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주식 리딩방이나 코인 커뮤니티를 통해 시세조종 세력에게 본인 명의의 증권계좌·가상자산 지갑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았다가, 함께 자본시장법위반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저는 계좌만 빌려줬을 뿐, 매매는 다른 사람이 했다”, “대가로 받은 돈도 몇십만 원뿐이라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인이나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계좌를 빌려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금융감독원 조사나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계좌 명의자도 함께 피의자로 통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몰랐다는 항변은 뒤늦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최근 법원은 시세조종 사건에서 계좌를 제공한 사람의 역할이 범행 성공에 얼마나 본질적으로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고, 단순히 “몰랐다”는 진술만으로는 책임을 벗기 어렵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계좌를 빌려준 행위가 어떤 경우에 시세조종의 공범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조사 통지를 받았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관련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계좌를 빌려준 것만으로도 형사책임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계좌 대여는 시세조종 가담 여부와 별개로 그 자체로 처벌 대상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대가를 주고받거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 즉 예금통장·계좌 비밀번호·공인인증서·OTP 등을 대여하거나 대여받는 행위,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실무에서는 계좌 명의자가 “나는 매매 버튼을 누른 적이 없다”고 항변해도, 접근매체 대여 자체가 별도의 범죄로 성립하기 때문에 시세조종의 공범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시세조종 세력이 여러 사람의 계좌를 모아 통정매매·가장매매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정황이 드러나면, 계좌 명의자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과 자본시장법위반 두 죄목으로 동시에 수사선상에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좌를 빌려준 순간, 형사책임은 시세조종의 성립 여부와 별개로 이미 시작됩니다.
2. 단순 방조를 넘어 공동정범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계좌가 범행에서 차지한 역할이 클수록 방조가 아니라 공동정범으로 평가됩니다.
형법상 공범은 크게 공동정범(제30조)과 종범, 즉 방조범(제32조)으로 나뉩니다. 종범은 정범보다 형을 필요적으로 감경받지만, 공동정범은 정범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됩니다. 계좌를 빌려준 사람이 어느 쪽으로 평가되는지는 처벌 수위를 좌우하는 핵심 갈림길입니다.
대법원은 직접 실행행위를 분담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전체 범행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범행 진행에 대한 지배·장악력을 종합해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 즉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면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진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2인 이상이 공동의 의사로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각자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공모를 한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역할, 범죄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할 때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면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진다(대법원 1998. 5. 21. 선고 98도321 전원합의체 판결).
이 법리는 원래 다른 유형의 범죄에서 정립됐지만, 이후 시세조종을 포함한 조직적 범행 전반에서 공모공동정범 인정 여부를 가리는 일반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계좌를 여러 차례 빌려주고 시세조종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매 지시에 맞춰 이체·인출을 대신해줬다면 단순 방조를 넘어 공동정범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계좌를 한 번 빌려준 뒤 이후 매매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범행 내용도 알지 못했다면 방조범에 그칠 여지도 있습니다.
역할이 범행 성공에 얼마나 핵심적이었는지에 따라 공동정범과 방조범이 갈립니다.
3. “몰랐다”는 항변,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통하지 않습니다
매매를 유인할 목적은 확정적 인식이 아니라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인정됩니다.
자본시장법 제176조는 상장증권의 매매에 관하여 그릇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통정매매·가장매매를 하거나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를 반복하는 행위 등을 시세조종행위로 금지하고 있고, 이러한 행위에는 공통적으로 “매매를 유인할 목적”이 요구됩니다.
