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통신장비, 이른바 ‘중계기’를 설치해주면 고액 아르바이트비를 주겠다는 구인 글을 보고 가담했다가 형사 입건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나는 그냥 기계 설치만 해준 것뿐이다”, “전화를 직접 건 것도 아닌데 무슨 죄가 되겠나”라는 생각으로 가담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설치만 했을 뿐 통화 내용은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통신장비를 설치·제공한 행위 자체를 독립된 범죄로 보아 정범으로 처벌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가담 정도에 따라서는 보이스피싱 사기의 방조범, 나아가 범죄단체가입·활동으로까지 책임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원룸·오피스텔에 중계기를 설치하는 아르바이트가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 형량은 어느 구간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최근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중계기를 설치만 해줬어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죄의 정범이 됩니다
직접 전화를 걸지 않았더라도, 통신을 매개·제공한 순간 형사책임의 주체가 됩니다.
중계기는 해외에서 발신되는 인터넷 전화(VoIP)를 국내 휴대폰 번호로 시작하는 것처럼 바꿔주는 장비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들이 해외 발신 번호를 보고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피하기 위해,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 이런 장비를 몰래 설치해 국내 회선처럼 위장합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97조 제7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조항이 처벌하는 것은 보이스피싱 통화 자체가 아니라 ‘통신을 매개·제공하는 행위’ 그 자체라는 점입니다. 즉 본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더라도, 그 통화가 지나가도록 장비를 설치·운영·관리했다면 그 자체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죄의 정범이 됩니다.
‘알바만 했다’, ‘설치만 해줬다’는 표현은 실제 수사·재판 단계에서 책임의 경중을 낮추는 사정으로 참작될 수는 있어도, 이 죄의 성립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중계기를 설치·관리한 것만으로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죄의 정범이 됩니다.
2. 같은 조직 사람에게 넘긴 것이라는 주장도 처벌을 피하지 못합니다
공범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도 법이 말하는 ‘타인’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자주 나오는 항변 중 하나가 “그 회선은 외부 사람이 아니라 같은 조직 사람들끼리 쓴 것이라 타인의 통신이 아니다”는 주장입니다. 조직 내부에서 쓰는 회선이니 전기통신사업법이 말하는 ‘타인의 통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논리를 명확히 배척했습니다.
‘타인의 통신을 매개’한다는 것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 사이의 통신을 연결해 주는 행위를 뜻하고,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한다는 것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다른 사람이 통신을 위하여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뜻하며, 통신이 매개되거나 전기통신역무를 제공받은 타인이 매개 또는 제공 행위를 한 자와 공범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이는 위 각 조항이 정한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도9693 판결).
즉 중계기를 통해 통신을 이용한 상대방이 설령 같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이라 하더라도, 그 조직원은 법적으로 여전히 ‘타인’에 해당합니다. “우리끼리 쓴 회선이라 문제없다”는 방어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같은 조직 사람에게 넘긴 회선이라도, 그 상대방은 법이 말하는 ‘타인’에 해당해 처벌을 피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3. 구인 광고만 보고 몰랐다는 주장은 미필적 고의 앞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채용 경위와 업무 방식이 통상적이지 않았다면, ‘몰랐다’는 항변은 무너지기 쉽습니다.
형사책임을 지려면 최소한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중계기 설치 알바 사건에서는 “정상적인 통신설비 설치 업무인 줄 알았다”는 항변이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법원은 채용 경위와 업무 지시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 미필적 고의 유무를 판단합니다. 정식 면접이나 근로계약 없이 문자·메신저로만 채용이 이루어졌는지, 본인 명의가 아닌 원룸·오피스텔에 낯선 장비를 설치하도록 지시받았는지, 회사 이름이나 사업자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지, 업무 내용에 비해 대가가 지나치게 높지 않았는지 등이 판단 기준이 됩니다.
최근 법원은 통상적이지 않은 채용 방식과 자금 처리 절차를 근거로, ‘정상적인 업무인 줄 알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사례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확인 절차를 소홀히 한 것 자체가 오히려 범죄 가담을 의심할 만한 사정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결국 “설명을 자세히 듣지 않았다”, “의심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무죄의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유죄 판단의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채용 경위와 업무 방식이 비정상적이었다면,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형사책임을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4. 발신번호까지 변작하는 장비라면 처벌은 사기방조·범죄단체가입으로 확대됩니다
역할이 커질수록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을 넘어 사기방조, 범죄단체가입·활동까지 함께 문제됩니다.
