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채권자가 어느 날 담보로 잡은 부동산의 가치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채무자가 건물 일부를 무단으로 철거하거나 시설을 방치해 훼손시킨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때 채권자에게는 두 가지 카드가 있습니다. 담보를 원래대로 되돌리거나 다른 담보를 추가로 받는 방법, 아니면 만기 전이라도 대출금 전액을 한꺼번에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입니다. 두 권리는 근거 조문도 요건도 다르고, 어느 쪽을 고르느냐에 따라 채권 회수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저당물보충청구권과 기한이익 상실이 각각 언제 성립하고, 실무에서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저당물 가치 하락, 채권자가 마주치는 두 갈래 길
근저당권이나 저당권은 채무자(또는 물상보증인)가 제공한 부동산의 교환가치를 담보로 잡아 채권 회수를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담보로 잡은 부동산의 가치가 설정 당시보다 뚜렷이 떨어지면, 채권자가 애초에 기대했던 회수 가능액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깁니다. 문제는 가치 하락의 원인입니다. 시세 변동이나 재개발 지연처럼 누구의 책임도 아닌 외부 요인으로 떨어진 경우라면 채권자가 손을 쓸 방법이 마땅치 않지만, 저당권을 설정한 사람(저당권설정자) 스스로의 행위나 부주의로 가치가 떨어진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민법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채권자에게 두 개의 서로 다른 조문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민법 제362조의 저당물보충청구권으로, 담보 가치를 원래 수준으로 복구하거나 그에 맞먹는 다른 담보를 추가로 받아내는 권리입니다. 다른 하나는 민법 제388조 제1호의 기한이익 상실로, 아직 갚을 날이 오지 않은 대출금이라도 곧바로 전액을 청구하고 담보권 실행 절차(경매)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권리입니다. 두 권리는 겉보기에 비슷한 상황(담보가치 하락)에서 출발하지만, 요건의 엄격함과 결과가 전혀 다릅니다. 무엇을 먼저 검토해야 하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담보가치 하락의 원인이 저당권설정자의 책임 있는 행위인지가 두 권리 모두의 출발점이다 — 단순한 시세 하락만으로는 어느 쪽도 성립하지 않는다.
저당물보충청구권이란 — 민법 제362조의 요건과 효과
민법 제362조는 저당권설정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저당물의 가액이 현저히 감소된 때에는 저당권자는 저당권설정자에 대하여 그 원상회복 또는 상당한 담보제공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저당물보충청구권이라 부르고, 담보물보충청구권이라는 표현도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이 권리가 성립하려면 첫째, 저당권설정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하고, 둘째, 그로 인해 저당물의 가액이 단순한 수준을 넘어 현저히 줄어들어야 합니다. 건물 일부를 무단으로 철거했거나, 부합되어 있던 시설을 함부로 떼어냈거나, 건물을 방치해 심각하게 훼손시킨 경우가 대표적으로 이 요건에 해당합니다.
청구권의 내용은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저당물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원상회복을 요구하거나, 원상회복이 어렵거나 채무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에 상당하는 다른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을 청구할지는 저당권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권리를 행사해도 기존 대출 관계 자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즉 만기는 그대로 두고 담보 가치만 원래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대응입니다. 저당권설정자가 최고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저당권자는 원상회복 또는 담보제공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이행을 강제할 수 있고, 이 소송 결과와 별개로 뒤에서 볼 기한이익 상실을 함께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저당물보충청구권은 대출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담보 가치만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거나 보강하는 권리다.
기한이익 상실이란 — 민법 제388조 제1호와 담보손상
민법 제388조는 채무자가 담보를 손상하거나 감소하게 하거나 멸실하게 한 때에는 기한의 이익을 주장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제1호). 기한의 이익이란 정해진 변제기까지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채무자의 이익을 말하는데, 이 조항에 해당하면 채무자는 더는 그 이익을 내세울 수 없고, 채권자는 변제기 전이라도 대출금 전액을 즉시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대출금이 3년 만기 분할상환 조건이었더라도, 기한이익이 상실되면 남은 원리금 전부를 한꺼번에 청구하고 곧바로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신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 판단에서는 어느 정도의 손상이라야 이 조항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광주지방법원 2023. 11. 9. 선고 2022가합52787 판결은 채무자가 추가로 받은 대출금을 채권자 동의 없이 임의로 사용한 행위가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손상시킨 것으로 보아 민법 제388조 제1호의 기한이익상실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담보 자체를 물리적으로 훼손한 경우뿐 아니라, 담보로 확보해 둔 자금의 용도를 벗어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까지 폭넓게 포섭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한이익 상실은 대출 관계 자체를 끝내고 전액을 즉시 회수할 수 있게 하는 강한 효과를 가진 만큼, 담보 손상의 정도에 대한 판단도 더 엄격하게 이뤄진다.
