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인이나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빌려줬다가, 뒤늦게 그 계좌가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대출 중개에 사용된 대포통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돈을 받은 것도 아닌데 설마 처벌까지 되겠어”, “그냥 잠깐 빌려준 것뿐이고 정말 몰랐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의심 없이 통장을 넘긴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은행으로부터 지급정지 통보를 받거나 경찰서 출석 요구서를 받으면, “정말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의 성립 요건, 특히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라는 인식 요건을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확정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항변만으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 뚜렷합니다.
아래에서는 통장을 빌려준 행위가 어떤 경우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이어지는지, 사기방조까지 함께 문제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형량은 어느 정도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통장을 빌려준 것만으로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접근매체를 넘기는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며, 대가를 받았는지는 성립 여부를 좌우하지 않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통장, 체크카드, 보안카드, 계좌 비밀번호, 공동인증서 등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수단이나 정보를 ‘접근매체’로 정의하고, 제6조 제3항에서 이를 양도·양수하거나 대여·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접근매체를 ‘넘기는 행위’ 자체가 이미 금지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그 계좌가 범행에 쓰였는지, 소유권이나 처분권까지 넘겼는지는 성립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단순히 통장을 며칠 빌려주거나,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함께 건네준 것만으로도 구성요건은 충족될 수 있습니다.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가를 주고받으며 대여했다면 제6조 제3항 제2호가, 대가 없이 빌려줬더라도 범죄에 이용할 목적이거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빌려줬다면 제3호가 각각 적용됩니다. “돈을 받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성립 요건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통장을 넘기는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며,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은 성립 여부가 아니라 양형에서만 참작됩니다.
2. “몰랐다”는 항변은 미필적 인식만 있어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확정적으로 알지 못했더라도, 어렴풋이 짐작하며 넘겼다면 인식 요건은 충족됩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는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지점이 바로 이 ‘알면서’, 즉 인식의 정도입니다.
많은 분들이 “보이스피싱에 쓰일 줄은 확실히 몰랐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확정적 인식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통장을 넘기는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느꼈으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건넸다면,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처벌 요건은 충족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판단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에서 말하는 ‘범죄’는 특정 범죄로 한정되지 않고, 그에 대한 인식 역시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하며,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는지는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등의 행위를 할 당시 행위자가 가지고 있던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7151 판결).
즉 거래 상대방이 실제로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애초에 범죄에 이용할 의사가 있었는지는 판단 기준이 아닙니다. 통장을 빌려주는 행위자 본인이 그 순간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핵심이므로, “정확히는 몰랐다”는 해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확정적으로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넘기는 순간 가졌던 인식의 정도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3. 실제로 보이스피싱에 쓰였다면 사기방조까지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통장을 넘긴 사실만으로 사기방조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장이 실제로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행에 이용됐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는 별개로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방조범(형법 제32조)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통장 명의자가 정범인 사기 조직의 범행을 도왔다고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범행을 인식하는 것 외에, 자신의 행위가 그 범행을 돕는다는 방조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고의 역시 확정적일 필요는 없고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단순히 통장과 카드를 넘겨줬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기방조의 고의를 인정하지는 않는 판단도 늘고 있습니다. 대여 경위, 상대방이 제시한 명목, 넘기는 과정에서 느낀 의심의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예견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인정되더라도 사기방조는 무죄로 판단되는 사건이 실제로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통장을 넘긴 사실만으로 사기방조가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대여 경위와 의심 정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방조가 함께 인정되면 형량은 이렇게 달라집니다
단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방조까지 결합된 경우의 처벌 수위는 다릅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만 인정되는 경우,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대가를 받지 않았거나 초범이라는 사정은 성립 여부가 아니라 이 범위 안에서의 양형에 반영됩니다.
사기방조까지 함께 인정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방조범은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되므로(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 유기징역은 그 형기의 2분의 1로 감경), 사기방조만 놓고 보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선고 가능한 범위가 열립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방조가 함께 유죄로 인정되면 두 죄는 경합범으로 처리되어(형법 제37조, 제38조), 하나의 죄만 인정될 때보다 선고형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피해 금액이 크거나 여러 명의 계좌를 반복해서 넘긴 경우에는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습니다.
5. 신고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은행의 지급정지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방어의 시작입니다.
대포통장 관련 사건은 통상 피해자의 신고로 시작됩니다.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신고·인지 → ②명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 및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안에 따라 ③단계에서 불기소(혐의없음·기소유예)로 종결되기도 합니다.
은행으로부터 지급정지나 전자금융거래 제한 통보를 받았다면, 이는 형사 절차의 예고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통보를 받았다고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점부터 자료를 정리해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통장을 건넨 상대방과 나눈 문자·카카오톡·통화 기록을 삭제하지 말고 확보해 둡니다.
대가를 받았는지, 받았다면 금액과 명목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합니다.
은행으로부터 지급정지·전자금융거래 제한 통보를 받은 시점과 사유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사기방조 성립 여부까지 함께 검토해 실제 인식 정도에 맞는 방어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통장을 빌려준 분들 상당수는 “설마 내가 처벌까지 받겠어”라는 생각 때문에 지급정지 통보를 받고도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장을 넘긴 뒤 뒤늦게 대포통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쪽은 넘긴 경위와 당시의 인식 정도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그 통장으로 실제 피해를 입은 쪽에서도 명의자가 어느 정도까지 알고 넘겼는지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방조의 인정 범위, 나아가 손해배상 청구의 결과까지 달라집니다.
저는 접근매체를 넘긴 명의자 쪽과, 그 계좌로 피해를 입은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인식 정도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급정지 통보를 받았거나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가를 받지 않고 순수히 빌려줬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무상으로 빌려줬더라도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미필적 인식 포함) 넘겼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위반이 성립합니다.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참작될 뿐입니다.
Q. 가족이나 친한 지인에게 빌려준 경우도 똑같이 처벌되나요?
A. 같습니다. 관계의 친밀도는 처벌 여부를 좌우하지 않으며, 통장을 넘기는 순간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인식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Q.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방조가 함께 기소되면 형이 얼마나 늘어나나요?
A. 두 죄가 함께 인정되면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하나만 인정될 때보다 형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다만 사기방조는 정범인 사기죄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되므로, 실제 선고형은 사안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Q. 은행에서 지급정지 통보만 받았는데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나요?
A. 지급정지는 행정적 조치로 형사처벌과는 별개 절차입니다. 다만 수사기관이 계좌를 특정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아, 통보를 받았다면 형사 절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초범이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대가 유무, 실제 피해 발생 여부, 반성 및 피해 회복 노력 등은 기소 여부와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Q. 경찰 조사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조사 전에 통장을 넘긴 경위와 관련 대화 기록을 정리하고, 가능하면 첫 조사 전에 변호사와 상담해 진술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이후 절차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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