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나면, 다음 순간을 좌우하는 것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이고 그 결과를 가르는 것은 흔히 생각하는 도주 우려나 주거 여부가 아니라 피해자와 다시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한 가지 질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 동료, 친족, 지인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일수록 이 질문의 무게는 더 커집니다. 물리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관계이거나, 합의를 시도하려고 지인을 통해 연락을 취한 정황만 남아도 그 자체가 구속 사유로 읽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사건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피해자 접촉 우려가 왜 이렇게 결정적으로 작용하는지, 그 우려를 낮추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성범죄 구속영장 실질심사 — 다른 범죄와 심사 기준이 갈라지는 지점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은 구속 요건을 세 가지로 규정합니다.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입니다. 이 세 요건은 죄명을 가리지 않고 모든 형사사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본 틀이고, 셋 중 하나만 인정되어도 구속 요건 자체는 충족됩니다. 그런데 성범죄 사건에서는 이 기본 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또 다른 변수가 실무상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그 변수의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입니다. 2007년 6월 1일 신설된 이 조항은 법원이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를 함께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구속사유를 만든 조항이 아니라 기존 세 가지 사유를 판단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구체적 기준을 못 박은 조항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이 기준이 특히 크게 작용하는 이유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신원이 서로 확인된 상태에서 이후에도 마주칠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가 진술 번복이나 합의 강요의 표적이 되기 쉬운 사건 구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은 새로운 구속사유를 만든 조항이 아니라, 기존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구체적 기준을 명시한 조항이다 — 성범죄에서는 이 기준이 사실상 네 번째 요건처럼 작동한다.
구속의 3대 사유, 성범죄 사건에서는 이렇게 적용된다
주거부정과 도망염려는 성범죄 사건에서도 다른 범죄와 크게 다르지 않게 판단됩니다. 일정한 주소지가 확인되고 직업과 가족관계가 안정적이면 이 두 요건만으로 구속이 결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증거인멸염려입니다. 성범죄 사건은 물적증거보다 피해자 진술과 통신기록에 크게 의존하는 사건 구조를 갖고 있어서,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 자체가 진술 신빙성을 흔들거나 합의를 종용하려는 시도로 해석되기 쉽습니다.
주거부정 — 일정한 주소지가 없거나 확인되지 않는 경우. 성범죄에서도 일반 사건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
도망염려 — 전과, 직업 안정성, 가족관계 등을 종합 판단. 대부분 사건에서 단독으로 큰 쟁점이 되지는 않음.
증거인멸염려 — 성범죄에서 가장 예민하게 작용.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흔들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시도가 전형적 사례로 평가됨.
피해자 접촉 우려, 실무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판단하나
피해자 접촉 우려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몇 가지 구체적 정황을 근거로 판단됩니다. 먼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입니다. 직장 동료, 친족, 연인관계처럼 물리적으로 계속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 관계일수록 우려는 커집니다. 다음으로 사건 발생 이후 실제 연락을 시도한 정황입니다. 문자, 카카오톡, 전화는 물론 지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사실까지 모두 판단 자료가 됩니다. 합의 시도 과정에서 나온 언동이 협박성이나 회유성으로 읽히는지, 피해자에게 진술 번복이나 고소취하를 종용한 정황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집니다.
특히 직장 내 성범죄나 친족 간 성범죄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조적으로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는 관계에서는 이 우려가 가중되어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의자가 사건 이후에도 종전 근무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거나 피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 물리적 분리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접촉 우려는 매우 높게 평가됩니다. 반대로 이런 관계적 근접성이 애초에 없는 사건, 예컨대 일회성으로 마주친 초면 관계라면 같은 정도의 우려가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관계의 근접성 — 직장·가족·거주지를 공유해 계속 마주칠 가능성.
연락시도 이력 — 문자·카카오톡·전화는 물론 지인을 통한 전달까지 포함.
합의 과정의 언동 — 협박성·회유성으로 읽히는지 여부.
진술번복·고소취하 종용 정황 — 있었는지, 있었다면 얼마나 구체적인지.