두 권리 중 무엇을 먼저 행사해야 할까 — 학설이 권하는 순서
두 조문의 요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립 문턱의 높이가 다릅니다. 저당물보충청구권은 담보 가치가 현저히 줄기만 하면 인정될 여지가 넓은 반면, 기한이익 상실은 채무자로부터 변제기 전 상환이라는 무거운 결과를 끌어내는 조항이라 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 견해입니다. 저당권설정자의 행위가 심각해 두 조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라도, 실무에서는 채권자가 먼저 저당물보충청구권을 행사해 원상회복이나 추가 담보 제공을 요구하고, 저당권설정자가 이에 응하지 않을 때 비로소 기한이익 상실을 원용하는 순서가 합리적이라고 설명됩니다.
이런 순서를 권하는 이유는 채권자에게도 실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이 정상적으로 상환되고 있고 이자 수익도 계속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담보만 보강해서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당장 전액을 회수하는 것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채무자가 원상회복이나 추가 담보 제공 요구에 아예 응하지 않거나, 채무자의 신용 상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기한이익 상실로 넘어가 조기에 채권을 회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두 권리는 택일해야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단계적 대응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실무에 가깝습니다.
저당물보충청구권 우선 검토 — 대출을 계속 유지하고 싶고 채무자와의 관계가 아직 회복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기한이익 상실 우선 검토 — 채무자가 보충 요구에 불응하거나 신용 상태가 이미 위태로울 때.
약정이 있다면 약정 우선 — 대출계약서에 기한이익상실 조항이 있으면 그 내용이 민법 제388조보다 먼저 적용됨.
두 권리는 병존 가능 — 저당물보충청구권 행사 후에도 상황이 악화되면 기한이익 상실로 전환 가능.
담보 훼손이 심각해 두 조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저당물보충청구권을 먼저 행사하고 응하지 않을 때 기한이익 상실로 나아가는 것이 순서에 맞다.
약정 기한이익상실 조항과의 관계 — 대출계약서가 있다면 달라지는 것
민법 제388조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입니다. 대법원 2001. 10. 12. 선고 99다56192 판결은 기한이익 상실에 관한 민법 제388조는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사이에 이와 다른 내용의 약정이 있다면 그 약정에 따라 기한이익 상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은행이나 대부업체의 여신거래 약관에는 대체로 담보가치가 일정 비율 이상 떨어지면 별도의 최고 없이 곧바로 기한이익이 상실된다는 조항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이런 약정이 있다면 민법 제388조의 일반 기준보다 그 약정이 우선 적용됩니다.
반대로 개인 간 사적으로 돈을 빌려주며 근저당권만 설정하고 별도의 기한이익상실 특약을 두지 않았다면, 민법 제388조의 요건(담보의 손상·감소·멸실)을 그대로 충족해야만 기한이익 상실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담보가치 하락을 이유로 어떤 조치를 취하기 전에, 대출계약서나 근저당권 설정계약서에 기한이익상실에 관한 별도 약정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약정이 있다면 그 문구가 정한 요건과 절차(최고 여부, 통지 방법 등)를 그대로 따라야 하고, 약정을 무시하고 민법 조문만 근거로 삼으면 절차상 다툼의 여지가 남습니다.
대출계약서에 기한이익상실 특약이 있다면 민법 제388조보다 그 약정이 우선 적용된다 — 조치에 앞서 계약서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채권자가 놓치기 쉬운 실무 포인트 — 입증과 절차
저당물보충청구권이든 기한이익 상실이든, 채권자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담보 가치가 실제로 얼마나 떨어졌는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입니다. "현저히 감소"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설정 당시의 감정평가서나 등기부, 건축물대장과 현재 상태를 비교할 수 있는 감정평가·현장 조사 자료를 갖춰야 상대방이 다투더라도 방어할 수 있습니다. 훼손이나 무단 철거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라면 사진·동영상 등 현장 증거를 시간순으로 남겨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절차적으로는 저당물보충청구권을 행사할 때 원상회복 또는 담보제공을 청구하는 최고서를 먼저 발송하고,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최고는 구두나 문자보다 도달 시점과 내용이 명확히 남는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내두는 편이 이후 다툼을 줄입니다. 이행 기간이 지나도 응하지 않으면 그 사실 자체가 기한이익 상실을 원용할 때 채무자의 불성실함을 보여주는 정황이 됩니다. 기한이익 상실을 원용해 즉시 전액을 청구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곧바로 담보권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있으므로, 최고서·감정평가자료·통지 도달 기록을 미리 정리해 두면 이후 절차가 지연되지 않습니다.
