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나 경쟁사로부터 "귀사의 제품이 당사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받으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곧바로 제품을 빼거나 합의금부터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무시하고 넘어가도 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고장은 그 자체로 소송이 아니며, 특허권이 정말 유효한지, 자사 제품이 실제로 그 청구범위에 속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경고장을 받았을 때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효심판과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반격할 때 어떤 순서와 논리로 접근해야 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경고장은 소송이 아니다 — 그러나 무시해도 안 되는 이유
특허권자가 보내는 경고장은 법원이나 특허심판원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가 임의로 보내는 사적인 통지에 불과합니다. 법률상 정해진 회신 기한도 없고, 반드시 답변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도 없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일단 무시하고 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대응하자"는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위험한 접근입니다. 경고장을 받고도 별다른 검토 없이 침해 제품의 생산·판매를 계속하면, 이후 소송에서 고의 침해를 인정받는 핵심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특허법 제128조 제8항은 법원이 고의로 인정되는 특허권 침해에 대해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증액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이 규정은 2019년 7월 9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경고장을 받은 시점 이후의 실시 행위는 침해 사실을 인식하고도 계속했다는 정황으로 다뤄질 여지가 커, 무대응이 오히려 배상액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고장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곧바로 실시를 중단하거나 합의에 나서는 것도 성급합니다. 특허가 애초에 무효 사유를 안고 있거나, 자사 제품이 청구범위 밖에 있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고장을 받으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세 가지
경고장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기 전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사실관계부터 차분히 점검해야 합니다. 확인 없이 합의금을 협상하거나 반대로 무시해버리면 어느 쪽이든 뒤늦게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아래 세 가지는 반격 전략을 세우기 전에 반드시 짚어야 하는 항목들입니다.
특허의 존속 여부 — 등록특허인지, 존속기간(출원일로부터 20년)이 아직 남아 있는지, 연차료 미납으로 소멸하지는 않았는지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로 직접 확인.
청구범위 대비 — 경고장에 적힌 특허번호의 특허청구범위 문언과 자사 제품·방법의 구성요소를 하나하나 대응시켜, 청구항의 구성요소가 전부 자사 제품에 그대로 나타나는지 확인.
선행기술 존재 여부 — 그 특허의 출원일 이전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술이 이미 공개되어 있었는지, 논문·다른 특허·제품 카탈로그 등을 통해 조사.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유리하게 확인되면 반격의 실마리가 생깁니다. 청구범위 문언이 자사 제품과 어긋난다면 애초에 침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선행기술이 발견된다면 특허의 효력 자체를 흔드는 논리가 됩니다. 이 확인 작업은 변리사의 감정(鑑定) 의견서 형태로 정리해두면 이후 심판 청구서 작성과 소송 대응 모두에서 근거 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무효심판 — 특허 자체의 효력을 흔드는 반격
특허법 제133조는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이 등록된 특허에 무효 사유가 있는 경우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경고장을 받은 상대방은 그 특허로 인해 사업상 불이익을 받는 지위에 있으므로 통상 이해관계인으로 인정되어 무효심판을 청구할 자격을 갖춥니다. 대표적인 무효 사유는 출원 당시 이미 같은 기술이 공개되어 있었던 경우(신규성 결여, 특허법 제29조 제1항), 공지된 기술로부터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경우(진보성 결여, 제29조 제2항), 그리고 명세서가 발명을 명확하고 상세하게 기재하지 못했거나 청구범위가 명세서로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제42조가 정한 기재요건 위반, 이른바 기재불비)입니다.
