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공들여 만든 서비스 화면 구성이나 판매 방식, 콘텐츠 구성 방식을 경쟁업체가 그대로 베껴 시장에 내놓았는데, 특허도 저작권 등록도 상표 출원도 해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을 놓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특허법·저작권법·상표법이 정한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그 성과가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등록이나 출원을 전제로 하지 않는 별도의 조항을 두어, 타인이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낸 성과를 부당하게 가져다 쓰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른바 '파목'이라 불리는 이 조항이 어떤 요건에서 적용되고, 실제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성과도용을 인정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부정경쟁방지법 파목 — 등록 없이도 성과를 보호하는 보충적 조항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2013년 개정으로 신설된 뒤 이후 개정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이 앞자리 목으로 계속 추가되며 문자가 뒤로 밀려 현재의 '파목'이 됐는데,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존 개별 지식재산법이 미처 포섭하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충적 일반조항입니다.
특허법은 발명을 출원·등록해야, 저작권법은 창작성 있는 표현이어야, 상표법과 디자인보호법은 각각 출원·등록 절차를 거쳐야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파목은 이러한 등록·출원 절차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결과물 자체가 특허를 받을 정도로 신규성·진보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만한 창작적 표현에 이르지 못했거나, 애초에 출원 자체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투입한 투자와 노력이 상당하고 그것을 부당한 방법으로 가져다 쓴 사정이 인정되면 파목으로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 등록이나 출원 여부는 요건이 아니다.
성립요건 — 파목을 주장하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파목이 성립하려면 크게 네 가지 요건이 함께 충족돼야 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등록된 지식재산권이 없는 상태에서는 보호를 받기 어려워지므로, 소송이나 내용증명을 준비하기 전에 각 요건에 대응하는 증거를 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요건 중 상당수는 등록 서류가 아니라 사업 운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자료로 뒷받침되므로, 평소 개발·기획 과정의 기록을 남겨두는 습관이 나중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 — 유형물뿐 아니라 무형의 결과물,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결과물도 포함됨.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사용 — 단순한 후발주자의 참고를 넘어선 부당성이 있어야 함.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사용 — 개인적 이용이 아닌 영리적 목적의 사용이어야 함.
무단 사용으로 경제적 이익 침해 — 매출 감소·고객 이탈 등 실제 손해와 연결돼야 함.
'성과 등'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거기에 투입된 투자와 노력이 '상당한' 것인지는 권리자가 들인 투자와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가 속한 산업 분야의 관행이나 거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2020. 3. 26.자 2019마6525 결정이 제시한 기준입니다. 이 결정은 보호 대상이 되는 '성과 등'이 유형물에 한정되지 않고 무형물,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결과물까지 포함한다고 밝혀, 물건 형태나 디자인처럼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서비스 운영방식·콘텐츠 구성·데이터베이스 등도 파목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성과 등에 해당하는지와 상당한 투자·노력인지는 그 성과가 속한 산업 분야의 관행이나 거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한다 — 대법원 2020. 3. 26.자 2019마6525 결정.
법원이 인정한 사례 — 눈알가방 사건과 골프존 사건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다217847 판결은 유명 명품 브랜드 가방의 형태를 그대로 본뜨되 눈알 모양의 도안을 붙인 상품을 판매한 행위를 파목의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했습니다. 해당 가방 형태 자체가 등록된 디자인권이나 상표권으로 보호받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법원은 오랜 기간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들여 구축한 상품 이미지와 소비자 신용을 별다른 독자적 노력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쓴 행위라는 점에서 부정경쟁행위 성립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도 비슷한 구도입니다. 골프장을 조성·운영하는 회사가 만들어 둔 골프코스의 모습과 종합적인 이미지를 무단으로 촬영·가공해 3D 영상으로 제작한 뒤 스크린골프 운영업체에 제공한 행위가 문제 됐는데, 대법원은 이를 골프코스 설계자의 저작권 문제와는 별개로, 골프장을 실제로 조성하고 운영해 온 사업자가 투입한 성과를 침해한 부정경쟁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영역과 파목으로 보호되는 영역이 서로 겹치지 않고 별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두 판례 모두 등록된 지식재산권이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곧바로 기각하지 않고, 사업자가 실제로 들인 투자·노력과 그것이 무단으로 전용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심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성과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보다, 그 성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얼마나 투입했는지가 판단의 출발점이 된 것입니다.
