적인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곧바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죄는 이른바 '목적범'입니다. 법이 요구하는 목적, 즉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표현이 아무리 저속하고 불쾌하더라도, 그 목적이 성적인 것이 아니라 화풀이나 모욕에 있었다면 이 조항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우리말 욕설에는 성기나 성행위를 소재로 한 표현이 광범위하게 섞여 있습니다. 그런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목적을 인정한다면, 홧김에 내뱉은 욕설 대부분이 성범죄가 되어버립니다. 법원이 '심리적 만족'을 성과 관련된 것으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고 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무엇이 갈림길이 되는가. 실무에서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은 그 표현을 미리 준비해 두었는지, 아니면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것인지입니다. 여기에 상대방을 골라서 찾아간 것인지 우연히 마주친 사람인지, 상대의 성별이나 나이 같은 인적사항을 알고 있었는지가 더해집니다.
행위가 한 번으로 끝났는지 반복됐는지도 무게가 큽니다. 같은 사람에게 계속 연락하거나 비슷한 일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면 우발적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마지막으로 표현의 내용 자체를 봅니다. 상대방의 성적인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지, 아니면 성적인 단어가 모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 것에 그치는지가 갈리는 지점입니다.
이 사건은 이 물음들이 하나같이 '즉흥적이고 일회적인 화풀이' 쪽을 가리켰습니다. 그것을 자료로 뒷받침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 결과를 갈랐다고 봅니다.
5. 통매음 사건, 초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
비슷한 상황이라도 대응 방식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메시지를 보냈더라도 어떤 사실관계를 어떤 순서로 정리해 제출하는지에 따라 처분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런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대응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겁이 나서 보낸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입니다. 채팅 기록이 남아 있는 이상 부인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만 잃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반대로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며 성적 목적까지 뭉뚱그려 인정해버리는 것입니다. 자백처럼 기재된 진술조서 한 장이 이후 절차 전체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증거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게임 전적 기록이나 채팅 로그는 보관 기간이 지나면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조사를 받기 전에 무엇을 남겨두어야 하는지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사건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 중 오간 말 때문에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조사 통지를 받으셨다면, 우선 관련 기록부터 확보해 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진술하기 전에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 충분히 검토한 후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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