대법원은 이 목적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적극적인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일 필요는 없고, 미필적 인식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매매를 유인할 목적’이란 시장오도행위를 통해 투자자들로 하여금 시장의 상황이나 상장증권의 가치 등에 관하여 오인하도록 하여 상장증권 등의 매매에 끌어들이려는 목적을 말하고, 그 목적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계좌를 빌려준 사람에게도 이 기준이 적용됩니다. “정확히 무슨 매매를 하는지는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짧은 기간에 반복적으로 매매 지시를 받았거나, 대가가 시세 변동 폭에 따라 달라졌거나, 계좌 여러 개를 동시에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 시세조종에 이용된다는 정황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몰랐다는 말은, 몰랐다고 볼 수 없는 정황 앞에서는 방어논리가 되지 못합니다.
4. 가담 정도와 이득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커질수록 징역 하한이 올라가고, 벌금은 이득액에 연동해 불어납니다.
자본시장법 제443조는 제176조 위반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이득액이 없거나 산정이 어려운 경우 또는 그 5배가 5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 상한을 5억원으로 둡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형이 크게 가중됩니다. 계좌를 빌려준 사람이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면 자신이 직접 얻은 이득이 적더라도 전체 범행의 이득액을 기준으로 이 가중처벌 구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이 별도로 성립하면 두 죄가 함께 처벌되고, 계좌 대여 대가로 받은 돈은 범죄수익으로 보아 몰수·추징의 대상이 됩니다. 대가가 소액이었다는 사정은 성립 자체를 막지는 못하고, 이후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에 그칩니다.
5. 조사 통지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수사 초기 진술이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가르는 첫 갈림길이 됩니다.
시세조종 사건은 통상 ①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의 이상거래 심리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또는 통보를 받은 검찰의 인지수사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수사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큰 대형 사건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시세조종에 이용된 것을 알게 됐거나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좌를 빌려준 경위와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메신저 대화, 대가 지급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계좌의 실제 매매 내역과 자금 이체 내역을 발급받아, 본인이 직접 관여한 거래와 그렇지 않은 거래를 구분합니다.
시세조종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언제부터 인식했는지, 인식 이후에도 계좌를 계속 빌려줬는지를 스스로 점검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본시장법위반 사건 대응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공동정범과 방조범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초기에 다투어 처벌 수위를 낮출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계좌를 빌려준 것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정작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좌를 빌려준 쪽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주장보다, 계좌가 어떻게 이용됐는지와 그 사실을 언제부터 알았는지를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문자·메신저 대화, 대가 지급 내역이 쌓일수록 공동정범과 방조범 중 어느 쪽인지를 다투는 데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계좌를 모아 시세조종을 설계하거나 주도한 쪽 입장에서도, 계좌 명의자들의 진술과 자금 흐름이 서로 어긋나면 공모관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초기 진술 관리가 사건의 향방을 가릅니다.
저는 계좌를 빌려준 쪽과 시세조종을 계획하거나 주도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계좌 대여라도 인식 시점과 관여 정도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공동정범과 방조범의 경계가 갈리는 그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좌를 빌려주고 대가를 전혀 받지 않았어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대가 수수뿐 아니라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대여한 경우도 함께 금지하므로, 무상으로 빌려줬더라도 그 사실을 인식했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Q. 가족이나 지인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빌려준 경우도 같은가요?
A. 관계만으로 책임이 곧바로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부탁받은 경위와 시세조종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공동정범과 방조범을 가르거나 양형에서 참작되는 중요한 사정이 됩니다.
Q. 계좌 명의자가 매매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았는데도 공동정범이 될 수 있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 않았더라도 범행 전체에서 본질적 기여, 즉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면 공동정범으로 본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Q. 자본시장법위반과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이 함께 적용되면 형이 더 무거워지나요?
A. 두 죄가 함께 처벌되므로 단일 죄로 처벌될 때보다 형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자수나 수사 협조 여부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조사를 받기 전에 스스로 수사기관에 알리면 유리한가요?
A. 자진 신고나 수사 협조는 통상 양형에서 유리하게 고려됩니다. 다만 진술 내용에 따라 공동정범으로 평가될 소지도 있으므로, 신고 전에 관련 자료와 진술 방향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공동정범과 방조범의 경계가 갈리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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