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과 관련해 현금을 직접 수거하거나 전달하는 역할, 또는 본인 명의의 통장이나 계좌를 넘겨준 일로 갑자기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는 상담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 대부분은 “나는 그냥 심부름을 한 것뿐이다”, “보이스피싱인 줄 정말 몰랐다”는 생각으로 조사에 임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를 받아보면, “그 정도 대가를 받고 그런 지시를 그대로 따르면서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문과 함께, 몰랐다는 진술이 오히려 혐의를 굳히는 정황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가담자의 고의 여부를 판단할 때, 범행의 전모를 알았는지가 아니라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그대로 따랐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몰랐다”는 주장이 실제로 어떤 경우에 받아들여지고 어떤 경우에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그리고 역할과 가담 정도에 따라 처벌 수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는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전모를 알았는지가 아니라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용인했는지로 고의를 판단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이 실제로 따지는 것은 가담자가 조직의 구조나 사기 수법을 낱낱이 알았는가가 아닙니다. 형법상 고의에는 결과 발생을 명확히 의도한 확정적 고의뿐 아니라,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한 미필적 고의도 포함되며(형법 제13조), 실무에서 보이스피싱 가담자 대부분이 다투는 지점이 바로 이 미필적 고의입니다.
즉 “정확히 보이스피싱인 줄은 몰랐다”는 진술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에 쓰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조차 전혀 하지 못할 만큼 정상적인 경위로 그 일을 하게 됐는지입니다.
단순히 “심부름이었다”, “아르바이트였다”는 주장만으로는, 그 일이 이루어진 방식 자체가 통상적인 업무와 얼마나 달랐는지를 반박하지 못하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수사기관은 채용 경위부터 업무 지시 방식, 대가 수준까지 전체 정황을 함께 봅니다.
“몰랐다”는 주장은 전모를 몰랐다는 뜻이 아니라,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인정됩니다.
2. 채용 경위와 업무 지시 방식이 미필적 고의 판단의 핵심 자료입니다
비대면 채용과 이례적으로 높은 보수가 겹치면 몰랐다는 주장은 무너집니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12일 선고한 판결(2024도10141)에서,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한 피고인의 고의 여부를 판단하면서 채용 경위, 공모자와의 연락 수단과 내용, 대면 여부, 업무 지시와 진행 방식, 피고인의 나이·지능·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채용됐는데, 정식 면접이나 신분 확인 절차 없이 비대면으로 업무 지시를 받았고, 낯선 사람을 만나 현금을 받아 지정된 계좌에 입금하는 일을 하면서 통상적인 아르바이트로는 보기 어려운 수수료를 약속받았습니다. 법원은 이런 정황들이 겹칠 경우, 범행의 세부 내용을 몰랐더라도 자신의 역할이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반대로 실제 회사처럼 보이는 사업자등록증이나 사무실을 갖추고 정상적인 채용 공고와 절차를 거쳤다면, 가담자 입장에서 의심하기 어려웠던 사정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최근 하급심에서는 사회 경험이 부족한 미성년자가 정상적인 구인 공고에 응해 통상적인 수준의 보수만 받은 사안에서 미필적 고의가 부정되고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습니다.
비대면 채용, 신원 확인 생략, 이례적으로 높은 보수가 함께 나타난다면 “몰랐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3. 통장을 빌려주기만 했어도 “몰랐다”는 주장이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넘기는 행위는 그 자체로 별도 처벌 대상입니다.
현금을 직접 만지지 않고 본인 명의 통장이나 체크카드, 계좌 비밀번호 등 접근매체만 넘긴 경우에도 “몰랐다”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양도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사기 혐의와 별개로 같은 법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통장을 빌려준 경위를 보면, “대출을 받으려면 거래 실적이 필요하다”, “신용등급을 올려준다”는 등 명목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설명 방식 자체가 정상적인 금융거래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이례적인 것입니다. 대가로 소액이라도 돈을 받았다면, 그 대가가 왜 지급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넘긴 사정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게다가 접근매체를 넘긴 사람의 계좌가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금 입금에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면, 통장 명의인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뿐 아니라 사기방조 혐의까지 함께 검토됩니다. 이 경우에도 방조범이 인정되려면 사기 범행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이를 돕는다는 의사가 있었음이 증명돼야 하므로, 접근매체를 넘긴 구체적 경위와 대가 수준을 정리해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넘겼다면, 사기방조 혐의 인정 여부와 별개로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책임은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4. 정범인지 방조범인지, 이득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직접 기망행위를 했는지, 어느 단계에서 얼마를 가담했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가 갈립니다.
