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추행죄는 합의해도 처벌되나요
사건 개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두 군인이 서로 호감을 느껴 사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휴가나 외박 때 만나 관계를 맺기도 했고, 서로 좋아서 시작한 만남이었습니다. 그런데 둘 중 한 사람의 휴대전화가 점검 과정에서 확인되거나, 주변 병사의 신고로 두 사람의 관계가 지휘부에 알려지면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헌병대 조사가 시작되고, 군형법상 추행죄 혐의로 입건되었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당사자는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강제로 한 것도 아니고, 서로 좋아서 한 건데 왜 범죄가 되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상담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도 이것입니다. 합의하에 이루어진 관계인데도 처벌받을 수 있느냐는 물음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답은 단순히 "예" 또는 "아니오"로 끝나지 않습니다. 군형법 추행죄는 일반 형법과 달리 합의 여부만으로 처벌 여부가 정해지지 않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고, 이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대응하면 진짜 억울한 결과를 맞을 수 있습니다.
핵심 쟁점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은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현역 장교·준사관·부사관·병 등 군형법 적용대상자)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옛 군형법 제92조의5 '계간, 그 밖의 추행' 규정에서 이어져 온 것으로, 한동안은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동성 간 성적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근거로 쓰여 왔습니다.
이 흐름을 크게 바꾼 것이 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개정 군형법상 추행죄의 보호법익이 '군기' 하나만이 아니라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한다고 보고, 영외의 사적인 공간에서 당사자 사이의 자발적 합의로 이루어진 추행은 이 조항의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헌법재판소 2023. 10. 26. 2017헌가16등 결정은 이 조항 자체는 합헌이라고 하면서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못 박았습니다. ①위력에 의한 경우이거나 ②자발적인 의사합치가 없는 경우, 또는 ③의사합치가 있더라도 사적 공간이 아닌 곳에서 이루어져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한 경우에는 여전히 처벌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쟁점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그 관계가 계급이나 지휘관계에서 오는 사실상의 압박 없이 진정으로 자발적이었는지. 둘째,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가 생활관·근무지 같은 공용 공간이 아니라 사적 공간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셋째, 그 행위가 군 공동체의 생활과 군기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사정이 있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반대 방향으로 판단되면, "합의였다"는 주장만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진정한 합의'와 '사적 공간'을 사실관계로 입증하기
대법원이 제시한 면책의 문은 넓지 않습니다. "서로 좋아했다"는 진술만으로 열리는 문이 아니라, 합의의 진정성과 장소의 사적 성격을 구체적 사실로 채워야 열리는 문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정리합니다.
1) 계급·지휘관계가 압박으로 작용하지 않았음을 소명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 상급자·하급자 관계나 지휘·감독 관계가 있었는지가 먼저 문제 됩니다. 이런 관계가 있었다면, 겉으로는 합의처럼 보여도 사실상 위력에 의한 것으로 평가될 위험이 커집니다. 그래서 계급 차이가 실제 관계에서 지시·복종의 형태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관계의 시작이 어느 쪽의 제안이었는지, 관계 중 대화 내용(메시지·통화기록 등)에 강압의 흔적이 없는지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자발성을 뒷받침합니다.
2) 행위 장소를 '사적 공간' 요건에 맞추어 특정합니다.
행위가 이루어진 곳이 개인 숙소나 휴가 중 외부 장소였는지, 아니면 생활관·내무반 같은 공용 공간이었는지는 결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입니다. 생활관처럼 다른 인원과 함께 쓰는 공간에서 일어난 일은 설령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없더라도 '사적 공간'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그 자체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날짜별로 장소·시간·동석 인원 유무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해당 장소가 타인의 관찰이나 접근으로부터 차단된 사적 영역이었는지를 명확히 합니다.
3) 군 공동생활·군기 침해 여부를 사실관계로 반박합니다.
수사기관은 종종 "부대 내에 소문이 돌아 사기가 저하되었다"는 식으로 군기 침해를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관계가 근무나 임무 수행에 지장을 준 사실이 없었는지, 소문의 확산이 당사자들의 행위 자체가 아니라 제3자의 유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를 구분해 대응합니다. 행위 자체와 그 이후 발생한 파장을 분리해야, 무관한 사정이 처벌 근거로 뒤섞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초동 수사 단계에서 진술과 대응의 방향을 설계하기
군 사건은 헌병대·군검찰의 초동 조사에서 나온 진술이 이후 군검찰 처분과 군사법원 재판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소명 자료를 아무리 잘 갖춰도, 초기 진술이 어긋나 있으면 뒤집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조사 전에 쟁점별 진술 방향을 미리 정리합니다.
당황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면 자발성·장소·군기 침해라는 세 쟁점 중 어느 하나에서 불리한 진술이 그대로 조서에 남습니다. 조사에 앞서 각 쟁점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면서도 앞서 정리한 소명 방향과 어긋나지 않는 진술을 준비하고, 진술거부권·변호인 조력권 등 절차적 권리를 어느 시점에 행사할지도 함께 정합니다.
2) 상대방 진술과의 정합성을 확인합니다.
추행죄 사건은 두 당사자의 진술이 서로 다르면 그 자체가 '자발적 의사합치가 없었다'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관계가 우호적으로 정리된 경우라면, 상대방의 진술이 왜곡되거나 압박에 의해 바뀌지 않도록 진술 전후의 정황(연락 내용, 관계 종료 경위 등)을 함께 파악해 둡니다.
3) 형사처분과 별개로 진행되는 징계 절차를 함께 관리합니다.
추행 혐의는 형사처벌과 별도로 군인사법상 징계(정직·감봉·불명예 전역 등)로 이어질 수 있고, 두 절차의 시간표와 증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형사 절차에서의 소명 자료와 진술이 징계위원회 심의에도 그대로 제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두 절차를 분리해서 대응하지 않고 같은 사실관계·같은 방향으로 관리해야 어느 한쪽에서 나온 불리한 진술이 다른 쪽을 무너뜨리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군형법 추행죄는 "합의했으니 무죄"라는 단순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 영역입니다.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2023년 헌법재판소 결정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범위를 열어 두었지만, 그 문은 계급관계에서 오는 위력이 없었는지, 행위 장소가 사적 공간에 해당하는지, 군 공동생활과 군기에 실질적 영향이 없었는지를 구체적 사실로 증명해야만 열립니다.
조사가 시작된 초기에 어떤 진술을 남기고 어떤 자료를 확보해 두는가가 이후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지금 군형법 추행죄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 합의였다는 사실 하나만 믿기보다는 세 가지 쟁점을 기준으로 상황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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