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임대차 갱신 시기가 되면, 임대인이 재계약서를 새로 쓰면서 기존 계약에는 없던 특약을 끼워 넣으려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임차인분들 중에는 “그냥 몇 줄 추가하는 거니까 서명해주면 되겠지”, “특약에 서명 안 하면 재계약을 안 해준다고 하니 별수 없다”는 생각으로 마지못해 도장을 찍은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 통상 범위를 훌쩍 넘는 원상복구비용을 청구받거나, 사정이 생겨 계약 기간 중 나가려 하자 특약에 적힌 거액의 위약금을 근거로 발목이 잡히는 일이 반복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을 형성권으로 보아, 임대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임차인의 의사표시가 도달한 시점에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갱신의 조건으로 새 특약 서명을 요구하고 임차인이 이를 거부했다고 해서, 그 자체가 갱신을 막는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임대인이 새 특약을 조건으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지, 그리고 특약에 서명하지 않았을 때 실제로 어떤 절차로 대응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와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임대인은 특약 서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갱신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는 법에 열거된 아홉 가지뿐이며, 특약 미동의는 그 안에 없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당한 사유”는 조문에 아홉 가지로 한정 열거되어 있을 뿐, 임대인이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닙니다.
①2기의 차임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경우 ②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③임대인이 상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합의한 경우 ④임대인 동의 없이 무단전대한 경우 ⑤임차인이 고의·중과실로 주택을 파손한 경우 ⑥주택의 전부·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⑦철거·재건축 계획이 구체적으로 고지된 경우 ⑧임대인(또는 직계존속·비속)이 실거주하려는 경우 ⑨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 아홉 가지 중 “임차인이 새 특약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규정의 취지는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하여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임대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익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는 것이다(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 판결).
결국 임대인이 아무리 재계약서에 새 조항을 넣고 싶어도, 임차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갱신 자체를 거절할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임대인이 실제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위 아홉 가지 사유 중 하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뿐입니다.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는 법에 열거된 아홉 가지뿐이고, 새 특약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그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2. 갱신되는 계약은 새 특약 신설 여부와 관계없이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봅니다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조건을 바꿀 수 없고, 차임과 보증금만 법이 정한 범위에서 조정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3항은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갱신 시점에 재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며 특약을 끼워 넣더라도, 법이 예정한 원칙은 “동일 조건 유지”이지 “임대인이 원하는 조건으로 갱신”이 아닙니다.
예외적으로 조정이 허용되는 것은 차임과 보증금뿐이고, 그마저도 시행령이 정한 상한이 있습니다. 종전 차임이나 보증금의 20분의 1, 즉 5퍼센트를 초과해 증액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3억원짜리 계약이라면 갱신 시 증액 가능한 최대 금액은 1천500만원입니다.
문제는 임대인이 이 5퍼센트 상한을 우회하려는 목적으로, 차임 대신 관리비 명목을 대폭 올리거나 중도해지 위약금·원상복구 범위를 확대하는 특약을 끼워 넣는 경우입니다. 이런 특약은 형식은 “새 조항”이지만 실질은 법정 증액 상한을 회피하려는 시도이므로, 임차인이 서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갱신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습니다.
갱신은 특약 신설 여부와 무관하게 종전과 동일한 조건이 원칙이고, 예외는 5퍼센트 이내의 차임·보증금 조정뿐입니다.
3. 재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아도, 문자나 내용증명만으로 갱신은 이미 성립합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형성권이라, 임대인의 승낙 없이 의사표시가 도달한 시점에 효력이 발생합니다.
실무에서 많은 임차인들이 “특약이 담긴 재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갱신 자체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그러나 계약갱신요구권은 이른바 형성권으로, 임차인이 갱신 요구의 의사표시를 하고 그것이 임대인에게 도달하면 임대인의 승낙이나 새 계약서 작성 여부와 관계없이 곧바로 갱신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3다258672 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임차인의 갱신요구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때 갱신거절 사유가 없는 한 그 시점에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임대인이 새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거나 특약 서명을 조건으로 내걸어도, 임차인이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 등으로 갱신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이상 갱신은 이미 이루어진 것입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임대인이 나중에 “갱신 요구를 받은 적 없다”고 말을 바꾸는 경우에 대비해, 갱신 요구 의사표시는 구두보다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 등 날짜와 도달 여부가 남는 방식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계약서 서명이나 임대인의 승낙은 갱신의 요건이 아니며, 갱신 요구가 도달한 시점에 이미 갱신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4. 이미 서명한 특약이라도 임차인에게 불리하면 그 조항만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편면적 강행규정이라,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압박에 못 이겨 특약이 담긴 재계약서에 서명해버린 경우는 어떨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편면적 강행규정이라 부르는데, 임차인에게 유리한 특약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특약은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무효로 봅니다.