저작권·디자인권·상표권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영역이라도, 그 형성에 들인 투자와 노력을 무단으로 가져다 쓴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파목의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판단기준 — 법원은 무엇을 보고 파목 적용 여부를 가르나
다만 파목은 어떤 모방이든 다 걸어 넣을 수 있는 조항이 아닙니다. 파목이 개별 지식재산법이 보호 범위 밖에 두기로 한 영역, 즉 누구나 자유롭게 경쟁하고 참고할 수 있는 공유의 영역까지 침범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실무와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됩니다. 특허 존속기간이 끝났거나 애초에 등록을 받지 못한 기술을 그대로 참고했다는 사정만으로 파목을 적용하면, 법이 정한 보호기간이나 등록요건 자체를 무력화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로 법원은 크게 세 가지를 나누어 심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원고가 그 성과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투자와 노력을 들였는지, 피고의 사용행위가 독자적인 개발 과정 없이 원고의 성과에 통째로 얹혀 가는 방식인지, 그리고 그로 인해 원고의 경제적 이익이 실제로 침해됐는지입니다. 단순히 비슷한 착안에서 출발했더라도 피고가 나름의 독자적인 개발 과정을 거쳤다면 파목 적용은 어려워지고, 반대로 원고의 결과물을 그대로 전용한 정황이 뚜렷할수록 파목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파목은 개별 지식재산법이 보호 범위 밖에 남겨둔 자유경쟁의 영역까지 침범해서는 안 되며,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상당한 투자·노력에 대한 무단 전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적용된다.
'산업 분야의 관행이나 거래 실태'를 함께 살피라는 대법원 기준은 업종에 따라 파목 적용의 문턱이 달라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패션·유통업계처럼 계절마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후발주자의 참고가 관행적으로 용인돼 온 분야에서는, 형태 일부가 비슷하다는 사정만으로 파목을 인정하기보다 소비자 신용에 무단으로 편승했는지를 더 엄격히 따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서비스 화면 구성, 데이터베이스, 알고리즘처럼 개발에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들고 그 회수에도 시간이 걸리는 분야에서는, 동일한 결과물을 짧은 기간에 그대로 재현했다는 사정만으로도 무단 전용 정황이 강하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업종에서 어느 정도의 참고가 관행으로 받아들여지는지를 먼저 가늠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실제 적용해보기 — 이런 경우 파목으로 다툴 수 있을까
가령 한 스타트업이 수년간 개발비를 들여 만든 온라인 예약 서비스의 화면 구성과 예약 처리 흐름을 경쟁업체가 그대로 베껴 유사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스타트업은 이 화면 구성에 대해 디자인 등록도, 소스코드에 대한 저작권 등록도 해두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경우 스타트업은 개발에 투입한 기간과 비용, 인력 규모를 구체적으로 정리한 자료, 서비스 출시일과 상대방 서비스 출시일의 선후관계를 보여주는 자료, 화면 구성과 처리 흐름이 얼마나 동일한지를 항목별로 비교한 자료를 갖추어 파목 위반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파목 성립을 주장하려면 유사성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이 독자적인 기획·개발 과정 없이 원고의 서비스를 그대로 참고해 만들었다는 정황과, 그로 인해 매출 감소나 신규 고객 이탈처럼 실제 경제적 이익 침해가 발생했다는 사정을 함께 소명해야 합니다. 상대방 서비스의 출시 시기가 원고 서비스 대비 부자연스럽게 짧다거나, 화면 구성뿐 아니라 세부적인 문구·오류 메시지까지 동일하다면 독자 개발이 아니라는 정황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개발 기간·비용·인력 투입 내역을 정리한 자료(견적서, 급여대장, 개발일지 등).
자사 서비스와 상대방 서비스의 출시일 선후관계를 보여주는 자료.