무효심판에서 승소해 무효 심결이 확정되면, 그 특허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소급하여 소멸합니다. 특허 자체가 사라지므로 경고장의 근거가 통째로 무너지는 셈입니다. 다만 무효심판은 선행기술 조사와 청구항 해석에 대한 치밀한 논증이 필요해 시간이 걸리고, 특허심판원 심결에 불복하면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는 절차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무효심판만 단독으로 청구하기보다, 아래에서 설명할 권리범위확인심판과 함께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효심판은 특허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절차이고, 권리범위확인심판은 내 제품이 그 특허의 보호범위에 속하는지를 다투는 절차다 — 두 심판은 공격 지점이 다르다.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 내 제품이 특허범위 밖임을 먼저 선언
특허법 제135조는 특허권자뿐 아니라 이해관계인도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특허권자가 상대방의 실시제품을 겨냥해 청구하면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 되고, 반대로 경고장을 받은 쪽이 먼저 "내가 실시하는 제품·방법은 특허의 보호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확인을 구하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 됩니다. 경고장을 받은 상대방이 취할 수 있는 능동적 반격 수단이 바로 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입니다.
이 심판에서는 확인대상발명, 즉 실제로 자사가 생산·판매하는 제품이나 실시하는 방법을 특정해 심판청구서에 도면과 설명으로 정리하고, 이를 등록특허의 청구항과 구성요소별로 대비합니다. 청구항에 나열된 구성요소 중 단 하나라도 자사 제품에 없다면(이른바 구성요소완비의 원칙 미충족) 비침해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심결에서 확인대상발명이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후 같은 당사자 사이의 침해소송에서도 유력한 반박 근거로 활용할 수 있어 협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자유실시기술 항변 — 특허와 대비할 필요조차 없는 경우
권리범위확인심판이나 침해소송에서 활용되는 또 다른 강력한 방어 논리가 자유실시기술 법리입니다. 확인대상발명이 특허 출원 이전에 이미 공지된 기술만으로 이루어졌거나, 그 기술분야의 통상의 기술자가 공지기술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 특허의 청구범위와 대비할 필요조차 없이 곧바로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법리입니다. 이는 문언상 청구항의 구성요소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이른바 문언침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 항변이 유용한 이유는 청구항 해석을 둘러싼 다툼 자체를 우회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특허권자가 청구범위를 폭넓게 해석해 침해를 주장하더라도, 자사가 실시하는 기술이 이미 오래전부터 업계에 공개되어 있던 기술의 조합에 불과하다는 점을 선행기술 자료로 입증하면, 청구항 대비 없이 곧바로 비침해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항변이 받아들여지려면 공지기술 자체를 특정하고 그것이 확인대상발명과 실질적으로 같다는 점을 구체적인 문헌·제품 자료로 뒷받침해야 하므로, 무효심판의 선행기술 조사와 상당 부분 자료를 공유하게 됩니다.
무효심판과 권리범위확인심판, 어떤 순서로 병행하나
실무에서는 두 심판을 동시에 청구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무효심판으로 특허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동안,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설령 특허가 유효하더라도 자사 제품은 그 범위 밖이라는 점을 별도로 확인받아 두는 방식입니다. 어느 한쪽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두 갈래의 방어선을 동시에 구축하는 셈이고, 청구범위 대비 자료와 선행기술 자료를 함께 준비하면 두 절차에서 상당 부분 겹쳐 쓸 수 있어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의할 지점은 특허권자의 대응입니다. 무효 사유가 지적되면 특허권자는 특허법 제136조가 정한 정정심판을 통해 청구범위를 감축하거나 불명확한 기재를 정정해 무효를 피해가려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정이 받아들여지면 청구범위가 좁아지는 대신 무효 사유가 해소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오히려 좁아진 청구범위가 자사 제품과 더 멀어져 비침해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정심판이 청구되면 그 정정안이 자사의 권리범위확인심판 논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특허심판원 심결에 불복하면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그 판결에 다시 불복하면 대법원까지 다툴 수 있습니다.
