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온 수사기관이 애초 목적과 무관한 물건이나 자료를 현장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럴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압수해 버리면 나중에 재판에서 그 증거 전체가 배제될 수 있어, 수사기관과 피압수자 모두에게 절차 하나하나가 중요해집니다. 영장에 적힌 혐의사실과 무관한 이른바 별건 증거를 우연히 마주쳤을 때, 법이 요구하는 절차는 무엇이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뒤따르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별건 압수란 무엇인가 — 영장 범위를 정하는 관련성 원칙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은 검사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때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도록 규정합니다. 영장에는 특정한 범죄사실이 기재되고, 그 범죄사실과 관계있는 물건이나 전자정보만 압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별건 압수란 바로 이 범위를 벗어나, 영장에 적힌 혐의사실과 무관한 물건이나 정보를 발견해 압수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실무에서 이런 상황은 드물지 않게 벌어집니다. 사기 혐의로 발부된 영장을 들고 주거지를 수색하던 중 별도의 도박 장부가 눈에 띄거나, 마약 관련 혐의로 압수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던 중 전혀 다른 성격의 범죄 정황이 담긴 대화 내용을 발견하는 식입니다. 문제는 이런 발견물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압수해 버리면 위법한 압수가 될 위험이 크다는 데 있습니다.
이유는 영장주의의 취지에 있습니다. 헌법이 압수수색에 사전 영장을 요구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압수를 막기 위해 법관의 사전 심사를 거치도록 하기 위함인데, 영장 범위 밖 물건은 애초에 그 심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절차를 지키지 않고 확보한 별건 증거는 나중에 재판 단계에서 증거로 쓰지 못하게 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압수수색영장은 발부 사유가 된 범죄사실과 관계있는 물건에 한정되고, 그 범위를 벗어난 별건 증거는 별도의 법적 근거 없이 그 자리에서 압수할 수 없다.
우연히 발견했을 때 지켜야 하는 절차 — 탐색 중단과 별도 영장
이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를 제시한 것이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입니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다가 별도 범죄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수사기관은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즉시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적법하게 압수할 수 있다는 것이 결정의 핵심입니다.
절차를 단계별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먼저 우연히 발견한 순간, 그 파일이나 자료를 열람·복제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고 탐색을 멈춰야 합니다. 이어서 새로 포착한 범죄사실을 소명자료로 삼아 법원에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는 해당 자료에 추가로 접근하지 않아야 합니다. 영장이 발부된 뒤에도 최초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피압수자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목록을 교부하는 절차를 다시 밟아야 적법합니다.
이 법리는 원래 전자정보, 즉 디지털 증거 사안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 바탕에 있는 관련성 원칙은 전자정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압수수색 전반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현장의 물건을 발견한 경우에도 탐색을 멈추고 별도의 적법한 근거를 확보한다는 같은 논리 구조가 판단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압수한 저장매체를 현장에서 곧바로 열람하는 대신, 원본과 동일한 복제본을 만드는 이미징 작업을 먼저 마친 뒤 사무실에서 계획적으로 정밀 탐색을 진행하는 방식이 널리 쓰입니다. 현장에서 급하게 파일을 넘겨보다 별건 정보를 접하는 방식보다, 이미징 이후 체계적으로 탐색하는 편이 우연한 발견 시점을 명확히 특정하고 탐색 중단·별도영장 절차를 지키기에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탐색 로그나 열람 이력을 남겨두면, 이후 그 발견이 실제로 우연한 것이었는지를 다투는 국면에서도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발견 즉시 추가 탐색·열람·복제 중단
새로 포착한 범죄사실을 소명자료로 첨부해 별도 영장 청구
영장 발부 전까지 해당 자료에 대한 추가 접근 금지
발부 후에도 참여권 보장·압수목록 교부 절차 재이행
우연히 발견한 별건 증거는 그 자리에서 압수할 것이 아니라, 탐색을 멈추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영장을 받은 뒤에만 적법하게 압수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세운 원칙이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물건 — 긴급압수와 임의제출의 차이
전자정보가 아니라 눈앞에 놓인 물건, 이를테면 마약이나 흉기, 별도의 장부 등을 직접 목격한 경우 실무에서 선택 가능한 경로가 두 갈래로 나뉩니다.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에 따른 범죄장소에서의 긴급압수와,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입니다.
