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보조자 과실, 채무자 책임으로 보는 민법 제391조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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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보조자 과실, 채무자 책임으로 보는 민법 제391조의 범위 

강대현 변호사

계약을 맺은 채무자가 그 이행을 항상 자기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라면 직원을 통해, 개인이라도 배송업체나 시공업체 같은 외부 인력을 통해 이행하는 경우가 실무에서는 오히려 더 흔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수나 잘못이 생겼을 때입니다. 채무자가 "내가 직접 한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이라고 항변하면, 계약관계도 없는 그 사람에게 채권자가 직접 책임을 추궁하기는 쉽지 않아 결국 손해를 떠안는 쪽은 채권자가 됩니다. 민법 제391조는 이런 결과를 막기 위한 조문으로, 채무자가 이행을 위해 쓴 사람의 고의·과실을 채무자 본인의 고의·과실로 그대로 간주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행보조자의 범위를 정하는 판례 기준과, 실제 손해배상 청구·방어에서 이 조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민법 제391조란 —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을 채무자 본인 것으로 보는 조문

조문은 두 갈래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채무자의 법정대리인이 채무자를 위해 이행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채무자가 타인, 즉 이행보조자를 사용하여 이행하는 경우입니다. 실무 분쟁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문제 되는 쪽은 후자입니다. 이 조문이 있기 때문에 채권자는 손해가 발생했을 때 실제로 누가 실수를 했는지와 별개로, 계약상대방인 채무자를 상대로 채무불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행보조자가 누구인지, 채무자와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를 채권자가 낱낱이 파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 조문은 채권자 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합니다.

"채무자의 법정대리인이 채무자를 위하여 이행하거나 채무자가 타인을 사용하여 이행하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 또는 피용자의 고의나 과실은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로 본다" — 민법 제391조의 문언 그대로가 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법리다.

이행보조자의 범위 — 정직원이 아니어도, 지시·감독 관계가 없어도 해당된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질문은 "그 사람이 진짜 이행보조자가 맞느냐"입니다.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다51077, 51084 판결은 이 기준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민법 제391조에서 말하는 이행보조자로서의 피용자란, 채무자의 의사관여 아래 그 채무의 이행행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면 충분하고, 반드시 채무자의 지시나 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이 채무자에게 종속적인 지위에 있는지, 독립적인 지위에 있는지는 이행보조자 해당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이 판례가 실제로 다룬 사안이 바로 이 기준의 폭을 보여줍니다. 임대인이 임차인과의 약정에 따라 제3자에게 도급을 주어 임대차 목적물인 시설물을 수선하도록 했는데, 그 수급인의 과실로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수급인도 임대인에 대해 종속적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행보조자로서의 피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임대인이 민법 제391조에 따라 임차인에게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식으로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 별도 계약을 맺은 외부 업체라도 이행보조자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회사 소속 직원·아르바이트 — 채무자의 지시를 받아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전형적 이행보조자

  • 시공·수선을 맡긴 수급업체 — 도급계약을 맺은 독립 사업자라도 이행보조자에 포함

  • 배송·운송을 대행하는 위탁업체 — 채무자 대신 인도·운송 업무를 수행하면 해당

  • 복이행보조자 — 이행보조자가 다시 제3자를 써서 이행을 맡기는 경우, 채무자의 승낙이나 묵시적 동의가 있으면 그 제3자의 과실도 채무자 책임

협의의 이행보조자와 이행대행자 — 하도급을 줬을 때 책임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