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가 실제로 확인하는 것들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에 따라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를 받은 다음 날까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합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구속전피의자심문, 즉 영장실질심사입니다. 이 자리에서 판사는 피의자의 진술과 변호인의 의견, 수사기록을 종합해 구속 여부를 결정합니다. 심문은 통상 영장 청구 후 24시간에서 48시간 이내에 진행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주거, 직업, 가족관계, 전과 같은 통상적인 질문 외에 피해자와의 관계, 사건 이후 접촉을 시도한 적이 있는지, 합의가 진행 중이라면 그 경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캐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찰이 제출하는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자료, 이를테면 피해자 진술서나 접촉 시도 정황에 관한 자료가 함께 포함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심문 과정에서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하고 어떤 자료로 뒷받침하는지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피해자와의 관계 및 사건 이후에도 마주칠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
사건 이후 연락을 시도한 이력이 있는지, 있다면 그 경위와 횟수.
합의가 진행 중이라면 그 진행 경로가 변호인을 경유했는지.
반성 정도, 전과 유무 등 재범 위험성을 뒷받침하는 자료.
접촉 우려가 실제로 구속을 가르는 장면들
실무에서 자주 나타나는 유형 중 하나는 직장 동료 사이의 사건입니다. 피의자가 사건 이후에도 계속 출근하며 물리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 자체가 접촉우려의 근거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다른 유형은 지인을 통해 합의를 시도한 경우입니다. 본인은 사과나 화해의 뜻이었다고 설명하더라도,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를 피해자에 대한 회유나 진술 번복 유도 시도로 먼저 해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대로 피의자가 자발적으로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고 이를 객관적 자료로 소명한 경우는 다르게 평가됩니다. 근무지 변경이나 휴직, 연락처 삭제, 접근하지 않겠다는 서약 등을 심문 전에 갖춰 제출한 사건에서는 접촉우려 판단에 긍정적으로 참작되는 경향이 확인됩니다. 결국 관건은 접촉 가능성 자체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그리고 얼마나 이른 시점에 차단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부서 동료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면, 심문 자리에서 단순히 "앞으로 연락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자리 이동이나 재택전환을 신청한 문서, 사내 메신저와 개인 연락처를 모두 차단했다는 화면, 사건 이후 단 한 번도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무 기록 등을 함께 제시했을 때 접촉우려 판단이 실질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됩니다. 반대로 이런 자료 없이 말로만 접촉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는 우려를 낮추는 데 큰 효과가 없습니다.
접촉 우려 판단은 관계가 가까운지 자체보다, 그 접촉 가능성을 얼마나 이른 시점에 구체적으로 차단했는지를 더 무겁게 본다.
접촉 우려를 낮추는 구체적 방법
가장 먼저 할 일은 소통 창구를 변호인으로 일원화하는 것입니다. 합의가 필요한 사건이라도 피의자 본인이나 지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변호인을 통해서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직접 연락은 의도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회유나 압박 정황으로 읽힐 위험이 매우 큽니다. 다음으로 물리적 분리 조치를 실제로 취하는 것입니다. 직장 내 사건이라면 휴직이나 전보를 신청하거나 재택근무로 전환을 요청하는 방안을, 거주지가 근접한 경우라면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치는 취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것을 심문 전에 객관적 자료로 준비해 제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연락처를 삭제하거나 차단한 내역, 접근하지 않겠다는 자필 서약서, 휴직신청서나 전보발령 통지서처럼 물리적 분리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면 접촉 우려 판단에서 실질적으로 참작될 여지가 커집니다.
변호인 경유 소통 원칙 — 직접·지인경유 연락은 하지 않는다.
근무지·거주지 물리적 분리 조치와 그 증빙 확보.
연락처 삭제·차단 화면 캡처 등 객관적 자료 확보.
접근하지 않겠다는 자발적 서약서를 심문 전에 준비.
