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좌수표 부도로 기소된 대표 — 부도 경위와 회수 노력이 관건
사건 개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거래처 결제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당좌수표를 발행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수표가 제시기일에 결제되지 못했을 때 벌어집니다. 거래처의 부도, 대금 미지급, 예상치 못한 자금 수요가 겹치면서 계좌 잔고가 모자라 수표가 부도 처리되고, 은행은 거래정지처분을 내립니다. 수표를 받아 든 소지인이 고소하거나 부도 사실이 수사기관에 통보되면, 대표이사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 혐의로 입건·기소됩니다.
이 단계에서 대표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지점은 "고의로 부도를 낸 게 아니라 거래처가 먼저 무너져서 어쩔 수 없었다"는 사정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그 억울함 자체가 아니라, 수표를 발행하던 그 시점에 부도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부도 이후 수표를 회수하거나 소지인과 관계를 정리했는지를 기준으로 사건을 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발행 당시 부도를 예견할 수 없었던 정당한 사정이 있었다면 고의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고, 설령 고의가 인정되더라도 수표를 회수하거나 소지인의 처벌불원 의사를 확보하면 애초에 공소가 제기되지 않거나 재판이 종결될 수 있습니다. 관건은 이 두 갈래를 발행 경위와 사후 대응의 기록으로 얼마나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느냐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판단을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가 발행 후 예금부족, 거래정지처분, 수표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해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않게 한 것인지입니다(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둘째, 그 결과를 발행 당시에 예견했는지—판례는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고 보되, 예견하지 못했고 그 믿음이 정당하다고 수긍되는 예외적 경우에만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셋째, 법인 명의 계좌라도 실제로 발행행위를 한 자연인(통상 대표이사)이 형사책임의 주체가 된다는 점입니다. 넷째, 수표를 회수했는지 또는 소지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지에 따라 공소제기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같은 조 제4항).
이 네 가지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순서대로 방어선을 이룹니다. 고의를 다투는 것과 회수·합의로 공소를 막는 것은 별개의 트랙이므로, 수사 초기부터 두 갈래를 동시에 준비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발행 당시 '예견 불가능'했음을 구체적으로 소명하기
가장 먼저 다투어야 할 것은 발행 시점의 고의입니다. 판례는 형식상 대표이사로서 명의만 빌려주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며, 여러 사정에 비추어 발행 당시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책임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막연히 "몰랐다"가 아니라, 발행 시점에 정당한 근거로 결제를 믿었다는 사실을 자료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1) 발행 시점의 자금 흐름을 자료로 재구성합니다.
자금일보, 계좌 거래내역, 매출채권 회수 일정, 거래처와의 결제 스케줄을 발행일 기준으로 정리해, 그 시점에는 제시기일까지 입금될 자금이 실제로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보입니다. 발행 당시의 잔고 추이와 예정된 입금이 합리적으로 결제를 뒷받침하고 있었다면, 이는 곧 부도라는 결과를 예견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됩니다.
2) 부도의 원인을 외부적·돌발적 사정으로 특정합니다.
거래처의 도산이나 회생절차 개시, 납품대금 미지급, 제3자의 채무불이행처럼 발행인이 통제할 수 없었던 사정이 원인이라면, 예견가능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거래처의 부도어음 사본, 회생·파산 관련 결정문, 세금계산서와 거래명세서, 미수금 독촉 내역 등으로 "언제, 무엇 때문에 갑자기 자금이 막혔는지"를 시점별로 특정해 둡니다.
3) 고의를 완전히 부정하기 어렵다면 과실범 적용을 구합니다.
수집한 자료로도 고의를 온전히 부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자금 관리에 소홀함은 있었으되 지급불능을 적극적으로 예견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부각해 과실범(제2조 제3항) 적용을 구합니다. 이는 5년 이하 징역·수표금액 10배 이하 벌금인 고의범과 달리 3년 이하 금고·수표금액 5배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 자체가 달라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수표 회수와 처벌불원 확보로 공소 자체를 막기
고의 다툼과 별개로,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는 수표를 회수하거나 소지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애초에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제2조 제4항). 이 조항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려면 협상의 순서와 시점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1) 수표소지인과 신속히 협상해 수표 원본을 회수합니다.
수표금과 지연손해금 상당을 변제하고 수표 원본을 돌려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회수 즉시 수표 원본과 회수확인서(영수증)를 함께 확보해 두어야, 나중에 회수 여부가 다시 다투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회수가 어렵다면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서면으로 확보합니다.
수표 원본 회수가 여의치 않은 경우라도, 소지인으로부터 합의금을 지급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명시한 합의서·처벌불원서를 받아 두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구가 모호하면 의사표시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처벌불원 취지를 분명한 문장으로 담고 소지인의 서명·인감을 함께 확보합니다.
3) 협상의 타이밍을 역산해 관리합니다.
수사 단계에서 회수·합의가 이루어지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기 전 단계에서 사건이 정리될 수 있고, 이미 기소되었더라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회수·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되면 재판부의 판단에 결정적으로 반영됩니다. 협상이 늦어질수록 소지인의 태도가 굳어지므로, 입건 통보를 받은 즉시 협상 창구부터 여는 것이 유리합니다.
결론
당좌수표 부도로 인한 부정수표단속법위반 사건은 "일부러 부도낸 게 아니다"라는 항변만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법이 묻는 것은 발행 당시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는가이고, 그다음은 부도 이후 무엇을 했는가입니다.
거래처 부도나 대금 미지급처럼 발행인이 통제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면 그 경위를 자료로 남겨 두어야 하고, 동시에 수표소지인과의 회수·합의도 최대한 서둘러야 합니다. 지금 당좌수표 부도로 입건 통보를 받으셨거나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부도 경위를 어떻게 소명할지와 회수·합의를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를 함께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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