이론상으로는 이행보조자를 다시 두 유형으로 나눠 봅니다. 채무자의 손발처럼 그 지시대로 특정 행위를 하는 좁은 의미의 이행보조자와, 채무자를 대신해 이행 전체를 독립적으로 떠맡는 이행대행자입니다. 하수급인이나 위탁 운송업체처럼 채무자의 업무 전체 또는 상당 부분을 독자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후자에 가깝습니다. 두 유형 모두 민법 제391조가 적용된다는 점은 같지만, 계약에서 이행대행자 사용을 어떻게 다뤘는지에 따라 채무자가 지는 책임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갈래로 나뉩니다. 계약이나 법률로 이행대행자 사용 자체가 금지되어 있는데도 이를 어기고 대행자를 썼다면, 그 사용 자체가 이미 채무불이행이므로 대행자에게 과실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채무자가 책임을 집니다. 반대로 이행대행자 사용이 적극적으로 허용되었거나 채권자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채무자가 대행자를 선임하고 감독하는 데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책임이 그 범위로 경감될 수 있습니다. 사용을 금지하지도, 특별히 허용하지도 않은 경우라면 원칙으로 돌아가 이행대행자의 과실은 채무자의 과실과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건축 도급계약에서 이 구별이 특히 자주 문제 됩니다. 건축주가 원수급인과 계약하면서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특약을 넣었는데도 원수급인이 몰래 하수급인에게 공사를 넘겼고, 그 하수급인의 부실시공으로 하자가 발생했다면 원수급인은 재하도급 자체가 계약위반이므로 하수급인의 과실 정도를 따질 것도 없이 책임을 집니다. 반대로 재하도급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계약이었다면, 원수급인이 하수급인 선정과 관리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는지가 책임 범위를 정하는 쟁점이 됩니다. 계약서에 재하도급 관련 언급이 아예 없었던 경우가 실무에서는 가장 흔한데, 이때는 원칙으로 돌아가 하수급인의 시공상 과실을 원수급인의 과실과 동일하게 보므로, 건축주로서는 재하도급 여부를 굳이 문제 삼지 않고도 원수급인에게 곧바로 하자담보·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행대행자 사용이 계약상 금지·허용·무규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채무자가 지는 책임의 폭이 달라진다 — 계약서 문구 하나가 분쟁의 승패를 가르는 지점이다.

391조와 756조 사용자책임의 차이 — 구별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

비슷해 보이지만 자주 혼동되는 조문이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입니다. 제756조 제1항은 타인을 사용하여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면서도, 단서로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였어도 손해가 있었을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즉 756조에는 면책 가능성이 조문 자체에 들어 있습니다.

반면 민법 제391조에는 이런 면책 규정이 없습니다. 채무자가 이행보조자를 신중하게 골랐고 감독도 철저히 했다는 사정은, 391조가 정한 책임을 벗어나는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두 조문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756조는 계약관계 유무와 무관하게 성립하는 불법행위책임이고, 391조는 계약관계가 있는 당사자 사이에서 그 계약상 채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묻는 채무불이행책임입니다. 계약관계가 있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면책 규정이 없는 391조로 청구를 구성하는 쪽이 훨씬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두 조문이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닙니다. 계약관계가 있으면서 동시에 불법행위 요건도 갖춘 상황이라면 두 청구권이 경합할 수 있고, 채권자는 유리한 쪽을 선택하거나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무자의 면책 가능성, 소멸시효, 손해배상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조문마다 다르므로, 어느 조문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소송의 승패나 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분쟁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 — 임대차 수선, 여행계약, 건축·운송

앞서 본 98다51077 판결처럼 임대차 관계에서는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며 외부 업체에 도급을 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임대인이 직접 수리하지 않았더라도, 도급을 준 업체의 과실로 화재나 파손 같은 손해가 생기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채무불이행 책임을 집니다. 임차인 쪽에서 반대로 문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차인이 가족이나 동거인, 방문객을 목적물에 들였는데 그 사람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그 제3자도 임차인의 이행보조자로 취급되어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한 보존의무 위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여행계약에서도 같은 구조가 나타납니다.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1330 판결은 기획여행업자가 여행자에 대해 부담하는 안전배려의무를 다루면서, 이행보조자가 채무자의 승낙이나 묵시적 동의 아래 제3자를 복이행보조자로 다시 쓴 경우 그 복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에 대해서도 채무자가 민법 제391조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기획여행업자가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를 통해 일정을 진행하다가 그 현지 인력의 부주의로 여행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여행업자는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건축이나 운송 분야도 다르지 않습니다. 공사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하수급인을 써서 시공하다가 하자가 발생한 경우, 화물 운송계약에서 운송인이 위탁 기사를 통해 배송하다가 파손·분실이 생긴 경우 모두 이행보조자 법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온라인으로 물품을 판매하는 매도인이 배송 전 과정을 택배업체에 맡겼다가 그 택배업체의 취급 부주의로 물건이 파손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수인은 택배기사가 아니라 계약상대방인 매도인에게 곧바로 하자·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고, 매도인은 택배업체와 별도로 정산할 문제일 뿐 매수인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지 못합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한 시점에 실제로 누가 그 업무를 처리했는지, 계약서에 하도급·위탁 관련 제한 조항이 있었는지를 확인해 두면 이후 책임 소재를 다투는 데 유리한 자료가 됩니다.