불구속되더라도 남는 조건 — 보석·석방 시 접근금지
구속을 면하거나 이후 보석으로 석방되더라도 접촉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98조 제4호는 법원이 보석을 허가할 때, 피해자나 해당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그 주거나 직장 등 주변에 접근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접촉 우려가 문제된 사건일수록 이 조건이 실제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조건을 위반하면 보석이 취소되고 재구속될 수 있습니다. 불구속 상태를 유지하려면 심사 단계에서 밝힌 접촉 차단 의지를 재판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지켜야 합니다. 조건부 석방 이후에 실수로라도 연락을 시도하면 그 자체가 조건 위반이자 새로운 구속사유로 이어질 수 있어, 사건이 끝날 때까지 접촉 차단 원칙은 예외 없이 유지해야 합니다.
실무 유의점 — 접촉은 예외 없이 변호인을 통해서만
사건이 시작된 이후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행위는 의도와 무관하게 위험합니다. 사과나 합의 의사를 전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도,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를 회유나 압박 시도로 먼저 해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지인을 통한 전달, 공동 지인을 경유한 간접 접촉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그대로입니다.
합의가 필요한 사건이라면 변호인이 상대방 대리인이나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해 공식 절차로 진행하는 것이 접촉우려를 낮추는 사실상 유일하게 안전한 경로입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 원칙을 지켰는지 여부가 실질심사 결과뿐 아니라 이후 재판 과정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는 검사가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실무상 상당수 성범죄 피해자에게 이 국선전담변호사가 이미 붙어 있습니다. 합의 의사가 있다면 이 국선변호사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원칙이고, 피의자 측이 그 경로를 무시하고 직접 접촉을 시도하면 접촉우려 판단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와 같은 직장에 다니는데 이것만으로 구속되나요?
A. 관계의 근접성 하나만으로 구속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물리적으로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은 접촉우려를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휴직이나 전보 등으로 물리적 분리를 미리 소명하면 판단에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합의를 시도하려고 지인을 통해 연락한 것도 문제가 되나요?
A. 지인을 통한 접촉 시도도 직접 접촉과 마찬가지로 회유나 압박 정황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습니다. 합의가 필요하다면 변호인을 통한 공식 경로로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이미 연락처를 차단했다는 사실은 심문에서 어떻게 소명하나요?
A. 통신사 차단 내역이나 메신저 차단 화면 캡처 등 객관적 자료를 심문 전에 준비해 제출하면 접촉 우려 판단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자발적 서약서를 함께 제출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Q. 불구속으로 풀려나면 피해자와의 문제는 끝난 건가요?
A. 아닙니다. 보석으로 석방된 경우 형사소송법 제98조에 따라 접근금지 조건이 붙을 수 있고, 이를 어기면 보석이 취소되고 재구속될 수 있습니다. 조건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유지해야 합니다.
Q. 증거인멸염려와 피해자 접촉 우려는 같은 말인가요?
A.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증거인멸염려는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의 독립된 구속사유이고, 피해자 위해우려는 제70조 제2항이 정한 고려요소입니다. 다만 성범죄에서는 피해자 접촉 시도가 두 요건 모두에서 불리하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변호인 선임 전에 이미 피해자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면 어떻게 하나요?
A. 이미 연락한 사실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후로는 추가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그 경위를 변호인을 통해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복된 연락 시도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맺음말
성범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흔히 짐작하는 도주 우려보다 피해자 접촉 우려인 경우가 많습니다. 관계의 근접성, 연락 시도 정황, 합의 과정의 언동 하나하나가 판단 자료가 되고, 사건이 시작된 순간부터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고 그 사실을 객관적으로 소명하는 준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구속 여부가 걸린 상황일수록 판단은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고, 그 시간 안에 무엇을 소명하느냐가 이후 재판 전체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말로 하는 다짐보다 물리적 분리와 소통 창구 일원화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 훨씬 큰 힘을 갖는다는 점도 그래서입니다.
수원지검·수원구치소 관할 사건처럼 영장 청구부터 심문까지 시간이 촉박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접촉 차단 조치와 그 증빙은 심문 일정이 잡히기 전에 미리 갖춰두는 것이 좋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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