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이 구인구직 사이트나 지인 소개를 통해 배송·심부름 명목으로 사람을 모집한 뒤,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직접 건네받아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는 사건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붙잡힌 이른바 ‘전달책’ 중 상당수가 체포 당일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저는 그냥 심부름만 했을 뿐이에요”, “돈 봉투를 전달만 했지 보이스피싱인지는 몰랐어요”라고 항변합니다. 그런데 막상 체포되고 나면 이런 항변만으로는 경찰과 검찰의 판단을 되돌리기 어렵고, 오히려 사기죄 공동정범 내지 방조범으로 입건되어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현금수거·전달책의 공모와 고의를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폭넓게 인정하는 기준을 재확인했습니다. 다만 혐의가 인정된다고 곧바로 구속되는 것은 아니며, 구속 여부는 혐의와 별개로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을 개별적으로 심리해 판단됩니다.
아래에서는 전달책으로 체포된 이후 어떤 절차를 거쳐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지, 그리고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기각 가능성을 높이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전달책도 체포된 순간부터 48시간 안에 구속 여부가 갈립니다
체포는 유죄 확정이 아니라,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전달책이 체포되는 경로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피해자에게서 현금을 건네받는 현장에서 붙잡히는 현행범체포(형사소송법 제212조),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급박한 경우의 긴급체포(제200조의3), 그리고 사전에 발부된 체포영장에 따른 체포(제200조의2)입니다. 전달책 사건 대부분은 현금 수수 현장에서 붙잡히는 현행범체포 형태로 시작됩니다.
어느 경로로 체포됐든, 체포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긴급체포의 경우 이 시한을 넘기면 즉시 석방해야 합니다(제200조의4).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관할 지방법원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불러 심문하는 절차, 즉 구속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 제201조의2)을 거치게 됩니다.
바로 이 실질심사 단계가 변호인이 개입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 첫 기회이자, 구속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체포부터 심문까지 남는 시간이 하루 이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 안에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체포 이후 48시간이라는 시간은 방어를 포기하기에는 짧지만, 준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2.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사기방조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전체 범행을 몰랐어도, 현금을 수거·전달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면 고의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전달책 상당수가 “불법인 줄 몰랐다”, “그냥 심부름값을 받고 봉투를 옮겼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항변이 곧바로 무혐의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사기죄의 고의는 반드시 전체 범행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고,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며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고의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 채용 경위의 정상성, 업무 지시 방식(대면 없이 문자·메신저로만 지시받았는지), 보수 규모가 통상적인 심부름값에 비해 과도한지, 신분 확인 없이 낯선 사람에게 현금을 건네받는 방식이 정상적인 업무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혐의 자체를 다투는 것보다, 가담 정도와 인식 수준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실제 방어에서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3.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면, 구속의 필요성 자체를 다투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혐의와 별도로 도주·증거인멸 우려까지 인정돼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은 구속사유로 ①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②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③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이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제209조에 따라 수사 단계의 피의자 구속에도 그대로 준용됩니다. 즉 검사·경찰이 혐의를 소명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 세 사유 중 하나가 별도로 인정돼야 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이 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함께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판사는 “이 사람이 사기 혐의가 있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구속하지 않고 두면 도망가거나 증거를 없앨 것인가”를 별도로 심리합니다.
전달책은 상선(조직 지휘부)과 달리 체포 시점에 이미 신원이 확인돼 있고, 일정한 주거·직장·가족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정은 도주 우려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 혐의를 다투기 어려운 사건일수록 오히려 이 지점에서 다툴 여지가 커집니다.
혐의를 뒤집기 어려운 사건일수록, 실질심사의 승부는 도주·증거인멸 우려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박하느냐에서 갈립니다.
4. 가담 정도와 피해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단순 전달 역할이었는지, 조직적으로 반복 가담했는지가 형량을 가릅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은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전달책이 조직원과 순차적·암묵적으로 의사를 같이하며 범행에 가담했다고 인정되면 형법 제30조 공동정범으로, 지시받은 업무 범위 안에서만 가담한 경우라면 제32조 종범(방조범)으로 의율될 수 있고, 종범은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됩니다.