  • 계약상대방이 실제 이행을 직접 했는지, 외주·하도급을 줬는지 확인

  • 손해 발생 시점에 행위한 사람과 계약상대방의 관계(고용·도급·위탁 등) 파악

  • 계약서에 하도급·위탁 제한 조항이나 사전 승인 절차가 있었는지 확인

  • 이행대행자 사용이 금지·허용·무규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청구 논리를 구성

손해배상 청구와 방어, 실무에서 쟁점이 되는 지점

손해를 입은 채권자는 이행보조자 개인을 상대로 별도의 불법행위 책임(민법 제750조)을 물을 수도 있지만, 계약관계가 있는 채무자를 상대로 391조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구성하는 쪽이 실무에서는 더 자주 선택됩니다. 계약서에 손해배상액을 예정해 둔 조항이 있다면 그 조항을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고, 이행보조자 개인보다 채무자 쪽의 자력이 확실한 경우가 많아 실제 배상을 받아낼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채무자 입장에서 방어할 수 있는 지점은 제한적입니다. "내가 직접 한 일이 아니다"라는 항변은 391조 앞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툴 수 있는 지점은 이행보조자로 지목된 사람의 행위가 실제로 과실에 해당하는지, 그 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계약상 이행대행자 사용이 허용된 경우라면 선임·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는지입니다. 이 중 마지막 쟁점은 계약에서 이행대행자 사용을 허용한 경우에만 의미가 있고, 사용 자체가 금지되었거나 아무 규정이 없었다면 선임·감독을 아무리 잘했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계약을 맺는 단계에서 미리 대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도급이나 외주 사용 가능 여부, 사용할 경우 사전 통지·승인 절차, 이행대행자를 선정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면, 나중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 범위를 좁히거나 반대로 상대방의 책임을 명확히 묻는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분쟁이 이미 발생한 상황이라면 손해 발생 경위를 뒷받침하는 자료, 즉 실제 시공·배송·업무를 처리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보여주는 계약서·작업일지·통화기록 등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 두는 것이 이후 소송에서 입증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행보조자가 고의로 손해를 끼쳐도 채무자가 책임지나요?

A. 네. 민법 제391조는 고의와 과실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채무자 본인의 것으로 봅니다. 이행보조자의 행위가 고의든 과실이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채무자는 채무불이행 책임을 집니다.

Q. 정식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나 외주업체를 썼어도 이행보조자에 해당하나요?

A. 네. 판례는 채무자의 의사관여 아래 이행행위에 속하는 활동을 하면 족하다고 보아, 고용관계나 지시·감독관계가 없어도 이행보조자로 인정합니다. 외주업체나 수급인도 포함됩니다.

Q. 계약서에 하도급 금지 조항이 있는데 몰래 하도급을 줬다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자체로 이미 채무불이행에 해당해, 하도급업체의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채무자가 책임을 집니다. 사용 금지를 어긴 것 자체가 귀책사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Q. 사용자책임(756조)과 이행보조자 책임(391조)을 동시에 주장할 수 있나요?

A. 계약관계가 있는 당사자 사이라면 두 청구권이 경합할 수 있습니다. 다만 756조는 사용자가 선임·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면 면책될 수 있는 반면 391조에는 그런 면책 규정이 없어, 실무에서는 391조 구성이 채권자에게 더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Q. 이행보조자 개인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나요?

A. 이행보조자에게 불법행위 요건이 갖춰지면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관계가 있는 채무자를 상대로 391조에 따라 청구하는 쪽이 입증이나 자력 확보 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Q. 이행보조자를 잘 뽑고 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391조는 756조와 달리 선임·감독상 주의를 다했다는 사유로 면책되지 않습니다. 다만 계약상 이행대행자 사용이 허용된 경우라면 선임·감독상 과실이 있을 때만 책임지는 것으로 범위가 좁혀질 수 있습니다.

맺음말

민법 제391조는 채무자가 이행을 직접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조문입니다. 이행보조자가 정식 직원인지 외부 업체인지, 지시·감독을 받는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채무자의 의사관여 아래 이행행위에 속하는 활동을 했는지가 핵심 판단기준입니다.

다만 이행대행자 사용이 계약상 금지·허용·무규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사용자책임(756조)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따라 실제 책임 범위와 입증책임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계약서 문구와 실제 이행 경위를 함께 살펴야 정확한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 도급·하도급이 얽힌 손해배상 분쟁을 살펴보면, 계약서에 미리 넣어둔 문구 하나로 책임 소재가 크게 갈리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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