제216조 제3항은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법관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한해 영장 없이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사후에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적용되려면 범행과의 시간적 접착성, 범죄장소라는 장소적 요건, 그리고 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긴급성이 함께 인정되어야 하며, 이 중 하나라도 부정되면 애초의 무영장 압수 자체가 위법해집니다.
제218조는 소유자·소지자·보관자가 스스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별건 물건을 발견했을 때 현장에서 소지자에게 임의제출을 요청하는 방식이 실무상 흔히 쓰이지만, 그 임의성이 나중에 다투어지면 강압이 없었다는 점을 검사 쪽에서 증명해야 하는 책임을 집니다. 형식적으로 서명을 받았더라도 실질적인 임의성이 없었다면 임의제출로서의 효력 자체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영장 범위 밖 물건임이 명백하면 별도 영장이나 임의제출이 필요
범죄장소·시간적 접착성이 인정되면 제216조 제3항 긴급압수 후 사후영장
소지자의 동의가 명확하면 제218조 임의제출(서면 확인이 안전)
강압이 의심되는 임의제출은 그 효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 위법수집증거 배제와 그 파급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별건 물건을 발견하고도 탐색 중단이나 별도 영장 절차 없이 그대로 압수하면, 이 조항에 따라 그 증거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위험이 큽니다.
파급 효과도 작지 않습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최초 증거뿐 아니라 그 증거를 단서로 확보한 2차 증거, 이를테면 그 자료를 근거로 받아낸 자백이나 추가로 확보한 압수물에도 위법성이 전이되는 이른바 독수독과의 과실 이론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위법수집의 정도, 절차조항이 보호하려는 취지, 다른 증거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어, 결론이 사안마다 일률적이지는 않습니다.
실무적 함의는 수사기관과 피압수자 양쪽에 각각 다르게 작동합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눈앞의 증거를 놓치지 않으려다 절차를 어기면 공판 단계에서 그 증거 전체, 나아가 관련 증거까지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큰 리스크입니다. 반대로 피의자나 피압수자, 그 변호인 입장에서는 압수 경위, 즉 발견 시점과 탐색 중단 여부, 별도 영장 청구 시점, 참여권 보장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 지점이 됩니다.
절차를 지키지 않고 확보한 별건 증거는 그 자체뿐 아니라 이를 단서로 얻은 다른 증거까지 함께 증거능력을 잃을 수 있다.
별건이 아니라 본건 증거로 인정되는 기준 — 객관적 관련성
모든 부수적 발견물이 별건으로 취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압수한 증거가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별도 영장 없이도 그 사건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범죄의 속성,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의 내용, 증거의 특징, 수사의 경위, 수사기관의 인식, 추가 수사로 이어질 개연성, 압수수색의 필요성, 압수수색을 허용할 경우 침해될 수 있는 기본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기 혐의로 발부된 영장으로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같은 수법으로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저지른 추가 사기 정황이 담긴 대화 내용을 발견했다면, 범행의 동일한 수법과 계속적인 범의가 인정되는 만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반면 그 수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전혀 무관한 마약 투약 정황은 범죄의 속성 자체가 다르므로 관련성이 부정되어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기준은 결국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발견 당시의 정황, 즉 그 정보가 어떤 경위로 눈에 띄었는지, 최초 혐의사실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를 압수조서나 수사보고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해 두는 것이 이후 증거능력 다툼에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참여권 보장과 압수목록 교부를 빠뜨렸을 때
2011모1839 결정은 별도 영장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절차가 끝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피압수자에게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한 목록을 작성해 교부하는 등 피압수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적 조치가 함께 이행되어야 비로소 적법하다고 본 것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벌어지는 문제는 별도 영장을 받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그 영장을 집행하는 단계에서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통지하지 않거나 압수목록 교부를 누락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영장 자체는 적법하게 발부됐더라도 그 집행 과정의 절차위반을 이유로 증거능력이 다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영장의 발부와 그 집행은 각각 별개로 적법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압수자나 변호인 쪽에서는 압수 당시 참여 통지를 실제로 받았는지, 압수목록을 교부받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기록은 이후 절차위반을 다투는 국면에서 결정적인 자료가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부딪히는 상황 —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절차적법성을 다툴 때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시간 순서입니다. 최초 영장이 언제 집행됐는지, 별건 정황을 언제 발견했는지, 탐색을 언제 중단했는지, 별도 영장을 언제 청구하고 언제 발부받았는지를 압수조서와 압수목록, 영장 발부일시와 대조해 공백이나 모순이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이 타임라인에 빈틈이 있다면 그 자체가 절차위반을 다투는 단서가 됩니다.