설치한 장비가 단순히 통신을 연결해주는 수준을 넘어 발신번호 자체를 변작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고, 본인이 그 변작 서비스 제공에 관여했다면 처벌 수위는 한층 올라갑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4조의2, 제95조의2 제4호·제5호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발신번호를 변작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변작 서비스를 제공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단순 통신매개죄보다 법정형이 훨씬 무겁습니다.
여기에 더해, 설치한 장비가 실제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이용된다는 것을 인식했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설치·관리를 계속했다면,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죄의 방조범으로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며(2026. 3. 12.부터 시행), 방조범은 형법 제32조에 따라 정범의 형보다 감경되지만 정범의 법정형 자체가 무거워진 만큼 방조범이라 해도 결코 가벼운 처벌로 끝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가담 정도가 더 깊어져 조직의 업무 일부를 지속적으로 맡아온 경우라면 형법 제114조 범죄단체가입·활동까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기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다수인의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총책을 중심으로 간부급 조직원들과 상담원들, 현금인출책 등으로 구성되어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형법상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도8600 판결).
형법 제114조는 이런 범죄단체를 조직하거나 가입, 또는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을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사기를 목적으로 한 조직이라면 앞서 본 20년 이하의 징역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중계기 설치·관리를 반복적으로 맡아온 경우라면 단순 통신설비 설치죄로 끝나지 않을 위험이 있습니다.
5. 체포부터 재판까지 절차와, 지금 확인해야 할 자료가 있습니다
초기에 어떤 자료를 확보하느냐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중계기 설치 관련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통신사기 전담 수사팀의 조사 → ②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③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직적 사기 사건의 특성상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인정되면 ④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단순 가담자였는지, 아니면 조직의 일부 업무를 실질적으로 맡아온 것인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 구간이 크게 달라지므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인 공고, 채용 문자·메신저 대화 내역, 업체명·연락처 등 채용 경위를 뒷받침할 자료부터 확보합니다.
설치한 장비의 대수·설치 장소·설치 기간, 그리고 실제로 지급받은 대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자신의 가담 범위를 파악합니다.
업무를 정상적인 통신설비 설치로 오인하게 만든 계약서·업무지시서 등 자료와, 반대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인지했던 사정을 함께 점검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통신사기·보이스피싱 관련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단순 가담과 조직적 관여를 구분해 적용 법조와 양형 자료를 함께 대응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중계기 설치 알바 사건은 “고액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는 당혹감 속에서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로 채용 사기에 속아 단순히 몇 차례 설치만 해준 입장에서는, 채용 경위와 업무 지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상당 기간 조직의 업무를 맡아온 입장에서도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실제 가담 정도와 인식 수준에 따라 적용 법조와 양형이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보이스피싱·통신사기 관련 사건에서 정말 몰랐던 채용 피해자 입장과, 조직 활동 혐의를 받는 가담자 입장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에 어떤 자료를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말 설치만 하고 대가를 몇 번 받았을 뿐인데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죄는 통신을 매개·제공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므로 설치 횟수가 적더라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담 기간과 횟수, 대가 규모는 이후 사기방조 성립 여부와 양형에서 참작됩니다.
Q. 설치한 장비가 발신번호까지 바꾸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책임이 있나요?
A. 장비의 정확한 기능을 몰랐다는 사정은 참작될 수 있지만, 통신을 매개·제공한 행위 자체에 대한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발신번호 변작 관련 가중처벌은 그 기능을 인식하고 관여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Q. 구속될 수도 있나요?
A.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직적 사기 사건은 공범과의 접촉이나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인정되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초기에 진술 방향을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같이 설치한 지인도 함께 처벌받나요?
A. 역할 분담 여부에 따라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각자의 가담 정도와 인식 수준이 다르므로, 사건 초기부터 각자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피해 금액을 몰랐는데도 사기방조가 되나요?
A. 방조범은 정범이 저지른 사기의 구체적인 피해 금액까지 알아야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행위가 사기 범행에 이용될 수 있다는 미필적 고의만 인정되면 방조범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언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와 적용 법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고, 조직 사건 특성상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함께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