예를 들어 법정 기준을 넘는 과도한 원상복구 의무를 지우는 특약, 정당한 사유 없는 중도해지 위약금 특약,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자체를 포기시키는 특약 등은 서명했더라도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반려동물 사육 시 소독·청소 비용을 부담하는 특약처럼 임차인에게 불리하다고 보기 어려운 합리적인 내용이라면 유효하게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서명했느냐”가 아니라 “그 특약의 내용이 임차인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한가”입니다.
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은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그 조항만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5. 임대인이 계속 갱신을 거부하면 이런 절차로 대응하게 됩니다
내용증명으로 의사표시를 명확히 남기는 것이 이후 절차 전체의 출발점입니다.
임대인이 새 특약 미동의를 이유로 계속 갱신을 거부하며 퇴거를 요구한다면 ①먼저 갱신 요구 의사표시가 담긴 문자메시지·내용증명 등 도달 증거를 정리하고 ②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미루거나 명도를 서두르며 다툴 경우 임차권등기명령을 검토하며 ③당사자 간 합의가 어려우면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신청하고 ④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부동산 소재지를 관할하는 수원지방법원(관내 사안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등 관할 지원)에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나 건물인도 관련 소송을 제기하는 순서로 진행하게 됩니다.
임대인의 갱신 거부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갱신 요구 의사를 문자메시지·내용증명으로 표시한 날짜와 도달 여부부터 확인합니다.
임대인이 요구한 특약의 구체적인 문구를 확보해, 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인지 조문과 대조해 따져봅니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대한법률구조공단 조정이나 수원지방법원 관할 소송 절차를 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갖춘 뒤 임대차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가 아닌 민사 절차 안에서도 보증금과 거주권을 함께 지키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갱신 시기마다 벌어지는 특약 공방은, “그냥 넘어가자니 찜찜하고 따지자니 관계가 틀어질까 걱정된다”는 이유로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 특약을 요구하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반려동물로 인한 훼손, 무단 전대, 원상복구 분쟁 등을 사전에 막고 싶은 현실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그 필요가 아무리 절실해도, 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 없이 특약 미동의를 이유로 갱신 자체를 거절할 수는 없습니다.
특약 서명을 요구받은 임차인 입장에서도 무조건 거부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특약의 구체적인 문구를 확인해, 임차인에게 불리하지 않은 합리적인 내용이라면 받아들이는 편이 관계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갱신 국면에서 새 특약을 요구하는 임대인 측과 이를 거부하는 임차인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특약 문구 하나가 이후 보증금 반환과 거주 기간 전체를 좌우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새 특약에 서명해야 할지, 거부해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인이 특약에 서명 안 하면 재계약을 안 해준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이것도 갱신거절인가요?
A. 그 통보만으로는 정당한 갱신거절이 아닙니다. 법이 정한 아홉 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 한, 특약 미동의를 이유로 한 거절 통보는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 특약 없이 그냥 갱신요구권만 문자로 보내면 되나요?
A. 가능합니다. 갱신요구권은 형성권이라 임대인에게 갱신 의사표시가 도달하면 그 자체로 효력이 발생하며, 재계약서 작성이나 임대인의 승낙은 요건이 아닙니다.
Q. 이미 특약이 담긴 재계약서에 서명했는데 되돌릴 수 있나요?
A. 그 특약이 임차인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한 내용이라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따라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무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특약을 이유로 보증금을 안 돌려주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뒤,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놓치면 어떻게 되나요?
A.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행사해야 하므로, 그 기간을 놓치면 별도 사유가 없는 한 묵시적 갱신 여부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갱신요구권은 몇 번이나 쓸 수 있나요?
A. 1회에 한해 행사할 수 있고, 그렇게 갱신된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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