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했으니 괜찮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
사건 개요
직장인 A씨(28)는 SNS를 통해 알게 된 만 15세 학생 B양과 서로 호감을 느껴 몇 달간 연락을 주고받다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A씨는 B양이 스스로 원해서 만난 것이고, 서로 나이도 알고 지낸 사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B양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B양이 원해서 만난 것이고, 저도 동의를 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동의 여부는 이 죄의 성립과 관계가 없다"는 설명과 함께, 정작 A씨가 정말 궁금해했던 것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13세가 기준이라고 들었는데, 언제부터 16세까지로 바뀐 건가요."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이, A씨 사건의 방향을 가르는 실마리였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 된 행위가 2020년 5월 19일 시행된 개정 형법 이전인지 이후인지—즉 어느 시점의 법이 적용되는가입니다. 둘째, 피해자가 정확히 몇 세였는가—13세 미만인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요건이 달라집니다. 셋째, 행위자의 나이가 19세 이상인지—이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같은 행위라도 형법 제305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넷째, '동의'라는 사실이 이 죄의 성립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법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 하나만 어긋나도 사건의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상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도 이 네 가지—행위 시점, 피해자 연령, 행위자 연령, 그리고 '동의는 무관하다'는 원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할 것인가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시점과 연령부터 정확히 확정하기
김강희 변호사는 이런 사건을 맡으면 항변을 준비하기에 앞서, 사건에 적용될 법 자체를 정확히 확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기준이 언제 바뀌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이, 이후 모든 방어 전략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1)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 조문을 나눕니다.
형법은 행위 당시의 법률에 따라 처벌한다는 행위시법주의(형법 제1조 제1항)를 원칙으로 합니다. 2020년 5월 19일 이전에 있었던 행위라면 그 시점에 시행 중이던 규정이, 그 이후의 행위라면 개정된 규정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문제 된 성관계나 추행이 정확히 언제 있었는지—날짜, 만난 경위, 관계가 이어진 기간—를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방어의 첫 출발점입니다. 시점 하나로 적용 법조문 자체가 달라지므로,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이후 어떤 항변도 방향을 잘못 잡게 됩니다.
2) 피해자 연령 구간에 따라 검토 방향을 나눕니다.
형법 제305조 제1항은 13세 미만인 사람에 대한 간음·추행을 다루는 조항으로, 이는 2020년 개정 이전부터 있던 규정입니다. 반면 2020년 5월 19일 신설된 같은 조 제2항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즉 이번 개정으로 보호 연령이 단순히 13세에서 16세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13세 이상 16세 미만 구간을 겨냥한 별도 조항이 새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피해자가 이 구간의 어디에 속하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과 성립 요건이 전혀 다르므로, 나이를 정확히 특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3) 행위자 연령—19세 이상 요건을 확인합니다.
형법 제305조 제2항은 19세 이상인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사람에게 간음·추행을 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또래 사이의 관계까지 이 조항으로 처벌하면 지나치다는 입법 취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래서 행위자가 사건 당시 만 19세에 도달했는지를 생년월일 기준으로 정확히 따지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형법 제305조 제2항 자체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어, 사건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동의'가 통하지 않는 구조를 짚고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법 적용 시점과 연령 요건이 정리되고 나면, 다음은 '동의했다'는 항변이 왜 통하지 않는지, 그리고 그 구조 안에서 실제로 할 수 있는 대응이 무엇인지를 짚는 단계입니다.
1) 의제강간·의제추행죄의 법적 성격을 정확히 이해합니다.
형법 제305조는 폭행이나 협박, 위계·위력 같은 별도의 강제 수단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요건에 해당하는 나이의 사람과 간음·추행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강간·강제추행이 있었던 것처럼 '의제'되어 그대로 처벌됩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먼저 원했든,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든, 그 동의는 죄의 성립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동의'만 반복해서 주장하면,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정상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2) 형법 제305조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다른 책임을 함께 점검합니다.
행위자가 19세 미만이어서 형법 제305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거나, 행위 시점이 개정 이전이라 해당 조항이 없던 때라 하더라도, 그것으로 형사책임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폭행이나 협박, 위계·위력이 개입된 정황이 있다면 형법상 강간·강제추행죄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별도 조항으로 책임을 물을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조항이 적용 안 되니 끝"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사실관계 전체를 놓고 다른 법률상 책임 가능성까지 함께 점검합니다.
3) 실제로 다툴 수 있는 지점을 구체적 자료로 준비합니다.
실무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어는 "몰랐다"는 말이 아니라, 몰랐음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정황입니다. 상대방이 나이를 속인 정황, 신분증이나 학생증을 확인하려 했던 시도, 대화 내용상 성년으로 인식할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를 문자·SNS 대화 기록에서 찾아 정리합니다. 다만 법원은 이런 항변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막연한 주장만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안내드립니다. 아울러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사건은 공소시효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3항)도 사건 판단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결론
"동의가 있었는데 왜 처벌되느냐"는 질문에는, 법이 애초에 그 나이대의 판단 능력 자체를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그리고 "기준이 언제 바뀌었느냐"는 질문에는, 2020년 5월 19일을 기점으로 13세 이상 16세 미만 구간을 겨냥한 조항이 새로 생겼고, 그 적용은 행위자가 19세 이상인 경우로 한정된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가 사건 초기 대응의 방향을 가릅니다. 지금 관련된 상황에 놓여 계시다면, 행위 시점과 나이 관계부터 정리해 어떤 법이 적용되는지, 어떤 대응이 가능한지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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