피해자를 직접 속이는 통화를 하지 않았더라도 현금 수거·전달, 계좌 관리 등 사기 범행의 본질적인 부분을 수행했다면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범행 전체에 대한 인식·의사 없이 정범의 실행을 도왔을 뿐이라고 인정되면 방조범이 적용됩니다. 형법 제32조에 따라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필요적으로 감경되므로, 같은 사안이라도 정범과 방조범 중 어느 쪽으로 판단되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다만 이득액이 커지면 감경 여지와 무관하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됩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같은 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어, 가담 기간이 길어질수록 합산된 이득액을 기준으로 형이 정해질 위험이 커집니다.
5. 수사 초기 대응이 “몰랐다”는 주장의 인정 여부를 가릅니다
진술 전 자료 정리 여부가 미필적 고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보이스피싱 관련 수사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출석 요구 및 조사 → ②공모자와의 연락 내역, 계좌 거래내역 등 객관적 자료 확보 → ③검찰(수원 관내는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크거나 조직적 가담이 의심되면 구속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 여부는 결국 채용 경위, 업무 지시 방식, 대가 수준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로 다퉈야 하는 문제입니다. 조사 전에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채용 공고문, 구인구직 사이트 대화 내역, 업무 지시 메신저·문자 기록을 날짜별로 정리합니다.
받은 대가(수수료·급여)의 금액과 지급 방식, 통상적인 보수 수준과의 차이를 확인합니다.
본인이 수거·전달하거나 입금한 금액, 횟수, 상대방 정보를 통장 거래내역과 대조해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조사 전에 미리 정리해두면, 미필적 고의 판단의 핵심이 되는 채용 경위와 업무 방식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 대응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마치며
보이스피싱 관련 수사를 받게 되면, “나는 정말 몰랐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속아서 가담한 쪽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항변보다, 채용 경위와 업무 지시 방식이 얼마나 정상적인 절차와 달랐는지를 보여줄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피해를 당한 쪽 입장에서도, 가담자가 실제로 조직의 일부였는지 단순 이용당한 것인지에 따라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의 전략이 달라집니다.
저는 보이스피싱 가담 혐의로 조사를 받는 쪽과, 반대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떤 자료를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심부름값만 받았는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가의 많고 적음보다, 그 대가가 통상적인 업무 수준을 벗어났는지, 채용·지시 방식이 정상적이었는지가 미필적 고의 판단의 핵심 기준입니다.
Q. 통장만 빌려주고 현금은 만진 적이 없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넘기는 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고, 그 계좌가 피해금 입금에 쓰였다면 사기방조 혐의까지 함께 검토됩니다.
Q. 미성년자인데도 똑같이 처벌되나요?
A. 연령 자체가 형사책임을 면제하지는 않지만, 미필적 고의 판단과 양형에서 중요하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미성년자가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통상적인 보수만 받은 사안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습니다.
Q. 초범이면 “몰랐다”는 주장이 더 쉽게 인정되나요?
A. 초범 여부는 미필적 고의 성립 자체와는 무관합니다. 다만 고의가 인정되더라도 초범이라는 사정, 가담 정도, 피해 회복 노력 등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경찰에서 “몰랐다”고만 말하면 되나요?
A.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채용 경위, 업무 지시 방식, 대가 수준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자료를 함께 제시해야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집니다.
Q. 이미 조사를 받았는데 지금이라도 변호사를 선임하는 게 의미가 있나요?
A. 의미가 있습니다. 이후 검찰 송치, 기소 여부 판단, 재판 단계에서도 채용 경위와 업무 방식에 관한 자료를 어떻게 정리해 제시하느냐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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