다만 편취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돼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전달책이 여러 차례 반복해 현금을 수거한 경우 그 횟수와 금액이 포괄일죄로 합산되는 경우가 많아, 관여 횟수와 금액을 정확히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범 여부, 가담 기간, 실제 받은 보수 규모, 피해 회복(공탁·합의) 여부 등은 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양형과 구속 필요성 판단 모두에서 함께 고려되는 사정입니다.
5. 체포부터 구속영장실질심사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심문 전 자료를 정리해두느냐에 따라 짧은 시간의 방어 결과가 달라집니다.
전달책 사건은 통상 ①현장 또는 자택에서 현행범체포·긴급체포(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관할 경찰서) → ②체포 후 48시간 이내 검사가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수원지방검찰청 송치) → ③관할 법원(수원지방법원)에서 구속전 피의자심문, 즉 구속영장실질심사 진행 → ④심문 결과에 따라 영장 기각 시 즉시 석방, 발부 시 구속 상태로 수사·재판이 이어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촉박한 시간 안에 무엇을 준비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하므로, 체포 소식을 접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체포 일시·사유(현행범인지 긴급체포인지)와 구속영장 청구 시한이 지켜졌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조직 상선과 주고받은 문자·메신저 대화, 채용 공고, 통화 내역 등 가담 경위와 인식 수준을 보여줄 자료를 정리합니다.
주거지·가족관계·재직증명 등 도주 우려가 없다는 사정과 신원보증서, 반성문 등 실질심사 제출용 자료를 준비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미리 정리해 변호인과 함께 실질심사에 임한다면, 짧은 시간이라도 혐의와 무관하게 구속의 필요성 자체를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커집니다.
마치며
전달책으로 체포됐다는 연락을 받으면 대부분 당황한 나머지 진술거부권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조사에 그대로 응하다가 오히려 불리한 진술을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지시에 따라 심부름을 했다고 믿었던 경우와, 보수의 규모나 업무 방식에서 이상한 낌새를 알면서도 눈감았던 경우는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반대로 실제로는 조직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는데도 처음부터 무겁게 의율되는 경우도 있어, 사실관계를 얼마나 정확히 정리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저는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각종 형사사건에서 체포·구속 단계부터 대응해온 변호사로서, 초기 며칠 사이의 대응이 이후 수사와 재판 전체의 방향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체포 이후 남은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구속 여부가 갈리는 그 짧은 순간,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달책으로 딱 한 번만 심부름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한 번뿐이어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현금수거·전달 행위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므로, 횟수보다 그 인식 수준과 업무 경위가 더 중요하게 판단됩니다.
Q. “몰랐다”고 계속 주장하면 무혐의로 끝날 수 있나요?
A. 주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채용 경위의 비정상성, 보수 규모, 현금 전달 방식 등 정황상 몰랐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어, 진술과 정황 자료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초범이면 구속영장이 자동으로 기각되나요?
A. 자동은 아닙니다. 초범이라는 사정은 도주·증거인멸 우려를 낮추는 유리한 사정이지만, 편취 이득액이 크거나 조직적 가담이 인정되면 초범이어도 구속될 수 있습니다.
Q.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사건이 끝나는 건가요?
A. 아닙니다. 구속영장 기각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는 의미일 뿐, 혐의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후 조사와 재판 대응을 계속 준비해야 합니다.
Q. 변호사는 체포된 직후 바로 선임해야 하나요?
A. 그렇습니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실질심사가 48시간 안팎의 짧은 시간에 결정되므로, 체포 직후부터 변호인이 개입해야 소명자료를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구속을 피할 수 있나요?
A. 합의·공탁은 구속 필요성 판단과 이후 양형 모두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 다른 사정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Q. 긴급체포된 경우와 현행범체포된 경우, 절차가 다른가요?
A. 큰 흐름은 같습니다. 다만 긴급체포는 체포 시점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즉시 석방해야 하므로, 그 기한이 지켜졌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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