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 위력추행 고소 — 학위관계 분리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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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

지도교수 위력추행 고소 — 학위관계 분리 입증 

김강희 변호사


지도교수 위력추행 고소 — 학위관계 분리 입증


사건 개요


대학원 지도교수로 일하는 의뢰인들이 최근 저에게 상담을 청해 오는 사건 유형이 있습니다. 자신이 지도하던 대학원생과 오랜 기간 사적으로도 가깝게 지내 왔는데, 학위논문 통과나 진로 문제 등을 계기로 관계가 틀어진 뒤 상대방이 "지도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강제로 추행당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한 경우입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처음엔 지도관계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남을 이어 온 것이라 항변하지만, 수사기관은 일단 신분관계부터 들여다봅니다.

대학원 사회에서 지도교수는 논문 심사, 학점 평가, 연구비·인건비 지급, 학위 취득 시기 등 제자의 진로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습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에는 "지도교수-대학원생"이라는 신분 자체만으로 위력관계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많고, 의뢰인들은 "사귀자고 한 것도 상대방이었고 먼저 연락한 것도 상대방인데 왜 내가 위력을 행사한 게 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도교수라는 신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력 추행이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그 지위를 실제로 '이용'해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했는지를 별도로 따집니다. 다만 이 구분은 수사기관이 알아서 해 주지 않습니다. 지도관계가 작동한 영역과 사적 관계로 넘어간 영역을 시간·정황으로 분리해 스스로 입증해야 방어가 성립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론을 가르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이 정한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한 보호·감독' 관계가 문제된 행위 당시에도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는지입니다. 둘째, 그 관계를 실제로 '이용'해 위력을 행사했는지, 아니면 상대방의 자발적 의사로 관계가 형성됐는지입니다. 셋째, 학위 심사·논문 지도 등 객관적 영향력 행사 시점과 사적 만남이 이뤄진 시점이 실제로 겹치는지, 아니면 이미 지도교수의 평가 권한이 사실상 소멸한 뒤였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위력을 "범인의 위세, 사람수 및 주위의 상황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세력"으로 정의하면서, 유형력이든 무형력이든 묻지 않고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이용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봅니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7도453 판결). 그런데 이 정의를 뒤집어 보면, 지위 자체가 아니라 그 지위를 실제로 이용했는지가 판단의 중심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승패는 "지도교수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시점에 무엇이 오갔고 누가 먼저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냈는가에서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학위 관계와 사적 관계를 시간축으로 분리하기


가장 먼저 무너지기 쉬운 지점은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이었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위력관계였다"는 수사기관의 단선적 전제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저는 관계 전체를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시점별로 잘라 재구성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1) 연락 기록을 학사 목적과 사적 목적으로 분류합니다.

카카오톡·문자·이메일 등 상대방과의 연락 전체를 뽑아, 논문 지도·학점 평가·연구실 업무 등 학사 목적의 대화와 데이트 제안·애정 표현·사적 만남 약속 등 사적 목적의 대화를 시점별로 나눠 정리합니다. 특히 먼저 연락하거나 만남을 제안한 쪽이 상대방인 대화, 자발적으로 애정을 표현한 메시지는 그 자체로 위력이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됩니다. 이 작업을 통해 "언제부터 관계가 사적 영역으로 넘어갔는지"를 객관적 시점으로 특정합니다.

2) 만남의 정황을 자발성 관점에서 재구성합니다.

식당·카페 결제 내역, 이동 경로, 숙박 여부 등을 통해 해당 만남이 지도교수의 요구로 이뤄진 학사 일정(연구실 회의, 세미나 뒤풀이 등)이었는지, 아니면 사적으로 약속된 만남이었는지를 구분합니다. 제3자(같은 연구실 동료, 지인 등)가 두 사람의 관계를 사적 만남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면 그 진술도 함께 확보합니다. 이런 정황들은 문제된 행위가 '지도'라는 명목의 자리가 아니라 사적으로 합의된 자리에서 벌어졌음을 뒷받침합니다.

3) 지도관계의 실질적 영향력이 살아 있던 기간을 특정합니다.

논문 심사 통과일, 학위수여일, 지도교수 변경 여부, 연구비·인건비 지급 종료 시점 등을 근거로 지도교수로서 실질적 평가·감독 권한이 언제까지 유효했는지를 특정합니다. 문제된 행위가 심사 통과나 학위수여 이후, 즉 교수의 평가 권한이 이미 소멸한 시점에 있었다면 이 자체가 '위력을 이용했다'는 전제를 흔드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위력의 이용' 요건을 정면으로 다투기


시간축 정리가 끝나면, 그 다음은 실제로 위력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법리적으로 다투는 단계입니다. 신분관계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신분을 실제로 이용했다는 사실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검찰은 후자까지 입증해야 합니다.

1) 동의의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모읍니다.

선물을 주고받은 내역, 여행·모임 사진, 지속적으로 애정을 표현한 메시지, 관계 유지 기간 등은 상대방이 자유의사로 관계를 이어 왔음을 보여주는 정황입니다. 위력에 의한 추행이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자유의사가 제압된 상태였어야 하므로, 관계 내내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행동한 흔적이 많을수록 위력의 '이용'이라는 전제는 약해집니다.

2) 거절·저항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이후 상황이 어땠는지 확인합니다.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지, 그 이후에도 관계나 연락이 이어졌는지는 위력 성립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거절 이후에도 상대방이 먼저 연락하거나 만남을 이어간 정황이 있다면, 그 뒤의 관계는 강요가 아니라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편견으로 흐르지 않도록, 구체적 사실관계에 근거해서만 신중하게 다뤄야 합니다.

3) 진술의 일관성과 고소 경위를 검토합니다.

고소가 이뤄진 시점이 관계 종료·논문 심사 결과·진로 문제 등과 맞물려 있는지, 상대방의 진술이 수사 단계별로 일관되는지를 검토합니다. 관계 초기부터 문제 삼지 않다가 다른 갈등(성적 불만, 진로 문제 등)이 불거진 이후에야 고소로 이어진 경우라면, 그 경위 자체가 사건 전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 사실이 됩니다.


결론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관계가 문제되는 사건은, 신분관계라는 딱지 하나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이 실제로 묻는 것은 "지도교수였는가"가 아니라 "그 지위를 실제로 이용해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했는가"입니다. 이 차이를 법정에서 설득력 있게 보여주려면, 연락 기록과 만남의 정황, 지도 권한이 실질적으로 작동했던 기간을 처음부터 촘촘하게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고소 사실을 통보받은 시점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흐려지고 자료는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지금 이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 관계의 어느 지점부터 정리해 두어야 할지 방향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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