화면 구성·기능·문구를 항목별로 비교한 대조표.
매출 감소, 문의 감소 등 경제적 이익 침해를 뒷받침하는 자료.
구제수단과 한계 — 형사처벌은 안 되고, 민사로만 다툰다
파목 위반이 인정되면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따라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나 침해에 사용된 설비의 제거 등 필요한 조치를 함께 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법 제5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영업상 신용이 실추된 경우에는 제6조에 따라 신용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별도로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품 형태를 그대로 모방하는 이른바 자목 위반이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과 달리, 파목 위반은 같은 조항에서 처벌 대상으로 명시적으로 제외되어 있습니다. 즉 파목에 해당하는 성과도용은 형사고소가 아니라 민사소송으로만 다툴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파목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법에 별도의 시효 규정이 없어, 일반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과 마찬가지로 민법 제766조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으로 다뤄집니다. 성과도용을 발견하고도 대응을 미루다 증거가 흩어지거나 시효가 임박하면 입증이 한층 더 어려워지므로, 모방 정황을 인지한 시점부터 자료를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에서는 파목 청구를 단독으로 제기하기보다, 저작권 침해나 다른 목의 부정경쟁행위 등 함께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있으면 이를 병합해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목은 보충적 일반조항인 만큼 법원이 다른 근거를 먼저 살핀 뒤 그것으로 부족한 부분을 파목으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어, 처음부터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폭넓게 검토해 함께 구성해 두는 쪽이 결과적으로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특허나 저작권을 등록하지 않았는데도 파목으로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네, 파목은 등록이나 출원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는 사정만 증명하면 됩니다. 다만 등록된 지식재산권이 없는 만큼 성과의 존재와 투자·노력의 규모를 스스로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Q. 비슷한 아이디어로 서비스를 만든 것만으로도 파목 위반이 되나요?
A. 아닙니다. 상대방이 독자적인 기획과 개발 과정을 거쳐 유사한 결과물에 이르렀다면 파목 위반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성과를 독자 개발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쓴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경우에 한해 파목 적용을 인정하는 경향입니다.
Q. 파목 위반을 이유로 형사고소도 할 수 있나요?
A. 할 수 없습니다. 파목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4항의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침해자를 상대로는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절차로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상품 형태를 그대로 베끼는 유형(자목)과는 구제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Q. 파목으로 다투려면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나요?
A. 성과를 만들기 위해 투입한 개발 기간·비용·인력 자료, 자사와 상대방 결과물의 출시 시점을 보여주는 자료, 두 결과물을 항목별로 비교한 대조표, 매출 감소 등 경제적 손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자료가 구체적일수록 상당한 투자·노력과 무단 사용 사실을 인정받기 수월해집니다.
Q. 특허를 출원했다가 등록받지 못한 기술도 파목으로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상당한 투자·노력이 인정되면 파목으로 다툴 여지는 있지만, 법원은 특허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유 영역에 남겨진 기술을 파목으로 다시 독점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하는 경향입니다. 단순한 기술적 유사성보다 상거래 관행에 반하는 부당한 사용 정황이 함께 필요합니다.
Q. 경쟁사가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면 대응이 늦은 건가요?
A. 늦지 않았습니다. 파목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까지 행사할 수 있고, 금지청구는 침해행위가 계속되는 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인지한 시점부터 바로 자료를 모아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맺음말
부정경쟁방지법 파목은 특허·저작권·상표·디자인 등 개별 지식재산법이 정한 등록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성과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항입니다. 눈알가방 사건과 골프존 사건에서 보듯, 법원은 등록된 권리가 없더라도 상당한 투자와 노력이 확인되고 그것이 부당한 방법으로 전용된 정황이 뚜렷하면 부정경쟁행위 성립을 인정해 왔습니다.
다만 파목은 자유로운 경쟁과 참고까지 가로막는 조항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는지, 얼마나 구체적으로 원고의 성과에 얹혀갔는지를 법원이 개별적으로 따지는 만큼, 대응하려는 쪽이나 방어하려는 쪽 모두 투자·노력의 정도와 모방의 구체적 경위를 자료로 뒷받침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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