피의자나 피압수자 입장에서는 압수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도 위축돼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후라도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를 통해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압수 처분에 대한 취소를 관할 법원에 구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준항고는 압수·수색과 같은 수사기관의 처분에 불복하는 절차로, 압수 당시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둘수록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최초 영장의 발부일시·집행일시와 별도 영장의 청구·발부일시를 나란히 대조
탐색을 중단한 정확한 시점이 압수조서나 수사보고서에 기재됐는지 확인
참여 통지 여부, 참여통지서·압수목록교부확인서 수령 여부를 서면으로 확보
임의제출을 요구받았다면 그 경위(강압 여부)를 메모나 녹음으로 기록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앞의 별건 물건을 무리하게 즉석 압수했다가 공판 단계에서 그 증거 전체가 배제되면 수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다소 번거롭더라도 탐색 중단과 별도 영장이라는 절차를 그대로 지키는 편이 결과적으로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장에 적힌 혐의와 무관한 물건을 발견하면 무조건 압수할 수 없나요?
A.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압수할 수는 없고, 탐색을 중단한 뒤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거나 소지자의 임의제출을 받아야 적법합니다. 다만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면 별도 절차 없이도 같은 영장으로 압수할 수 있습니다.
Q. 전자정보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물건을 발견한 경우에도 같은 절차가 적용되나요?
A. 2011모1839 결정은 전자정보 사안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 바탕인 관련성 원칙은 물건 압수 전반에 적용되므로 같은 논리 구조가 기준이 됩니다. 다만 범죄장소에서 긴급성이 인정되면 제216조 제3항에 따른 무영장 긴급압수 후 사후영장 청구라는 별도의 경로도 있습니다.
Q. 절차를 어기고 압수한 별건 증거는 재판에서 무조건 못 쓰나요?
A.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지만, 위법의 정도나 절차조항의 취지,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어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됩니다. 절차위반의 구체적 경위를 다투는 것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Q. 압수 당시 임의제출에 서명했는데 나중에 문제 삼을 수 있나요?
A. 임의제출의 임의성 자체가 다투어지면 검사 쪽이 강압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므로, 서명 당시 강요나 압박이 있었다면 그 정황을 구체적으로 소명해 임의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적법하게 제출된 물건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이와는 별개의 절차입니다.
Q. 별도 영장을 받았는데도 압수가 위법하다고 다퉈진 사례가 있나요?
A. 별도 영장 자체는 적법하게 발부됐더라도 집행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 보장이나 압수목록 교부 같은 절차적 조치를 누락하면 그 집행 절차의 위법성이 다시 문제될 수 있습니다. 영장의 발부와 집행은 각각 별도로 적법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Q. 압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를 통해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압수 처분에 대한 취소를 관할 법원에 구할 수 있습니다. 압수 현장의 상황과 절차 위반 정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면 준항고 절차에서 유리한 자료가 됩니다.
맺음말
별건 압수는 수사기관에게도, 피압수자에게도 자주 마주치는 갈림길입니다. 영장 범위 밖 증거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압수하는 대신, 탐색을 멈추고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이나 적법한 임의제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핵심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애써 확보한 증거 전체가 재판 단계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의자나 피압수자 입장에서는 압수 당시 이 절차가 실제로 지켜졌는지, 즉 탐색 중단 시점과 별도 영장의 청구·발부 시점, 참여권과 압수목록 교부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압수수색은 이후 수원지검을 비롯한 관할 검찰청의 수사 단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압수 당시의 절차적 하자를 초기에 정리해 두는 편이 이후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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