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마약값을 치르면 정말 추적을 피할 수 있을까
사건 개요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마켓에서 마약을 구하려는 분들 중 상당수는 "현금이나 계좌이체보다 비트코인이 훨씬 안전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결제 수단을 정합니다. 실명이 필요 없는 지갑 주소, 은행을 거치지 않는 송금, 익명처럼 보이는 숫자와 문자의 조합. 겉으로 보면 흔적이 남지 않는 거래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상담을 청해 오는 분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결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판매자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방이 압수되고, 그 방에 남은 지갑 주소를 단서로 수사기관이 자금 흐름을 거꾸로 짚어 올라온 뒤, 어느 날 갑자기 자택 압수수색이나 출석 요구서를 받는 식입니다. 본인은 "비트코인이라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는데, 정작 자신을 특정한 결정적 단서가 바로 그 비트코인 거래 기록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결제했다는 사정이 마약류 매수 혐의를 피하게 해 주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거래 자체가 영구히 남는 기록으로 작용해 수사를 더 촘촘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제수단이 무엇이든 매수라는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라는 전제가 먼저이고, '추적 여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결제수단과 무관하게 매수 행위 자체가 마약류관리법상 처벌 대상인지입니다 — 이 법 제59조 제1항 제7호(향정신성의약품) 및 제60조 제1항 제2호(대마)가 규정하는 '매매'는 파는 행위뿐 아니라 사는 행위도 포함한다는 것이 확립된 해석입니다. 둘째, 가상자산 결제라는 사정이 왜 실제로는 추적을 어렵게 만들지 않는지입니다 — 블록체인의 구조와 거래소 규제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셋째, 압수·추징의 범위입니다 — 마약대금으로 쓰인 가상자산이 몰수·추징 대상에 포함되는지, 얼마까지 포함되는지입니다. 넷째, 결제대행업체나 환전 경로를 거친 경우 자금세탁 관련 혐의가 별도로 추가될 수 있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비트코인이라 증거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로 진술을 이어가면, 이미 확보된 객관적 자료와 진술이 어긋나면서 오히려 불리한 정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의 출발점은 언제나 "실제로 무엇이, 어디까지 확보되어 있는가"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데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추적 불가'라는 전제부터 정확히 무너뜨리고 방어선을 다시 세우기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가상자산 결제는 흔적이 안 남는다"는 잘못된 전제입니다. 이 전제 위에서 세운 진술 전략은 수사기관이 이미 쥐고 있는 자료 앞에서 오히려 신빙성을 해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다시 짚습니다.
1) 블록체인은 지워지지 않는 공개 장부라는 점을 전제로 자료를 검토합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다수 가상자산의 거래 내역은 블록체인이라는 공개 원장에 영구적으로 기록됩니다. 지갑 주소 자체는 익명이지만, 그 주소가 어느 시점에 어느 거래소 계정에서 출금되었는지, 어느 주소로 얼마가 들어갔는지는 누구나 조회할 수 있는 형태로 남습니다. 수사기관은 체인분석(블록체인 포렌식) 기법으로 이 흐름을 역추적해 특정 지갑을 실사용자와 연결 짓습니다. 이미 이 단계의 분석이 끝난 상태로 소환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담 초기에 압수수색영장·수사기록에 어떤 지갑·거래 내역이 특정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거래소를 거친 구간은 신원이 이미 확보되어 있다고 보고 대응합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과 회원 신원정보(KYC)를 의무적으로 보관합니다. 여기에 더해 2022년 3월 시행된 트래블룰은 일정 금액 이상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송신인·수신인 정보를 함께 첨부하도록 의무화했고, 최근에는 이 금액 기준 자체를 없애 '쪼개기 송금'으로도 규제를 피할 수 없도록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즉 마약대금이 개인 지갑 사이의 순수한 P2P 거래로만 오간 것이 아니라 한 번이라도 국내 거래소를 거쳤다면, 그 구간에서 신원은 이미 특정되어 있다고 보고 방어 전략을 짜야 합니다.
3) 텔레그램·다크웹 서버 압수 자료와 자금 흐름을 함께 대조합니다.
실제 사건 대부분은 지갑 추적 하나만으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판매 채널(텔레그램 대화방, 다크웹 마켓 서버)이 먼저 확보되고, 그 안에 남은 주문 내역·지갑 주소·구매자 계정을 자금 흐름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신원이 좁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느 경로로, 어느 시점의 자료가 먼저 확보되었는지를 파악하면 혐의의 범위(단순 매수인지, 알선·유통까지 걸리는지)와 향후 방어의 초점을 훨씬 명확히 잡을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매수 규모와 가담 형태에 맞추어 죄명·양형 대응을 설계하기
추적 경로를 파악한 다음에는, 확보된 자료가 실제로 어떤 죄명과 형량 범위를 가리키는지를 냉정하게 짚어야 합니다. 결제수단이 비트코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가중 요소는 아니지만, 그 결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결과를 크게 가릅니다.
1) 단순 매수·투약과 알선·유통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같은 가상자산 결제라도 본인이 투약할 목적으로 소량을 산 경우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거나 대금을 대신 전달·환전해 준 경우는 죄명과 형량이 전혀 다릅니다. 후자는 매매를 유인·권유·알선한 행위로 평가되어 형이 무거워질 수 있고, 결제대행 역할까지 했다면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이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확보된 대화 내역과 송금 기록에서 본인의 역할이 정확히 어디까지인지를 먼저 특정하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혐의가 확대 적용되지 않도록 초기 진술 단계부터 대응합니다.
2) 몰수·추징의 범위를 미리 계산해 대응합니다.
마약대금으로 오간 가상자산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금액을 불문하고 몰수 대상이 되며, 이미 소비해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추징당합니다. 코인 시세가 거래 시점과 재판 시점 사이에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 추징가액 산정 기준 시점을 다투는 것도 실무상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예상치 못한 추징금 부담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3) 초범·소량·단순투약이라면 처분 완화 요소를 갖춥니다.
초범이고 매수·투약 외 다른 가담 정황이 없는 경우라면, 치료보호기관 상담·진단 이력, 재범 방지 교육 이수, 가족·직장 등 사회적 유대 관계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추어 선고유예·집행유예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합니다. 반대로 알선·유통 정황이나 자금세탁 경로 관여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을 냉정히 인정하고 조기에 협조하는 편이 오히려 결과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추적이 안 된다는 말은, 정확히 말하면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지갑 주소 자체는 실명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 주소가 거쳐 간 거래소·환전 경로·대화 기록은 오히려 현금 거래보다 더 오래, 더 정확하게 남습니다.
이미 소환 통지를 받았거나 압수수색을 겪었다면, "비트코인이라 괜찮을 것"이라는 전제를 버리고 지금 확보되어 있는 자료의 범위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본인의 가담 형태와 확보된 증거의 실체를 함께 점검해, 죄명과 양형의 갈림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대응할지를 한 번 상담을 통해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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