"현저한 감소"는 주장이 아니라 감정평가·현장자료로 입증해야 하는 사실관계이고, 최고와 이행기간을 거치는 절차가 이후 기한이익 상실 주장의 설득력을 높인다.
실제 적용 — 근저당 건물이 방치·훼손된 경우
채권자 A가 채무자 B 소유의 상가건물에 채권최고액 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3년 만기 대출을 해준 사례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대출 실행 1년 뒤 A가 건물을 확인해 보니, B가 임차인을 내보내면서 내부 시설을 철거한 뒤 방치해 설정 당시 감정가 8억원이던 건물이 현재 감정평가에서는 5억원대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A는 먼저 감정평가를 통해 가치 하락 폭을 확인하고, B에게 원상회복 또는 하락분에 상당하는 추가 담보 제공을 최고할 수 있습니다. B가 자금 사정으로 원상회복이 어렵다면, 다른 부동산에 추가로 근저당권을 설정받는 방식으로 담보를 보충하는 것도 가능하고, B 소유의 다른 부동산이 마땅치 않다면 제3자가 물상보증인으로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만약 B가 최고 기간이 지나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애초에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A는 기한이익 상실을 원용해 잔여 대출금 전액을 즉시 청구하고 곧바로 임의경매를 신청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때 A가 미리 확보해 둔 감정평가서와 최고서 발송·도달 기록은 경매 절차에서도, 혹시 B가 절차의 적법성을 다툴 경우에도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B가 최고에 성실히 응해 담보를 보충했다면, 대출은 원래 조건대로 계속 유지되고 A는 이자 수익을 그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담보물보충청구권과 저당물보충청구권은 다른 권리인가요?
A. 같은 권리를 가리키는 두 표현입니다. 민법 제362조가 정한 정식 명칭은 저당물보충청구권이지만 실무나 검색에서는 담보물보충청구권이라는 표현도 같은 뜻으로 흔히 쓰입니다.
Q. 저당물 가치가 떨어진 이유가 시세 하락이라면 이 권리를 쓸 수 없나요?
A. 네, 쓸 수 없습니다. 민법 제362조와 제388조 모두 저당권설정자 또는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가치가 떨어졌을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부동산 경기 하락이나 재개발 지연 같은 외부 요인만으로는 두 권리 모두 성립하지 않습니다.
Q. 저당물보충청구권을 행사하면 대출 조건이 바뀌나요?
A. 아닙니다. 이 권리는 담보 가치만 원래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목적이므로, 만기나 이자 조건 같은 기존 대출 관계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원상회복이나 담보 추가 제공이 이뤄지면 대출은 원래 조건대로 계속 진행됩니다.
Q. 기한이익을 상실시키면 바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나요?
A. 기한이익이 상실되면 변제기 전이라도 채무 전액을 즉시 청구할 수 있는 상태가 되므로, 채무자가 그 청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출계약서에 별도의 최고 절차가 정해져 있다면 그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대출계약서에 기한이익상실 조항이 있으면 민법 제388조는 적용되지 않나요?
A. 민법 제388조는 임의규정이라 당사자 간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이 우선 적용됩니다. 다만 약정이 아예 없거나 약정이 다루지 않는 사유가 발생했다면 민법 제388조의 일반 기준으로 돌아가 판단하게 됩니다.
Q. 담보 가치가 얼마나 떨어져야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인정되나요?
A. 법령이 구체적인 수치나 비율을 정해두고 있지는 않아 개별 사안마다 감정평가 결과와 설정 당시 담보가치를 비교해 판단합니다. 소액의 가치 변동은 해당하지 않고, 담보로서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흔들 정도의 뚜렷한 하락이어야 인정되는 경향입니다.
맺음말
저당물의 가치가 채무자 쪽 사정으로 떨어졌다면, 채권자에게는 담보를 원래대로 되돌리거나 보강하는 저당물보충청구권과, 대출금 전액을 즉시 회수할 수 있는 기한이익 상실이라는 두 갈래 대응이 열려 있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채무자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조기에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안전할지에 따라 달라지고, 대출계약서에 별도의 약정이 있는지도 먼저 확인해야 할 변수입니다.
두 권리 모두 담보 가치 하락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출발점이므로, 감정평가와 현장 자료를 미리 갖춰두는 것이 이후 어떤 선택을 하든 도움이 됩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 근저당권을 설정한 부동산의 가치 하락 문제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판단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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