경고장을 무시하면 벌어지는 일 — 고의침해와 증액배상
앞서 언급한 대로 경고장을 받고도 아무런 검토나 대응 없이 실시를 계속하면, 침해소송에서 고의성을 인정받는 핵심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특허법 제128조 제8항의 증액배상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는 이 리스크가 더 커졌습니다. 법원이 고의 침해로 판단하면 통상의 손해액 산정 방식으로 계산된 금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고장 수신 이후의 대응 이력 자체가 배상액 규모를 좌우하는 요소가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경고장을 받은 즉시 무효심판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을 검토하고 청구했다는 사실, 또는 변리사·변호사의 감정 의견을 받아 나름의 근거로 실시를 계속했다는 사실은 고의성을 부인하는 유리한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고장을 받으면 무대응도, 즉각적인 실시 중단도 아닌, 신속한 법적 검토와 그 검토 결과에 따른 명확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검토 결과 침해 소지가 실제로 있다고 판단되면 실시 중단이나 실시료 협상으로, 반대로 무효 사유나 비침해 근거가 뚜렷하다면 심판 청구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소송으로 번지면 — 관할과 형사책임
협상이 결렬되거나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특허권자가 침해금지·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허권자는 특허법 제126조에 따라 침해행위의 금지·예방과 침해물건의 폐기를 청구할 수 있고, 제128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허 침해소송의 1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관할 지방법원 합의부가 맡고, 2016년 1월 1일부터는 그 항소심을 특허법원이 전속으로 관할하도록 법원조직법과 민사소송법이 개정되어, 지방법원 → 특허법원 → 대법원의 3심 구조로 진행됩니다.
드물지만 형사책임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허법 제225조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면서도,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해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구조를 두고 있습니다. 민사상 침해금지·손해배상청구와 별개로 형사 고소까지 검토되는 사안이라면 그만큼 사안이 무겁다는 뜻이므로, 초기 단계에서부터 심판 청구와 소송 대응 전략을 함께 준비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고장을 받으면 정해진 기한 안에 반드시 답변해야 하나요?
A. 법률상 정해진 답변 기한이나 답변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아무 대응 없이 실시를 계속하면 이후 소송에서 고의 침해를 인정받는 정황으로 쓰일 수 있으므로, 기한에 쫓기기보다 신속하게 특허 유효성과 청구범위 대비를 검토해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무효심판과 권리범위확인심판을 동시에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하며 실무에서 함께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효심판으로 특허 자체를 다투는 동시에, 특허가 유효하더라도 자사 제품은 그 권리범위 밖이라는 점을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별도 확인받아 이중의 방어선을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Q. 특허권자가 무효심판 도중 청구범위를 정정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특허법 제136조의 정정심판을 통해 청구범위를 감축하거나 불명확한 기재를 정정할 수 있습니다. 정정으로 청구범위가 좁아지면 무효 사유가 해소될 수 있지만, 동시에 좁아진 청구범위가 자사 제품과 더 멀어져 비침해 판단에 유리해지는 경우도 있어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특허심판원 심결에 불복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A.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하면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그 판결에도 불복하면 대법원까지 상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침해소송의 항소심이 특허법원 전속관할인 것과는 별개의, 심결 자체에 대한 불복 절차입니다.
Q. 경고장을 받은 사실만으로 고의침해가 인정되나요?
A. 경고장 수신 사실 자체가 곧바로 고의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고장을 받고도 아무런 검토나 대응 없이 실시를 계속한 사정은 고의를 인정하는 유력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신속한 법적 검토와 그에 따른 대응 이력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Q. 특허 침해가 인정되면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나요?
A. 특허법 제225조에 따라 특허권 침해죄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실무에서는 대부분 민사상 금지·배상청구로 다투다가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 한해 형사 고소까지 검토됩니다.
맺음말
특허 침해 경고장은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특허권자가 협상이나 소송에 앞서 던지는 첫 신호에 가깝습니다. 무시하는 것도, 곧바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도 모두 성급한 대응입니다. 특허의 존속 여부와 청구범위 문언, 선행기술 존재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무효심판·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자유실시기술 항변 중 어느 논리로 반격할지 판단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두 심판을 병행하며 정정심판 대응까지 함께 준비해두면, 이후 침해소송으로 번지더라도 이미 다져둔 논리와 자료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경고장을 받은 초기 단계에서의 판단과 대응 이력이 이후 고의성 판단과 배상액 규모까지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받은 즉시 방치하지 말고 근거를 갖춘 대응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